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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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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는 돈오의 이치를 설명하기 위해 혜능과 신회는 종종 시간의 빠름과 짧음으로 그것을
비유하였는데 혜능이 壇經(단경)에서 말하기를,
만약 無生頓法(무생돈법)을 깨닫는다면 西方(서방)세계를 찰나에 보게 된다.
미혹해온 지는 오랜 겁이나 깨달음은 한 순간이다.
하였고, 신회도 말하기를,
발심에는 단숨[頓]과 점차로[漸]가 있고 미혹에는 늦음[遁(둔)]과 빠름[速(속)]이 있다. 미혹은 오랜 겁이지만 깨달음은
잠깐이다.
하였다. '찰나'와 '잠깐'으로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는 돈오의 뜻을 설명하였는데 이는 단지 돈오의 효과를 나타내는
일종의 형용사이다. 윗글에서 인용한 신회의 말 중에서 우리는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의 주요 관건이
'한 생각이
상응한다'에 있음을 주목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한생각이 상응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에 상응한다는 말인가? 신회는 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하였다.
이치에 상응하는 것을 無念이라 하고 無念을 보는 것을 自性이라 한다. 自性을 깨닫는 것을 無所得이라 하는데 이 無所得(무소득)이 바로
如來禪(여래선)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치에 상응함이 바로 혜능
· 신회의 선종 돈오법문의 근본 종지다. 혜능은 '우리 宗의 법문은 예로부터 모두 無念을
종지로 하고 無相을 본체로 하며 無住를 근본으로 한다'고 하였는데, 그 중에 '無念'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므로 신회는 거기서
'無相'과 '無住' 모두를 '無念'으로 귀결시켰다.
그리하여 그의 '無念法(무념법)' 강설이 세상에서 유명하게 되었는데, 혜능과 신회 두사람
다 '無念을 얻기만 하면 곧 해탈케 되리라'라고 명확히 선양하고 있다. 無念이란 무엇인가? 혜능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無念이란 생각에 있되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
· · 일체 경계 위에서 물들지 않는 것을 無念이라 한다.
법을 생각치 않는다
[不念法(무념법)] 함은 모든 법을 보되 모든 법에 집착치 않으며 모든 곳에 두루하되 어느 곳에도 집착치 않는 것이다.
스스로의 성품이 항상 맑아서 여섯 도적으로 하여금 여섯 문[六門(육문)]으로 나가게 하고 六鹿(육록) 가운데서 여의지도 물들지도 않는다. 가고 옴이
자유스러운 것이 바로 반야삼매이며, 자재해탈인데 그것을 無念行(무념행)이라 한다.
세상사람들이 지견을 여의였다 함은 생각을 일으키지 않음을 말한다. 그러나 만약 생각[有念]이 없다면 생각 없음[無念]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무념법을 깨달으면 온갖 법에 달통케 되고
무념법을 깨달으면 온갖 부처의 경계를 보게 되며 무념돈오법을 깨달으면
부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고 여긴다. '무념'에 대한 신회의 가장 간단하고 요긴한 해석은 '생각을 짓지 않는 것이 무념이다'인데 그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저 생각을 짓지 않아서 마음에 생겨나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참된 무념이다.
그리하여 이 법문은 곧 바로 계오의 핵심을 지적하므로 번잡한 문자를 빌리지 않는다. 모든 중생의 마음이 본시 無相이니 相을
말하는 것은 허망한 마음을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허망인가?
지은 생각이 마음에 머물러서 공함을 취하고 깨끗함을 취하며
보리 · 열반을 증득코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 모두가 허망에 속한다.
그저 생각[意(의)]을 짓지만 말라.
그러면 마음에 절로 物(물)이 없게
되나니 心(심)과 物(물)이 없어 스스로의 성품이 텅비고 고요해지면, 비고 고요한 그 바탕 위에 앎(知:지)이라 하는 본래의 지혜가 있게 되어
이로써 비추고 작용한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하기를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하니 마땅히 머무를 바가 없음은 본래의
고요한 바탕이요, 마음을 낸다함은 본래 지혜의 작용인지라 그저 생각을 짓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깨달아 들어간다.
이 단락에서 '지은 생각이 마음에 머물러서 공함을 취하고 깨끗함을 취하며 나아가 보리
· 열반을 증득코자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하는
대목은 전적으로 北宗(북종)의 漸門(점문)을 두고 한 말이다.
신회는 북종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마음을 뭉쳐서 선정에 들고 마음을 멈추어 깨끗함을
보고 마음을 일으켜 바깥으로 비추고 마음을 모아 안[內]으로 증득한다'하는 방법을 '생각이 있음[有念]'이고,
'생각을 짓는
것[作意]'이며 '상에 집착하는 것[着相(착상)]'이고, '허망'이고 '보리를 장애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것들과 혜능이 주장하는 '마음에
생각을 짓지 말라', '마음은 본시 相이 없다', 그리하여 '바로 계오의 핵심을 지적한다'는 돈오법문과는 근본적으로 대립이
된다.
또한 이 단락의 글 속에서 우리는 명확하게 신회가 말하는 '무념을 보는 것을 두고 自性을 깨쳤다 한다'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는데, 만약 '생각이 없다[無念]'고 하면 바로 이 '空寂(공적)'한 '自性'을 깨닫게 되고 '自性의 空寂함'을 깨닫는다면
즉
'無所得'이 되며, '無所得'은 物과 心이 없고 경계가 없으며 相에 집착치 않는 것이다. 신회는 無念法門(무념법문) 중의 定慧等觀(정혜등관)을 설명할 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오직 모든 순간에 無念을 본다면 육체의 형상은 보이지 않게 되나니 이를 바른 선정[正定]이라 하고, 마음의 형상이 보이지 않게
되면 바른 지혜[正慧]라 부른다.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게 되니 이를 바른 선정[正定]이라 부르고, 생각이 일어나지 않아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게 됨을 볼 수 있으니, 이를 바른 지혜[正慧]라 부른다.
만약 이렇게 깨닫는다면 선정에 들 때를 지혜의 본체라 이름하고
지혜를 이룰 때를 선정의 작용이라 하니, 선정에 들 때에도 지혜와 다르지 않고 지혜를 이룰 때에도 선정과 다르지 않으므로, 선정에 들
때가 바로 지혜이며 지혜를 이룰 때가 바로 선정이다.
선정에 들 때에도 선정은 없고 지혜를 이룰 때에도 지혜는 없다.
여기서 신회가 말하는 '육체의 형상은 보이지 않게 된다',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다'의 '바른 선정'과 '마음의 형상이
보이지 않게 되어'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게 됨을 볼 수 있다'의 '바른 지혜'가 바로 그가 말했던 '무소득'이고 또한 '자성을
깨닫는 것'이며 '무념'인 것이다.
이밖에도 '무념'에 관한 신히의 구체적인 해석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무엇을 무념이라 하는가? 有와 無를 생각치 않고 善과 惡도 생각치 않고 끝이 있음[有邊際(유변제)]과 끝이 없음[無邊際(무변제)]도 생각치 않고
보리도 생각치 않고 보리로써 생각을 삼지도 않으며 열반도 생각치 않고 열반으로써 생각을 삼지도 않는 것이 無念이다.
無念이라는 것은 모든 경계가 없음이다. 만약 모든 경계가 있다면 그는 무념과 상응하지 못한 까닭이다.
무념을 말하자면 비록 見·聞·覺·知(견·문·각·지)가 있다 하여도 항상 텅 비어 고요한 것이다.
마음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멸하고 覺照(각조)가 절로 사라지는 것이 무념이다.
등이다.
총괄해 보면 신회는, 만약 무념을 볼 수 있다면 '마음에 푸르고 노랗고 빨갛고 하얗고 검은 차별이 없게 되고, 들고 나고 오고
감이 없게 되며, 또한 멀고 가까움 앞과 뒤가 없게 되며, 생각을 짓지도 않으며, 생각을 짓지 않는다는 것조차 없게 된다'고
여긴다.
그는 무념법이 범부가 닦는 것인지 성인이 닦는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할 때 무념법은 성인이 닦는 것임을 또렷히
밝히고, 또한 기왕 성인이 닦는 것이라면 어째서 범부에게 닦으라고 권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범부가 만약 무념법을 닦는다면 그는 이미 범부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신회는 무념법을 크게 선양하면서 말했다.
무념을 본다면 금강과 같이 견고하여 털끝만치도 요동함이 없으니 설사 항하 모래만큼 많은 부처가 온다 해도 한 생각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고, 설사 항하모래같이 많은 중생이 일시에 모두 사라진다 해도 한 생각도 가엾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념을 보는 이는 六根(육근)이 물들지 않고, 무념을 보는 이는 부처의 지혜를 얻는다. 무념을 보는 것을 實相(실상)이라 부르고, 무념을 보는
것을 中道第一義諦(중도제일의제)라 한다.
무념을 보는 이는 항하 모래알 같은 공덕을 일시에 균등히 갖추고, 무념을 보는 이는 온갖 법을
나게[生]하고, 무념을 보는 이는 온갖 법을 거두어 들인다.
그런데 신회는 '단계에 따라 점차 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하는 돈오의 뜻을 설명하면서 그 근거를 '自然(자연)'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음은 스스로 그러한 까닭이니, 이것이 바로 돈오의 이치다'라고 했던 것이다.
위에서 우리는 전적으로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를 분석했으니, 이제 여기서 '自然'에 함축된 의미를 살피기로
하자. '원래 그러한 까닭에'로써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는 돈오법문을 논증하는 방법을 신회 돈오설의 중요한 이론적
특색 중 하나이다.
당시 사람들은 佛敎(불교)에서 말하는 '因緣(인연)'과 道敎(도교)에서 말하는 '自然(자연)'을 서로 배척하여 통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고 당시의 실제 상황
또한 그러하였다. 황제의 부름에 응하여 궁중에 드는 전국의 승려들은 오직 인연만을 말할 뿐 자연은 말하지 않았다.
황제의 부름에
응하여 궁중에 드는 전국의 도사들은 오직 자연만을 말할 뿐 인연은 말하지 않았다. 신회는 당시 일반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과 현실을
매우 배척하며 이렇게 비평하였다.
승려가 오직 인연만을 내세우고 자연을 말하지 않는 것은 승려가 어리석은 탓이며 도사가 오직 자연만을 내세우며 인연을 말하지 않는
것은 도사가 어리석은 탓이다.
그는 불교가 비록 인연을 말하나 자연의 이치를 말살하지 않고, 도교가 비록 자연을 말하나 그 속에도 역시 인연의 뜻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무엇이 '도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뜻인가? 신회가 생각키로 도교에서 말하는 '도가 一을 낳고, 一이 二를 낳고 二가
三을 낳고 三이 만물을 낳는다'하는 것이 바로 일종의 인연법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그 도라는 것이 없다면 一은 어디서
생겨나는가? · · · 지금 말하는 만물이라는 것 또한 도가 있는 까닭에 비로소 있게 되는 것이니, 만약 도가 없다면 만물 또한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만물이라 부른 것 모두는 인연에 속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교의 자연'인가? 신회가
말하기를,
불교의 자연이란 중생의 본래 성품으로서 경전에서 말하는 이른바 '중생에게는 자연 지혜[自然智(자연지)]와 스승 없는 지혜[無師智(무사지)]가
있다'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자연이치이다.
無明과 佛性 모두는 저절로 그렇게 생겨나는 것으로 무명은 불성에 의지하고, 불성은 무명에 의지한다. 이 둘이 서로 의지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니 깨달으면 불성이고 깨닫지 못하면 무명이다.
·
· · 불교에서는 무명과 불성, 이 모두가 자연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온갖 법이 모두 불성의 힘에 의지하는 까닭으로 온갖 법은 모두 자연에 속한다.
또 그는 '自然智(자연지)'를 언급하면서 말했다.
부처란 어떤 교리를 받들어 도를 이룬 자인가? 경에 이르기를 중생에게는 스승 없는 지혜가 있고 자연 지혜가 있다 하였는데 중생이
이 자연지를 받들어서 마음껏 운용하여 닦고 익히니 이를 두고 寂滅法(적멸법)을 닦아 부처를 이루었다 한다.
부처는 다시 또 이러한 법을 펴서
중생을 교화하니 중생은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서 닦아 익혀 정각을 이룬다.
머물지 않음[無住(무주)]이 寂靜(적정)이고 적정의 바탕을 선정이라 이름하는데 그 바탕에서부터 自然智는 있으니 본래 적정한 바탕을 아는 것을
지혜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정
· 혜를 等持(등지)함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신회는 선종 혜능계열이 강조하는, 모든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자성(淸淨自性 ; 즉 불성)'과
본시 갖고 있는 '般若(반야)의 지혜', 그리고 '本覺(본각) 지혜'를 하나같이 自然으로 귀속시켰다.
그런 다음 이 자연의 이치를 가지고 단계에
따라 점차되는 것에 비롯치 않는다는 돈오의 근거로 삼았다. 신회와 도교의 자연설로써 돈오를 증명하는 논거로 삼은 것은 혜능 돈오설에
대한 중요한 발전이었다.
왜냐하면 자연을 근거로 삼는다 함은 성불의 근거를 완전히 중생이 본래 갖고 있는 불성과 본각 위에 세운다는
뜻이며 한 층더 나아가 외부에서 닦아 부처를 구한다는 漸敎法門(돈교법문)을 부정하고 '스스로의 성품을 스스로 제도한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닦는다'는 돈교법문을 강화한 것이다.
③_스스로의 마음이 본시부터 공적한 것이 돈오이다.
④_마음에 아무 소득된 바가 없음이 돈오이다.
⑤_마음이 곧 道인 것이 돈오이다.
⑥_마음에 머무는 바 없음이 돈오이다.
⑦_법을 그대로 남겨 둔 채 마음을 깨달아[存法悟心] 마음에 소득된 바 없음이 돈오이다
이상(위) 다섯 항목의 의미는 모두 '무념을 본다'는 이치에 포함되어 있어 위에서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으니 여기서 다시 또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 중 제4, 제5 항목은 胡適本(호적본) 神會語錄(신회어록)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데,
이는 제4 항목과 제7항목의 이치가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법을 그대로 둔 채 마음을 깨닫는다'함은 마음이 비록 온갖 법을 비추나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로써 신회가
盧山(노산) 簡法(간법)법사의 질문에 대답한 것을 들 수 있다.
밝은 거울, 높은 鏡臺(경대)가 만상을 비추어 萬象(만상)이 그 가운데 드러난다 하니 고덕들이 서로 전하며 모두를 현묘하다 한다. 그러나 오늘
이 법문에서는 그것을 현묘하다 할 수 없으니 어찌하여 그러한가?
밝은 거울이 만상을 비추되 만상이 그 가운데 드러나지 않음을 현묘하다
말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분별 없는 지혜로 능히 일체를 분별하니 어찌 분별 있는 마음으로 일체를 분별하겠는가?
이는 즉 앞에서 말한 소위 '비록 보고, 듣고, 느끼고, 안다
[見聞覺知(견문각지)]해도 항상 空寂(공적)하다'는 것이며, 또한 '마음에 아무런
소득 없음[無所得(무소득)]'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傳文(전문)에서는 제4 항목을 생략하기도 한다.
또 제5 항목 '마음이 바로 도[心卽是道(심즉시도)]다;의
道를 '佛道'라고 말하기도 한다.
혜능 · 신회가 말하는 佛道란 바로 '自性을 깨치는 것'이고 '스스로의 마음이 본래부터 공적한 것'을 깨닫는 것이며, '마음에
아무런 소득 없음'이며, '마음에 머무는 바가 없음'이다. 그런 까닭에 그것들을 생략해도 무방하다.
⑧_온갖 법을 알면 온갖 법이 바로 돈오이다.
胡適本(호적본)에는 '온갖 법을 알면' 바로 뒤에 있는 '온갖 법이'라는 구절이 없다. 이 항목 역시 '無念法(무념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우리가 위에서 인용한 신회의
'무념을 보는 이는
모든 법을 낳게 할 수 있고 無念을 보는 이는 모든 법을 거두어 들일 수 있다'와
의미가 동일하고, 또한 혜능이 말하는 '無念法이란 온갖 법을 보되 온갖 법에 집착치 않는 것이다', '무념법을 깨달은 이는 온갖 법에
모두 달통한다'와도 같다.
⑨_'空'을 설함을 듣되 '공'에 집착치 않고 '공' 아님 또한 취하지 않는 것이 돈오이다.
⑩_'我'를 설함을 듣되 '我'에 집착치 않고 '我 없음' 또한 취하지 않는 것이 돈오이다.
우리는 '무념을 보는 것이 中道(중도) 第一義諦(제일의제)이다'라는 신회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는데 '九
· 十'의 두 항목이 바로 '中道'의 이치로서
無念頓悟法(무념돈오법)의 구체적 실현을 말한 것이다. 壇經(단경)에서는 혜능이 입멸하기 전 法海
· 神會(법해·신회) 등 十大제자에게 내린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열반에 든 다음 그대들은 각기 한 지방의 주지가 될 것이다. 내 그대들에게 설법을 가르쳐줄 터인즉 三科法門(삼과법문)을 거량하여
36對(대)를 움직이되, 비록 卽(즉)과 離(이) 양 쪽이 다 없어졌다 하여도 온갖 법을 설함에 성품과 형상을 떠나지 말라.
만일 어떤 사람이 법을
물어와 대답할 때 모두 짝을 지어 對法(대법)을 취하고, 가고 옴이 서로 因(인)이 되게 하여 끝내는 두 법을 다 없애 더는 갈 곳이 없게
해야한다. ··· 이 36對法(대법)을 알고 사용한다면 일체 경전의 出·入(출·입), 卽·離(즉·이) 양변을 통한다.
이제 어떻게 자성이 작용을 일으키는가? 사람들과 36對法을 말할 때 겉으로는 相으로 나와 相을 여의고 안으로는 空에 들어 空을
여읜다. 그러므로 空에 집착하면 오랜 無明일 뿐이고 相에 집착하면 영원한 邪見(사견)일 뿐이다.
여기서 혜능이 가르친 것이 中·道라는 방법인데, 신회는 이 혜능의 중도사상을 한층 더 발휘해서 그것을 無念法과 직접 연관시켰다.
그는 불교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또 가장 보편적인 문제인 '法'과 '我'의 '유', '무'에 착수하여 무념돈오법을 설명하였는데
이는
곧 법과 공에 집착치 않고 공하지 않음에도 집착치 않으며 我가 있음에 집착치 않고 我가 없음에도 집착치 않는 것이 중도 제일의 제라는
뜻이다. 이 무념의 중이치는 온갖 법에 관철되니 신회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보리를 말함을 듣되 보리를 취하려는 생각을 짓지 않고, 열반을 말함을 듣되 열반을 취하려는 생각을 짓지 않으며, 깨끗함[淨:
정]을
말함을 듣되 깨끗함을 취하려는 생각을 짓지 않고, 공을 말함을 듣되 공을 취하려는 생각을 짓지 않고, 선정을 말함을 듣되 선정을
취하려는 생각을 짓지 않는다.
도를 배우는 이들이 만약 이러한 中道 第一義諦를 밝힌다면 이는 곧 '청정한 본래 성품'을 깨닫는 것이고 바로 무념이요, 돈오인
것이다.
⑪_생사를 버리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이 돈오이다.
維摩經(유마경) '入不二法門品(입불이법문품)'에 있는 대목 중에 善意菩薩(선의보살)이 한 말에 따르면 '생사와 열반은 둘이지만 만약 생사의 성품을 본다면
생사는 곧 없어지고, 속박과 해탈 또한 없게 되며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이해하는 이를 둘이 아닌 法門에 들었다
한다'하고,
그의 注에는 '속박과 생함은 생사의 다른 이름이고 해탈과 멸함은 열반의 다른 이름이라고 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 조항의
頓悟義(돈오의)는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다. 신회는, '모든 중생에게는 본래 열반과 무루지혜의 성품이 본시 스스로 구족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보리를 말함을 듣고서 마음을 일으켜 보리를 취하고,
열반을 말함을 듣고서 마음을 일으켜 열반을 취한다'고 주장하는 북종선을,
마음을 일으켜 바깥으로 구하는 '삿된 구함'이라고 실랄하게 비평하였다. 신회는 '번뇌가 곧 보리이다'를 해석하였는데, 그 글이 말하는
취지가 이와 같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허공을 비유로 들어서 그대들에게 번뇌 그대로가 깨달음인 이치를 가려 주겠다.
허공은 본래 動靜(동정)이 없다. 밝음이 오면 밝은 허공이
되고 어둠이 오면 어두운 허공이 될 뿐이다. 그러므로 어두운 허공은 밝은 허공과 다르지 않고 밝은 허공은 어두운 허공과 다르지 않다.
허공의 밝음과 어두움은 저절로 오고 가나 허공은 본시 움직임이 없다. 번뇌와 보리 역시 마찬가지라서 깨달음과 미혹이 비록 다르다
할지언정 보리의 성품은 본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생사를 버리지 않고 열반에 들 수 있겠는가?' 그 관건은 여전히 '무념'에 있다. 신회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는 나고 멸함이 있지만 법에는 가고 옴이 없다. 생각이 없으면 경계로 인한 근심[境慮(경려)]은 생겨나지 않고, 함이 없으면[無作(무작)]
반연은 절로 멈추게 된다. 始覺(시각)으로 妄(망)을 없애기도 하고 本覺(본각)으로 眞如(진여)를 증득하기도 하나 해탈은 한 순간에 있다.
·
· · 이른바 뜻과
생각[意念(의념)]을 움직이지 않고 彼岸(피안)으로 벗어나는 것과 생사를 버리지 않고 열반을 증득하는 것 모두는 돈오의 지극한 이치이니 어찌
멀다하리오?
불교의 현묘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념의 바탕 위에 본시 智命(지명)이 있으니 본래의 智命이 바로 실상이다. 모든 불보살들은 이 무념을 해탈법신으로 삼아서 法身을 보니
항하 모래와 같은 삼매와 모든 婆羅蜜(바라밀)이 구족하다.
· ·
· 이제 생사의 바다 속에서 여러 불보살과 한 생각이 상응하여 그 한 생각이
상응하는 곳에서 수행을 한다면 이가 곧 도를 아는 이요, 같음을 보는 이요, 도를 얻은 이다.
이상 11개 항목에서 頓悟義(돈오의)를 말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한 생각이 상응하면 정각을 이룬다'이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념' 법문을 통해 곧바로 '자성 즉 佛性'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사상은 오직 '頓悟敎法(돈오교법)만을 전하고 세상에 나와 삿된 종문을 타파한다'는 신회의 '說通(설통)과 宗通(종통)'에서 매우 개괄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가 말하기를 '입으로는 보리를 말하나 마음은 머무는 곳이 없고, 입으로는 열반을 말하나 마음은 오로지 寂滅(적멸)하다.
입으로는 해탈을 말하나 마음에 속박됨이 없으니 이 모두를 說通이라 한다.'
본래의 자성이 空寂(공적)하다는 것을 깨닫기만 한다면 다시는
觀法(관법)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가 바로 宗通(종통)이라 하였다. 또한 신회는 한 생각이 상응하여 정각을 이룬다는 논제하에서 '한 생에 불도를 이룰
수 있다'라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추론해 내고 또한 분명하게 긍정하였다.
그가 말하기를 '대승교법의 종지와 항하 모래 같은 업장도 한
생각이 사라진다면 성품의 바탕은 나지 않아서 한 찰나에 도를 이룰 수 있거늘 하물며 일생 동안 얻지 못할 까닭이 있겠는가?'하였다.
그의 이러한 긍정은 돈오법문의 사회적 영향을 확대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
신회의 돈오설과 혜능이 주장하는 돈오법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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