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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歷史 發展의 主體와 動力因 1) 역사 발전의 주체
앞장 계속
2) 역사 발전의 動力因
"무릇 有情(유정)은 업을 自體(자체)로 삼는 업의 상속자이다. 업을 母胎(모태)로 삼고, 업을 眷屬(권속)으로 삼고, 업을 소속으로 삼는 자이다. 이
上下의 구별은 모두 업에 의해 分配(분배)된 것이다."
"세간은 업에 의해 돌아가고, 유정은 업에 의해 돌아간다. 유정이 업에 의해 묶여 있는 것은 마치 車(차)가 軸(축)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같다."
이상의 인용문은 유정이란 것은 업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이다.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가 인간이라고 본다면,
5蘊을 材料因(재료인)으로 삼고, 업을 動力因(동력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때 업이란 것은 생명에 의지하고 있는 힘이 아니라, 생명 자체가 자기
창조를 도모할 때 발생하는 내적 규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며, 換言(환언)하자면 의지의 습관화된 성격을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현실적 행위[表業(표업)]의 體(체)를 현실적 의지[現行의 思(사)]라고 간주하고, 현실화되지 않은 업[無表業(무표업)]의 體를 의지의 성격[思의 種子(종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법화경에선 역사 발전의 動力因(동력인)을 무엇이라고 보고 있을까? 이것은 크게 두 가지로 大別(대별)하여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중생들의 일반적인 業力(업력)이고,
둘째는 보살들의 願力(원력)이다.
현상론적으로 중생의 業力이 현실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보살의
願力은 현실을 극복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중생들의 업력을 淨化(정화) 내지 昇華(승화)시켜 이상적인 불국정토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살의 원력은 매우 이상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기신론도 법화경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동력인을 두 가지로 大別하고 있다.
無明(무명)의 薰習(훈습)을 받아 主客 分裂(주객분열), 그릇된
자아의식의 발생 등을 거쳐 계속적으로 무명의 훈습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 고통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濁流(탁류)처럼 流轉(유전)하는 좋지 않은
역사를 창조하는 流轉緣起(유전연기)가 첫째이다.
또한 淸淨無垢(청정무구)한 因(인), 公明正大(공명정대)하고 항상 평등한 一心(일심), 眞如(진여)의 마음이 因(인)이 되어 영원히 행복한
法界無애(법계무애)의 역사를 창조하는 還滅緣起(환멸연기)가 있다.
이것을 법화경과 비교하면 業力이 창조하는 역사는 유전연기에 해당할 것이며, 願力이
창조하는 역사는 환멸연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과 부정의 여부를 떠나 이상의 두 가지 동력인이 상호보완과 견제 속에서 역사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두 가지의 사상적 특징에 대하여 다음에서 간략하게 기술하기로
한다.
(1) 衆生의 業力
법화경에서 중생의 業力이 창출하는 세계는 五濁惡世(오탁악세)이다. 이때의 중생들은 [방편품]에 의하면,
'번뇌가 무겁고, 간貪(간탐)하고
嫉妬(질투)하여 不善(불선)의 뿌리를 키우며, … 小法(소업)을 바라 生死(생사)에 집착하고, … 작은 형상으로 受胎(수태)하여 세세생생 增長(증장)하며,
薄德(박덕)하고 少福(소복)하여
온갖 괴로움의 핍박을 받고, 有無(유무)의 邪見(사견)의 숲에 들어가 이러한 견해에 의지하여 62見(견)을 두루 갖추며, 교만하고 사악하여 진실하지
못하고'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빈궁하고 福慧(복혜)가 없어 生死(생사)에 들어가 괴로움이 끊기지 않으며, 五慾(오욕)에 집착하는 것이 마치
모우(이牛)가 꼬리를 사랑하듯 하여 貪愛(탐애)로 자신을 가려 보지 못하고, … 邪見(사견)에 깊이 빠져 苦로 苦를 버리려 할새'라고 표현하고
있다.
[비유품]에 의하면 중생들은 자신의 업력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놓고도 그 속에서 희희낙락하며 나올 생각도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탐욕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탐욕에 중독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중생들을
[여래수량품]에서는 失性(실성)했다고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생들의 업력이 만드는 역사도 분명 역사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퇴보의 역사요, 극복의 대상이 되는 역사임이
분명하다. 증일아함경에 의하면, 중생들의 업력이 善인가 惡인가를 구분하는 것은 貪瞋癡 三毒(탐진치삼독)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三毒의 성향이
강하면 퇴보적인 역사를 만드는 것이며, 三毒의 성향이 약하면 약할수록 청정한 불국토를 창조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三毒을
根本 煩惱(근본번뇌)라고 말한다.
대반열반경에서 "3독의 치열한 불꽃은 항상 일체의 중생을 불태운다."고 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사론에서는 번뇌를 隨眠(수면)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 정신의 내부에 잠재해 있으면서 번뇌를 일으키는 원인
내지 세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중생들은 隨眠(수면)[=惑(혹)]으로 인하여 악업을 짓게 되고, 그리하여 고통을 자초한다.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가 번뇌의 회오리
속을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악업을 짓게 되며, 그것으로 인하여 새로운 고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들 隨眠[=惑]을 일으키는 원인은
無我(무아)의 이치를 모르는 無明(무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법화경에서 業力에 의해 창출되는 역사를 부정적인 역사로 간주하고, 결국은 극복되어야 할 역사로 묘사하는 것은 無我의
이치를 모르는 無明 때문에 발생하는 三毒으로 만들어진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菩薩의 願力
보살의 願力은 마음이 淨化(정화)된 還滅緣起(환멸연기)의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강한 誓願(서원)의 힘을 말한다. 법화경에선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즉, [법사품]에 의하면,
"약왕아,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스스로 청정한 業報(업보)를 버리고 나의 입멸 이후에 중생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악세에 태어나서
이 경전을 널리 설한다."
"능히 법화경을 受持(수지)하는 자는 淸淨土(청정토)를 버리고 중생을 가엾게 여기기에 이곳에 태어난다."
라고 한다.
이것은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수행을 완성하여 청정한 업보를 획득하거나 청정토에 태어난 보살들이 일부러 자원하여 사바세계에
태어난다고 하는 願生思想(원생사상)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보살의 願力(원력)은 이와 같아서 중생계가 존재하는 한 보살의 서원은 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편품]에서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천명하고 있다. 부처님의 知見(지견)을 開示(개시)하여 중생들이 悟入(오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는 一大事因緣(일대사인연)의 宣言(선언)이다.
이는 시방삼세의 부처님은 누구나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제불보살의 本願(본원)이기에 모든
부처님들께선 일체의 중생들이 佛道(불도)를 닦아서 성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굳은 맹서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법화경 전편을 통해
도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에 詳論(상론)은 피하기로 한다. 다만, 願力을 성취하기 위해 보살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실천에 힘써야 하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법사품]에 의하면
'如來(여래)의
使徒(사도)요, 여래가 파견하여 여래의 일을 행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大信力(대신력)과 志願力(지원력)과 여러 가지
善根力(선근력)을 지니고 있으니, 이 사람은 여래와 함께 있으며, 여래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리라."는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격려하고 있다.
이러한 [법사품]의 가르침은 여래를 절대자와 같은 존재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만일 여래를 절대자로 오해한다면, 전술한 바 있는
역사의 주체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주체적 위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우려한 듯 [법화현찬]에서 窺基(규기)스님은 이상의
문장들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三業이 부처님께 따르기 때문에 佛使(불사) 等[佛史(불사), 佛遣(불견), 佛事(불사)]을 완성한다. 使(사)란 意業(의업)이고, 遣(견)이란 語業(어업)이며, 事(사)란 身業(신업)이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을 使(사)라 이름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사용하기에 遣(견)이라 이름하며, 부처님의 행함과 함께하기에 事(사)라
이름한다. 世尊(세존)께서 하는 것과 만드는 것은 모두 이 법으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때문에 몰래 한마디를 설하더라도 마땅히 부처님의 業(업)과
함께한다."
이상의 인용문은 여래의 使, 遣, 事(사,견,사)를 두 가지로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들의 三業(삼업)으로 실현되는 願力(원력)을 지칭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그러할 때 인간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 이 땅에 불국정토의 건설이라는 새역사를 창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窺基(규기)의 해석이
매우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願力이 어떻게 역사 창조의 動力因(동력인)이 될 수 있는가를 알려 주는 귀중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願力이 새로운 역사 창조의 動力因으로 인식된 것은 비단 법화경뿐만은 아니다.
이후의 많은 대승경전이나 논서들에도 등장한다.
특히 여래장사상의 발전은 法身佛(법신불)의 願力(원력)을 化身(화신)으로 표현하고 존재와 세계 속에 출현하여 중생제도에 매진한다고 말한다. [성유식론]에서
"四智品(사지품)은 本願力(본원력)으로 말미암아 有情(유정)을 교화하는 바가 영속적이다. 그러므로 미래제가 다하도록 끊임이 없다."고 하는 것도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時空(시공)을 초월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理法(이법)의 當體(당체)인 法身(법신)이 本願力을 지니기에 수많은 化身을 통하여 중생을 제도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결국 많은 化身菩薩(화신보살)을 등장시켜 本願(본원)을 代行(대행)하게 한다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법화경에도 후편에 약왕, 묘음, 관세음
등의 보살이 등장하는 것은 동일한 이유이다. 그렇다고 법신불 내지 화신불이 우리와 별개의 존재로 우리 앞에 他者(타자)로 別立(별립)하는 것은
아니다.
법신불은 우리들의 내면 속에 내재해 있으며, 그러한 자각을 통해 제불보살의 本願을 이해하면 우리가 바로 보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살의 願力은 매우 인식론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歷史 發展의 原理
역사 발전의 원리를 그리스인들은 調和(조화)와 均衡(균형)에서 찾았다. 그리스인들은 우주의 존재 원리를 節度(절도)와 秩序(질서)에서 발견하고, 이러한
우주의 질서에 同化(동화)하는 것을 인간의 理想(이상)으로 여겼다.
이상의 실현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인식한 그들은 조화와 균형을 가능하게 해주는
근거로 인간의 理性(이성)을 상정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상을 중국의 역학사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들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에 의한
感應(감응)이 역사 발전의 원리라고 생각했다.
반면에 목적론적 역사관의 중핵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역사 발전의 원리를 대립물의 투쟁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아우구스티누스는 '善과 惡'의 투쟁으로, 헤겔은 '주인과 노예의 투쟁'으로,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으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화경은 諸佛菩薩(제불보살)의 本願(본원)을 설파하는 경전이다. 本願이란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굳은 서원을 말하는 것이므로, 換言(환언)하면
慈悲(자비)를 강조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법화경뿐만 아니라 여타의 많은 경전들이 자비를 강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아니
생명체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존중은 법화경의 특징이다.
그런데, 자비라는 것은 대상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중생, 중생과 중생 등등의 관계
속에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법화경의 사상은 關係(관계)의 철학이다. 이러한 관계들이 얽히고설켜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진솔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관계의 철학 속에서 전개되는 역사의 원리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혹자는 우주 및 역사를 전개하는 動因(동인)이 중생의
共業(공업) 이라고 밝히고 있다. 共業이란 지적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교적으로는 緣起(연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共業
자체가 관계성 속에서 가능한 일이며, 수많은 업들이 상관성 속에서 발생하는 것을 緣起라고 정의하는 점에서도 그렇다.
또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交織(교직)된 인간의 발자취가 역사이며, 그것은 수많은 業들의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緣起란 용어를 역사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삼국불교전래연기}라는 서책의 緣起나 사찰의 역사를 의미하는 '∼寺緣起(~사연기)' 등이 그러한 실례이다.
이상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諸法實相論(제법실상론)과 感應道交論(감응도교론)의 두 가지 측면에서 법화경에 나타난 역사 전개의 원리를 고찰하고자
한다.
1) 調和와 統一의 諸法實相
{법화경}의 대표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諸法實相論(제법실상론)은 [방편품]에 나오고 있다. "부처가 이룩한 것은 제일 稀有(희유)하고 難解(난해)한
道理(도리)이며, 오직 부처와 부처만이 諸法實相(제법실상)을 능히 알 수 있다. 이른바 諸法의
如是相, 如是性, 如是體, 如是力, 如是作, 如是因,
如是緣, 如是果, 如是報, 如是本末究竟
여시상,
여시성, 여시체, 여시력, 여시작, 여시인, 여시연, 여시과, 여시보,
여시본말구경
等이다."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諸法實相(제법실상)이란 용어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
쿠마라지와가 諸法實相이라고 번역하고 있는 原語(원어)를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는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되며, 그들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첫째, 제법실상의 원어는 많지만 어느 원어에 따르더라도 결과는 동일하다. 즉,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고, 한정하는 관계에서
성립하고 있는 참다운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며, 緣起와 동일한 의미이다. 제법실상의 어느 원어를 보아도 모두 緣起(연기)의 理法(이법)을 지칭하는
것이다.
둘째, 쿠마라지와가 여러 가지 원어에 제법실상이란 譯語(역어)를 부여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정당하다.
이상의 결론에 따른다면 제법실상은 緣起와 동일한 의미일 뿐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제법실상이라는 譯語를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불교와 달리 후세의 불교는 연기설을 狹義(협의)로만 이해하여, 연기라는 것은 시간적 先後(선후)가 있는 因果關係(인과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간주하였다.
따라서 시간에 관계 없는 논리적인 緣起關係(연기관계)에 대해서는 그것을 연기라 부르지 않고 實相(실상)이라 지칭했다. 그러나 연기설에는
시간적으로 繼起(계기)하는 因果關係(인과관계)를 보는 것과, 현상의 一瞬間(일순간)에 相互 依存(상호의존)의 論理關係(논리관계)를 고찰하는 것 두 가지가 다 포함된다.
전자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기이고, 후자는 논리적이고 형식적인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런 점이 고려된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제법실상, 아니 緣起를 역사 발전의 원리로 상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역사 발전의 원리로 파악하게
만들었는가?
그것은 연기의 이론이 현상계의 사실적 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유에서 우리들의
실존적 不安(불안)이 발생하며, 어떻게 하면 그러한 불안을 제거하여 常樂我淨(상락아정)의 理想境(이상경)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인생의 문제를 올바르게 알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기설은 업설과 불가분리의 상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연기설과 업설의 상관성을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연기설이 지닌 역사 발전의 원리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불교는 자신의 행위[業]와 그 果報(과보)라는 입장에서 業을 미래의 自己形成力(자기형성력)이라고 본다. 또한
자신의 존재 자체를 생각할 때는 독립된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시간적·공간적으로 다양한 관계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처럼 수많은 인연에 의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은 그대로 緣起說(연기설)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상대적 가치의 인정과 함께 화합과 통일이
還滅緣起(환멸연기)를 이룩하는 捷徑(첩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는 이러한 이론들을 보다 실천적인 측면에서 발전시키고 있다.
중관철학의 완성자인 나가르주나는 緣起를 相對性(상대성),
相互依存性(상호위존성)으로 간주하고 독립된 개체의 自存性(자존성)을 부정한다. 따라서 無自性(무자성), 空을 緣起라고 정의한다.
緣起와 空과 無自性이 동일한
개념으로 파악된다. 業(업)과 緣起(연기)의 相關性(상관성)에 대해서도 [중론] 제17 [觀業品(관업품)]의 33頌에서 "모든 번뇌, 業, 身體, 作者(업,신체,작자)와 果報(과보)는
간다르바城의 形態(형태)이고, 陽炎(양염)이나 꿈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業이나 業報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緣起的이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관철학의 표현대로 하자면, 업과 업보의 無自性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유식학파의 대표적 經論(경론)인 해심밀경과 유가사지론에서는 緣起를 依他起性(의타기성)이라고 정의한다.
섭대승론에서는 자신의
薰習(훈습)의 種子(종자)에서 생기기 때문에 依他起(의타기)라고 정의한다.
일체의 모든 것은 業의 貯藏庫(저장고)인 아뢰야識에서 생기고, 그 種子는 스스로 薰習된
種子이다. 이렇게 現行種子現行(현행종자현행)과,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변화[無常性(무상성)], 그것이 행위에 대한 원인과 결과가 相互
轉變(상호전변)하는 의식의 轉變(전변)이자 의타기성인 것이다.
의타기성의 세계가 현실이자 욕망의 세계이며, 극복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정지함이 없는
변화[無常性(무상성)]를 停止(정지)시키려는 입장이 遍計所執性(편계소집성)이며, 그런 점에서 '依他起性 卽 遍計所執性(의타기성
즉 편계소집성)'이라는 迷惑(미혹)의 世界(세계)가 展開(전개)된다.
또한 변화를
如實(여실)하게 알 때 '依他起性 卽 圓成實性'의 깨달음의 세계가 전개된다. 이것은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변화를
주체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의식의 발로이다.
법화경의 諸法實相論(제법실상론)도 이상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窺基(규기)는 [법화현찬]에서 實相에 대해 "여래장 法身(법신)의 體(체)요, 근본이 不變(불변)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智慧(지혜)는 이 實相(실상)의 체를
알고 源底(원저)를 깊이 통달한다. 그러므로 究盡(구진)이라 이름한다."고 말한다. 法身(법신)이란 眞如(진여)를 인격화한 것이며, 진여란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성립하고 있는 연기의 실상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그 참모습을 의미하는 法身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법신이나 진여가 독립된 형이상학적 원리는 아니다. 단지 연기의 이법, 즉 緣起性(연기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實有性(실유성)이 존재할 수
없으며, 무자성 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2) 創造의 原理인 感應道交
感應(감응)이란 諸佛菩薩(제불보살)의 應現(응현)과 敎化(교화)를 誘發(유발)시키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중생의 수준을 의미하는 機(기)가 성인을 感動(감동)시켜서, 그것에 대해
諸佛菩薩이 應한다고 하는 사상을 말한다.
이것은 물론 불교의 독자적인 사상체계는 아니며, [주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주역의 相補的(상보적)인 陰陽論(음양론)으로 현상세계를 설명하는 점에 영향을 받아 그 이론체계를 불교에 수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러한
感應論(감응론)을 법화경을 해석하는 데 응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竺道生(축도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機인데, 제불보살을 感動시키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機는 바로 衆生(중생)의 代用語(대용어)이다.
道生(도생)은 法華義疏(법화의소)의 [서품] 주에서는 蒼生機(창생기)를, [방편품] 주에서는 物機(물기)를, [신해품] 주에서는 神機(신기)와
含大之機·冥機·懷大之機(함대지기·명기·회대지기)를,
[비유품] 주에서는 구一之機(구일지기)와 昔化之機(석화지기)를, [관세음보살보문품] 주에서는 道機(도기)와 悟機(오기)라는 말을 사용하여
중생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방편품] 주에서 "(사리불이 부처님께 설법을) 세 번 간청한 이유는 聖人이 그러한 것을
원해서가 아니라 중생[機]이 그러한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중생들이 성인들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또한 "국토에
優劣(우열)이 있고, 壽命(수명)에 長短(장단)이 있는 이유는 성인이 어찌 그러할 것인가? 중생이 그것을 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이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하여 중생들이 매우 다종다양함을 나타내고 있다.
道生은 특히 感應에 있어서 機(기)의 役割(역활)을 중시하는데, 그것은 感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機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時란 중생의 機가
성인을 감동시키면 성인이 應할 수 있다. 범부와 성인의 道(도)가 交流(교류)한다. 좋은 기회를 상실하지 않는 것을 一時라고 말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時空의 주역이 중생임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다.
道生은 여기서 진일보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感聖(감성)하기 위해서 구聖(구성)을 강조한다.
[비유품] 주에서 "옛날에 교화를 받은 중생들이 성인을 두드리자 성인이 곧 府應했다."고 말한다.
즉, 성인의 應化(응화)는 준비된
범부에게만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만일 안으로 道의 根機가 없으면 성인은 (중생에게) 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凡夫가
일방적으로 聖人의 救濟 對象(구제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凡夫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함과 동시에, 救濟 自體는 普遍的인 道理(보편적도리)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문제가 되는 救濟란 用語는, 절대자가 피절대자를 자기의 意志대로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진리에 契合(계합)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스스로가 구현할 수 있는 救濟(구제)의 樣相(양상)을 피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은 道生의 感應論을 계승하고 있는 사람은 天台(천태)이다. 그는 [법화현의]에서 十妙(십묘)를 설명하면서 感應妙(감응묘)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파하고 있다.
천태는 그의 [법화문구]에서 방편에 대해 해설하면서 十法(십법)을 세운다. 그 중 여섯 번째로 體用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이때 體는 實相으로서 분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用은 一體法을 건립하되 차별이 있어서 동일하지 않음을 지칭한다.
다시 이
十法에 대하여 十妙를 세우는데, 십법의 體用(체용)에서 配對(배대)된 것이 바로 十妙 중의 感應妙이다. 구원의 報身本佛(보신본불)이 自行(자행)의 圓因(원인)과 圓果(원과)를
만족시킴으로써 佛智(불지)의 慈悲(자비)와 중생의 信智(신지)가 境智冥合(경지명합)하여 道交(도교)하는 것을 感應妙(감응묘)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천태는 [법화현의]에서 機와 應에 대해 각각 세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고 정의한다. 機에 대해 설명하자면,
첫째, 微(미)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은밀하다는 의미로서 중생에게 可生의 善이 있기에 성인이 應하면 善이 발생하고 不應하면 생기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둘째는 關(관)이라는 의미가 있다. 중생이 善이 있든 惡이 있든 성인의 자비와 관계한다는 의미이다.
셋째는 宜(의)라는 의미가 있다. 無明(무명)의
苦惱(고뇌)를 뽑아 버리고자 하면 悲에 適合(적합)해야 하고, 法性의 즐거움을 주고자 하면 慈에 適合해야 한다는 뜻이다.
應에 대해 말하자면, 첫째, 赴(부)의 의미가 있다. 機에는 可生의 理가 있는데, 機가 은밀하게 움직임을 이끌어서 성인이 그것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둘째는 對(대)라는 의미가 있다.
상대가 있어야 된다는 의미이며, 중생을 買(매)에 비유하고 여래를 賣에 비유하여 賣買(매매)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며, 機(기)에 대해서 關(관)을 논하고 應(응)에 대해서 對(대)를 논한다고 본다. 셋째는 應이라는 의미가 있다. 慈悲의 법으로써
응한다.
어떠한 법으로도 그 적합한 바에 응하기 때문에 應이라 한다.
천태지의는 이러한 것을 因果論(인과론)에 입각하여 전개하고 있으며, 중생의 根機(근기)가 다르기 때문에 感應(감응)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여 동일한
형식을 지니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다만 感應에 대한 정형화된 네 가지 형식을 수립하여 感應(감응)의 展開樣式(전개양식)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感應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玄義(현의)]에서는 "衆生의 善惡은 三世가 있는데, 어느 세상으로 機를
삼는가? 聖法도 三世가 있는데, 어느 세상으로 應을 삼는가?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머무르지 않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機도 얻을 수 없고 應도 얻을 수 없는데, 어떻게 機應을 논하는가?"라고 自問하고, 이에 대답하길,
"至理(지리)의 입장에서 三世(삼세)를 속속들이
이해하자면 모두 不可得(불가득)이기 때문에 機(기)도 應(응)도 없다. … 다만 세속의 文字와 數 때문에 三世가 있다고 말하고, 4悉檀(4실단)의 힘으로 중생에게
隨順(수순)해서 설명한다."고 하면서 三世의 慈悲로 應을 삼고, 三世의 善惡으로 機相을 삼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중생의 業力(업력)과 本願力(본원력)이 결합하여 感應(감응)을 가능하게 하며, 그것이 사회적 화합과 사회의 집단무의식을 정화하여 역사 발전의
원리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慈悲(자비)의 誓願(서원)으로 機感(기감)이 相關(상관)하며, 능히 寂(적)에 상즉해서 비춘다. 그러므로
本感應(본감응)이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本感應이란 법화경을 本迹(본적)으로 구분할 때 [여래수량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久遠本佛(구원본불)의 感應(감응)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經證(경증)으로 [여래수량품]의 "만일 어떤 중생이 나의 處所(처소)에 찾아오면 나는 佛眼(불안)으로 信根(신근) 등의 利鈍(이둔)을
관찰하고 응당 제도할 바에 따라…."라는 구절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 구절에 대해 '중생이 찾아오는 것'은 法身(법신)을 感구(감구)하는 것이고,
'내가 佛眼으로 관찰한다는 것'은 자비로써 應하는 것이며, '여러 가지 根機(근기)의 利鈍(이둔)'은 十法界(십법계)의 冥顯(명현)과 欣厭(흔염)이 不同(부동)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상의 인용문에서 사용되고 있는 冥顯(명현)이란 용어에서 冥(명)은 과거를, 顯(현)은 현재를 의미한다. 미래를 의미할 때는 非冥非顯(비명비현)이라
한다.
이상에서 感應論에 대하여 간략하게 고찰하였다. 그러나 의문시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感應(감응)이 從屬(종속)과 被從屬(피종속)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가이다. 만일 그러한 관계라면, 그것은 역사의 주체를 인간으로 간주하는 주장이나 無我論(무아론)과 相馳(상치)된다.
이것은 感應을 설명하는 대목이
體用을 논하는 부분에 속하며, 특히 作用 측면에 비중이 놓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대해 천태는 "體는 곧 實相이니 분별이
있을 수 없으며, 用은 일체의 사물을 성립시키되 차별이 있어서 동일하지 않다."고 정의하고, 체와 용의 관계를 感應道交(감응도교)로
구체화시켰다.
이것은 불교가 단순한 철학이 아니라 종교라는 점에 비중을 두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구제론을 전개할 필요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본다.
이러한 주장을 보다 선명하게 補助해 주는 것은 [법화문구]에 나오는 理事에 대한 견해인데, "만일 理가 아니라면 事를 세울 수
없고, 事가 아니라면 理를 나타낼 길이 없다. 이리하여 事에는 理를 나타내는 功能(공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理는 眞如이니 진여는
본래부터 청정한 것이어서 부처님이 계시든 안 계시든 언제나 변화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理를 實이라 지칭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事는 心意識(심의식) 등이니 청정하고 부정한 업을 일으켜서 改動(개동)이 일정하지 않다."고 정의한다.
理는 眞如이고 事는 現像이라는 의미로서,
전술한 體用의 논리에 대비하자면 理는 體이고 事는 用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事에 理를 나타나게 하는 功能이 있다고
했으므로 事를 움직이는 주체인 인간 내지 중생이 理를 드러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理를 진여라 했으며, 그것의 속성은
自然法爾라는 점에서 理가 바로 緣起의 理法임을 推論(추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연기의 이법이 어떻게 感應할 수 있으며, 연기의 이법과 感應한다고 해서 어떻게 역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道生은 '不變之體 爲湛然常照(불변지체
위담연상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理가 중생과 관계없이 존재할 뿐인 靜止的인 것이 아니라
活動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理의 활동은 부처와 범부의 感應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이유로
본다.
理에 합치하면 깨닫는 것이고, 理와 배치하면 범부의 現實態(현실태)인 것이다. 깨닫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구원에 불과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역사의 창조가 된다.
또한 천태는 理事가 感應하게 하는 것은 諸佛菩薩의 誓願이며, 보다 현실적으로는 제불보살과 교감하게 된 중생들이 그들의 誓願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가능해진다고 본다.
"만일 誓願(서원)이 없으면 苦樂(고락)을 관찰하더라도 拔與(발여)할 수 없다. 慈力(자력) 때문에 機(기)의 '추妙(추묘)'에
따른다."는 고백이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한문; 추: 鹿이 3개∴>
연기의 이법을 體得함으로써 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확연하게 인식하고 還滅緣起(환멸연기)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잡아함경에서는 "나는 여래의 아들이다.
그의 입으로부터 태어난 자요, 법으로부터 태어난 자요, 법에 의해 형성된 자요, 법의
상속자이다. 왜냐하면 파실타여, 여래의 칭호는 法身(법신)이라고도 梵身(범신)이라고도 法成(법성)이라고도 梵成(범성)이라고도 불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法의
인격적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새로운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들의 정화된 업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법화경을 연구하는 선지식들이 感應論을 구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결론
이상에서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법화경}에 나타난 역사의식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법화경은 현실을 法滅의 말세로 규정하고 극복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말세로 규정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건설되는 불국정토는 인간들의 욕망이 충족되고, 삶의 조건이 완비된 사회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독교의 천년왕국과
마찬가지로 목적론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역사의 주체가 인간이고, 그들은 업력에 의해 늘 변화의 道程(도정) 속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종극적인 목적지로 설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둘째, 법화경에 나타난 역사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며, 인간이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자유 의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주와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간주한다.
인간이 자연 내지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기는 하지만,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연관성 속에서도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의지를 역사의 주체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의지는 행위를 유발하며, 그
행위는 끝없는 자기 창조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역사 창조의 동력인이 된다고 본다.
셋째,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리는 緣起이며, 수많은 중생들의 다종다양한 의지와 그 의지의 결과로 나타나는 業力(업력)의 交織(교직)이
연기이므로, 이것은 조화와 통일의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법화경 독자의 感應論을 역사 발전의 원리로 展開했는데,
이것은 연기의 理法과 중생의 믿음이 합일하여 제불보살의 本願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感應의 주체가 중생이라는 것은, 결국 현실
속에 불국정토를 건설하고자 하는 제불보살의 本願을 굳은 믿음을 기반으로 내가 실현하고자 할 때 가장 力動的인 역사 발전의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결론에 덧붙이자면, 불교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순환론적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순환이 아니라 변증법처럼 끝없이 부정과 창조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마치 스프링과 같이
순환을 하면서 새로운 창조를 의도한다는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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