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장 계속
↙
범부는 色이 我이며 我와 다르다고 보고 我에 色이 있고 色에 我가 있다고 집착한다.
진리는 '色은 我도 아니며 我와 다르지도
않은 것'이라고 보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雜阿含(잡아함)에서는 五蘊(오온)의 三世內外(삼세내외)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데까지 기술하지만 후대의 經典(경전)에서는
五蘊(오온)의 識(식)을 거의 心王(심왕)에 상당하는 지위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즉 "네 가지 元素(원소)에서 이루어지고, 부모에서 생기고, 쌀과 미음의
집적이며 無常하며 벌레로 무너지고 磨損(마손)되며 破損(파손)되고 損滅(손멸)로 정해지는 이 몸"을 도성에 비유한다.
또한 '여섯 가지 내적인 근거'를 그
도성의 여섯 가지 문에 비유하고 識을 도성의 주인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初期經典에서 붓다는 生死輪廻(생사윤회)를 말하고 있으면서도 識(식)이
心王(심왕)으로 설정되는 경향들을 배척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色을 여의고 受를 여의고 想을 여의고 (주체로서의) 識의 來를 상정한다'라고 說하면 이러한 도리는 있을 수
없다.
당시 사상계에서는 점차 識이 왕래하고 生死를 거치고 증장한다고 보기 때문에
輪廻(윤회)의 주체로 보는 경향이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서구의 불교학자들은 初期經典에서 意라고도 心이라고도 불리는 識을 아트만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까지 했던 것이다.
雜阿含(잡아함) 3권, 73경에서 붓다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다.
나는 이제 무거운 짐과 짐을 가짐과, 짐을 버림과, 짐꾼에 대해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 어떤 것이 무거운
짐인가. 이른바 五蘊(오온)이다. ··· 어떤 것이 짐꾼인가. 이른바 士夫(사부)가 그것이니, 이와같이 이름하며,
이와같이 태어나고, 이와 같은
家門(가문)이며, 이와같이 먹고, 이와같이 苦樂(고락)을 받고, 이와같이 長壽(장수)하고, 이와같이 오래 머물고, 이와같이 壽命(수명)에 제한이 있다.
이 비유를 통해서 五蘊과 구별되는 어떤 존재가 인정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五蘊이 짐이라면 士夫는 짐꾼으로서 五蘊을 짊어지고
있는 존재이다. 士夫는 짐 때문에 이름을 받고, 삶과 가문의 종성을 받고, 나름대로의 음식을 취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고, 수명과
수명의 제한을 받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짐꾼은 아트만 또는 지바(jìva)와 같은 명백한 실체처럼 생각되는 自我(자아)의 개념이며 이것이
한 生에서 다른 生으로 삶을 받는 것이다. 이때 自我의 개념은 푸드갈라(pudgala) 즉 補特伽羅(보특가라)의 의미이다.
푸드갈라는 영혼(àtman)을 가진 我, 푸루샤(pur a), 지바(jìva), 사트바(sattva)의 의미였으나, 중국에서는 음사하여 補特伽羅(보특가라)라
하기도 하고 人(인) 또는 士夫(사부)라 意譯(의역)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위 經文에서 보이는 士夫는 푸드갈라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부파 중 pudgalavàdin 또는 persamalistes(人格的 個體主義者:
인격적
개체주의자)는 푸드갈라를 輪廻(윤회)의
주체로 보았고 犢者部(독자부: vàtsìputriya)와 正量部(정량부:
sammatìya)는 이러한 사상을 계승하였다.
특히 pudgalavàdin은
부파불교시대를 통해서 푸드갈라를 인정하지 않는 부파들만큼 번창했었다.
II. 了別作用의 識(요별작용의
식)
初期經典(초기경전)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識(식)의 용례는 五蘊(오온)의 識(식)과 함께 眼(안) 등의 根(근)을 소의로 하여 色(색) 등의 境(경)을 了別(요별)하는 眼識(안식)
등 六識(육식)이다. 여섯 개의 감각기관은 여섯 개의 대상 즉, 境을 상대한다.
眼根(안근)은 色境(색경:
rùpa)에, 耳根(이근)은 聲境(성경: sadda)에,
鼻根(비근)은 香境(향경: gandha)에, 舌根(설근)은 味境(미경: rasa)에, 身根(신근)은 觸境(촉경:
pho abba)에, 意根(의근)은 法境(법경: dharma)에
대해 각각의 인식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데,
이 때의 인식작용을 六識이라고 한다.
雜阿含에서는 根이 境을 연하여 생기는 識을
설명할 때, 주로 觸(촉)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雜阿含] 8권, 213경에서는 根
· 境 · 識의 결합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眼이 色을 緣하여 眼識(안식)이 생기고 三事가 和合하여 觸(촉)이 생기며 觸은 苦
· 樂 · 不苦不樂의 受를 緣(연)한다.
이러한 受에 대한
集(집) · 滅(멸) · 味(미) · 患(환)의 여읨을 이와같이 알고 나면 貪欲身觸(탐욕신촉)을 심지 않고 瞋 身觸(진
신촉)을 심지 않고 戒取身觸(계취신촉)을 심지 않고 我見身觸(아견신촉)을 심지 않고 모든
惡(악)의 不善法(불선법)을 심지 않는다.
根 · 境이 만나 識이 생기고 根(근)
· 境(경) · 識(식) 三事가 和合하여 觸이 생기는데, 이때 觸은 三受를 緣(연)한다. 經文에서는 三受의
集 · 滅 · 味 · 患(환)을 여의면 貪(탐) · 瞋(진)
· 癡(치) 등의 모든 不善法을 심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識→觸→受의 관계를 앎으로써 괴로움의 세계를 멸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眼根(안근) 등이 色境(색경) 등을 緣으로 하여 識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根을 상대로 하여 識이 새로이 발생한다는 것처럼
이해할 수 있지만, 실은 원래 구비된 心의 작용이 활발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렇게 각성된 視覺(시각)을
지배하는 心, 즉 眼識(안식)이 다시 능동적 활동을 시작하여 根으로 하여금 오로지 境에 집중하는 데 이르도록 할 때, 비로소 구체적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구체적 감각에 대해 苦 · 樂 · 不苦 ·
不樂의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 受이고, 이렇게 받아들여진 감정을 知覺表象(지각표상)의 형태로
구성한 것이 想이며, 이것을 취하고 싶다거나 버리고 싶다는 의지로 작용하는 것이 思(사)이다.
구체적으로 六識은 根과 境이 화합한 결과로서
생겨난 인식이지만 이 인식은 구체적 인식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구체적 인식은 識이 다시 境에 집중하여 心과 같은 실질적 활동을 할 때
가능하다.
이러한 識→觸→受의 관계는 雜阿含 8권의 여러 경에서 나타나고 있다.
222경에서는 一切知法(일체지법)과 一切分別法(일체분별법)을
三事和合識(삼사화합법)→觸(촉)→受(수)로 설명하고 223경, 224경, 225경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계속 이어진다.
226경에서는 識→觸→受를 계탁하지
않으면 涅槃(열반)을 깨닫고 다시는 後有(후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229경에서는 識→觸→受의 세속적인 도리를 有漏法(유루법)이라 하고 이러한
세속적 도리를 벗어난 것을 無漏法(무루법)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雜阿含 9권, 232경에서는 識→觸→受는 모두 空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眼은 空이요, 항상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 法도 空이요, 我所도 空이다. 왜냐하면 그 성질이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色, 眼識,
眼觸의 因緣으로 생기는 苦 · 樂 · 不苦 · 不樂의 受 또한 空이다.
세속적 도리로 분별되는 一切의 모든 것이 空이므로 六入處(육입처) 또한 空이고 色 등등과 受로 이어지는 것도 또한 空인 것이다.
雜阿含 9권, 337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眼識(안식)이 色에 대해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染著(염저)하면,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染著하는 것으로 인하여 항상 識을 의지하여 저것에 결박되기
때문에, 또한 그것을 취하기 때문에, 法을 보아 般涅槃(반열반)하지 못하게 된다.
耳識(이식)
· 鼻識(비식) · 舌識(설식) · 身識(신식)
· 意識(의식)의 法에 있어서도 또한 이와
같다.
이 經文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識은 空이지만 空의 도리를 모르고 眼識이 色에 대해 애착하기 때문에 般涅槃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항상 識을 의지하여 저것에 결박되기 때문에'라는 一句에서 識의 기능을 了別作用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후대의
瑜伽行派(유가행파)에서는 초기불교의 識을 세 가지 心 · 意 ·
識으로 나누어 폭넓게 識의 작용을 설명하였던 것이다. 瑜伽行派에서는 心을 阿賴耶識(아뢰야식)이라
명명하고 육체를 유지하는 기능, 種子를 유지하는 기능, 생명을 형성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볼 때, 위의 經文에 나타나는
識은 물질이나 육체의 생리적 기능을 담당하는 六識보다는 근원적인 識의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雜阿含 9권,
238경에서는 "眼識이 생기면 일체는 眼과 色이 因緣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이다.
즉 三事和合이 생겨야만 일체는 존재기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第六 意根(의근)과 法境(법경)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法境은 一切法을 총괄하는 것이다.
특히 六根이 六境의 관계에는 일체의
인식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十二處는 이미 六識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붓다도 十二處를 떠나서는 달리 일체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구담이시여, 소위 일체란 무엇을 일체라 하는 것입니까
?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고하시길
'일체는 十二入處(십이입처)를 말하는 것으로
眼色(언색) · 耳聲(이성) · 鼻香(비향) · 舌味(설미)
· 身觸(신촉) · 意法(의법) 이를 일체라 하는 것이다.' ··· 내가 지금 버리고 따로 다른 일체를 세우면 그것은 단지 언설일 뿐
물어봐야 모르고 의혹만 더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十二處說은 일반적으로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세계관이며 일체만유를 포섭하는 분류법이라 규정되고 있으나 이러한 十二處說이
체계화되려면 바로 六識이 예상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六根 · 六境의 十二處에 六識을 더한 소위 十八界가 궁극적으로 一切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十八界가 후대 阿毘達磨(아비달마)에서 가장 핵심적인 분류체계가 된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각각의 감각기관으로서의 根은 외부대상의 境을 접할 때 識이란 인식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각각의 根은 각각의
境을 了別하게 되는데, 이때 六識이 了別하는 내용은 다소 다르다.
앞의 五根이 外界에 대한 관문으로서 각각 일정한 자극을 내부로
전달할 때, 意根이 이에 교묘히 응함으로써 내부에 특유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前五識이고, 다시 意根이 인식 주관으로서의 일반적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곧 第六 意識이라는 뜻이다.
識의 기능은 보아서 분별하다(眼識), 들어서 분별하다(耳識), 냄새 맡아
분별하다(鼻識), 맛보아 분별하다(舌識) 등의 작용으로서 나타나기 때문에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는 등의 본질은 동일하지 않다.
예를
들어 眼根은 色境만을 대상으로 하고 聲境(성경)은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또 鼻根(비근)은 香境만을 대상으로 삼고 色境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意根은 五根 전체에 들어오는 인식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阿含의 經文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五根은 行을 달리하고, 경계를 달리하고, 각각 스스로의 경계를 받는다.
무엇이 저 모든 경계를 받는 것인가. 무엇이 저것의
의지가 되는가. ··· 意가 저것의 모든 경계를 받는다. 意는 內心作用 중 외계의 인식
· 지각에 관계 있는 것을 독립적으로 맡고 있으므로 五根처럼 물질의 성질을 지니는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意가 法을 인식할 때 구체적으로 三事가 반드시 합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아서 분별할 수 있다(眼識)'고 하는 것은 이미
三事의 합일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별할 수 있는 관계, 즉 眼色(안색)
· 眼識(안식) 사이의 합일적 관계가 觸(촉)이다.
다음으로 인식작용으로서의 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經文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현자여, 內眼處가 무너지면 外色은 곧 광명을 비추지 못하게 되니, 곧 생각이 없이 眼識은 생겨날
수 없다.
현자여, 內眼處가 무너지지 않으면 外色은 곧 광명을 비추게 되니, 곧 생각을 일으키는 眼識이
생겨난다. ··· 현자여, 內眼處(내안처)와 色(색)과 眼識(안식)이 外色(외색)을 알면 이는 色陰(색음)에 속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팔리경전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내부에 眼이 파괴되지 않더라도, 외부의 색이 그 범위 內( p tha, 視野;시야)에 오지 않아 그것에 응하는
화합(tajjosamann h ro)이 없다면 그것에 응하는 識分(식분)이 나타나는 일은 없다.
내부에 眼이 파괴되는 일이 없고 외부의 色이
그 범위 내에 오더라도 그것에 응하는 화합이 없다면, 그것에 응하는 識分이 드러나는 일은 없다.
그렇지만 내부의 眼이 파괴되는 일이
없고, 외부의 色이 그 범위 내에 오며 그것에 응하는 화합이 있을 때, 여기서 비로소 그것에 응하는 識分이 생긴다.
한역 阿含經과 남전 팔리경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그 중요 내용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 취의를 정리하면
첫째로는
根이 완전할 것,
둘째로는 根에 대한 境이 있을 것,
셋째로는 根과 境 사이에 화합이 있을 것이라는
세 조건에 의해 비로소 그것에
상당하는 인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識分이라는 것은 먼저 화합하고 나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결국 三事和合에 의한 觸을
의미한다. 그리고 識分의 작용은 피동적인 작용이 아니라 능동적인 작용이라 주체적 입장에서 다시 대상을 파악하고 이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識分의 작용은 心과 心所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이때 心은 五蘊 중 識의 기능을 하고 心所는 五蘊(오온) 중 受
· 想 · 行의 기능을
한다.
이 외에도 初期經典에서는 四識說(사식설)과 함께 六界說(육계설)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六界說은 그다지 빈번하게 논의되지
않았으나, 識界는 신체적 요소와 상대되는 정신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中阿含 47권, [多界經] 제10에
"아난아, 이
十八界를 보면 진리를 안다" 또한 "아난아, 六界을 보면 여실한 진리를 보니 地界 ·
水界 · 火界 · 風界 · 空界 ·
識界이니라"라고 하여
如實知의 대상으로서 六界의 이름이 나열되고 있다.
또한 中阿含 3권, [度經(도경)] 제3에서는 구체적으로 六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엇을 六界法이라 하는가. 내가 스스로 알고 느끼는 것을 너를 위해 설하리라. 이른바 地
· 水 · 火 · 風 · 空
· 識界를 六界法이라 한다.
六界가 합하기 때문에 다시 모태에 태어나고 六界를 인유하므로 다시 六處가 있으며, 六處에 인유하므로 다시 更樂(경낙)이 있고 更樂을 인유하기에
다시 覺(각)이 있다.
비구여, 만약 覺이 있으면 다시 苦의 진리를 알고 苦의 習(集)을 알며 苦의 滅을 알고 苦(고)
· 滅(멸) · 道(도)의 진리를 안다.
六界 중에 地界
· 水界 · 火界 · 風界는 四大로서 물질을 이루는 요소이고, 識界는 정신을 이루는 요소이다. 그러므로 六界가 합하면 모태
중에 다시 날 수가 있다고 하는 내용은 識의 相續(상속)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六界의 화합으로 생기는 六界→六處→更樂→覺의 관계는 緣起의
또 하나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四識說이 있으나 四識說은 대부분 緣起支(연기지)를 설명하는 가운데 나타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Ⅳ. 緣起와 識
1. 識의 相續
初期經典에서는 四聖諦(사성제) 이외에도 苦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것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 위하여, 苦의 최종적인 원인을
無知, 즉 無明에서 찾는 또 하나의 원리를 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緣起說인데, 붓다의 일생 45년 간의 설법은 모두 緣起說의 응용이라
할 만큼 緣起와 관련된 설법이 敎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緣起法을 설명하기 위해서 初期經典들은 종종 다음과 같은 간결한 一句로 그
도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기 때문에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저것이 사라진다.[此有故彼有(차유고피유). 此起故彼起(차기고피기). 此無故彼無(차무고피무). 此滅故彼滅(차멸고피멸).]
이 간결한 문장을 '緣起(연기)의 公式(공식)'이라 하는데, 모든 緣起의 형식은 이를 응용한 것에 불과하다. 初期經典에서 緣起를 설한 것 중
十二緣起가 가장 정형적인 형태이므로 阿毘達磨佛敎(아비달마불교)에 의해서 가장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阿毘達磨佛敎에서는 十二緣起의 각 支分(지분)
중에 識支(식지)를 교학의 핵심고리로 보았다.
緣起說은 가장 간단한 형태인 六支緣起로부터 九支緣起(육지연기), 十支緣起, 十二支緣起가 있다. 緣起說은 설법을 듣는 자의 지혜나 근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설해졌기 때문에 가장 정형적인 十二支라도 일정한 형식은 없다.
예를 들면, 불제자 가운데 지혜가 가장 뛰어났다고
하는 舍利弗(사리불)은 불도에 입문하기 전에 다른 불제자로부터 "因緣하여 생겨나는 諸法, 그러한 諸法의 因緣을 如來는 말씀하신다.
또 그러한
滅이 있다고 大沙門(대사문)은 말씀하신다"고 하는 간단한 말을 듣고서 緣起의 이치를 깨달아 불교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緣起는
수승한 근기의 제자로부터 일반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시설된 교리이다.
十二支緣起의 각 내용을 설명하는 [阿含經]의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을 無明이라 하는가
? 소위 苦(고) · 習(습) · 盡(진) ·
道(도)를 모르는 것이니 이를 無明이라 한다.
무엇을 行이라 하는가
? · · · 소위 身行(신행) ·
口行(구행) · 意行(의행)이다. · ·
·
무엇을 識이라 하는가 ? 소위 六識이니 ·
· · 소위 眼 · 耳 · 鼻 ·
舌 · 身 · 意의 識(식)이다.
무엇을 名이라 하는가
? 痛(통) · 想(상) · 念(념) · 更樂(경낙)
· 四惟(사유)이다.· · ·
무엇을 色이라 하는가
? 四大 및 四大의 몸으로 된 色(四大所造色)이다.·
· ·
무엇을 內六入(六入處)이라 하는가
? · · · 眼 · 耳 ·
鼻 · 舌 · 身 · 意(感官;감관)이다.·
· ·
무엇을 更樂(경락;觸)이라 하는가
? · · · 眼 · 耳 ·
鼻 · 舌 · 身 · 意의 更樂(觸;촉)이다.·
· ·
무엇을 通(受)이라 하는가 ? ·
· · 樂痛 · 苦痛 · 不苦不樂痛(불고불락통)이다.
무엇을 愛라 하는가
? · · · 欲愛(욕애) · 有愛(유애)
· 無有愛이다.
무엇을 受라 하는가 ? ·
· · 欲受(욕수) · 見受(견수) ·
戒受(계수) · 我受(아수)이다.
무엇을 有라 하는가
? · · · 欲有(욕유) · 色有(색유)
· 無色有이다.
무엇을 生이라 하는가 ? ·
· · 동등하게 갖추어 출가하고, 갖가지 존재를 받아 五蘊(오온)을 얻고, 여러 入(感官;감관)을 받는 것이다.
무엇을 老死라 하는가
? · · · 중생들의 몸에서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세며, 기력이 쇠하고, 감관이 무르녹으며, 수명이 날로 줄어
본래의 정신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識이라 설명하는 내용은 六識을 말하고 있어 十二緣起가 六識說을 포괄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有支(유지)의 내용이 三界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II장에서 五蘊을 三世內外로 설명한 것과 같이 존재의 차별상이 나타나고 있다.
雜阿含 12권, 289경에서는 연기의 각지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無明－과거
· 현재 · 미래에 대한 무지, 內外와 業報(업보)에 대한 무지, 佛
· 法 · 僧에 대한 무지, 苦 · 集
· 滅 · 道에 대한 무지.
行－身行 ·
口行 · 意行.
識－眼識身 · 耳識身 ·
鼻識身 · 舌識身 · 身識身 · 意識身.
名色－名→四無色陰(사무색음;
受陰 · 想陰 · 行陰 · 識陰). - 色→四大, 四大所造色(소조색).
六入處－眼入處
· 耳入處 · 鼻入處 · 舌入處 ·
身入處 · 意入處.
觸－眼觸身(안촉신) ·
耳觸身 · 鼻觸身 · 舌觸身 · 身觸身
· 意觸身(의촉신).
受－苦 · 樂 ·
不苦不樂(불고불락).
愛－欲愛(욕애) · 色愛
· 無色愛.
取－欲取(욕취) · 見取 ·
戒取 · 我取.
有－欲有 · 色有 ·
無色有(무색유).
生－이런저런 중생이 여러 가지 몸을 받아 태어나고 초월, 화합, 출생하여 蘊(온)을 얻고 界(계)를 얻고 入處(입처)를 얻고 命根(명근)을 얻는다.
老死－老→머리털이 희어져 정수리가 드러나고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 · 死→이런저런 중생이 여러 가지로 변화하고 몸이 무너져 목숨을
다한다.
雜阿含에 나타나는 緣起說 중에서 緣起의 各支의 내용이 가장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行으로 인해
발생되는 識을 六識身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六識身은 六識을 의미하는데 五蘊의 識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名色支에서 名을
설명하는 가운데 識陰(識蘊;식온)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名色支가 五蘊의 識을 포함하고 六識은 五蘊의 識과 인연관계가 된다.
또한 雜阿含은 전체적으로 조망할 때 識이 감각기능 이상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이미 앞 장에서 밝힌 바 있다.
瑜伽行派(유가행파)에서는 識을
心의 阿賴耶識(아뢰야식), 意의 末那識(말라식), 識의 六識(육식)으로 세분하고 있는데, 雜阿含 11권, 289경에서는 이러한 心意識(심의식)의 용어가 나타나고
있다.
어리석어 (진리를) 듣지 못한 범부들은 四大로 된 몸에 대하여 싫어하고 근심하여 욕심을 떠나 등져버리지만 識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사대로 된 몸에서는 增減(증감)과 取捨(취사)가 있음을 보지만 心意識에 대해서는 어리석고 듣지 못한 범부들은 능히 싫어하여 욕심을 떠나
解脫(해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 · 어리석고 듣지 못한 범부들은 차라리 四大로 된 몸에 대해서는 我와 我所에 얽매일지언정 識에 대해서는
我와 我所에 대해서 얽매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 · · 心意識은 밤낮으로 때를 다투어 須臾(수유) 지간에도 轉變(전변)하고 다른 것으로 생겨나서 다른
것으로 멸하기 때문이다.
몸에 대해서는 빨리 벗어날 수 있지만 識의 집착에 대해서 생기는 我와 我所에 대해서는 벗어나기 힘들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
經文에서는 心意識(심의식)의 용어가 나올 뿐만 아니라 刹那生滅(찰라생멸)하는 心의 작용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시 말해 心은 육체 속에
존재하여도 육체는 이 心에 의해 유지된다.
이때의 心은 有身根(유신근)을 집수하는 阿賴耶識(아뢰야식)으로 볼 수 있는데 阿賴耶識은 모든 業力(업력)을 보관하여
다음 몸을 받는 주체의 역할을 한다. 雜阿含(잡아함) 294경에서는 緣起를 설명하면서 識을 통해 다시 몸을 받는다는 윤회사상을 설하고
있다.
어리석어 (진리를) 듣지 못한 범부들은 無明에 덮이고 愛緣(애연)에 매여 이 識을 얻는다.
몸 안에는 이 識이 있고, 몸 밖에는 名色이
있다.
이 두 가지 인연으로 觸(촉)이 생기고.· · · 저 어리석고 듣지 못한 범부들은
無明에 덮히고 愛緣에 매여 이 識身(식신)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無明을 끊지 못하고 愛緣을 다하지 못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다시 몸을 받는다.
다시 몸을 받기 때문에
生 · 老 · 病 · 死 · 憂 · 悲 ·
苦 · 惱(생노병사우비고뇌)에서 解脫(해탈)하지 못한다.
'몸 안에는 이 識이 있고, 몸 밖에는 名色이 있다'라고 하는 것은 안에 있는 識과 밖에 있는 名色이 다르다고 본 것이다.
후대
阿毘達磨佛敎(아비달마불교)에서는 모태 등에서 바로 발생할 때의 一刹那位(일찰라위)의 五蘊을 識이라 하고,
結生(결생)한 후 六處(육처)가 생기기 전의 중간의 모든 位를
총괄하여 名色으로 보았다.
즉 結生의 처음 刹那位(찰라위)의 五蘊(오온)을 識支(식지)에 포함시키고, 그 다음 刹那(찰라) 이후 色心(색심)이 비로소 생긴다고 본 것이다.
이때 眼 등의 四色根이 일어나지 않는 태내의 ?羅藍(?나람) 등의 五位를 名色支에 포함시킨 것이다.
결국 名色은 五蘊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고
몸 안의 識은 結生識을 의미하는 것이다.
瑜伽行派에서는 結生識(결생식)을 阿賴耶識(아뢰야식)의 기능으로 보고 있는데 阿賴耶識이 解脫(해탈)하지 못해서 윤회도상에
있다가 태내에 자리잡은 그 刹那識(찰라식)을 結生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緣起支分 중 識支(식지)의 기능은 輪廻(윤회)의 주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팔리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다음장으로 ->>계속->(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