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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회의 돈오설과 혜능이 주장하는 돈오법문은
신회의 돈오설과 혜능이 주장하는 돈오법문은 기본적으로 그 관점과 이론이 일치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그들 두 사람의 인식은 조금은 미세한 차이를 가진다. 예를 들자면
불법 중의 頓漸問題(돈점문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신회와 혜능의 논지는 사뭇 달랐다. 壇經(단경)에서 혜능은 누차 이렇게 말했다.
선지식들아, 법에는 頓·漸의 차이가 없지만 사람들에게는 영리함과 둔함의 차이가 있다. 미혹한 이는 점차적으로 가르쳐야 하지만
깨달은 이는 단번에 닦는다.
사람은 두 종류인데 법은 다름이 없나니 단지 깨닫고 미혹함에 차이가 있고, 경지를 봄에 늦음과 빠름이 있을 뿐이다.
교리는 頓(돈)
· 漸(점)이 없지만 깨닫고 미혹하는 데는 늦음과 빠름이 있다.
법은 하나지만 경지를 보는 데는 늦고 빠름이 있다. 경지를 봄이 늦은 것이 곧 漸이요, 빠른 것이 頓이여서 법은 頓漸이 없지만
사람에게 영리함과 둔함이 있어서 漸과 頓을 말하는 것이다.
윗 글에 인용한 말에서 우리는 혜능이 佛法(불법)에 본시 頓
· 漸(돈·점)의 차이가 없음을 강조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는 돈
· 점의
교리법문이 다른 까닭은
순전히 중생의 근기의 영리함과 둔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는데 신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약간 부분은 혜능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그러나 역시 색다른 논설을 펴고 있다.
그는 '사람에게 영리함과 둔함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敎法(교법) 또한
頓·漸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둔함의 차이가 있고, 교법에는 돈·점의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이 구절은 胡適本(호적본) [神會語錄]에 근거하였다. 石井本(석정본)에서는 '사람에게 영리함과 둔함이 있는 까닭에 돈오와 점수가 있다[人有利鈍故,
卽有頓漸(인유이둔고, 즉유돈점)]'라 하는데
여기서의 '敎(교)'와 '卽(즉)' 두 글자의 차이를 두고서도 진일보한 연구가 가능하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傳燈錄(전등록)
제28권 荷澤神會大師語(하택신회대사어)]의 기록에서 '깨달음엔 얕음과 깊음이 있고 교법에는 頓漸(돈점)이 있다'라는 구절을 보았기 때문에 神會語錄 그
자체만 가지고서도 敎(교)와 卽(즉)의 차이를 교열하여 일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신회와 혜능의 사상을 비교하려면 '頓漸이 있다'와
'頓漸이 없다' 양자간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혜능이 敎法(교법)에 '頓漸이 없다', '다름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단지 '사람에게 영리함과 둔함의 차이가 있다', '경지를 봄에
늦음과 빠름이 있다'고만 드러낸 것은
당시 남북 두 종파간의 모순과 대립이 양립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지는 않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래서 그는 신수의 제자 志誠(지성)이 그의 법문이 북종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다만 '경지를 봄에 늦고 빠름이 있다'고만
대답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보다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기를,
그대의 戒
· 定 · 慧는 무릇 작은 근기를 가르치는 것이고 나의 戒
· 定 · 慧는 상상근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하였다. 그러나 神會 때에
이르러 이러하 상황은 크게 돌변하였다.
그 당시 신수가 주장하는 점수교리의 세력과 영향이 온천하에 크게 퍼져
혜능의 돈오법 전파에
거대한 장애로 등장하자 신회는 南宗頓門(남종돈문)의 지위를 확립키 위해서 교법에 '돈·점이 있다'고까지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그는
乾光法師(건광법사)가 그에게 "항상 선사의 설법이 천하에 유행되는 법문과 다르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불법은 하나인데 어찌하여 다릅니까?"하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불법은 원래 다르지 않으나 오늘날 깨달은 이들이 경지를 봄에 깊고 얕은 구별이 있어서 도를 말함이 같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하였다.
여기서 명확하게 '도를 말함이 같지 않다' 하였는데, 이는 곧 교법 종지와 법문을 세움이 같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崇遠(숭원)법사가
秀禪師(수선사)의 교리법문을 두고 "그것도 불법이 아니겠습니까? 어찌하여 인정치 않습니까?" 하고 질문할 때,
그는 더욱 더 강경히 말했다.
"頓漸(돈점)이 다른 까닭에 인정치 않는다"고.
그는 여러 곳에서 북종이 주장하는 '마음을 모아 선정을 취한다' '마음을 멈추어 깨끗함을
본다', '마음을 일으켜 바깥을 비춘다', '마음을 거두어 안을 밝힌다'하는 방편의 漸修法門(점수법문)과
자신이 주장하는 '본래 성품이 텅 비고
없음을 바로 깨닫는' 頓悟法門(돈오법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였다.
이밖에 우리는 북종 漸修法門(점수법문)에 대한 그의 비평이 혜능보다 훨씬 더 격렬했으며 완전히 부정적 태도를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상술한 북종의 방편법문을 비평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위 선을 가르친다는 여러 고승대덕들은 頓悟(돈오)를 인정치 않고 방편을
따라야 비로소 깨닫는다 하니 이는 매우 下等(하등)한 견해이다.' 더 나아가 '이는 어리석은 사람의 법이다',
'보리를 가로막아 보리와
상응치 못하게 하니 어떻게 해탈을 얻는단 말인가?'라고 지적하였다.
많은 학자들은 신회와 혜능이 頓漸(돈점)의 관계를 어떻게 본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들 두 사람의 견해는 확실히 달랐다고
지적하는데, 중요한 것은 신회가 일찍이 돈오한 연후에 그래도 점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무릇 도를 배우는 이들은 모름지기 단번에 불성을 보아 점차 인연을 닦아서 이 生(생)을 여의지 않고도 해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어머니가 아들을 단숨에 낳고 젖을 먹여 점차 성장토록 키우면 그 아들의 지혜는 자연히 느는 것과 같다. 단번에 깨달아 불성을
보는 이치도 이와 같아서 지혜가 점차 늘게 된다.
고 하였다.
나중에 宗密이 신회의 사상을 소개할 때도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여, '하택은 먼저 단번에 깨닫고 그런 연후에 그 깨달음에 의지해
닦는다고 하였다'고 전했다. 현존하는 壇經(단경)에서 혜능이 漸修를 주장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고 다만 두군데서 '頓修'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예를 들자면
'자기 성품 [즉, 스스로의 깨달음, 단번의 깨달음]을 단숨에 닦는다', '미혹하면 점차적으로 가르쳐야 하겠지만 깨달은 사람은 단숨에
닦는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혜능이 주장하는 '단번에 깨닫고, 단숨에 닦는다[頓悟頓修(돈오돈수)]'와
신회가 주장하는
'단번에 깨달아 점차 닦는다[頓悟漸修(돈오점수)]'의 견해는 서로 상반되는 것이라 여겼다.
다음으로 논하고자 하는 문제는 좀 복잡한 것인데, 胡適(호적)은 傳燈錄(전등록) 제28권 [荷澤神會大師語] 중에 기록된 신회의 여섯 가지
질문에 대한 혜능의 대답이 후세 사람의 위작이라고 평론하면서 말했다.
신회의 주장은 頓悟頓修이다. 그래서 그의 어록은 이렇게 말한다.
'비유컨데 한 올의 실이 한량없이 많다. 그것을 하나의 굵은
줄로 엮어 나무 위에 올려 놓고는 날카로운 칼로 한차례 베어버리면 일시에 모두 끊어지니 실의 수가 비록 많다 하나 한 번의 베임을
견디지 못한다.
보살심을 낸 사람도 이와 같다.
· · ·
금강의 지혜가 뿜어나니 어찌 이루지 못하겠는가' 오늘날 그가 말했다는 '법을
깨닫는다는 것은 점수 가운데의 돈오요, 수행을 한다는 것은 돈오 가운데 점수이다'는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지 결코 혜능과 신회의
사상은 아니다.
앞에서 인용했던 신회의 말 '무릇 도를 배우는 이는 모름지기 불성을 보아서 점차 인연을 닦아야 하리'와 대조해 보면 胡適(호적)의
평론은 분명히 신회의 뜻과는 어긋난다. 또한 胡適이 인용한 신회의 斬絲(참사) 비유는 일종의돈오의 견해인데
그렇다면 頓修는 어떤 것인가?
혜능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으니 신회의 斬絲(참사) 비유를 일종의 돈수상황에 대한 묘사라 해도 상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여기서 무수히 많은 실을 '하나의 굵은 줄로 엮는다'하였고 '일시에 모두 끊어진다'했으니 이는 온갖 번뇌를 순간에 근절해
버린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배움을 쌓아 점차 닦는다[積學漸修(적학점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일종의 '돈수'방법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頓悟(돈오)'와 '頓修(돈수)'는 구별키 어려운 것으로 신회 역시 이렇듯 구별키 어려운 '돈오'와 '돈수'를 주장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신회의 '단번에 불성을 보아서 점차 인연을 닦는다'는 학설은 혜능의 '돈오돈수'설을 기점으로 발전한
것이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혜능은 단번에 깨달은 후에 무엇을 어찌 하는가에 대해 전혀 언급치 않았으므로 신회가
그 논지를 보충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훗날 이 논점은 선종의 몇몇 유파(종밀의 화엄선 등)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神會的 頓悟說에 대한 논평
(신회적 돈오설) 김영호(인하대 교수)
神會의 돈오사상을 논함에 있어서 樓宇烈 교수는 여러 각도에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돈오 개념의 역사적 연속성을 탐색하면서 그 首唱者(수창자)인 道生(도생)과 연결점을 찾아 비교하고, 자연 개념과 연결시켜 대조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는 신회가 한 문답에서 정의된 돈오의 11가지 뜻을 중심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여기서 첫째 항목을 중심으로 좀더 상세한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事須理智兼釋 謂之頓悟(사수이지겸석
위지돈오)'라는 신회의 정의이다. 그
번역한 '한 사실에 이치와 지혜를 겸하여 해석하는 것을 돈오라'하고로 되어 있다.
상당히 까다로운 문장과 내용이기 때문에 그 번역,
해석에 이론이 있을 수 있다.
事須(사수)와 釋(석), 두 가지 표현이 특히 문제가 된다.
須는 樓교수가 뒤에서 인용한 신회의 표현 '頓卽須수(돈즉수수)'와
관련시켜 볼 수 있지 않을까.
잠정적으로 '순식간에 理(본체, 이치)와 지혜가 함께 풀려진다는 사실을 돈오라 한다
'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의 번역이 만약 필자 자신과 의논한 결과가 아니라면 이 문장 자체에 대한 필자의 해석은 어떠할까 궁금하다
(중국
고전이나 경전의 인용문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누구나 이해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중국인에게는 어느 정도 타당하겠지만 한국인에게는
들어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정의는 필자가 잘 찾아냈듯이 도생이 말한 표현이다. 그러면 도생의
말을 다시 꺼내보자면, "理不可分 悟語照極 以不二之悟符不分之理 理智兼釋 謂之頓悟
이불가분
오어조극 이불이지오부불분지리 이지겸석 위지돈오"라는 문장이다
[출처 慧達(혜달), 肇論疏(조론소)].
요컨데
본체로서의 理는 나눌 수가 없고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悟도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으로, 본체[理]와 智慧(般若)가 같이 녹아서 하나로
풀어지기 때문에 돈오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철학적으로 본체론적(ontological)인 구조 분석과
인식론적(Epistemological)인 접근 방식이 일치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신회와 도생의 입장이 명백히 일치한다. 즉 돈오의 사실과 배경에 대해서는 다른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을 연장할
때, 즉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 하는 현안 문제와 연결시켜 보자면 어떻게 될까.
樓 교수는 신회와 혜능과의 비교를 통해서 타당하게
보이는 분석을 결론 부분에서 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먼저 앞의 정의에 유사한 문구를 중심으로 접근해 볼 있다. 그것은 능엄경에서
나온 문구로, 종밀, 지눌(수심결), 大慧(대혜) 등 선사들이 많이 인용하고 있는 표현인데,
'理卽頓悟 乘悟倂消 事非頓除 因次第盡
이즉돈오
승오병소 사비돈제 인차제진'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데 몇 가지 열거해 보자면,
1) 이적 차원에서는 돈오이므로 깨달음에 따라 아울러 녹이려니와, 사적 차원에서는 단박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점차로
사라진다(김호성, [깨달음, 돈오점수인가 돈오돈수인가] p.295).
2) 理致(이치)인 즉 頓悟(돈오)라 깨침을 따라 아울러 녹으려니와 事(사)는 頓除(돈제)가 되지 않는다. 次第(차제)를 따라 다한다(박종흥, [한국사상사]
p.196).
3) 이치는 대번 깨달을 수 있으므로 깨달음과 동시에 이룰 수 있지만, 현실은 단박에 제거되지 않나니 차례를 따라 없애야
한다(심재열, 普照法語(보조법어) p.177).
4) The noumenon is awakened to suddenly, and is forged in accordance
with this awakening. Phenomena cannot be removed suddenly;they are brought
to an end step by step(본체는 갑자기 깨달아지고, 이 깨달음과 일치해서 녹는다. 현상은 갑자기 없앨 수 없고 차차로
소진된다), (Robert E. Buswell Jr., {The Korean Approach to Zen-The Collected
Works of chinul}, p.143).
1)을 빼고는 모두 主語가 분명하게 理와 事로 해석되어 있다. 1)에서는 주어가
보이지 않는데, 두 문장의 숨어있는 주어가 가령 煩惱(번뇌)나 習氣(습기)라고 가정한다면 의미와 문맥이 통할 것이다.
그러나 김호성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호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
무엇이 '녹아지고', 무엇이 '사라지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 문장의 전반부에서
'아울러[倂(병)]' 같이 '녹는[消(소)]' 대상은 理와 悟로 나타난다. 이것은 앞에서 인용된 '理智兼釋(이지겸석)'의 理와 智에 해당한다. 智는
般若(prajna)로서 悟와 같기 때문이다.
倂消(병소)는 兼釋(겸석)에 통한다. 倂은 兼과, 消는 釋과 통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의 번역에서
'解釋(해석)'의 뜻이 현대 한국어에서의 뜻(interpret, translate)이 아니고 고전적인 맥락에서 '푼다'
'녹다[融解(융해)]'(물리적인 뜻에서)는 뜻으로 삼았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저자 자신의 이해를
듣고 싶다.
문제의 초점은, 이 두 표현('리지검석'과 '리···오병소')을 같은 맥락에서 놓고 볼 수 있을 때, [능엄경]의 문구의 후반부에
실마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漸修(점수)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러니까 신회와 도생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리지겸석'도
'리···오병소'처럼 점수(사비돈제 인차제진)의 꼬리를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생의 방법론에는 돈·점 양면성이 다 들어 있다.
특히 [법화경소]에는 꼭 점오는 아니라도 점수적인 과정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理不可頓階 必要硏추
損之又損之 以至於無損 이불가돈계
필요연추 손지우손지 이지어무손(11장)."
이것은 종밀의 "雖云頓悟法身…習與性成, 卒難頓除 故須依漸修 損之又損 乃至無損 卽名成佛
수운돈오법신…습여성성,
졸난돈제 고수의점수 손지우손 내지무손 즉명성불[都序(도서)]"하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도생은 理 자체의 돈오까지 불가능한 듯한 견해까지 표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근기의 차이와 연결되어 있다. 근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但衆生穢濁難以一悟 故爲說三乘 단중생예탁난이일오
고위설삼승 (2장)"라고 하면서 일승 ·
삼승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법화경]의 주제가 부처가
삼승 · 일승을 통하여 가르침을 베푸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여기서 말하는 一悟(일오)가 본체론적인 인식보다는 頓敎(돈교)와 漸敎(점교)의 문제와
더 관련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一悟가 힘들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점오도 선택적으로 주어질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여기서
悟는 전체적인 수행과정을 가리킨다고 봐야할 지 모른다. 일오가 시간적인 것보다는 전체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돈오도
전체성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생은 같은 疏에서 '大悟'를 따로 누차 언급하고 있는데, 이것은 '大頓悟家(대돈오가)'로서 대오를 깨달음 수행 과정의 결과로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오는 證悟(증오)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도생의 수증 과정은 점수-돈오(증오)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혹 돈오-점오-증오의 과정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든 도생의 돈오론도 복합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오라는 말은 도생이 배우고
영향받은 바 있는 쿠마라지바도 사용했다.
그는 '大乘中唯一念確然大悟具一切智
대승중유일념확연대오구일절지'라고 하면서 돈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살 십지의
후반부와 관련하여 점수적인 보살행을 강조했다. 역시 점수-돈오적인 과정이 아닐까.
여기서 도생과 종밀이 다 점수적 과정을 道德經(도덕경)
(48장 :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위학일익
위도일손 손지우손 이지어무위)에서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無爲自然(무위자연)에 돌아가는 길은 점오 또는 점수적인 과정을 동반한다고 보여진다. 비자연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樓 교수의 분석처럼 신회의 돈오 사상이 꼭 道家(도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도가의 용어를 빌어
썼지만, 樓교수가 지적했듯이 자연이 불성을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불성론을 제창한 도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신회의
돈오론에도 점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한다면, 도생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도가사상과 접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접하고'있다는 것은 꼭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라기 보다 우연의 일치 가능성도 내포한다.
무념과 동의어인 無作意(무작의)도 自然(자연)의 定義(정의)
비슷한데, 티베트에서 돈 · 점 논쟁이 있었을 때 인도쪽 점문파 대표인 까말라실라(연화계)가 내세운 방식과 같은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신회의 돈오사상 속의 점수적인 측면은 간접적이지만 앞에서도 추리되었다.
그렇다면 신회와 규봉은, 성철 스님이 낙인찍듯이, 다
같이 해오 점수론자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도가적인 점수 과정을 어느 쪽에 놓느냐에 따라 돈오-점수 혹은 점수-돈오(증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신회의 주자이 돈오돈수라고도 하는 관찰이, 樓교수가 지적했듯이, 타당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胡適(호적)이 지적하기
이전에 이미 종밀이 '斬染려絲(참염려사)'를 들고 신회파의 선법으로 분류하였다.
즉,
頓悟頓修 以斬染려絲爲喩者 斬如頓悟 頓悟煩惱本無 卽名爲斷
如一려之絲 不勝一劍而頓斷故 染如頓修(圓覺經大疏초),
돈오돈수
이참염려사위유자 참여돈오 돈오번뇌본무 즉명위단 여일려지사 불승일검이돈단고
염여돈수(원각경대소초)
이 引文을 보면 樓선생이 胡適(호적)에게 提起(제기)한 頓修(돈수)에 대한 의문이 풀릴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이 신회에게는 돈오점수와 돈오돈수의 양면성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종밀도 신회를 두 모습으로 묘사한 셈이다.
그러면 어떤 시각을 갖는 것이 이 양립성을 성립시킬 수 있는가. 樓선생은 결론 부분에서 혜능과 신회의 연속성을 찾으려고 함으로써
나름대로 조화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壇經(단경)과 慧能 神話(혜능신화)의 創造者(창조자)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신회와 혜능의 연속성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면성을 선택적으로 볼 지
(근기 차이의 면에서) 보완적으로 볼 지 (전체적인 수증 과장의
맥락에서) 좀더 상세한 분석이 요청된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돈오점수와 돈오점수간의 거리는 몸과 마음(육체와 정신)의 거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과 방사하게 보인다.
그 점에서 종밀이 '身心不二眞我與諸佛不殊分臺故云頓
신심불이진아여제불불수분대고운돈'라고 말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회를 평가하는 데 또 하나 중요한 관건이 되는 개념 또는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신회가 돈오점수 즉 解悟(해오)만 주장한다는 관점과
관련해서 말하는 '知解宗師(從:종)'라는 것이다.
이 '알음알이[知解(지해)]'의 실체를 밝힘으로써 신회의 선법의 구조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판적인 낙인이라고 볼 수 있다면, 신회가 말했다는 '知之-字衆妙之門(지지-자중묘지문)'의 뜻을 살펴보는 것이 더 객관적일 수 있지
않을까?
이 知자는 예사로운 단순한 지식은 아닌 듯하다. 신회가 '知卽知心空寂 顯宗記
지즉지심공적
현종기' '知見不지견불-不異불이'등을 말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知의 대상은 초월적인 경계라 할지라도
知의 인식론적인 구조가 돈오 또는 증오적인 것에 못미치지 않는가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종밀이 知가 '頓悟空寂之知(돈오공적지지)[禪門師資承襲圖(선문사자승습도)]'라고 대답해주고 있다.
또 '了悟時名爲理智 理卽寂 智卽知(요오시명위리지
이즉적 지즉지)'라고
함으로써 知(jnana)가 智(prajna), 즉 般若智임을 제시한다. 그만큼 신회-규봉과 돈오돈수의 거리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논평에 대한 답변
(樓 宇 烈)
事須理智兼釋謂之頓悟(사수이지겸석위지돈오)의 현대적 해석에서 '理智兼釋(이지겸석)'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도생이 스스로 해석하는 문자가 뒤에 있습니다.
여기에서 不二之悟不分之理理智兼釋謂之頓悟(불이지오불분지이이지겸석위지돈오)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현대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말입니다. 釋(석)자는 해소된다는 내용으로 모순이 해소되기 때문에 상보상성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직접적으로 그것을 번역하면 理와 智 사이의 모순을 해소한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해석을 한다면 이와 지의 상호상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므로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불이지오로써 불분지리라고 해석합니다. 事자는 여기에서 사물이나 도리, 須(수)자는
여기에서 필요로 한다든가 수요로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자연과 돈오에서, 신회가 자연이란 개념을 도입할 때는 본연이란 내용을 취지로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수도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자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학문하는 사람은 날마다 지식이 많아지고 도를 닦는 사람은 날마다 적어진다는 것인데,
그것과는 반대가 되는 것입니다.
신회는 그러한 취지에서 자연을 도입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본연적으로 가지고 있다라고 해석하는
데에서 그런 내용을 도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상태나 그러한 방법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선종에서 말하는 자성자오의 개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本覺之智(본각지지)로써 本覺之體(본각지체)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상 모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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