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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및 역사전개의 動因(동인)으로서의
業(업)의 이해
A Study of Karma as the First Cause
崔 鳳 守
(Ch'oi, Bong-su)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불교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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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共業의 주체(공업의주체)
우주 및 역사의 전개를 생각할 때 原始佛敎(원시불교) 또는 剖派佛敎(부파불교)의 범위
내에서 우선 떠오르는 개념은 共業(공업)이다. 우주론적 初有因(초유인;
first cause)으로서
共業(공업)을 흔히들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론적 전개의 초유인으로서의 共業(공업)의 관념은 器世間(기세간;
bh jana-loka)을
설하는 몇몇 원시경전 속에 이미 뚜렷한 형태를 남기고 있다. [起信經(기신경)]과
[起世因本經(기세인본경)]에는 각각 一切世間(일체세간) 各隨業力(각수업역) 現起成立(현기성립) 또는 一切世間
·
各隨業力 ·
現性此世(현성차세)의 경설이 설해져 있다.
여기서 一切世間(일체세간)은 바로 우주를
일컫는 말이고, 그것이 현재 일어나 성립되기까지는 業力(업력)에 의한 것이라는
뜻을 읽을 수 있다. 즉 우주 및 역사 전개의 初有因(초유인)과 動因(동인)이 모두 業(업)의
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業力(업력)은 누구의 業力(업력)일까. 3종외도설 중 첫째 견해도
宿業(숙업)을 初有因(초유인) 또는 動因(동업)으로 보았다. 그때의 業의 주체는 불멸하는
정신 실체와 물질 실체이었다. 우리는 原始佛典(원시불전)에서 언급하는 業力(업력)의
주체가 그러한 要素(요소)적인 정신 실체 또는 물질 실체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중생(satta)의 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의 성립 및 전개에 동인의 역할을 하는 業力(업력)의 그 주체와 그 作用(작용)에
대해서 俱舍論(구사론)같은 문헌은 다음과 같이 논급한다.
"모든 衆生(중생)의 業(업)의 增上力(증상력)에 의하여 먼저 허공에 의지하여 아래에
바람의 圓形(원형)이 일어난다. ···"
여기서 모든(sabba) 중생의 業이 한 방향을 띤 것을 예상하여 別業(별업)이
아닌 共業(공업)의 관념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俱舍論(구사론)]은 이어서 우주 및 역사 전개를 原始經典(원시불전)의 내용에 입각해
아주 잘 정리하여 소개해 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만약 우주 및 역사 전개의 동인으로서 중생의
업력만을 말하고 만다면, 우리는 앞서의 3종외도설보다 나은 견해를
가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생의 업이란 원시불교의 관점에서
의지의 활동이므로, 3종외도설의 첫째 문제인 죄악과 의지의 문제에는
연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太初(태초)의 존재 상태에 대한, 인식을 통한
검증은 여기서도 역시 현실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중생의
업력이 도대체 어떻게 하여 허공에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를 눈으로
똑똑히 본 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성은 나아가 근원적인 혼란을 야기한다. 과연 중생의
共業(공업)이 우주 및 역사 전개의 初有因(초유인) 또는 動因(동인)이라고 하는 관점을 고타마
붓다가 지니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Brahmanism이나
Jainism 또는 기타 唯物論(유물론) 등 회의론을 제외한 어떤 사상도 태초의 존재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명코 제시하고 있지만, 원시불전의 경우 우주성립의
動因(동인)을 적극적으로 천명하는 것은 '一切世間 各隨業力 現起成立(일체세간
각수업력 현기성립)'이라는
포괄적인 한 마디 뿐인 것 같다.
그리고 이 한 마디 조차 長阿含(장아함) 속의 世記經(세기경)에서 나타나지 않고 다른
別行經(별행경)들 속에서만 보인다. 더욱이 世記經類(세기경류) 전체가 尼柯耶(이가야)에서는 또한
未發見(미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우리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자료론으로만
일관한다면 業力(업력)이 언급된 起世經(기세경) 등의 한 마디는 그 자료적 가치를
크게 잃게 되는 것이다.
물론, 원시불교를 비롯한 불교 전체의 입장이 우주와 인간의 기원과
같은 문제는 깨달음의 내용 또는 그에 연관된 소득으로 남겨두고 있는
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자세한 언표가 없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자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는 아니라도 선언적인 指標(지표)는 제시하고
있을 것이다.
마치 머나먼 깨달음의 旅程(여정)을 涅槃(열반) ·
彼岸(피안) · 如(여)
등의 술어로 제시하고 있듯이 말이다. 涅槃(열반)이나 彼岸(피안)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떤가는 묘사되지 않는다.
그것은 깨달음의 내용으로 行者(행자) 스스로에게
확인될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우주 및 역사의 전개에 대해서도
상세한 묘사는 없더라도 가급적 빗나가지 않을 표식은 남겨 놓아야 하고
그것은 원시불교의 관련 자료에 공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럴 때
앞서의 포괄적인 언급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미약하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생의 業力(업력)을 제외한 다른 원리로서 우주
및 역사 전개의 동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직은
아니다. 적어도 원시불교의 차원에서는 일단 衆生(중생)의 共業所成(공업소성)이란 관점만큼
우주론적 동인을 잘 말한 것도 드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길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우주의 성립 전개는 중생의 共業(공업)이 動因(동인)이다'라고 하는 진술이 성립하게
되는 필연적인 敎理 施設(교리시설; praj pti)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한
法門(법문)의 시설 속에서 이 진술이 3종외도설보다 진리로움을 살피자는 입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생의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피는 길이다.
사실 중생 업력의 관점도, 태초에 어떠했는가를 본 자가 없으므로 3종외도설과
똑같은 난점에 떨어졌던 것이다.
여기서 중생의 공업이 動因(동인)이 되는
모습을 가급적 자세히 경전을 통해 살필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모습이
체계적인 면을 느끼게 해준다면 우리는 다소나마 3종외도설보다 나은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태초 중생의 성격을 밝히는 것은
핵심적이다.
태초 중생의 모습이 보다 뚜렷해지면 共業(공업)의 발생이 왜
가능한가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며, 또 그것 자체로도 태초의 벽을
두드리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 항목의 논술로부터 결국 다음의 두 가지 과제를 규정하게
된 셈이다. 첫째는 業說(업설) 성립되 정규적 과정을 原始佛敎 敎說(원시불교
교설)들의 체계적
施設(시설) 속에서 도출해 내는 일이다. 이 작업을 통하여 통속적으로 이해되고
있던 業報(업보) · 共業(공업) · 因果(인과) ·
三世(삼세) · 輪廻(윤회) 등의 개념이
본래의 의미를 찾을 것이다.
둘째는 태초에 관한 언급을 가능한 한 정확히
이해하여 태초 중생의 모습을 밝히는 일이다. 둘째의 작업은 다소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철저한 논리전개를 꾀하기가 비교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드시 밝혀져야 할 내용들임에는 틀림없다.
Ⅲ.敎說의 成立(교설의
성립)
1.
業說 성립의 기본적 구조
原始佛敎(원시불교)의 '실천적 교설' 가운데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제일 먼저 닦아야
할 교설로 평가되는 것은 자유의지론에 바탕을 둔 이 業(업)의 교설이다.
그런데 실천적인 교설이 있기 위해서는 그것을 타당하고 이익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원시불교는 十二處說(십이처설)을 業說(업설)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교설 중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참고
>실천적교설:
思念處(사념처) · 四正勤(사정근) · 四神足(사신족) ·
五根(오근) · 五力(오력) · 七覺支(칠각지)
· 八正道(팔정도)
등으로 묶어진 37助道法(조도법)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이론적
교설을 지니고 있다.
① 三歸依(삼귀의) · 四不壞淨(사불괴정)
· 六念(육념)
② 六憂行(육우행) · 六喜行(육희행) · 六捨行(육사행)
· 六常行(육상행)
③ 十業(십업) · 四無量心(사무량심) ④
三十七助道法(삼십칠조도법) ⑤ 九次弟定(구차제정) 등으로
修行·실천의 교설들도 깊어져 간다.
그것은 十二處說(십이처설)이, 業說이 근거할 세계 및 우주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十二處說(십이처설)은 그 스스로 앞에 三種外道說(삼종외도설)을
뒤에 三法印說(삼법인설)을 연결시키면서 궁극적으로 業說(업설)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본 논문 논점에 중점을 두어 그 전모를 찬찬히
살펴본다. 3종외도설은 앞서 보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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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죄악과 의지의 문제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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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태초의
존재에 대한 不認識(불인식)이 문제된다. 여기에 더하여 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重語反複(중어반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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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우주는 존재론적으로 파악되는 대상이다.
이런 우주의 존재를 역시 존재의 개념을 사용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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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새로운 존재에 대한 문제를 하나 더 추구할 뿐 우주 존재를 이해하는
데 別無所得(별무소득)인 것이다. 이와 같이 세 가지 문제점을 지니는 3종외도설을 止揚(지양)하고 나온 원시불교의
敎說(교설)이 十二處說(십이처설)이다.
十二處說(십이처설)은 먼저 눈앞의 현실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不認識(불인식)되는 것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 눈
· 귀 · 코 · 혀 ·몸
등의 前五根(전오근)과 색 · 소리 · 냄새 ·
맛 · 촉감 등의
前五境(전오경)은 모두 우리들 눈앞의 현실을 분류하고 있는 용어들이다.
그리고
의지의 존재를 자명한 것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제6근으로 意(의;manas)
제6경으로(意에 대응하는)法을 시설해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설은
종합적으로 볼 때 '존재'를 認識(인식)으로 설명하는 경우이므로 重語反複(중어반복;Tautology)에
빠지지 않는다.
이러한 十二處說(십이처설) 한 교설만 두고도 우리가 음미해야 할 점들은 무수히
많지만 業說(업설)과 관련지어 볼 때는 결국 제6 意根(의근;mano-indriya)과 제6
法境(법경;dhama-attha)이
지닌 의미이다.
이는 인식 주체인 6근에는 무엇보다도 의지적 속성이
있음을 천명하고 있으며 인식 대상인 6경은 6근에 대해 法則(법칙)적 반응을
보일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의지적 속성의 천명은
6근에 완전한 자유 선택적 가능성을 부여한 것이기에 주목된다.
그런데 十二處說(십이처설)에는 의지적 속성과 필연적 반응의 속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12처의 어느 것이거나 三法印(삼법인)적인 속성을 또한 띠고 있음이
흥미롭다. 즉 눈 · 귀 · 코 · 혀 ·
몸 · 의지
및 색 · 소리 · 냄새 · 맛 · 촉감 ·
法의
어느 것이나 無常(무상)하고 괴롭고 無我(무아)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눈 · 귀 · 코 · 혀 · 몸 등에 있는 물질적인 부분은
물질의 성격상 주변의 영향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변하고 만다.
참고
>p.3,
"비구들이여 根(근)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苦(고)이고 苦인
것은 無我이다. ···耳···鼻···舌···身···意는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苦이고 苦인 것은 無我이다.
그러면
눈등에 있는 정신적인 부분은 싫지만 언젠가 따라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前五根(전오근)의 종합인 제6의근도 전5근과의 不可分離(불가분리)이므로 역시
언젠가 따라서 변해야 한다. 이처럼 6근은 無常(무상)하다. 그러면 6근을 따라
생한 6경도 무상한 것이 된다. 無常(무상)한 것은 괴로움이다. 변하는 것이
모두 괴로움일 수는 없다. 병들었다 건강해지는 것도 변화이고 그런
변화조차 괴로움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름지기 모든 변화가 결국에는
타락적 변화로 귀결되기에 변화하고 無常(무상)한 것을 괴로움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無常(무상)하고 괴로운 존재는 나라고 할 수 없다. 순수한 의미의 나는
常一(상일)하고 主帝(주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十二處說(십이처설) 속에서 항상 이 두 속성이 함께 함에 주의를 기울이며
다음 논술을 살펴보자. 故 高翊晉(고 고익진) 박사는 十二處說(십이처설)의 두 속성으로부터
業說(업설)이 전개되어 나오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구정녕히 보여주고 있다.
"ⓐ
모든 것은 덧없고, 괴로움이고, 나라고 할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 명백한 사실을 인식하려 하지 않는다. 한사코 모든 것을
덧있고 즐거운 것이고 나라고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과 정반대되는
뒤바뀐 생각(顚倒妄想;전도망상)이다.
···
그런 뒤바뀐 생각에서 인간은 나(個我;개아)를
존속시키려는 끊임없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
業(업;karma)이라는
술어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意志(의지)적 활동을 가리킨다.
이러한 인간의 의지적 활동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인간(六根;육근)이
대하는 대상(六境;육경)은 일차적으로 자연(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자연에는
의지가 없으므로, 의지적 작용(因)을 받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자연적
반응(果)을 보일 것이다.
십이처설에서 六境을 '법(無意志;무의지)'이라고 규정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의
업(因)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결과가 따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필연적인 결과를 報(보;vip ka)라고 부른다.
ⓑ 그런, 인간이
대하는 대상(六境)에는 자연물만이 아니라,
다른 인간들도 포함되어 있다. ··· 이런 인간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自然法則(자연법칙)적인 因果律(인과율)은 아니더라도 일종의 법칙성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일으키는
업의 방향과 목적은 다를 수가 없다. 덧없고 괴롭고 나라고 할 수 없는
것(三法印說;삼법인설)에서 모든 인간은 끊임없이 個我(개아)의 존속을 꾀하고 있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에 拒逆(거역)할 것임에 틀림 없고, 나와
남의 이익을 함께 위한다면 그들은 順應(순응)할 것임에 틀림없다.
ⓒ
혼자만을 위하는 행동은 惡(악;a-ku ala)이라 할 수 있고,
나와 남을 함께 위하는 행동은 善(선;ku ala)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악한 업에는 괴로운 보가, 선한 업에는 즐거운 보가 따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악업은 남의 거역을 받아 뜻이 이뤄지기
어려워 괴로움이 되고, 선업은 남의 순응을 받아 뜻이 이루어지기 쉬워
즐거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일종의 법칙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인간과 자연사이의 자연법칙적 인과율과 인간과
인간 사이의 善·惡(선·악) 相應(상응)의 인과율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十二處(십이처)의
세계에는 業因果報(업인과보)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참고
>결국
원시불교에서의 '업인과보'라는 술어는 그 외연이 비교적 넓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因의 개념이 그러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十二處(십이처)의 세계 곧 이 우주에 속속들이 적용될 것 같은 업인
과보의 법칙으로 좀처럼 쉽게 설명되지 않는 문제가 인식된다. 즉 어떤
이는 부유한 가정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일생을 즐거이 산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궁핍함을 면치 못하는 경우를 보는
것이다.
또 우리가 지금껏 문제로 삼는 우주 및 역사의 전개도 사실
인간의 업력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다.
광활한 우주의 질서있는 움직임이나 무한한 미래에로의 팽창이 의지적인
6근의 업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참고
>아무리
善하게 살아도 악한 일만 닥치고 또 아무리 악하게 살아도 선한 일만
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보게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종교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체제상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짙어졌다. 그러나
사회체제상의 문제만으로 국한시킨다면 역시 잘못된 견해가 된다.
실제 이런 현상들 때문에 3종외도설이 나온 것
일테다. 신의 뜻에
맡긴다든지 宿命(숙명)적으로 이해한다든지 물질의 우연한 흐름으로 이해한다면
이런 문제들은 오히려 쉽사리 해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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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 견해는
앞서도 보았듯이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의지에 바탕한
업보적 현상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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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업인과보설을 택하면 우주론적인 문제 등에 걸리게 되고
3종외도설에 돌아가면 업보적 현상에 걸리게 되는 어려움 속에 있다.
우리는 두 입장의 절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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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적인 큰 범위는
3종외도설 중의 어느 하나로, 그리고 눈앞의 현실에서의 업보적 현상은
업인과보설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입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므로 궁극적인 진리로서는 자격이 없다.
참고
>대개의
사람들은 이러한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사주관상가들에게도
이러한 관점이 꽤 이용되고 있음도 지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우리는 여기서 어느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의지의 존재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 및 인간과
인간 사이에 분명히 성립하는 업보적 관계도 결코 단념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실의 관찰로부터 너무나 자명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3종외도설은 추측 그것일 뿐이다.
검증되지 않는 가설에 불과한
神(신) 등의 원리 때문에 자명한 사실(satya)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렇게 업인과보의 원리를 굳게 지닌다면 문제의 현상들도 업인과보의
현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 이 현상들이 과연 어떻게 업인과보의
입장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
2.
三世輪廻라는 열쇠(삼세윤회)
문제의 현상들도 "업·보의 현상으로 본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로 분석될 것이다. 하나는, 과보는 현재 인식되고
있지만 그 업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업인은 현재
인식되고 있지만 그 과보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경우로 ···.
그렇게 되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위의 두 가지 경우에는 전자는 그
업인이 시간적으로 현실세계(現世)의 이전에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고,
후자는 과보가 그 이후에 來世(내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업과
보의 인과관계는 과거 · 현재 · 미래의 三世(삼세)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고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업인과보의 삼세윤회설이 정립된다. 그런데 이처럼 윤회의
개념을 도입하고 나면 여러 가지 논점이 따라 일어난다. 첫째, 원시불교
내의 교설인 無我說(무아설)과 輪廻說(윤회설)의 조화가 문제된다. 둘째, 生死(생사)의 교차순간의
존재 양태가 난해하다.
셋째, 前生(전생) 또는 宿世(숙세)의 기억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음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넷째, 이생에서 지은 業이 어떻게
다음 생 또는 보다 먼 미래의 生에 과보를 불러들일 수 있는가도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일견하기에 3종외도설 중 Brahmanisam이나 Jainism의 윤회설보다
더 문제가 많은 듯한 原始佛敎(원시불교)의 輪廻說(윤회설)을 굳이 받아들여야 할까. 일례를
들어 네 번째 문제는 生死(생사)하는 한 중생에게 있어 어떻게 어떤 業(업)이 그
報(보)를 끝까지 불러 일으키는가 하는 의문이거니와 이에 대해서 한 재미있는
견해가 있다.
우리가 여러 가지 행위를 일으킬 때 동시에 우리의 신체 중에는 일종의
세력이 남게 되는데 이것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業이므로 無表業(무표업;a-vij
pti-karma)이라고 부른다. 이 無表業(무표업)이 무형의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가 來生(내생) 또는 그 後(후)의 生(생)에 果報(과보)를 불러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作用(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生表色(생표색) 또는 無表業論(무표업론)은 說一切有部(설일체유부)의 독특한 견해이므로
물론 南傳(남전)에는 아비달마론에서도 없다. 그러나 이 이론이 部派佛敎時代(부파불교시대)에는
커다란 논점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것은 無表業論(무표업론) 그 자체의 매력
때문이라기 보다는 윤회의 과정에서 業報(업보)가 어떻게 相應(상응)하느냐 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기인한 것이었을 테다.
사실 우리는 통속적으로 業(업)을 지으면 이 생에 그 과보를 받든지 받지
않으면 다음 生들 가운데 언젠가에 받는다라고 생각할 때, 業力(업력)이 남아가서
과보를 받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에서의 業力은 바로 無形(무형)의
實體(실체)로 통속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도 느끼게 된다. 이 無形(무형)의 實體(실체)로서의
業力(업력)의 관념은 바로 無表業(무표업)이라는 관념과 매우 닮아 있는 것이다.
참고
>일반대중이
지니는 業의 관념은, Jainism의 宿業(숙업)만을 비중있는 業으로 보는
입장과 Brahmanism의 有我論(유아론)의 輪廻(윤회)[àtman의 윤회]의
입장에 오히려 가까운 것이 현실이어서 우려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념은 자못 위험하다고 본다. 정신적 실체로서의
자아의 행위(表業)가 남기는 無形(무형)의 實體(실체)라는 관념은 도저히 이치에
맞지 않는다. 행위 자체가 實體(실체)가 아닌데 어떻게 그것으로부터 無形(무형)의
實體(실체)가 창출된다는 말인가.
물론 有部(유부)에서는 행위도 形色(형색)으로 보고,
그것은 實有(실유)이므로 나름대로의 이유를 지니긴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그 部派(부파)의 소견일 뿐 원시불교의 입장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전생에 남은 업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 과보로
받았으며, 이생에 다 못한 業(업)은 또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다음 어느
생에서인가 과보로 받게 되는 것일까? 이처럼 숱한 難點(난점)에 연루되기에
윤회설에 대한 반대의 입장이 존재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난점이 있다고 해서, 업인과보의 삼세윤회설을 포기할 수도
없다. 난점이 없는 外道思想(외도사상)도 역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점의 성격이
외도사상과 원시불교 윤회설은 서로 다르다.
外道思想(외도사상)의 난점은 눈앞의
자명한 현실조차 타당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업보 윤회설의
난점은 자명한 현실에 철저히 기반을 둘 때 일어나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눈앞의 현실을 기반으로 업보의 원리를 도출했을 때, 업보의 원리로
해결되지 않는 듯한 문제가 인식되었다. 그때 우리는 삼세윤회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여기서 업보의 삼세윤회는 자명한
현실에 바탕을 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업보·윤회의
원리를 도출하고 나니, 다시 본 항목에서 지적한 네 가지 정도의 난점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이 난점에 봉착하여 역시 지금까지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즉 난점을 해결할 새로운 원리를 업보 윤회설에 바탕하여
도출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왜냐하면 이들 일련의 원리는 자명한 현실에서
출발하였고 또 그것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위의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관점은 삼세윤회설에
철저한 논리적 기반을 두어야 하고, 삼세윤회설은 업인과보의 원리에
또 그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업인과보의 원리는 바로 십이처설에
또한 그 본질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삼세윤회설이나 그
이상의 새로운 관점도 십이처설에 근본적인 근거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삼세윤회설은 단적으로 인식된 것을 강조하는 십이처설과는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십이처설에 철저히 바탕을 두고
성립된 것이다. 즉, 검증되지 않는 가설에 불과한 神(신) 등을 세우기보다는
현실에서 관찰 가능한 사실들을 중심으로 업인과보의 삼세윤회설이라는
필연적 귀결을 이끌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3세윤회하는 것이 중생 개개의 존재이다. 그리고 중생의 수는
거의 헤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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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주의 시작 또는 그 이전부터 무수한
중생이 항상 있어 왔음을 다시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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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생이 살아갈
우주는 六境(육경)의 범주에 듦으로 중생들의 의지적 작용인 共業(공업)에 의하여
필연적인 움직임(果報;과보)을 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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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우주의 필연적인
움직임이 바로 우주 및 역사의 전개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업인과보의
삼세윤회설을 정립함으로써 우주론적 동인이 바로 중생들의 共業(공업)임을
유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태초에 있어서의 중생들의 활동을 직접
인식한 것은 아니지만, 이 결론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관찰과 합리적인
사유를 통하여 세워진 것이다. 따라서 진리성에 있어 Brahmanism과 Jainimsm
및 기타 유물론 등의 3종외도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음을 인지할 수 있다.
본 항목(Ⅲ)의 논술을 통하여 우리는 삼세 윤회의 교설이 단순히
당시의 통속적 종교 관념을 채용한 것이 아닌 조직적이고 필연적인 교리
시설의 일환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비록 태초의 상황을 보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또 보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주 및 역사
전개의 動因(동인)은 바로 중생의 共業(공업)이라는 진술을, 3종외도설보다 나은
가설로서 채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Jainism이나 Brahmanism의
윤회설이 지니는 모순점을 모두 극복한 보다 진리로운 가설로서 역시
원시불교의 윤회설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
>업인과보의
3세윤회설도 Brahmanism 등 처럼 "일종 가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神意說(신의설)··· 등 보다는 월등하게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엄연한 사실과 현상에 의해 그 타당성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설은 진리성을 인정 받을만 하다." 그리고
윤회의 과정을 업인과 과보로써 설명함은 不變(불변)의 영속 實體(실체)[àtman,
Jiva]를 상정하여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일거에 극복하는 正理(정리)인
것이다.
Ⅳ. 動因으로서의 業의 이해
- 다음>>>계속(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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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집_3 (2/3)
우주 및 역사전개의 動因(동인)으로서의
'업'의 이해(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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