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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
계속 ↙
그렇다면 연원은 오래되었으나 육경에는 그 쓰임이 없었던 이
용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인도의 개념이 중국어로 번역되면서 가장 근접된 의미를 포함한 용어를 선택하고, 그 중국화된 용어가 또
변화되면서 한국사회에 수용되었다고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각 국가의 문헌자료라고 본다.
인도의 경우,
출가자가 아닌 재가(Kula-pati), 출신가문이 훌륭해야 하는 Kula-putra,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Grha-pati적 인물로 정의되면서, 金剛婆羅密多經(금강바라밀다경)에는 kula-putra형의 인물이 자주 보이고,
또한 維摩經(유마경)에서는
"居士有二, 一廣積資財 居財之士 名爲居士, 二在家修道 居家道士 名爲居士
(거사유이,
일광적자재 거재지사 명위거사, 이재가수도 거가도사 명위거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 오게
되면 北宋代(북송대)에 편찬된 祖庭事苑(조정사원) 제3에서 거사에 대한 제설을 종합하여 '四德(사덕)을 갖춘 사람을 거사라 칭한다' 하고,
그 사덕을 ①
仕官(사관)을
求(구)하지 않을 것, ② 욕심을 적게 하여 德(덕)을 쌓을 것, ③ 財産(재산)을 소유하여 크게 富豪(부호)할 것, ④
道(도)를 지켜 自悟(자오)할 것 등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는 三國遺事(삼국유사)에서 그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상기한 것과 같이
[삼국유사]에는 8곳에서 거사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검토해 보면
인도나 중국에서 거론된 것처럼, 재물을 지닌 자로서 도를 닦는 이는 몇 명 안되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거사라는 명칭은 고려에서도 확인된다. 그 예를 들면..
청평거사 李資玄(이자현)을 비롯하여 尹世儒(윤세유), 鄭晏(정안), 朴仁碩(박인석), 安置民(안치민) 등인데,
이들을
중심으로 고려 중기에 이루어진 하나의 특징적인 불교신앙을 '居士佛敎(거사불교)'로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 생각에는 '고려 중기의 하나의
특징적인 경향으로서의 居士佛敎'라고만 이해한다면 한국 불교사회에서의 특성을 간과해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엄연히 성격이 다른 거사
집단들이 삼국유사를 포함하여 도피안사 조상기와 같은 자료들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① 述宗公(술종공)이 朔州都督使(삭주도독사)가 되어 임지로 가는데 이때 삼한에 병란이 있어 기병 삼천으로 하여금 이를 호송하게 하였다. 일행이
竹旨嶺(죽지령)에 이르니 한 居士가 그 고갯길을 닦고 있었다. ··· 이에 공이 말하였다.
"필경 거사는 우리 집에 태어날 것이다." 공은 다시
군사를 보내어 고개 위 북쪽 봉우리에 장사지내고 돌로 彌勒(미륵)을 하나 만들어 무덤 앞에 세워 놓았다.(三國遺事
卷第2 紀異第2
孝昭王代竹旨郞條)
② 信孝居士(신효거사)라는 이가 있었는데 儒童菩薩(유동보살)의 化身(화신)이라고도 한다.
그의 집이 공주에 있었는데 효성을 다하여 어머니를 봉양했다. ···
후에 그는 출가하여 자기 집을 내놓아 절로 삼았는데 지금 孝家院(효가원)이다. ··· 길에서 늙은 부인을 보자 살 만한 곳을 물었더니 부인은
말했다.
"서쪽 고개를 지나면 북쪽으로 향한 골짜기가 있는데 살만 합니다." 말을 마치자 보이지 않았다. 거사는 그것이 觀音菩薩(관음보살)의
가르침인 줄 알고 곧 省烏坪(성오평)을 지나 慈藏法師(자장법사)가 처음 띠집을 지은 곳으로 들어가 살았다.(三國遺事
卷第3 塔像第4
臺山月精寺五類聖衆條)
③ 이에 石南院(석남원)을 세우고 文殊大聖(문수대성)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이에 어떤 늙은 거사가 남루한 방포를 입고 칡으로 만든 삼태기에 죽은
강아지를 담아 메고 와서 侍者(시자)에게 말했다.
"慈藏(자장)을 보러 왔다." 시자는 말했다. "내가 좌우에서 시종한 후로 아직 우리 스승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보지 못했는데,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처럼 미친 말을 하느냐." "다만 너의 스승에게 아뢰기만 해라." 시자가
들어가서 아뢰니 자장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말했다.
"아마 미친 사람인가 보다." 문인이 가서 내쫓으니 거사는 말했다. "돌아가겠다,
돌아가겠다. 我相(아상)을 가진 자가 어찌 나를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삼태기를 거꾸로 터니 개가 변하여 獅子寶座(사자보좌)가 되었는데 거기에 올라
앉아 빛을 나타내고는 가 버렸다.(三國遺事 卷第4 義解第5 慈藏定律條)
④ 김유신은 일찍이 한 늙은 거사와 교분이 두터웠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때 공의 친척 秀天(수천)이
오랫동안 악질에 걸려 있었으므로 공은 거사를 보내어 병을 진찰하게 했다. 때마침 수천의 친구 因惠師(인해사)가 ··· 인혜는 그의 말에 따랐다.
거사가 손가락으로 튀기는 한 소리에 인혜는 공중으로 거꾸로 올라갔는데 이것이 한 길 가량이나 되었으며 한참만에 천천히 거꾸로 내려와
머리가 땅에 박혀 말뚝처럼 우뚝 섰다.(三國遺事 卷第5 神呪第6 密本최邪條)
⑤ 憬興(경흥)이 어느날 대궐에 들어가려 했다. 시종하는 이들이 동문 밖에서 먼저 채비를 차리니 말과 안장은 매우 화려하고 신과 갓도
제대로 갖추었으므로 길 가던 사람들은 길을 비켰다.
그때 거사 한 사람이(사문이라고도 한다) 모습은 몹시 엉성한데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등에는 광주리를 지고 와서는 하마대 위에서 쉬고 있었는데 광주리 속을 보니 마른 물고기가 있었다.
시종하는 이가 이를 꾸짖었다.
"너는 중의 옷을 입고 어찌 깨끗하지 못한 물건을 지고 있느냐." 중이 말했다. "산 고기를 두 다리 사이에 끼고 있는 것보다 시장의
마른 고기를 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말을 마치자 일어나 가
버렸다.
··· 남산 문수사 문 밖에 이르러 광주리를 버리고
숨었는데 지팡이는 文殊菩薩像(문수보살) 앞에 있고 마른 고기는 바로 소나무 껍질이었다.(三國遺事
卷第5 感通第7 憬興遇聖條;경흥우성조)
⑥ ··· 成佛(성불)을 위해 侍士(시사) □龍岳堅淸(□용악견청)과 이때에 □覓居士(□멱거사)와 일천오백여 인이 結緣(결연)하여 ···[鐵原 到彼岸寺 毗盧遮那佛 造像記(철원 도피안사 비로차나불 조상기]
⑦ 陰記(음기) …… 鐵丈(철장) 能貳居士(능이거사)[榮豊 境淸禪院 慈寂禪師 凌雲塔碑文(영풍 경청선원 자적선사 능운탑비문)]
상기한 7개의 기사는
[삼국유사]의 8개 기록 중에서 재가신앙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5개의 내용과 다른 자료를 통하여
보이는 2개의 용례를 정리한 것이다. 이 자료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거사의 성격과 관련된 부분이다.
⑤의 내용 가운데는 원주에
"一云沙門(일운사문)"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기사에 한해서만 거사가 아닌 승려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인지, 거사를 승려의 異稱(이칭)으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두 해석이 있을 수 있다.
三國遺事의 다른 기사와 비교할 때, 두 개의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승려와 거사는 분명 다르지만 준승려에 해당하는 이들을 거사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⑦의 비문
내용에서, 물론 철장이라는 구분이 있지만, 거사와 재가신도들을 구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①의 居士(거사) = 彌勒信仰(미륵신앙) =
花郞道(화랑도)의 구조는 당대의 사회인식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다. 화랑을 미륵의 화신으로 생각하고 거사를 화랑으로 재생하기 전의 모습으로
이해하고 있는 점은, 거사라는 사회적 신분이 당대에 어떻게 인식되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긍정적인 이해는 ②,
③, ④의 기록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곧 유동보살로 불리며 孝(효)를 행하고 후에는 집을 내놓아 절로 삼고 결국은 자신도 도를 행하게
되는 신효거사, 자장의 귀족적 성향에 따끔한 일침을 놓은 문수보살의 화신은 거사의 형상을 띠고 있었고,
거만한 승려의 버릇을 고쳐
놓은 이도 거사의 신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거사들은 ⑥의 내용처럼 일천오백여 인의 무리와 더불어 불사를 행하는 □覓居士(□멱거사)처럼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이상 거론한 것처럼 '거사'라는 계층은 불교사회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언위와 같은 인물은
어디에 가까운가 ? 물론 기록이 보이지 않아 거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말년까지 관직생활을 해나가며 불교에 조금씩
심취했던 그의 생활은 거사와 같은 존재로 생각해도 별 무리 없다고 생각된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신라 중대부터 귀족들을
중심으로－지배층이라 해도 좋다－사찰의 조성, 탑의 건립과 보수 등 많은 불사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들의 생활은 승려 이상으로
열성이 가득했던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Ⅲ. 崔彦위의 佛敎認識과 그 性格
1. 崔彦위와 교류했던 僧侶들과 在家信者들
최언위가 교류했던 불교계의 승려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확인해 주는 자료는 없으나,
그의 생애와 그가 찬했던 비문 가운데 門人(문인) 내지는 在學弟子(재학재자)로 自稱(자칭)하고 있는 것을 비교하면 윤곽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비문을
연대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奉化 太子寺 朗空大師 白月栖雲塔碑文 撰 〔916 924년. 立碑 광종 5년(954)〕― 門人 翰林學士 守兵部侍郞 知瑞書院事
賜紫金魚袋 臣 崔仁연
①
봉화 태자사 낭공대사 백월서운탑비문 찬 〔916 924년. 입비 광종 5년(954)〕―
문인 한림학사 수병부시랑 지서서원사 사자금어대 신 최인연
② 昌原 鳳林寺 眞鏡大師 寶月凌空塔碑文 篆 〔立碑 경명왕 8년(924)〕― 門人 朝請大夫 前守執事侍郞 賜紫金魚袋 崔仁연
②
창원 봉림사 진경대사 보월능공탑비문 전 〔입비 경명왕 8년(924)〕―
문인 조청대부 전수집사시랑 사자금어대 최인연
③ 海州 廣照寺 眞澈大師 寶月乘空塔碑文 撰 〔立碑 태조 20년(937)〕― 門人 元輔 檢敎尙書 左僕射 兼 御使大夫 權知
崔彦휘
③
해주 광조사 진철대사 보월승공탑비문 찬 〔입비 태조 20년(937)〕―
문인 원보 검교상서 좌복사 겸 어사대부 권지 최언휘
④ 長湍 五龍寺 法鏡大師 普照慧光塔碑 〔立碑 혜종 1년(944)〕― 결락……在學弟子官位姓名 皆於後□ …… 崔彦휘(裏面)
④
장단 오룡사 법경대사 보조혜광탑비
〔입비 혜종 1년(944)〕― 결락……재학제자관위성명 개어후□ ……
최언휘(이면)
상기한 비문의 찬술 연대는 최언위가 언제 중국에 건너가 빈공과에 급제하였는가가 기준점이 된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崔愼之(최신지) · 崔仁연(최인연) · 崔彦휘(최언위) 세 가지로서, 개명된 시기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없으나, 금석문상에도 시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언위의 입당 연대는 최치원이 찬술한
[遣宿衛學生首領等入朝狀(견숙위학생수령등입조장)]에 의해 효공왕 원년(897)으로 추정된다. 이 숙위학생의 명단 가운데에
崔愼之라는 초기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 그가 30세의 나이에 숙위학생으로 파견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崔仁연(최인연)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시기는 귀국한 다음으로 보이는데, 불교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불교의 종지를 유교의 것과 다르지 않은 '仁'으로
파악하는 경향은 일반적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최언위 자신도 [眞澈大師寶月乘空塔碑(진철대사보월승공탑비)]에서 慧能(혜능)을 이은 두 제자로 南岳懷讓(남악회양)과 靑原行思(청원행사)를 들며
"仁을 감당할 만한 그의 뛰어난 제자"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최언위라는 이름은 924년을 전후하여 개명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澄曉大師 寶印塔碑(징효대사
보인탑비)]에서 머리글에서는 찬자를 최언위라고 밝히고 있으나 뒤의 謙辭(겸사) 속에서는 "仁연(인연)은 재주가 吐鳳(토봉)이 못될 뿐만
아니라 학문도 亡羊(망양)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언위라는 이름이 924년경에는 아직도 일반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①, ②의 비문은 朗空大師(남공대사) 行寂(행적:832~916)의 생몰 연대가 眞鏡大師(진경대사) 審希(심희:855~923)보다도 상대적으로 늦으므로 찬술 연대는 자연스럽게 선후가 구별된다고 본다.
필자가 상기한 비문의 작성 연대에 치중하는 까닭은
최언위의 불교인식의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추출하기 위해서이다. 상식적으로 스스로를 문인이라고 칭했을 경우는, 학문이라면 학풍을
공통으로 한다는 것이고 종교라면 그 신앙이 같은 성향을 지닌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따라서 朗空行寂(남공향적)과 眞鏡審希(진경심희), 眞澈大師(진철대사)
利嚴(이엄: 866~932)과 法鏡大師(법경대사) 慶猷(경유: 871~921)의 불교인식을 밝힐 수 있다면 곧 최언위가 불교에 대해 어떠한 사고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언위에게 있어서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어느 시기에 정리되었고, 어떤 경향을 지녔을까
? 필자가 보기에는 신라
시절, 곧 그가 30세를 전후한 당으로 유학 가기 이전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생각은 그가 문인 내지는 재학제자로 자칭했던 비문의
주인공인 스님들의 행적을 통해서 나타나는 특성 때문이다.
곧 낭공 행적은 832년에 출생하여 최언위가 30세일 때는 이미 66세에 달해 있었다.
855년 官壇(관단) 福泉寺(복천사)에서 구족계를 받은
스님은 입당하여 수업한 후, 최언위가 18세 되던 해(885)에 귀국하여 梵日國師(범일국사) 通曉(통효)를 배알하고(889), 범일이 입적한 후에는
삭주 건자란야에 거주하였다가 왕성에 들어가 있었고(894~897), 말년에는 山野(산야)로 돌아갔다.
최언위는 행적이 귀국하여 사굴산의
범일과 함께 있었고 왕성에 머물렀다가 산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겪었던 행적의 사상과 신앙은 그에게
깊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심희는 최언위보다 13년 연상으로 당에 건너가지 않고 국내에서 수행하였다.
스님이 전남 강진에서
참선하는 동안(888 898) 진성대왕이 불렀으나 그 부름에 응하지 않았고, 효공왕도 正法(정법) 大德(대덕) 如奐(여환)을 보내 발우를 내리며
귀의하였으나 봉림사를 열어 포교에 힘쓰고 있다.
심희가 활동한 지역은 명주를 거쳐 金海(김해)
· 進禮(진예) 일대인데, 이곳에서 進禮城諸軍事(진예성제군사) 金律熙(김율희)를
만나고, 知金海府進禮城諸軍事(지김해부진예성제군사) 明義將軍(명의장군) 金仁匡(김인광)과도 만나고 있다.
한편 이엄은 32세로 최언위와 가장 근사한 나이의 젊은 스님이었고,
871년 출생한 법경 경유는 오히려 세 살이 적은 27세의 스님이었다.
이엄은 13세에 迦耶岬寺(가야갑사)의 德良律師(덕량율사)에게 들어가(878)
道堅律師(도견율사)에게 구족계를 받고(886), 896년에 당으로 건너가 명찰과 성지를 순례하고 돌아온다(911).
경유는 15세에 徹禪師(철선사)에게
배운 訓宗長老(훈종장로)에게 입실하여 近度寺(근도사) 靈宗律師(영종율사)에게 구족계를 받고(888), 이후 당으로 건너가 雲居道膺(운거도응:
?~902)의 禪을 전해 받고
돌아온다(908).
곧 최언위는 20 30의 가장 민감한 나이에, 귀국하여 명성을 날리던 행적과 강진에서 수행에 힘쓰며 많은 이들을 귀의시켰던
심희를 경험했고, 비슷한 연배였던 이엄과 경유스님과는 비슷한 시기에 당에 들어가, 최언위는 賓貢科(빈공과)에 전념하고 두 스님은 성지 순례와
당대 중국에서 명성을 날렸던 운거도응의 선을 배워 왔던 것이다.
이곳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최언위가 재가제자의 신분으로 모셨던 스님들
중 이엄과 경유는 曹洞宗(조동종) 계열의 운거도응의 선을 배웠던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하고, 이상의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불교계 스승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1) 朗空大師 行寂(832~916):
낭공대사
행적
朗空
行寂(낭공 행적)은 사굴산문의 通曉梵日(통효범일)에게 수학한 승려이다. 그의 비문에 의하면 行謙(행겸), 邃安(수안),
信宗(신종), 讓規(양규)와 드물게 여제자인 明瑤(명요)부인(石南山寺를 드림) 등이 보이고 있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손제자인 純白(순백)이 언급한 9명의
제자이다. 그 아홉은 다음과 같다.
龍潭式照, 乾聖讓景, 연□惠希, 惠襟允正, 淸龍善觀, 靈長玄甫, 石南逈閑, 嵩山可言, 太子本定
용담식조,
건성양경, 연□혜희, 혜금윤정, 청룡선관, 영장현보, 석남형한, 숭산가언,
태자본정
비문의 내용 가운데 건성원의 화상 양경이라고 되어 있는 구절이 있는데, 이 표현으로 볼 때 용담
· 건성 · 혜금 등은 사찰 이름으로
생각되나 구체적인 장소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석남은 경북 영일에 있었던 석남사를, 태자는 경북 봉화의 태자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이 9개의 사찰은 경북을 중심으로 하여 분포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들 말고도 비문에 표현된 信宗(신종)선사와 周解(주헤)선사, 林儼(임엄)선사 역시
최언위와의 교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眞鏡大師 審希(855~923):
진경대사
심희
眞鏡
審希는 鳳林山門(봉림산문)의 개창자이다. 그의 스승인 圓鑒玄昱(원감현욱)은 중국에서 南岳懷讓(남악회양)의 법을
이은 百巖懷暉(백암회휘)에게 心印(신임)을 받았다.
학계에서는 鳳林寺(봉림사)－玄昱(현욱), 高達院(고달원)－審希(심희)의 구도 속에서 봉림산문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고달원이 있는
慧目山(혜목산)으로 부를 것인가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심희에게 있어 중요한 사실은 진성여왕 당시 초청을 거절하고 있으나 경명왕의 초청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곧 신라라는 체제 안에서 심희가 수행자로서 활동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언위에게 있어 친신라적인가 아니면
반신라적인가를 따지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본다.
중국의 왕조가 변화되어 가고 누가 패권을 잡을지 모르는 시대상황 속에서
최언위 본인이 지향했던 태도는 적어도 반신라적인 모습은 아니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인물됨을 평가한다면, 소신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의 태도는 시세에 따르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심희에게 있어 또 하나 관련지어 이해해야 하는 인물은
蘇律熙(소율희)이다. 소율희는 이 외에도 朗空行寂(낭공행적), 眞澈利嚴(진철이엄)과도 관련되고 있는데, 최언위 역시 행적과 이엄의 문인임을 자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율희와의 관련성도 상당히 깊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眞澈大師 利嚴(866~932):
진철대사
이엄
眞澈
利嚴은 須彌山門(수미산문)의 개창자이다. 海東四無畏(해동사무외)의 하나였던 이엄은 최언위와는 각별했던
것으로 이해되지만, 수미산문 자체가 특별한 사자상승의 계보를 형성하지 않고 있어 그와 관련된 스님은 알 수 없다.
4) 法鏡大師 慶猷(871~921):
법경대사
경유
法鏡
慶猷는 해동사문외의 한 사람으로 獅子山門(사자산문)의 실질적인 개창자인 澄曉折中(징효절중)과도 사숙과
사질관계를 맺고 있다. 경유 역시 최언위와는 각별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비문에 나타난 檢校都□□事僧 釋定□ 第一座僧 釋장玄 院主僧
釋□希(검교도□□사승
석정□ 제일좌승 석장현 원주승 석□희)를 비롯한 승려들과
신성대왕을 비롯한 금弼 太匡 王□ 太匡 王湍 佐丞(금필
태광 왕□ 태광 왕단 좌승) 등의 재학제자들과의 교류는 당연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되나
구체적인 자료는 파악되지 않는다.
5) 無染國師(7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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