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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序 論
識(식)의 의미는 初期經典(초기경전)에서부터 大乘經典(대승경전)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핵심적 사상을 담으며 발전해
왔다.
사전상 識이라 하면 梵語(범어)로 vijñàna, 巴利語(팔리어)로 viññà a, 西藏語(서장어)로
rnam-par- es-pa를 번역한 것으로 了別(요별)을 뜻한다.
그러나 사전상 識의 의미와는 달리 初期經典으로부터
阿毘達磨佛敎(아비달마불교), 대승의
瑜伽行派(유가행파)의 唯識思想(유식사상)에 이르기까지 識이란 불교용어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리 간단
하지만은 않다.
실제로 初期經典(초기경전)에서 나타나는 識의
의미는 경전성립의 新 · 古層(신·고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붓다의 교설내용도 그때그때 교화대상의 근기에 따라 달리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本考(본고)에서 다루려는 雜阿含(아함경)을 보더라도 원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면 간혹 발전된 교리도 담고 있다. 한 예를 들면
붓다 당시의
교설뿐만 아니라 滅後(멸후)의 제자들의 교설도 담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쇼카왕의 전기까지 다루고 있어 후대에 전개된 내용이 많이 첨가되어
있다.
그래서 本考에서는 문헌학적 고찰은 피하기로 하고 識에 관련된 부분을 전체적 체계로써 조망하면서 사상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初期經典으로 대표되는 阿含經이나 팔리경전을 조망해 볼 때, 識이란 용어가 매우 다양하게 쓰임을 알 수 있다.
初期經典에서는
識(vijñàna)이란 일반적으로 眼 · 耳 · 鼻
· 舌 · 身 · 意(안·이·비·설·신·의)의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이 그 각각의 대상인 色
· 聲 · 香 · 味 · 觸 ·
法(색·성·향·미·촉·법)과
만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정신현상으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멸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識의 논리를
때로는 한 生에서 다른 生으로 轉移(전이)할 수 있는 生命原理(생명원리)로 보기도 하고, 生死(생사)의 문제와 결부시켜 再生(재생)과 受胎(수태)의 결정적 요소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또한 初期經典에서는 객관을 인식하는 六識(육식)을 설하면서 동시에 識 자체를 실재적 존재를 일으키는 근본요인으로 상정하기도 하였다.
특히 十二緣起(십이연기)를 다룬 대부분의 경전에서는 識을 名色(명색)과의 相依相關(상의상관)에 의해서 일어나는 緣起生(연기생)으로 說하면서도, 간혹 그 體性(체성)을 인정하여
실재적 생명체를 낳은 擔持者(담지자)의 기능으로 說하고 있다.
初期經典에서 다룬 전반적 識의 의미도 대체로 그러하지만 雜阿含(잡아함)으로 국한하여도 識의 의미를 크게 개관하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色
· 受 · 想 · 行 · 識(색·수·상·행·식)의 五蘊(오온) 가운데 識이다.
이때의 識은 受 · 想 · 行과 함께 물질로 대표되는 色과 상대하여 정신작용의 전체를
담당한다. 그러므로 識은 정신작용(心所; 심소)과 그 작용의 주체(心; 심)로 볼 수 있다.
또한 雜阿含(잡아함)에는 六識(육식)의 識과 緣起(연기)의 識支(식지)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다루고 있으나, 일부 經文(경문)에서는 緣起支(연기지)의 識은 識蘊(식온)과 六識(육식)까지 포함하고 있다.
둘째, 여섯 개의 감각기관(六根;
근)이 여섯
개의 대상(六境; 경)에 대해 인식하는 六識이다. 즉 眼(안) 등의 根(근)을 所依(소의)로 하여 色(색) 등의 境(경)을 了別(요별)하는 眼(안) 등의 諸識(제식)이다.
이 六識의
작용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十二緣起의 識支와 五蘊의 識과 매우 밀접한 교학체계를 이루고 있다.
셋째, 十二因緣(십이인연)의 識이다.
緣起支(연기지)의
'行에 緣(연)하여 識이 있다'고 할 때의 識支(식지)는 인식판단의 의식작용으로서의 識과 인식 판단의 주체로서의 식이 있다.
前者는 六識의
前五識(전오식), 즉 眼識·耳識·鼻識·舌識·身識에 해당하고
後者는 意識에 해당한다.
雜阿含(잡아함)에서는 識支(식지)의 내용을 거의 六識(육식)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識支(식지)는 잠재의식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六識(육식)의 요별작용보다는 폭넓은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識支(식지)가 모든 과거의
業力(업력)을 담는 輪廻(윤회)의 주체로서 상정되고 교학의 근간으로서는 六識(육식)과 識蘊(식온)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六界(육계)의 識과 四食(사식)의 識에도
나타나지만 모두 十二緣起(십이연기)의 識支(식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本考에서는 雜阿含(잡아함)에서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識의 사상적 의미를 획일적 구조로써 조망하면서 살펴보고자 한다.
즉
五蘊과 六識과 十二緣起의 식의 상호간의 관계를 밝혀 [雜阿含]에서 다루는 識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둘째, 붓다 당시
外敎(외교)에서 설하는 실재론적 아트만과 불교의 無我說(무아설)과의 관계에서 識理論(식이론)이 어떤 교량적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셋째,
阿毘達磨佛敎(아비달마불교)를 걸쳐 대승불교의 瑜伽行派(유가행파)에서는 十二緣起(십이연기)의 識支(식지)를 輪廻(윤회)의 주체로 보고 있는데, 그 맹아를 근본교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상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텍스트로는 4부 [阿含經(아함경)]을 근간으로 하고 상위하는 점이나 비교해야 할 부분에서는 팔리경전을 참고로 하기도
한다.
II. 五蘊의 識(오온의
식)
1. 일반적 五蘊說
일반적인 五蘊(pañca skandhàh)의 개념을 간단히 언급하면 色(rùpa)은
물질로서의 육체이고, 受(vedanà)는 苦 · 樂 등의 감수작용, 想(sañña)은 개념표상의 取象作用(취상작용) 또는 心象(심상:
mental
image)이며, 行(sà?khàra)은 의지작용 및 그밖의 형성작용이다.
다음으로 識(viññàna)은
의식판단의 의식작용을 의미한다. 初期經典(초기경전)에서는 우리의 心身(심신)이 色
· 受 · 想 · 行 · 識의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러한
五蘊(오온)의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가면서 우리의 심신뿐만 아니라 환경 전체를 포괄하여 內外(내외)의 물질계와 정신계 일체를 포함하게 된다.
종합하면 色蘊(색온)은 所有(소유)의 色法(색법)의 모임을 지칭하고,
受蘊(수온)은 苦
· 樂 · 捨(고·낙·사) 및 眼觸(안촉)에서 생겨나는 여러가지 受(수)를, 想蘊(상온)은 眼觸(안촉) 등에서 생겨나는
여러가지 想(상)을,
行蘊(행온)은 色
· 受 · 想 및 識을 제외한 나머지 일체의 有爲法(유위법)을, 識蘊(식온)은 眼識(안식) 등의 諸識(제식)의 각각의 모임을 지칭한다.
이러한 五蘊에 대해 雜阿含(잡아함)에서는 五蘊의 부정을 통하여 현세의 고통을 벗어나서 解脫(해탈)할 수 있다고 보았다. 雜阿含
1권,
23경에서 붓다는 아들 羅후羅(라후라)에게 五蘊의 괴로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羅후羅여, 비구가 만약 이 識身(식신)과 밖의 경계의 一切相(일체상)에 대하여 我
· 我所見 · 我慢 · 煩惱(아·아소견·아만·번뇌)의 매임이 없으면 이러한 비구는 愛欲(애욕)을
끊었다고 한다.
붓다는 識身과 밖의 경계의 모든 것에 대하여 내가 있다는 개념, 나의 잘못된 인식, 我慢心(아만심), 번뇌를 끊으면 무시이래 공존하는
愛欲(애욕)을 끊을 수 있다고 보았다.
經文(경문)은 더 나아가서 五蘊(오온)을 앎으로써 涅槃(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까지 하였다.
여기서 識身(식신)은 識蘊(식온)을
의미하므로 五蘊說(오온설)은 六識(육식)과 연결된다.
[雜阿含(잡아함)] 2권, 29경에서는 종자를 뿌리종자
· 줄기종자 · 마디종자 · 자연히 떨어진 종자
· 열매종자로 나열하고 五蘊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이 다섯 가지 종자는 비유하면 取陰(취음)과 識이며, 地界(지계)는 비유하면 識이 머무르는 네 곳이며, 水界(수계)는 비유하면 貪喜(탐희)이다.
四取陰(사취음)이 서로 攀緣(반연)하여 識이 머무르나니 어떤 것이 넷인가
?
色 안에 識이 머물러 識을 攀緣(반연)하고, 貪喜(탐희)로써 윤택하게 하고 生長(생장)하고
增廣(증광)한다. 受 · 想 · 行 중에 識이 머물러 受 ·
想 · 行을 攀緣(반연)하고 貪喜(탐희)로써 윤택하게 하고, 生長(생장)하며 增廣(증광)한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識은
그것들 안에서 오거나 가고, 머무르고 지나가며, 生長하고 增廣한다.
비구들이여, 만일 受
· 想 · 行 · 識을 떠나서 識이 오고 가고 머물고
생긴다면, 그것은 다만 말만 있을 뿐이요, 물어보아도 알 수 없고 더욱 의심만 생기게 할 뿐이다. 왜냐하면 境界(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色 안에도 識이 머물고 다시 色을 攀緣(반연)하여 갖가지 형상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았다.
[雜阿含] 전반에 걸쳐 五蘊을 설한 經文(경문)은
대개 五蘊의 苦 · 無常 · 無我(고·무상·무아)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위 經文은 識蘊(식온)을 보다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受
· 想 · 行 · 識 모두에
識이 머물고 있다'고 하는 내용은 識의 取象作用(취상작용)의 개념보다는 더 포괄적인 心(심)의 개념을 담고 있다. 대승불교 중에서 특히 瑜伽行派(유가행파)에서는
이러한 識을 阿賴耶識(아뢰야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第六識(제육식)이 五取蘊(오취온)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 작용이 雜阿含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雜阿含 39경의 내용은 40경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되고 있다.
비구들이여, 四取陰(사취음)을 攀緣(반연)하여 識이 머문다. 어떤 것이 四인가. 色에 집착하여 識이 머물고 受
· 想 · 行에 집착하여 識이
머문다.
위 經文은 色
· 受 · 想 · 行의 四取陰(사취음)에 識이 머문다고 하였다. 이때 五取陰(오취음)은 五受陰(오수음)이라고도 하고 번뇌에서 생기고 혹은 번뇌를 生(생)하게
하는 有漏(유루)의 五蘊(오온)을 말한다.
蘊(온)은 有漏(유루) ·
無漏(무루)에 통하고 取蘊(취온)은 오직 有漏(유루)에만 있는 것이므로 이때에 四取陰을 攀緣(반연)하여 머무르는 識은,
결국 번뇌를 동반한 마음의 작용이다.
그러나 [雜阿含]에서는 五取蘊(오취온) 중에 실제로 '나'가 없다는 無我說(무아설)이 중요하게 설해지고 있다.
雜阿含(잡아함) 3권에 五蘊無我(오온무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色은 無我요, 이 色은 무너지는 것이요, 受
· 想 · 行 · 識도 無我요, 이 色은 있는 것이 아니며, 受
· 想 · 行 · 識도 있는 것이
아니다. 이 色은 무너지는 것이요, 受 · 想 · 行 · 識도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我가 아니며 我所도 아니다. 我
· 我所(아·아소)는 있는 것이
아니며 이와같이 해탈하는 자는 곧 五下分結(오하분결)을 끊는다.
이것을 통해 볼 때, 五蘊은 모두 무너지는 것이므로 我와 我所가 아닌 것이다.
육체라고 하는 것은 몇 개의 물직적인 요소들의
모임이고,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감각기관들과 그것에 해당하는 대상들간의 접촉에서 발생되는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물질과 정신의 관계에 대하여 雜阿含 2권, 41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어떻게 識을 여실하게 아는가? 이른바 六識身(육식신)이니 眼
· 耳 · 鼻 · 舌 · 身 ·
識身(식신)이다.
이를 識이라 하니 이와같이 識을 여실히 안다.
어떻게 識의 모임을 여실히 아는가? 名色(명색)의 모임이니 이와같이 識의 모임을 여실하게 안다.
經文(경문)은 識의 모임을 물질과 정신의 결합을 의미하는 名色(명색)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識의 내용은 無明
→ 行 → 識 → 名色으로 이어지는 緣起支(연기지)를
상정하고 있다. 결국 識蘊(식온)이 六識(육식)이며 六識(육식)의 모임을 名色(명색)이라 본 것이다.
雜阿含은 구조적으로 교학의 획일적 체계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사상면에서는 五蘊(오온)의 교학체계가 緣起(연기)의 교학체계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하에서 大乘瑜伽行派(대승유가행파)에서는 識支(식지)를 모든 行을 담는
담지자의 기능으로 발전시켰던 것이다.
識蘊이 緣起에 연결되듯이 雜阿含 11권, 276경에서는 六識이 緣起支(연기지)에 연결됨을 보이고
있다. 또한 六根(육근)이 六境(육경)을 접해서 일어나는 識(식)의 無常(무상)함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고 있다.
비유하면 기름으로 인해, 심지로 인해 등불이 밝혀진다. 그러나 저 기름은 無常(무상)하며, 심지 또한 無常하며, 불 또한 無常하며,
그릇(등잔) 또한 無常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름도 없고, 심지도 없으며, 불도 없고, 그릇(등잔)도 없지만, 의지하게 되어
일어나는 등불은 항상 머물고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면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은 옳은 말을 하는 것인가
?
여기서 '등불은 항상 머물고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붓다 당시 인도정통파 사상의 근간을 이룬 有我理論者(유아이론자)를 지칭한 것이다.
初期佛敎(초기불교)에서 붓다는 '존재하는 것은 오직 五蘊(오온)이다. 오직 色 내지 識만이 존재하고 그 속에 自我(àtman)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無我觀(무아관)을 제1원칙으로 삼았다.
붓다는 一切法(일체법)에서 회통하고 있는 唯識(유식)의 논리를 내면적으로 채택하면서도, 표면적으로 五蘊(오온)의 無我性(무아성)과
無常性(무상성)을 근본으로 하는 인도 정통파의 고정불변하는 영혼이나 힌두이즘의 自我(àtman), 쟈이나의 生命原理(생명원리)로서의 지바(jìva) 등을
철저히 부정하였다.
2. 五蘊의 相續(오온의 상속)
앞 절에서는 雜阿含(잡아함)에 나타나는 五蘊의 識思想(식사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초기의 붓다 교설은 五蘊의 苦
· 無常 · 無我(고·무상·무아)로 일관한다. 그러나
점차 緣起說(연기설)과 六識說(육식설)과 접목시키기 위해 六根說(육근설)과 결합하면서, 인간의 心과 身을 결합시키는 經文(경문)이 나타나고 있다.
眼(안)이 色(색)을 緣(연)하여 眼識(안식)이 생기며, 세 가지가 화합하면 觸(촉)이 생겨나며, 觸(촉)은 모두 受
· 想 · 思(수상사)를 낸다. 이 四無色陰(사무색음)과 안색 등의
이와 같은 법을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위 경문은 六根(육근)과 六識(육식)이 결합한 法을 인간이라 밝히고 있다. 이때의 識은 識別作用(식별작용)을 나타낸다.
五蘊을 설한 오래된 경전에서는
주로 五蘊(오온)이 無我(무아)임을 강조하지만, 점차로 五蘊 중의 識(식)의 내용이 강조되면서 다른 敎學(교학)과도 연결되고 있다.
識別作用(식별작용:
vijñàna)이 인간존재의 근본적인 主宰的(주재적) 원리로 상정된 사상적 기원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고대 우파니샤드에서는 절대자를
純粹認識(순수인식:識, vijñàna)이라 규정하고 그것을 브라만과 동일시하였다.
인도철학 전반을 통해 識이라는 단어를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대부분은 純粹認識(순수인식)으로서 구극의 원리인 브라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았다.
붓다는 항상 전 교리를
통해 사상의 핵심으로서 無我(무아)와 緣起(연기)를 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初期經典(초기경전)에서는 구극의 원리로의 識(viññàna=vijñàna)의 의미가 나타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邊際(변제)없이 모든 곳에서 빛나는 識(식)이 있고, 그것은 地(지)의 地性(지성)으로서도 知覺(지각)되지 않는 것이다. 水(수)의 水性(수성)으로서도
지각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곳에서 빛나는 識'이라는 一句(일구)를 통해 識의 내용이 우주에 편만한 佛性과 같은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初期經典(초기경전)의
대부분의 經文(경문)에서는 識(식)을 구체적인 경험적 현상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 보고, 感官(감관)에 의한 경험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識을 본질로 하는 아트만을 상정하는 그 자체를 형이상학적 문제로 취급하였다.
그래서 일부학자들은 불교의 無我說(무아설)과 윤회사상은
서로 모순된다고 반박하기도 하였다.
붓다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無記說(무기설)로 대치하였지만 無記說 자체가 識의 논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초기의 五蘊說(오온설)에서는 識을 인간존재를 구성하는 色 ·
受 · 想 · 行(색·수·상·행)과 대등한 위치로 고찰하였지만 점차 身
· 心(신·심)의 統一存在意識(통일존재의식)이라는
문제에 접해서는 역시 識의 기능을 간과할 수 없었다.
意識(의식)의 통일을 성립시키는 원리로서 識을 우선으로 놓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識 자체가 다른 제구성요소와 달리 내부에 존재하고 있어 지각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五蘊이 無我임을 계속 설하면서도 五蘊의 다른 相續(상속)도 설하는 것이다.
業報(업보)는 있지만 지은 사람도 없으니 이 五陰(오음)이 멸하고 나면 다른 五陰이 相續(상속)한다.
受者(수자)로서의 自我(자아)는 없지만 五蘊(오온)의 인과적 相續(상속)은 인정하고 있다. 이때 인과적 相續은 고정불변하는 아트만적 요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非有非無: 비유비무) 계속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五蘊의 전환논리는 후대 阿毘達磨佛敎(아비달마불교)에서
발전되었다. 阿毘達磨의 상속이론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예를 들자면 化地部(화지부)에서는 蘊(온)을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一刹那(일찰나)로
生滅(생멸)하는 一念蘊(일념온)과, 죽을 때까지 항상 隋轉(수전)하는 一期生蘊(일기생온)과, 金剛喩定(금강유정)에 이를 때까지 항상 隋轉(수전)하는 窮生四蘊(궁생사온)을 설명하여 蘊의 상속을 인정하고
있다.
化地部(화지부)에서는 初期佛敎(초기불교)에 나타나는 六識의 내용을 生死相續(생사상속)의 본질로 삼기에는 그 교리상 미흡함이 있었으므로, 항상 전환하며 끊이지
않는 識을 窮生四蘊(궁생사온)이라 한 것이다.
또한 같은 내용으로 大衆部(대중부)에서는 根本識(근본식)을, 說假部(설가부)에서는 有分識(유분식)을 상정하였다.
初期經典의 대표적인 교설 중 六根說은 六師外道(육사외도)가 주장한 존재본질의 불변성에 대한 인과적 과정설을 규정한 데 반해
五蘊說은 간혹
相續(상속)이란 단어를 쓰면서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에서 더욱 나아가 相續性(상속성)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六根說(육근설)을
인식설로 발전시킨 六識說(육식설)은 五蘊의 相續性(상속성)의 주체에 대해 교량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六識說은 五蘊의 相續性을 말하기 위해 心身(심신)을
결합하는 관점에서 조직하였다고 볼 수 있다. 色 · 受 · 想
· 行 · 識이 六識說을 예상하지 않게 되면 六師外道(육사외도)의 地
· 水 · 火 · 風 · 命 ·
我 · 苦 · 樂과
똑같이 원소적 실재가 되기 때문이다.
色 · 受 · 想 ·
行 · 識은 根境(근경) → 識(식) → 觸(촉) → 受
· 想 · 思(수·상·사)의 인과관계 중에 있는 것이며 六師外道(육사외도)의 원소적
실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오온의 상속성과 관련하여 雜阿含(잡아함) 1권, 22경에서 五蘊을 過去(과거)
· 未來(미래) · 現在(현재), 內 ·
外(내·외)로 해석하는 부분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나, 미래나, 현재나, 안의 것이나, 밖의 것이나, 거친 것이나, 미세한 것이나, 좋은 것이나, 추한 것이나, 먼 것이거나,
가까운 것이거나 모든 존재하는 色은 저것 모두 다 無常(무상)임을 觀(관)하여 알아라.
無常을 관하고 나면 色에 대한 사랑은 곧 제거되며 色에
대한 사랑이 제거되고 나면 마음이 잘 解脫(해탈)하게 된다. 受 · 想
· 行 · 識도 ···
이와같이 관하라.
五蘊이 다르면서도 하나임을 알지 못하면 바로 물질과 정신의 집착이 생기므로 過去
· 現在 · 未來로 五蘊은 相續(상속)되는 것이다. 그러나
五蘊의 시간과 공간의 다양성을 알아 觀(관)하게 되면 마음은 오온의 상속에서 解脫(해탈)하게 된다.
五蘊에 대한 사랑을 제거한다는 것은 다른
五蘊(오온)을 하나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輪廻(윤회)하는 것은 三世內外의 五蘊이며, 解脫(해탈)하는 것도 三世內外(삼세내외)의 五蘊이다. 輪廻(윤회)의 주체와 解脫(해탈)의
주체는 결국 같은 것이다.
五蘊說(오온설)은 輪廻(윤회)에서의 解脫(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교리이기 때문에 상속논리와 함께 無我業을 설하는 것이다. 그래서
雜阿含 13권, 335경에서는
"비구들이여, 眼(안)이 생길 때에는 오는 곳이 없고 멸할 때에도 가는 곳이 없다. 이와같이 眼은 진실이
아니면서 생기고, 생겼다가는 멸해버리니 業報(업보)는 있지만 作者(작자)는 없다"라고 설하는 것이다.
三世內外의 五蘊의 동일성은 常住(상주)이며, 解脫者(해탈자)는
이 동일성을 증득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初期經典에서는 열반을 不壞法(불괴법)이라 설한다.
또한 이 동일성은 일체 존재의 동일성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가이 헤아릴 수 없는 寂滅涅槃(적멸열반)이라 한 것이다. 五蘊의 동일성에 대해 阿含經(아함경) 5권, 109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說(설)하고
있다.
어리석어 (진리를) 듣지 못한 凡夫(범부)는 色이 我이며 我와 다르다고 보며, 我에 色이 있고, 色에 我가 있다고 본다.
受 · 想 · 行 · 識은 我이며 我와 다르다고 보며, 我에 識이 있고, 識에 我가 존재한다고 본다.
무엇을 色이 我라고 보는 것인가
? ··· 地는 我이며 我는 地이며 我와 地는 오직 하나요 둘이 아니다. ··· 무엇을 色이 我가
아니라고 보는 것인가. ··· 저기에서 受가 我라고 보면 受가 我라고 보고 나서 ··· 色을 我所(아소)라고 본다. 受
· 想 · 行 · 識을 我라고
본다.
범부는 色이 我이며 我와 다르다고 보고 我에 色이 있고 色에 我가 있다고···계속->>>(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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