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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序 論
崔彦휘(최언휘:
868∼944)는 나말여초의 전환기를 지냈던 인물이다. 그의
생애는 [高麗史(고려사)]와 [高麗史節要(고려사절요)]를 통하여 어느 정도 알려져 있으나 그의 역사적 위상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최언위를 거론할
때 먼저 떠올리는 사실은 고승들의 행적을 金石文(김석문)을 통하여 남겨 놓았다는 점인데, 시대가 올라갈수록 사료가 부족한 역사학계의 현실에서
그가 撰(찬)한 碑文(비문)들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미 이 자료는 당대의 불교계와 사회 변화를 연구하는 데 상당한 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문의 撰者(찬자)인 최언위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언급만이 있었을 뿐 그의 인식이나 정치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고려시대의 문화를 학문과 정치적으로는 유교에 근본을 둔 사회로, 신앙적으로는 불교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인식 태도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고려사회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는 당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사유체계가 반드시 규명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본고의 작성은 이런 의도하에서 시작되었으나,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최언위의 현실인식을 다룬 논문과 그 정치적 활동과 위상을 논한
논고가 발표되었다.
논문을 작성하면서 많은 교시를 받았으나 동시에 주제도 한정되게 되었다.
따라서 본고는 최언위가 지녔던 불교신앙의
모습을 '在家佛敎信仰(재고불교신앙)'이라는 범주 안에서 취급하여,
제2장에서는 재가불교신앙의 기본적 사상이라고 이해되는 菩薩戒觀(보살계관)이 나말여초 시기에
어떻게 인식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동시에 그 신앙의 양상에 대해서 거론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비문을 통하여 그의 불교인식을
살펴본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그가 門人(문인) 내지는 在家弟子(재가제자)로 자처했던 스님의 비문을 중심으로 하여 그의 불교계 스승과 불교에 대한
인식과 신앙에 대해서 접근하고자 한다.
Ⅱ. 菩薩戒觀과 在家佛敎信仰
1. 羅末麗初의 菩薩戒觀
菩薩戒(보살계)는 大乘의 보살들이 받아 지니는 계율로서 달리 표현한다면 불교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倫理觀(윤리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佛法이 國家(국가)의 倫理(윤리) 기반으로 존재했고 국왕도 菩薩戒를 受持(수지)하였던 고려사회에서는 보살계를
'時代精神(시대정신)'이라고 말해도 크게 잘못된 이해는 아닐 것이다.
대승의 보살을 在家 出家(재가
· 출가)를 막론하고 大乘法(대승법)을 수행하는 이라고 정의할 때,
보살계관의 변화를 통하여 그 특성을 살피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곧 출가승려의 입장에서는 교리의 발전과 함께
수행법이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성격은 어떠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고, 재가신자의 입장에서는 불교의 교리를 어느정도까지 수용하여
생활화했느냐 하는 점을 밝히는 작업일 것이다.
최언위의 불교인식을 살펴봄에 있어서 먼저 당대의 보살계관이 어떠했는지를 고찰하려는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보살계는 통틀어 三聚淨戒(삼취정계)를 말하는데, 세분한다면 梵網戒(범망계)와 瑜伽戒(유가계)의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梵網戒는
梵網經에
의하여 受戒(수계)하는 것으로 10重戒(중계)와 48輕戒(경계)를 의미하고, 瑜伽戒(유가계)는
[瑜伽師地論(유가사지론)]의 菩薩地品(보살지품)인 [善戒經(선계경)]에 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될 부분은 화엄경의 실천도덕으로서, 중국의 승려는 물론 元曉(원효) ·
義寂(의적) · 勝莊(승장) · 太賢(태현)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던 범망계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원효 이래의 갖추어진 보살계보다는 바로 전대인 圓光(원광:
542 640)의 보살계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님이 지녔던 보살계관은 주로 三國史記(삼국사기)와 三國遺事(삼국유사)에서 확인되는 世俗五戒(세속오계)를 통하여 그 성격이 드러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상세하게 정리된 연구성과가 있어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이에 따르면, 圓光의 世俗五戒를 佛敎敎理(불교교리)의 新羅的(신라적) 觀點(관점)이라는 면에서 그 특성을 고찰하고 있는데,
事君以忠(사군이충) · 事親以孝(사친이효)
· 交友以信(교우이신) · 臨戰無退(임전무퇴)
· 殺生有擇(살생유택)의 世俗五戒는 儒敎的(유교적)인 측면의 강조라기보다는 佛敎的인 淵源(연원)을 생각해야 한다 하고,
忠(충)
·
孝(효) · 仁(인)에 대한 것도 阿含經(아함경) · 仁王護國般若波羅密經(인왕호국반야바라밀경)
· 梵網經(범망경) 등이 그 理論的(이론적) 根據(근거)였다는 것이다.
효에 대한 경우를 예로 든다면, 그
이론적 근거를 無量壽經(무량수경)과 觀無量壽經(관무량수경)에서 찾고 있는데 그에 대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一者孝養父母 奉事師長 慈心不殺 修十善業(일자효양부모
봉사사장 자심불살 수십선업)
②
佛信 其二惡者 世間人民父子兄弟室家夫婦 都無義理不順法度 奢음僑縱 各欲快意 任心自恣 更相斯感 心口各異 言念無實 ··· 無有報償之心
不有父母之恩 不存師友之義 心常念惡 口常言惡 身常行惡 曾無一善 不信先聖諸佛經法
불신
기이악자 세간인민부자형제실가부부 도무의리불순법도 사음교종 각욕쾌의
임심자자 갱상사감 심구각이 언념무실 ··· 무유보상지심 불유부모지은
부존사우지의 심상념악 구상언악 신상행악 증무일선 불신선성제불경법
①_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봉양, 스승과 어른에 대한 봉사,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는 것이 '十善業(십선업)'을 닦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十善業은 華嚴(화엄)의 주된 戒(계)로서 [阿含經(아함경)]에서 '十不善業道(십불선업도)'와 더불어 기술되고 있다.
참고
>['불교사학총론' pp17~22]
十善業은 不殺生(불살생), 不偸盜(불투도), 不邪淫(불사음),
不妄語(불망어), 不兩舌(불양설), 不惡口(불악구), 不綺語(불기어),
不貪欲(불탐욕), 不瞋에(불진에), 不邪見(불사견)을 말한다. [에:
성내다,화내다]圭/心
곧 유교의 윤리인 孝(효)가 불교 안에서
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되는 것은 '十善業'의 第3戒인 '不邪음(불사음)'이 在家人을 대상으로 해서만 존재하는 계율이라는
점이다.
出家者(출가자)는 당연히 禁慾(금욕)을 지켜야 하므로 이러한 戒律은 기본적으로 在家戒(재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在家者까지도 포용하는
'十善戒'는 그 역할을 충분히 다하는 계율, 다시 말해 사회적 기능이 갖추어진 윤리관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②_에서는 惡(악)을
거론하면서 世間의 父子兄弟와 夫婦(부부)에 있어서 義理(의리)와 法度(법도)가 없어서 생기는 사치와 음탕, 교만과 방자, 사사로운 감정으로 마음과 말이
각기 다르고 말과 생각이 내용이 없는 경우를 말하고, 또한 마음이 항상 惡을 생각하여, 입이 항시 惡을 말하며,
한 가지 善(선)이라도
다시 하려 하지 않고, 앞선 聖人과 諸佛經法(제불경법)을 믿지 않는 것을 들었다.
곧 원광이 주장했던 '世俗五戒'는 이와같이 불교경전에 근거하는
동시에 儒敎(유교)의 가치관으로서도 기능했던 당대 사회의식의 흐름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광의 보살계관은 元曉(원효:
617 686)에 의해서 다시 강조되고 있다.
원효가 저술한
菩薩戒本持犯要記(보살계본지범요기)에 의하면 그의
보살계관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곧 達摩戒本(달마계본)의 初戒(초계)인 '自讚毁他戒(자찬훼타계)'를 설명하는 내용 중에 그의 菩薩戒觀(보살계관)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於一毁讚 有四差別(어일훼찬
유사차별)
1. 若爲令彼起信心故 自讚毁他 是福非犯
(약위령피기신심고
자찬훼타 시복비범)
2. 若由放逸無記心故 自讚毁他 是犯非染
(약유방일무기심고
자찬훼타 시범비염)
3. 若於他人有愛盡心 自讚毁他 是染非重
(약어타인유애진심
자찬훼타 시염비중)
4. 若爲貪求利養恭敬 自讚毁他 是重非輕
(약위탐구리양공경
자찬훼타 시중비경)
즉 '自讚毁他(자찬훼타)'에도 福(복), 犯(범), 染(염), 重(중)의 4가지 차별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그 원인에 해당되는 내용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信心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든지, 성격이 放逸(방일)해서 나쁜 생각
없이 한 것, 어떤 사람을 특별히 미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주 重(중)하지 않다는 元曉(원효)의
見解(견해)이다.
오히려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장 重(중)한 罪(죄)를 다시 細分(세분)하여 상
· 중 · 하로 나누고, 이곳에서 가장 무거운 罪인 上에
해당되는 것도 다시 세 가지 雙(쌍)으로 구분하고 있다.
원효가 주장하듯이 이렇게 죄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이 많다면 이를
통하여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은 더욱 커질 것이고 동시에 이런 계율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려 이전까지의 보살계관은 원광과 원효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아주 자유스러운 利他行(이타행)으로서 어떠한
佛敎倫理思想(불교윤리사상)보다도 가장 現實的(현실적)이며 合理的(합리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단순한 現實 參與(현실
참여)도 또한 逃避(도피)도 아닌 道 · 俗不二(도·속불이), 眞
· 妄不二(진·망불이)의
中道思想(중도사상)에 입각한 것이었다는 견해는 경청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高麗代(고려대)의 菩薩戒觀은 어떠한 경향을 띠고 있었을까.
필자의 결론부터 말한다면 신라대에서 이어져 온 보살관이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보여진다.
불교는 이미 국교로서 가장 비중 있는 정신적 기반으로서 사회 전반에 성행되었다. 필자가 보살계관의 유지를
생각하는 것은 華嚴經(화엄경)을 중심으로 한 신앙의 성행(↓)이 그 이유이다.
참고
>金文經,
'의식을 통한 불교의 대중화운동' ['新羅彌陀淨土思想硏究(신라미타정토사상연구)',
민족사, 1988]에서,
결사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의 대중화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화엄에서는 [離世間品(이세간품)]에서 '十種戒(십종계)'를 설하고,
[菩薩十無盡藏品(보살십무진장품)]에서
'十善道'를 얘기하고 있다. 화엄신앙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①經典信仰 ②華嚴神衆信仰 ③華嚴菩薩住處信仰
④華嚴祖師崇拜信仰 ⑤華嚴淨土信仰의 5類와 ①華嚴密敎信仰 ②華嚴菩薩住處信仰 ③華嚴淨土信仰의 3類
①경전신앙
②화엄신중신앙 ③화엄보살주처신앙 ④화엄조사숭배신앙 ⑤화엄정토신앙의
5류와 ①화엄밀교신앙 ②화엄보살주처신앙 ③화엄정토신앙의 3류로 이해하고
있다
신앙의 양상은 다소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공통적으로 華嚴神衆信仰[화엄신중시앙; 華嚴密敎信仰(밀교신앙)], 菩薩住處信仰(보살주처신앙), 淨土信仰(정토신앙)을 들 수 있다.
신중신앙 내지 밀교신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현실이지만, 보살주처신앙은 통일신라대에 이미 폭넓게 인식되었던 '佛國土信仰(불국토신앙)'의 표현이고, 정토신앙은
재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화엄에서 보이는 이러한 일반성은 일반인들에게도 폭넓게 적용되었다고 이해된다.
선종의 경우에 있어서도,
선사들이 한결같이 화엄교학을 공부하고 선에 깊게 들어가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던 것은 교리상으로 최고의 내용과 구조를 지니는 화엄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경향은 원효 이래 많은 승려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음이 그들의 저술을 통하여 충분히
밝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普賢行願讚(보살행원찬)'과 같은 실천적 측면의 사상이 성행하였던 화엄종에서 제시한 대승의 菩薩戒觀(보살계관)은 사회 속에 깊숙이
융화되어 나갔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화엄의 일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엄교학에 대한 민간의 인식이 들어 있는 다음의 기사가 참고가 될 것이다.
① · · · 秀明請聞其業 師講普賢觀音兩知識法門 神衆千手二經文 三寸所宣一字無失 師又於初夜 念諷華嚴六地義 約五百問答 秀明偸廳穎悟
· · ·
①
· · · 수명청문기업 사강보현관음량지식법문 신중천수이경문 삼촌소선일자무실
사우어초야 염풍화엄육지의 약오백문답 수명투청영오
② ·
· · 嘗一夕魂交忽見異人儀形儼爾與一著紫沙門來人寢室內言曰此是浮石寺太大德今欲入汝腹中 ···
중략 ··· 難寄寓於原州管內興法寺中以廣順二年壬辰正月八日方當彌月之期載誕弄璋之胤莫不黃頭偉相寧眼英姿 ·
· ·
②
· · · 상일석혼교홀견이인의형엄이여일저자사문내인침실내언왈차시부석사태대덕금욕입여복중
··· 중략 ··· 난기우어원주관내흥법사중이광순이년임진정월팔일방당미월지기재탄롱장지윤막불황두위상영안영자
①_의 기록은 均如(균여:
923∼973)에 대한 것이다. 균여는 法藏(법장)의 저술을 주석하면서
필연적으로 그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던 '性相融會(성상융회)'의 문제를,
[華嚴經] 중 [入法界品(입법계품)]의 普賢行願思想(보현행원사상)을 강조하며 정리하고 있다.
普賢行願思想이란 실천수행이 강조된 형태로서 일반 신앙인에게는 쉽게 수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실천적 성향이 可視化(가시화)된 것이 11首의
'普賢行願歌(보현행원가)'로서, 이는 불교를 일반 민중 속에 뿌리내리려 했던 균여의 정신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균여의 인식은 당시대의
신앙성향을 이해하는 데 당연히 우선하여야 할 것이다.
위 기록을 살펴보면 스님이 華嚴六地義(화엄육지의)를 암송하자 누이 수명이 몰래 듣고
깨달았다는 사실과, 普賢(보현) · 觀音(관음)의 法門과 神衆經(신중경)과
千手經(천수경)의 2經이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즉 화엄육지의를 암송하자 몰래
들어 깨닫는 것은 당시인들의 화엄교리에 대한 이해 정도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원래 千手經은 [千手千眼觀世音菩薩廣大圓滿無碍大悲心陀羅尼經(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이라 하여 특히 密敎(밀교)나 禪宗(선종)에서 많이 持誦(지송)되는데,
神衆經(신중경)과 더불어 이해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것처럼 당시의 불교성향이 밀교적 측면이 충분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
>균여의
사상을 논할 때, 신비적인 呪術醫學(주술의학)과 결합된 그의 사상의
바탕을 密敎思想과 華嚴思想의 융합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하기도 한다.(許興植,
'고려불교사연구'p.188)
②_의 기록은 寂然國師(적연국사) 英俊(영준:
932∼1014)의 碑(비) 내용으로서, 스님은 광종 19년(968) 南中國의 永明寺에 가서 중국 法眼宗(법안종)의
3祖인 延壽禪師(연수선사)에게 修學(수학)한 뒤 同王 23年(972) 귀국하여 독자적인 禪風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
>즉,
'종경록'은 교종에서 선종이 주장하는 바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모으고 있고, '만동선귀집'은 淨土信仰(정토신앙)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한국사학'4,1983pp.33~36)
그런데 이에서도 胎夢(태몽)을 통하여‘浮石寺(부석사)의
太大德(태대덕)’이 그의 前身(전신)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당시 선종의 성향을 살펴볼 때, 法眼宗을 중심으로 하여 再編(재편)되는 현실에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광종의 재편 노력은 永明延壽(영명연수)에 대한 제자의 예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위의 기록을
통하여 파악할 수 있듯이 英俊國師(영준국사)에게서 보이는 華嚴敎學의 大衆化 傾向(경향)일 것이다.
이는 화엄종의 우세라는 단편적 시각에서의 이해보다도
화엄과 선의 양자가 이미 보편화된 진리로 자리잡았다고 이해되어야 하리라 본다.
이러한 법안종 중심의 재편 노력은 광종 사후의
反動政治(반동정치)를(↓) 불러일으켜 시도에만 그치게 되지만,
각 지방으로 세력이 분산되어 승려가 양성되었고, 의천대에 법안종이 다시 성행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성종대의
抑佛案(억불안)으로서 八關會(팔관회), 燃燈會(연등회) 등이 폐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종대(1009~1031)에는 다시 국가적 관심 속에서 신앙이
재 전개되고 있고, 이후
정종 9년(1043)의 宏廓禪師(굉곽선사)에 의한
24곳의 대사찰 건립(安心寺 ···등), 숙종 2년(1097)
의천에 의한 天台敎觀(천태교관)의 강의와 萬佛會 · 經行 등의
성립으로 볼 때 활발히 전개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교계의
호조건은 오히려 점차 관념화되고 보수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宗(혹종)
이후(1146 ~ ?)의 법문의 문란, 절과 탑의 무작위 조성, 불사의 성행이
만연되는 폐단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폭넓은 내용을 바탕으로 했던 화엄교학은 부석사를 중심으로 민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용되고 있었고 그 성향은 실천적이었다.
그 실천적 성향을 더욱 뚜렷이 해주는 것이 당시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던 華嚴經譯本(역본)의
성격이다.
바로 60권본 · 80권본 · 40권본의 3가지로 분류되는(↓) 경전 중에
[入法界品]의 '普賢行願思想(보살행원사상)'을 강조하여 독립 요약한
40권본이 9세기 후반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
>중국에서
譯經(역경)되는 시기는 南北朝期 晉代(진대) 이후부터이다. 이때부터
3차례에 걸쳐 60권본, 80권본, 40권본으로 역경되었다.
60권본은 428년[東晉
義熙(동진 의희) 14년] 佛 跋陀羅三藏(발타라삼장)이 번역한 것으로 晉譯·舊譯(구역)이라
부르고, 80권본은 699년[唐 則天武后(칙천무후) 聖丁 2년] 實叉難陀三藏(실차난타삼장)이
번역한 것으로 唐譯(당역) · 新譯(신역)이라 하며,
40권본은 60 ·
80권본의 '入法界品(입법계품)'만을 따로 독립시킨 것으로 796년[唐
德宗(덕종) 貞元(정원) 12년] 般若多羅三藏(반야다라삼장)이 번역하였다.
60
· 80권본에는 실려 있지 않은 '普賢行願讚(보현행원찬)'을 갖춘 40권본이 신앙의
대상으로 보급되었고, 10만의 偈頌(게송)으로 이루어져 誦經(송경)하기가 편한 '보현행원찬'이 강조되고 있는 사실은 일반 대중화의 경향을 확신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 대중화 과정을 통하여 민중 속에 깊게 자리했던 화엄교학은 그 실천적 성향에 힘입어, 공허하고 어렵기만 한
교리로부터 벗어나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윤리관을 제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원효를 통하여 제시된
‘열린 가능성’이 있는
계율관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 在家佛敎信仰의 樣相
상기한 바와 같이
고려시대 在家信仰者(재가신앙자)들의 보살계관은 元曉(원효)가 제시한 成佛(성불)을 위한 생활윤리가 고려대에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들 재가자들은
이런 윤리관을 토대로 어떠한 신앙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을까 ?
물론 여기서 재가불교신앙이라 함은 지배층으로서의 귀족사회뿐만이 아니라
하층계급이었던 일반민들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본 장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재가신앙의 양상은 일반서민과 귀족사회와 왕실의 신앙까지를
포함하여야 올바른 공통분모에 도달할 수 있으나, 현존하는 자료를 통하여는 그 양상을 분명하게 추출한다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미 검토된 연구성과와 문헌 및 기타 자료를 통하여 나타나는 신앙의 양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재가신앙에 대해서는 화엄결사를 중심으로 한 신앙결사의 성행 속에서 9세기경에는 이미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러한 신앙결사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화를 전제하고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만
접근하고자 한다. 필자는 재가신앙의 기록들을 보면서 몇 가지 해결되어야 하는 개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三國遺事(삼국유사)]를 통하여 나타나는
善士(선사), 處士(처사), 居士(거사), 僧徒(승도), 香徒(향도) 등의 개념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개념은 고려대의 표현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쓰였던
용어일 수도 있다.
그러나 865년에 만들어진 鐵原(철원) 到彼岸寺(도피안사)의 造像記(조상기) 가운데에 居士(거사)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던 것을 보면, 당대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중 여기에서는 '居士'라는 용어에 주목하고자 한다. '善士(선사)'와 '處士(처사)'의
용례는 폭넓지 않아 그 성격을 거론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렵기 때문이며, '僧徒(승도)'와 '香徒(향도)'에 대해서는 이미 연구된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가신앙의 한 유형이라 생각되는 居士(거사)는 어떤 존재들인가? 이에 대한 종교적 성격은, 비록 향도에 대한 사회적
성격과 변화를 고찰하면서 제시된 것이나, 참고되는 내용이 있어 이를 간단히 재인용
해 보고자 한다.
향도는 불교가 수용된 이후 널리 결성되어 활동해 왔다.
고려 전기까지의 향도 사례들을 살펴보면 지역적으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였으며, 활동 내용상으로는 주로 불상 종 석탑 사찰 등의 조성, 법회 등에 대한 대규모적인 노동력, 경제력 등을 제공하고 그것을
매개로 한 신앙활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향도의 성격상 ··· 재래의 질서와 충돌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 사회의 저변으로
확산되어 가는 정토신앙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자기 기반 확보에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향도는 지역촌 또는 군현을 단위로 하여
지역민들을 포괄하든지 지역내 호부층들로 구성되어, 호부층들이 주도하는 공동체적 유대관계 강화의 현실적 계기로 기능하게 되었다.
물론
지역민들을 포괄하는 경우, 향도의 참여는 모든 계층에게 개방적인 것이면서도, 경제적 부담이나 당시의 농민층 분해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일정한 신분적 위치와 경제적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계층들로 구성되었다고 보인다.
상기한 인용문의 내용처럼, 향도는 불교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생각된다. 그 집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信仰結社(신앙결사)와 佛事(불사)는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 하나의 방편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필자는 거사라는 존재들이 '향도와 같은 류의
사회활동'과 더불어 '불교신앙을 더욱 다지기 위한 종교적 수행'의 활동까지도 했던 존재라고 생각한다. 본 장에서 거사의 사례를 정리해
보고자 하는 것은 이런 인식 때문이다.
거사는 범어로 Kulapati 또는 Grhapati를 말하는 것으로 迦羅越(가라월), 疑가賀鉢底(의가하발저)라 음역하고 있는데, 家主(가주),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 집에 있는 선비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인도에서는 4姓(사성) 가운데 工
· 商에 종사하는 毘舍(비사) 계통의 부자를 말하고, 중국에서는
학식과 도덕이 높으면서도 벼슬하지 않는 사람으로, 불교에서는 보통 출가하지 않고 가정에 있으면서 불문에 귀의한 남자 등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용어는 유교의 六經(육경) 안에서는 그 쓰임이 많지 않다고 한다.(↓)
참고
>裵柄三(배병삼),
'居士論'(이론과실천,1996). '輟耕錄(철경록)'에 의하면 "今人多以居士自號
考之六經唯禮記有居士錦帶 註 謂道藝處士也(금인다이거사자호
고지육경유예기유거사금대 주 위도예처사야)"라고
되어 있어..
그 쓰임도 없을 뿐 독립된 명사일 가능성도 적다고 보고
잇다. 그러나 [吳曾能改齊漫錄(오증능개제만록)]에서는
거사라는 용어의 쓰임이 은주시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원은 오래되었으나 육경에는 그 쓰임이 없었던 이
용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다음장으로 ->>계속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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