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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현대사회의 다종교 상황에서 종교연구는 한 개별종교의 특성보다는, 그들을 함께 묶어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인간의 역사 또는 문화현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더 집중되어 있다.
세계종교사에 관한 대부분의 저서들은 바로
이러한 노력들의 구체적 표현이자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세계종교사 저작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세계의 역사상 존재했던 종교들을
모두 포함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이전의 종교철학이 대부분
서구의 종교
전통에만 국한되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세계종교사라는 일반적 범주에서 불교의 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불교학계에서 그다지 많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의
불교연구는 단지 불교의 내적 역사와 논리의 규명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의 다종교상황 속에서 불교연구가 다른
종교나 '종교일반'이라는 범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변화해가는 상황 속에서 불교가 새로운 안목으로 자기를
규정하는 노력은 반드시 요청되리라고 생각된다. 이 글은 기존의 세계종교사 저작들을 검토하면서 그들 속에 비춰진 불교의 위상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불교를 세계종교사라는 보다
넓은 지평 위에서 파악하는 것은 불교의 자기 이해에도 매우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며, 또한 세계종교사의 구성 및 서술상의 방법론에
따라
불교라는 한 종교전통이 어떻게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는지 그 다양성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계종교사란 이 세계에 존재했던, 그리고 지금도 존재하는 제 종교들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세계종교사 저작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법론 및 관점에 의해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서술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각 세계종교사에 서술된 불교의
위상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각의 세계종교사 나름대로의 독특한 체계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종교사 문헌을 통해서 불교를 살펴보는 작업이 완벽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 즉
첫째, 각
세계종교사는 세계종교를 어떻게 배열하고 있는가 하는 서술방법론의 문제,
둘째, 어떠한 정의하에 종교를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종교정의의
문제,
셋째, 그러한 방법론과 종교정의에 입각하여 불교의 종교로서의 독자성과 개성을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가 하는 불교 기술의 특성,
넷째, 이상의 앞의 세 단계에서 나타난 서술방법론과 불교기술의 특성에 대한 종합적 평가 및 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두번째 문제인 각 저작의 '종교정의'의 문제는 단순한 서적의 개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저자들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요구되는 어려운 문제이며 또한 이 논문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이므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다.
다만 본고의 작업이
요구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였다. 따라서 본고는 먼저 이들 세계종교사를 서술상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그들의 방법론의 특색을 요약한 다음, 그러한 서술방식의 특성 하에 나타난 불교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연구자료로는
현재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몇 편의 주요 세계종교사와 번역되어 있지는 않으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는 몇 가지 단행본 및 논문들을
중심자료로 하였다. 자료의 대부분이 서구학자들에 의해 집필된 것임은 피할 수 없는 한계로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현재 나와 있는 세계종교사의 서술상의 방법론적 특성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은 순수한 역사적
기술(historical description), 비교역사적 방법(comparative historical approaches),
현상학적 유형화(phenomenological typology)에 입각한 서술이다.
다음은 이 세 가지 분류를 바탕으로 그에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세계종교사 문헌을 중심으로 그에 나타난 불교의 모습을 살펴본다.
Ⅱ. 역사적 기술 방법론에서의 불교:N.스마트를 중심으로
1. 역사적 기술방법론 14; 13;(historical
description)과 N.스마트의 방법론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세계종교사는 역사적 기술의 방법론에 입각하여 쓰여 있다.
세계종교사는 많은 종교를 포함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연히 '비교'의 방법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역사적 기술로서의 세계종교사는
이 '비교'의 차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 방법론의 특성은 주요 종교들의 역사를 나란히 병렬시키는 것이다.
즉
개별종교들을 역사적 자료에 입각하여 하나씩 하나씩(one-by-one), 차례 차례(side-by-side)로 기술하는
것이다. 퓔동 따르면 이러한 방법론은 부케트(A.C.Bouquet)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부케트의 저서 비교종교(Comparative
Religion)는 출판된 이후 세계종교사의 전형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부케트의 종교사는 인도, 중국, 일본, 유대-기독교,
이슬람, 신비주의 전통의 종교를 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에는 하나의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은 묘사되고
분석되어야 할 특별한 개체로서의 '종교들(religions)'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부케트의 [비교종교]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비교의 방법을 사용하여 종교를 연구한 것은 아니다.
부케트의 저서에서 실제적으로
비교의 작업이 수행되었다고 보는 것은 어려운 일로서, 그의 연구에서 비교는 본질적인 것이었다기 보다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즉
그의
책은 세계종교들의 역사적 측면을 하나씩 기술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하나의 '종교사(history of religions)'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에서의 세계종교사는 존 노스의 [세계종교사(Man's Re-ligions)](1956), 휴스턴 스미스의 [세계의
종교들(The Religions of Man)](1958), 니니안 스마트의 [인류의 종교경험(The Religious
Experience of Mankind)](1969)과
[세계종교사(The World's Religions:Old Traditions
and Modern Transformations)](1989), 존 닐슨 외 공저인 [세계의 종교들(Religions of the
world)](1988), 프레드릭 스트렝의 [인간의 종교적 삶(The Religious Life of Man)](1969-) 시리즈
등 많은 세계종교사 저작들이 해당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세계종교사가 획일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 속에서도 상이한 방법론적 차이와 기술상의 차이가 발견된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니니안 스마트이다.
스마트의 저서는 단순히 역사적 기술방법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종교의 비교를 위해 일정한
분석 모델의 사용이라는 방법론적 특성이 부각되고 있다. 니니안 스마트의 방법론은
역사적 기술방법론에 입각하면서도 특별히 체계적 역사적 모델(systematic
historical models)을 사용하고 있는 데 특징이 있다.
그의 방법론은 6가지 혹은 7가지의 분석 모델을 가지고 각
종교전통들을 역사적 자료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니니안 스마트에 따르면, 종교란 "6가지 차원을 지닌 하나의 유기체(a
six-dimensional organism)"이며,
그 6개 차원의 구체적 내용은 종교의 경험적 차원(experiential
dimension), 신화적 차원(mythical dimension), 교리적 차원(doctrinal dimension), 제의적
차원(ritual dimension), 사회적 차원(social dimension), 윤리적 차원(ethical dimension)의
6가지이다.
그 이후에 나온 저서 [세계종교사]에서는 물질적 차원(material dimension)이 첨가되어 7가지 차원이 되며,
종교의 예술적 형식이나 건축물 등도 고려의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모델을 중심으로 각 전통을 이해하는 것이 종교를 상호
비교, 연구하는 데에 유용하다고 본다. 스마트는 종교의 상호 연관성도 중요하나 한 종교의 역사가 지닌 구체적 사실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그의 방법론에서는
사실에 대한 충실한 기술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의 관심은 각 종교들의 독특한 현상의 '내용'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형식'의 유사성에 있다. 이러한 그의 관심은
종교를 하나의 세계관(worldview)으로서 파악하는
입장을 구축하였고, 동시에 세계종교들에 대한 파악에서도 그들의 기능론적 구조의 유사성을 파악하는 체계적 모델을 구상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세계종교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각 종교들의 여러 요소를 서로 비교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며, 각 종교마다의 독자적인
내적 완결구조를 인식한 조심스런 작업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각 종교는 나름대로 자신의 6차원이 서로 긴밀히 조응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종교는 그 자신의 고유한
형식, 그 자신의 고유한 내적 역동성,
그 자신만의 고유한 특별한 의미, 독특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개별적 유기체"이기 때문에 "그
종교를 이루고 있는 여러 부분들의 상호관련을 통해서 이해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니니안 스마트는 "따라서 여러 종교들 또는 종교의
여러 차원 사이에 유사성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각 종교의 개별적 완결성과 내적
역동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의 이와 같은 관점은 나아가 민족주의, 휴머니즘, 마르크시즘까지도 일종의 종교적 기능을 하는 현대의 세속적 세계관으로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의 탐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탐구의 결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의 논지는 세속적
이데올로기들도 종교의 영역과 나란히 세계관의 일부로 볼 수 있게 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하겠다.
2. 스마트의 {세계종교사}에서 본
불교
이와 같은 종교관과 서술방법론을 지닌 스마트의 저서 [세계종교사]에 나타난 불교에
대한 서술은 그의 세계종교사의 일반적 모델이 적용되어 7개의 차원에서 분석되고 있다.
'이야기 차원', '교리적 차원', '실천적
차원', '윤리적 차원', '경험적 차원', '사회적 차원', '물질적 차원'이 그것인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이야기 차원 :
불교의 성스러운 이야기(신화)에 해당되는 것으로 붓다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인 '전생담(Jataka)'이
있다. '전생담'은 붓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교훈의 원천이다.
그리고 붓다의 출생에 관한 기적적 이야기, 출가의 계기가 된
'四門遊觀(사문유관)', 고행과 마라(Mara)의 유혹, 보리수 아래에서의 成道(성도), 初轉法輪(초전법륜), 入跡槃(입적반)에 관해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불교의
이야기차원을 구성하고 있다.
② 교리적 차원 :
붓다의 교리는 당시 사문들의 일반적 사고방식에 일대 새로운 해석을 가져온 것이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취한 수행방법은 고행주의와 선정주의의 일방적인 두 극단을 버리고 지혜와 명상을 결합한 것이다.
붓다는 세계는 무상(無常)하며 따라서
苦(고)임을 밝혔다. 그리고 四聖諦(사성체)와 八正道(팔정도)로서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였다. 緣起法(연기법)과 無我說(무아설)은 불교의 독특한 교리이다.
③ 실천적 차원 :
붓다의 교설에서 설파된 가장 중요한 실천은 조용한 장소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이다. 개인은 요가를 통해
다양한 선정(dhyana)의 단계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승가공동체는 계율(vinaya)을 통해 지나친 개인주의를 방지한다.
공동체의
주요한 실천조항 중의 하나는 탁발이며, 재가신도의 주요 실천조항 중의 하나는 보시이다. 또한 붓다의 출생과 성도와 연관된 성지를
순례하는 것도 공덕을 쌓는 길의 하나이다.
④ 윤리적 차원 :
중도로서 붓다의 가르침은 계율의 엄격한 적용보다는 마음의 동기를 더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행위는
五戒(오계)에 의해서 다스려져야 한다. 출가자에게는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더 많은 계율들이 있다. 계율들은 자비, 동정, 친절, 평정심 등의
위대한 덕목들과 함께 행해져야 한다.
⑤ 경험적 차원 :
불교의 핵심적 종교경험은 종종 신비적 경험(mystical experience)이라고 불리워진다.
이 경험은
의식의 정화를 통한 최고의 靜福(정복)을 수반하여 기쁨과 확신을 가져다준다. 열반(nirvana)에 도달한 사람들은 이와 같이 느끼며 동시에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지적 각성을 함께 한다.
⑥
사회적 차원 :
승가공동체는 처음에는 느슨하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점점 계율 등의 정비를 통해 사회적 집단으로 자리잡아간다.
승가는 변화해 나가는 당시의 인도사회에 하나의 대안적 삶의 방식을 제시하였다.
⑦
물질적 차원 :
붓다의 유골은 그의 죽음 후에 분산되어 모셔졌다. 유골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후에 탑(stupa)에 대한 숭배로
이어졌다. 수많은 불상과 불화 등도 인류문명의 영광의 한 장을 차지하는 중요한 불교의 물질적 차원이다.
이상과 같은 스마트의 불교에 대한 기술을 살펴보면, 스마트 외의 '역사적 기술방법론'에 의거한 대부분의
세계종교사들에서 나타난 불교서술 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서, 그 불교기술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불교학자나 불교사가들의 불교기술
내용과 구별되지 않는다.
스마트의 불교에 대한 설명은 불교계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초기불교사와 거의 다르지 않다.
예컨대 초기불교의
교리적 차원으로서 사성제와 팔정도, 무아설, 연기법, 윤리적 차원으로서 계율, 사회적 차원으로서 설명한 승가공동체 등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이다.
단지 스마트 특유의 설명이 첨가되었다면 경험적 차원에서 불교의 핵심적 경험을 '신비적 경험'이라고 분류한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마트의 세계종교사에 나타난 불교에 대한 서술에서 일반적인 불교사의 내용 이외에 그다지 새로운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단 그 서술내용을 통하여 불교의 특성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의 방법론에 따른 불교에 대한 설명은
불교종교전통의 특징을 명확히 하는 데 유효하기 때문에 일단은 고유한 내적
형식과 역동성을 지니고 있는 개별적인 유기체로서 불교의 이해에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스마트의
불교서술은 어느 정도 단순화를 통하여 불교의 내적 구조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스마트 이외의 역사적 기술방법의
세계종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서술 속에 나타나는 불교는 개별적 독자성과 내적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유기체이며, 해당
문화권내에서 역사적 사실의 관련성 속에서 충실하게 살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러한 방법론은 불교전통을 지나치게 고립시키고 단순화시켜 이해함으로써 불교만의 특성이 오히려 간과될 우려가
있다.
스마트가 불교를 7가지 차원으로 설명한 것은 불교의 내적 구조를 설명한 데에는 훌륭하지만, 타종교와의 비교작업에서는 그다지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한 종교의 특성이 발견되는 것은 타종교와의 비교와 관련 속에서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종교사 차원에서 보편적 종교경험으로의 추상화 과정을 통해서만 불교의 특성이 보다 명료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7가지 차원을 통한 스마트의 분석방법은 여러 종교들의 연관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취약함으로써, 불교전통의 이해에서도 역시 일반적인
불교사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방법론은 불교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타 종교전통들과의
상호관련성 및 독특성을 이해하는 전체적 조망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하겠다.
바로 이 점이 역사적 기술방법의 본질적 한계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역사적 기술방법의 세계종교사는 세계종교사라고는 하지만
개별종교사의 집합 이상의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것은 개별종교의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s)에 관한 정보는
풍부하게 전달하지만, 종교사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는 일관된 해석의 틀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불교이해에 있어서도 세계종교사
가운데에서의 불교의 위상에 대해 파악하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어렵다고 하겠다.
Ⅲ. 비교 역사적 방법론에서의 불교:T.링을 중심으로
1. 비교역사적 방법론 14; 13;(Comparative
Historical Approaches)과 T.링의 방법론
비교역사적 방법론에서의 세계종교사는 넓은 의미의 '비교종교'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단순히 세계종교사를 병렬시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제 종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와 분류를 통해 그들을 몇 가지 스타일로
범주화시켜보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은 실제 역사상황을 무시한 관념적 차원에서의 구조화나 비교, 유형화가 아니라 실제의 역사적 상황과 자료를 중시한다.
따라서 방법론상 연역적이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통한 귀납적 결론을 도출하려고 하며, 동시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개별적
중요성과 독특성을 부여한다. 한마디로 이 방법론은 역사를 무시한 '탈역사적 비교의 위험과 개별종교연구(specialists)의
국지주의'를 탈출하려는 노력에 입각해 있다.
즉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그들의 시대성을 주의하면서도, 하나의 개별 전통에만 국한되지
않는 보다 포괄적 시각을 견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세계종교사를 비교역사적 방법을 통해서 기술한 대표적 인물은 트레버 링이다.
그의 [세계종교사(A History of
Religion East and West: An Introduction and Interpretation)]는 폭넓은 차원에서 비교를
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코 비교종교사의 선두에 꼽힌다.
트레버 링은 책의 서문에서 막스 베버(Max Weber)와 같이 폭넓게
다양한 종교들을 연구하는 것이 오늘날 종교연구에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세계종교사 서술의 필요성을 말하고 자신의 종교연구의 방법론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세계종교사는 비교종교사가 되어야 하며, '비교종교'는 "주요 종교사상체계들의 상호관련성에 대한
연구이며, 종교적 테마와 관념들의 전파가 발생한 경로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다양한 종교적
전통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사상의 전파라고 하는 보다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과 결부되어 있지만, 그러나
이것만이 비교종교에 그 정당한 존재이유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비교방법론의 특징은 그 비교의 배경으로서 세계적 맥락(world context)과 종교사 전체가 동원된다는 것이다.
트레버 링은 세계종교사는 한 종교와 한 종교의 비교라는 보다 협의의 제한된 비교가 아니라, 전 세계종교사라는 맥락 위에서 한 종교의
발생의 의미와 역사적 전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것은 세계의 전역사를 비교의 토대(Global History as a
basis for comparison)로 사용하는 광범위한 비교이다.
또한 가능하면 관념적인 형식(ideal form)에 의한 비교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것 자체를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비교가 도출되는 것이므로 그 비교방법론은 역사적
방법론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링의 세계종교사 서술의 초점은 주요 종교사상체계들의 상호관련과 종교 전파상황을 고찰하는 것임은
앞의 설명과 같다. 트레버 링의 저서는 시간적 계기상으로 세계종교들을 분류하여 함께 다룬다는 면에서 그간의 세계종교사들과 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그는 세계종교의 역사적 전개를 시기적 연대별로 끊어 7개의 단계(stages)로 나누어 이해했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각 시대의
종교사적 의미와 특성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에 전제되어 있는 가정은 "여러 종교가 유사한 시기(periods)에 유사한
단계(stages)에 도달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들 사이에 보다 정확한 비교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트레버 링이 구분한
7개의 종교사 단계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소개할 수 있다.
① 유목민, 농부들 그리고 왕(Nomads, Peasants & Kings)
:
이 장(章)에서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베다시대와 고대 이스라엘이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과 아시아 전통의 중요한 종교적 신념과 실천의 역사적 뿌리에 대해서
살펴본다.
② 예언자와 철학자들(Prophets & Philosophers)
:
기원전 10세기부터 6세기가 해당된다. 이 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예언자 전통, 이란의 짜라투스트라(Zarathustra), 그리고 인도의 고타마 붓다(Gautama Buddha)가
예언자로서 설명되고 있다.
링에 의하면 예언자들의 출현은 어느 지역에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곧 타지역으로 전파됨으로써
종교사가 전개된다.
③ 학자, 수도승과 사제(Scribes, Monks & Priests)
: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유대인들의 바빌론
유수(587 B.C.E.)로부터 초기불교, 그리고 브라만교의 재정비, 그리고 기독교의 발흥 이후 기원 후 70년까지가 다루어진다.
이
시기의 특징은 앞의 시대에서 생겼던 예언자들의 발견이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타 지역으로 전파되는 국면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
전파의 요소(the fact of diffusion)는 종교사 전개의 중요 요소라고 말한다.
④ 신조와 일치(Creeds & Conformity)
:
기독교, 힌두교, 대승불교가 거대한 문화권에 의해 지지되면서
종교전통으로 발전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에 의하면 4세기 초 기독교와 힌두교는 공히 제국의 권력의 뒷받침을 받았으며
나아가 종교적 신념과 실천이 정치적 규범과 기준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기독교는 교회지도자들의 공의회를 주관하는 황제의
힘과 더불어 종교상의 신조(creed)의 일치된 형식이 제정되었고, 힌두교의 경우에는 [마누법전]과 [바가바드 기타]와 같은 주요서가
편찬되었다.
불교는 카스트제도와 양립 불가능한 사회이론을 제시하여 인도에서의 불교의 운명을 규정하였고, 브라만과 왕의 동반자 관계는
중세 인도를 지배했다.
⑤ 종교와 문명(Religion Civilization)
:
이슬람의 부흥과 불교의 여러 지역으로의 확장을 살펴보고 있다. 이슬람의
근동, 중동, 북아프리카, 스페인 지역으로의 확장과정, 불교의 중국, 일본, 티벳, 동남 아시아로의 확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
경우 새로운 지역으로의 전파과정에서 이슬람과 불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신자를 획득하게 된다.
⑥
신학자, 시인 그리고 신비가들(Theologians, Poets " Mystics)
:
500년 에서 1500년까지의 중세
힌두이즘과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시대를 살펴보고 광범위한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간 불교문명을 살펴본다. 또한 1500년에서
1800년까지의 종교적 충돌과 마찰의 역사를 논한다.
⑦
종교와 산업사회(Religion & Industrial society)
:
1800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종교별로
개관하며, 현대사상과 전통종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 트레버 링 {세계종교사}의 불교서술상
특징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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