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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 계속
감산의 저작은 순수 불교 관계 저작과, 불교의 관점에서 노장과 유가 경전을 주석한 저작으로 나누어진다.
감산이 선사로서
불교사상에 관한 저작을 낸 것은 당연하겠으나, 특이하게도 [老子와 [莊子]의 주석에 심혈을 기울였으니, "이러한 그의 태도는, 당시
쇠잔해 가던 불교를 노장학 내지는 유학과, 불교 우위의 관점에서 사상적 조화를 통함으로써 불교 중흥을 시도했던 일환책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전겸익은 감산이 노장과 유가 경전에 대하여 나름의 견해를 밝힌 것은 본질적인 것에서 도가·유가의 고인의 사상과 일치함을
강조하였고,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감산이 불교의 진리를 설파한 내용은 고인의 사상과
일치하며, 양자의 사상은 표면적인 것에서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겸익의 이러한 관점은 감산과 고인을 동등하게 尊崇(존숭)함으로써 감산이
불교의 선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도교 · 유교와 결코 유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전겸익은 "우리 감산대사께서는 다시 몸소 조계사의 주지를 맡아 혜능의 뒤를 계승하여, 현세에 몸을 망치지 않음을 설법으로
삼았다.
그 뒤에 그는 후오백세 기간 동안 佛法의 견고함이 쇠락하여 무너지자, 법문을 팔아먹는 장사꾼들과 養子(양자)들이 모두 싸우고
절도질하고 죽이는 자들이기 때문에, 모든 법을 받는 육신을 구실로 삼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혜능께서 옷을 남긴 뜻을 더욱 믿게
되었으며, 대사의 현신 설법이 견고하여 찬란한 빛을 발함은 천 년 후에 혜능법사가 됨이다."라고 하여, 감산이 혜능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하였다.
전겸익은 당시의 불교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았으며, 이른바 '法幢傾倒(법당경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선사는 곧 감산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法幢(법당)이 꺾여 넘어진 이래로부터 末겁(말겁)이 침범하여 성대합니다. 獅子(사자)가 사라지자 野干(야간)이 울어대며, 龍象(용상)이 입적하자 요괴가 번성합니다.
집집마다 臨濟(임제)요 개개인마다 德山(덕산)이라 합니다.
禪師는 가시나무처럼 무성하고, 법을 전수받았다는 제자는 갈대처럼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또한 망령된 말을 만들어 내고 聖僧(성승)을 업신여깁니다. 자백은 본래 스승의 가르침을 전수받지 않았다고 비방하고, 감산대사는 단지 義學(의학)을
칭했다고 헐뜯습니다.
이러한 것은 귀머거리를 모으고 인도하며, 혹세무민하는 행위입니다. 法門이 깨지고 무너짐이 이 시대보다 더 심한
적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狂井(광정)의 우물을 마셔 미쳐 버렸지만 한 사람만이 미치지 않았고,
세상 사람들 모두 새벽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늙은 모습을 무서워하지만 한 사람만이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 우리 감산대사께서는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널리 베풂에 두려움이
없음은 또한 어찌 후인에게 두터운 기대가 없겠습니까?
여러 上座(상좌)와 겸익은 신분이 다르지만 모두 대사의 문하에서 나왔고, 함께 대사의
유언을 받들었습니다. 현세를 살면서 물결을 따라 흐름을 쫓아가고, 옆에 앉아 수수방관한 채 바람 맞아 미친 듯 달리며, 손을
가로저으며 눈을 감고 구원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어찌 감산의 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월自法幢傾倒, 末겁凌夷.
師子逝而野干鳴, 龍象寂, 而妖狐熾. 家家臨濟, 個個德山. 宗師如茨, 付拂如葦. 而又構造妄語, 侮만聖僧. 謗紫柏則曰本無師承,
毁大師則曰但稱義學. 聚聾導고, 惑世誣民. 法門之敗壞, 未有甚于此時者也. 擧世飮狂井之藥, 而有一人不狂 ; 擧世怖曉鏡之頭, 而有一人不怖.
… 而我大師慈心悲憫, 普施無畏, 亦豈無厚望于後人與? 諸上座與益, 緇白不同, 同出大師之門, 병受遺囑. 居今之世, 隨波逐流, 坐視斯人,
中風狂走, 搖手閉目, 不爲拯救, 亦何以稱爲海印之眞子歟?
월자법당경도,
말겁릉이. 사자서이야간명, 용상적, 이요호치. 가가림제, 개개덕산.
종사여자, 부불여위. 이우구조망어, 모만성승. 방자백칙왈본무사승,
훼대사칙왈단칭의학. 취롱도고, 혹세무민. 법문지패괴, 미유심우차시자야.
거세음광정지약, 이유일인부광 ; 거세포효경지두, 이유일인부포. …
이아대사자심비민, 보시무외, 역기무후망우후인여? 제상좌여익, 치백부동,
동출대사지문, 병수유촉. 거금지세, 수파축류, 좌시사인, 중풍광주,
요수폐목, 부위증구, 역하이칭위해인지진자여?
전겸익은 앞서 논했듯이 임제의현의 선사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다만 만명 시기에 임제종의 수양방법에 따른 병폐를
문제삼았다.
德山宣鑒(덕산선감)은 임제와 같은 시기에 활약했으며, 임제와 마찬가지로 공안과 방할의 수행방법을 애용하였다. 전겸익은 만명 시기의
선종이 임제와 덕산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으며,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선은 선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사람들이 감산의 불교사상은 義學(의학), 즉 교리와 이론에 불과하다고 매도하였지만, 전겸익은 감산을 두둔하면서 오히려 공안과 방할만이
횡행하는 풍조가 선종을 망쳤다는 인식을 가졌다. 그는 법문이 파괴되고 마외가 날뛰는 상황에서 오직 감산만이 법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선사라고 간주하였다.
이런 까닭에 감산이 입적한 이후에도, 전겸익은 그의 불제자와 함께 감산의 사상을 널리 선양하기를 진심으로 원했던
것이다. 다음의 문장도 전겸익의 감산에 대한 추종과 감산의 뒤를 이어 불법을 선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군자의 죽음을 애도함을 마치 깊은 산중과 큰 연못에 龍虎(용호)가 사라지자 온갖 잡귀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미꾸라지·송사리가 날뛰고 여우 · 너구리가 떠들어대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대사께서 입적한 이후 12년 동안은 대개 이러한 사정이다.
소경이 대사의 法席(법석)에 앉아 있고, 魔民(마민)이 人天(인천)의 스승을 사칭한다. … 자백과 운서가 세상을 등진 이후로 계속해서 대사께서도
입적하였다.
법문의 큰스님들은 모두 사라져 하찮은 사람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른바 미꾸라지·송사리, 여우·너구리와 같은 자들은 어찌
떼지어 모이고 울어대는 것을 괴상하게 생각하겠는가.
아 ! 높고 당당하여 의젓함이 있음은 마치 임금의 도량과 같고, 인자한 얼굴과
위엄 있는 모습이 황홀함은 마치 둥근 달이 구름을 걷어내는 것과 같다. 대사께서 남긴 微言大義(미언대의)가 사라지려 할 때 그것을 해석하여
밝혀서, 대사의 예언이 여기에 있음을 생각한다.
법문의 깃대는 꺾여 사라졌는데, 누구와 더불어 법문을 다시 지탱시킬 수 있겠는가?
대사의 초상 앞에서 절을 하면서, 낮 두껍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가 있겠는가?
昔人悼君子之歿, 以謂如深山大澤, 龍亡虎逝,
則變怪百出, 舞추선而號狐狸. 師之化去, 一紀于斯. 盲子據猊之坐, 魔民稱人天之師. … 自紫柏, 雲棲辭世, 而師繼之. 法門龍象,
靡有孑遺. 則所謂추선狐狸者, 何怪其군聚而族啼. 嗚呼! 巍巍堂堂, 儼如王之氣宇 ; 慈顔威相, 恍月滿而雲披. 繹微言於將絶, 念記별之在玆.
刹竿倒却, 誰與柱지? 拜公遺像, 能無顔厚而뉴니也耶?
석인도군자지몰,
이위여심산대택, 용망호서, 칙변괴백출, 무추선이호호리. 사지화거,
일기우사. 맹자거예지좌, 마민칭인천지사. … 자자백, 운서사세, 이사계지.
법문룡상, 미유혈유. 칙소위추선호리자, 하괴기군취이족제. 오호! 외외당당,
엄여왕지기우 ; 자안위상, 황월만이운피. 역미언어장절, 염기별지재자.
찰간도각, 수여주지? 배공유상, 능무안후이뉴니야야?
전겸익은 감산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애석하게 생각하였다. 자백과 운서의 뒤를 이어 감산마저도 입멸하게 되자, 법문은 완전히 도탄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겸익은 진정한 白衣 弟子(백의 제자)로서 감산의 유업을 계승하여 당대의 법문을 구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겸익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불교에 관한 글을 지을 때는 글의 말미를 거의 海印(해인) 弟子로 끝냈다. 해인은 곧 감산을
의미하므로, 그는 진정으로 감산의 제자이길 바랐으며, 아울러 제자로서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한 것이다.
참고>'紫柏尊者全集(자백존자전집)'권14,
; "나는 호방한 성품을 타고나고 습벽 또한 거칠고 고지식하며,
말 한마디라도 사리에 맞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극도로 흥분하여 달려
들었다." ↓
2.
紫柏論(자백론)
眞可(진가:1543∼1603)는 자가 達觀(달관), 호는 紫柏(자백), 俗性(속성)은 沈氏(심씨), 蘇州(소주) 吳江人(오강인)이다. 그는 젊어서 의협심이 강하였고, 17세 때
칼을 차고 周遊(주유)하다가 우연히 蘇州 虎丘寺(호구사)에서 明覺(명각)을 만나 출가하였다.
그는 20세 때 具足戒(구족계)를 받았고, 이후 五台山(오태산)·峨嵋山(아미산) 등 불교의
명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는 "오로지 감山淸公(감산청공)하고만 벗을 삼았는데, 그와 함께 주야로 40일 동안 대담한 적도 있었다." 감산이
뜻밖에 법난을 당하여 변방에서 군인 신분으로 전전하고 있을 때,
자백은 禪師로서 "감산이 돌아오지 않으면 세상에 나가서 중생을
구제해야 하는 큰 책임이 있고, '광稅(광세)'가 그치지 않으면 나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큰 책임이 있으며, 傳燈錄(전등록)이 이어지지 않으면
나는 佛法의 지혜를 선양해야 하는 큰 책임이 있다.
이 세 가지 책무를 해결한다면 마땅히 다시 王舍城(왕사성)[불타시대의
강국인 摩揭陀國의 수도로서, 불타 교화의 중심지다]에서 노닐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신의 세 가지 책무를 밝혔다.[한문; 광 石+廣]
일반적으로 명대의 불교가 제 종파의 융합을 바탕으로 통합 불교를 지향하는 경향을 나타냈듯이, 자백도 "諸宗(제종) 조화사상에 근간하나
그의 공적은 각지에 있는 사탑의 부흥과, 감산 등과 함께 만력 연간에 대장경을 조인한 일이다."
전겸익이 감산의 佛心에 깊은 감화를 받아 海印 弟子를 자처하고 한평생 그와 交遊(교유)하면서 추종한 반면, 전겸익과 자백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없었던 듯하다. 자백이 만력 31년(1603)에 요서 사건으로 인하여 옥사했을 때, 전겸익은 22세의 나이로 한창 과거시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겸익이 "자백존자께서 입멸한 후 두 번째 해인 만력 33년(1605)에, 나는 꿈에 높은 산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어느 큰스님 한 분이 바위 끝에 엄숙히 정좌하고 있었으니, 달관존자라고 했다.
내가 공손히 예를 갖추자 그는 좌측을
가리키면서 나에게 앉으라고 명하고는, 비밀스럽게 당부의 말을 하고서 그것을 잊지 않도록 훈계하였다. 이에 나는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라고 회상한 내용을 보면, 그는 꿈속에서나마 자백을 배알하고 그의 당부에 감읍할 정도로 그를 무척
존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겸익은 자백에 대하여 "아 ! 만력 연간에 나라 안에는 삼대 화상이 있었는데, 즉 자백가공과 운서굉공 그리고 감산청공이다.
그들은 각기 法幢(법당)을 세우고 인간계·천상계 중생의 眼目(안목)이 되었다.
세 公(공)께서 입적하자 魔外(마외)가 횡행하고 棒喝(봉갈)이 어지러이 섞였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즉 자백을 운서 · 감산과 더불어 당대의 삼대 선사로 간주하였고, 이 삼인의 입멸로 인하여 佛門이 어지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만력 연간에 나라 안에 삼대 화상이 있어 각기 법당을 세웠는데, 자백은 宗(종)을, 운서는 律(율)을, 감산은 敎(교)를 법당의
宗旨(종지)로 삼았다. 三家의 法門은 조금 다르지만 귀착점은 하나이다. 세 분이 입적하고 난 뒤, 마외가 번성하기 시작하였다.
佛門의
上法堂(상법당)과 좌석은 광대의 놀이터가 되었다. 무지가 판을 치고 狂病(광병)이 날뛰며, 소경들이 서로 의지하여 찾아다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졌다."라고 하여,
비록 삼인의 宗旨(종지)가 약간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됨을 강조하였고, 아울러 당대의 佛門이 아비규환에 빠진
것은 이 삼인의 입멸로 인한 聖僧(성승)의 부재 때문이라고 귀결 지었다.
이처럼 전겸익은 자백을 기본적으로 운서나 감산과 등등한 위치에서 추종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전겸익은 자백을 직접 만나지 못한 관계로 자백에 대한 인식은 감산을 통하여 얻어진 것인데, 다음의 문장이 그러한 사실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나는 예전에 감산대사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자백은 어떤 사람입니까?" 감산대사께서 말하길, "자백은 자비를 베풀어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었고, 三寶를 널리 보호하였다네. 그는 응신대사로 명명될 수 있으며, 그의 見地(견지)가 신속히 은밀함에 연결됨은 멀리는 족히
臨濟(임제)에 도달하고, 위로는 혜능을 계승할 수 있다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자백이 임제 일파를 계승했다고 보아도 됩니까?"
감산대사께서 말하길, "자백대사께서는 본래 불타의 설법을 더럽히지 않았다네. 보살은 예전부터 師派(사파)가 없었으니, 감히 망령되게 무슨
종파를 받들지 않았네.
임제 일파는 천하에 널리 교세를 확장하였는데, 오십 년 동안 부처님의 설법이 끊어져 전해지지 않으며, 깨달음의
눈은 아직 밝지 아니하고, 사악한 요괴가 불법을 어지럽히는 데도, 그들은 망령되게 스스로 자신들을 임제의 몇 십 몇 대로 존칭하고
있다.
자백과 같은 이는 불법을 계승했지, 종파를 계승하지는 않은 자라고 해야 된다네."라고 했다. 두 선사께서 입적하자 법당은 날로
기울고 사악한 무리의 스승이라는 자들은 망령되게 임제의 후손이라 칭하고 서로 받들어 모시니, 과연 감산 노인께서 말한 것과 같다.
余嘗問감山大師 ; 紫柏何如人也?" 師曰 ; "悲願利生, 弘護三寶. 是名應身大士, 其見地直捷隱密, 足可遠追臨濟, 上接大慧."
"然則以紫柏繼臨濟一燈可乎?" 師曰 ; "師固不첨爲轉輪, 眞子以前無師派, 未敢妄推也. 臨濟一派, 流布환區, 五十年來, 獅絃絶響,
正眼未明, 邪魔亂法, 妄自尊稱臨濟幾十幾代. 如紫柏者, 嗣法不嗣派可也." 二老旣歿, 法幢日倒, 魔民師子, 妄稱臨濟兒孫, 互相尊奉,
果如감老之云.
여상문감산대사 ; 자백하여인야?"
사왈 ; "비원리생, 홍호삼보. 시명응신대사, 기견지직첩은밀, 족가원추임제,
상접대혜." "연칙이자백계임제일등가호?" 사왈 ; "사고불첨위전륜,
진자이전무사파, 미감망추야. 임제일파, 유포환구, 오십년래, 사현절향,
정안미명, 사마란법, 망자존칭임제기십기대. 여자백자, 사법불사파가야."
이로기몰, 법당일도, 마민사자, 망칭임제아손, 호상존봉, 과여감노지운.
감산은 제자 전겸익의 자백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먼저 자백을 이른바 '應身大士(응신대사)'라고 평하였다. 응신대사란 중생을 계도하기
위하여 육신으로 應現(응현)한 선사를 말한다.
자백은 중생을 계도하기 위하여 평생토록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고 교화와 보시에 힘썼는데, 특히
일반 대중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大藏經(대장경)의 보급은 큰 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전겸익도 "자백화상께서는 佛法(불법)이
쇠락하고 있음을 걱정하여, 大藏經을 목판본으로 간행해서 편리하게 유통시켰는데, 이는 말법의 중생이 부처님의 지혜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라고 한 것이다.
다시 감산은 전겸익에게 자백이 혜능과 임제의 법통을 이은 선사라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전겸익은
자백이 임제 일파인가 라는 의문을 품은 것이다. 이에 감산은 자백이 혜능과 임제의 사상을 계승했지, 결코 종파의 형식에 얽매이지는
않은 점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여기서 감산이 전겸익에게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내용은, 前代 선사의 사상을 올바르게 계승할 뿐, 무슨 종파가 가져다 주는
형식의 속박에서는 벗어나라는 것이다.
자백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감산과 전겸익은 당시 임제를 계승했다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때문에 불문이 도탄에 빠졌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자백은 스승이 없다고 비난하며 그를 이단으로 몰아 배척하였다.
그러나 전겸익은 자백을 두둔하여,
자백은 급기야 스승이 없다고 해서 배척을 당했다. 佛法이 쇠락하여 세상이 어지러워짐은 이에 이르러 극을 다하였다.
부처님이
열반한 후, 天上界(천상계)의 모든 神佛(신불)은 대가섭에게 말하기를, "佛法船(불법선)이 난파되려 하고 法燈(법등)이 꺼지려 하며, 佛法을 따르는 자는 떠나려 하고
佛道(불도)를 수행하는 자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에, 악인의 세력은 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마땅히 큰 자비의 마음으로 佛法(불법)을 건립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자백의 師弟(사제)는 모두 뛰어난 선승들로서, 불법을 적극적으로 선양하면서 오직 正法을 유통시키는 것을 능사로 삼았다.
그들은 말법 시기에 사람의 根機(근기)가 邪見(사견)의 그물로 들어가 無智(무지)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응당 오늘과 같은 현실이 생겼음을 환히 알았다.
紫柏遂以無師遣斥. 陵夷梟亂, 至此極矣. 佛滅後, 諸天白大迦葉 ; 佛法船欲破, 法燈欲滅, 從法人欲去, 行道人漸少, 惡人力轉盛.
當以大慈, 建立佛法. 紫柏師弟, 龍象蹴踏, 惟以流通正法爲能事. 灼知末法人根, 入邪見網, 無智盲冥, 應有今日也.
자백수이무사견척.
능이효란, 지차극의. 불멸후, 제천백대가엽 ; 불법선욕파, 법등욕멸,
종법인욕거, 행도인점소, 악인력전성. 당이대자, 건립불법. 자백사제,
용상축답, 유이유통정법위능사. 작지말법인근, 입사견망, 무지맹명,
응유금일야.
라고 했으니, 자백과 그의 제자들이 前代(전대) 스승의 傳法(전법)보다는 佛門(불문)의 正法(정법)을 유통시키는 데 힘썼음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전겸익이 자백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앙모의 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그는 자백 사후에 자백의 遺文(유문)을
모아 별집을 완성하였는데, 그 과정에 대하여 "金壇(지금의 강소성 金壇縣:금단현)에서 출판한 紫柏尊者全集(자백존자전집)은 이미 모든 道場(도장)에 널리
유행되었다.
이 전집 이외의 자백 문집으로는 錢啓忠(전계충)의 [集초(집金+少)] 四卷과 陸符(육부)의 [心要] 四卷이 있다. 또한 壽光上人(수광상인)이 吳江(오강) 周氏(주씨)의 藏本(장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儒士(유사)로서 자백의 佛門 제자였던 繆仲淳(무중순)이 자백을 곁에서 모시면서 손으로 직접 베껴 쓴 것이다.
나는 여러 판본을 모아 전집 중에 실리지
않은 내용을 취해서 네 권으로 배열하여 [紫柏別集(자백별집)]이라 이름지었다."라고 하였으며, 그 별집의 서문에,
책 뒤에 서문을 써서 말하길,
"선문의 五燈(오등)은 송나라가 강남으로 천도한 이후로부터, 石門(석문)·妙喜(묘희)에서 高峯(고봉)·斷崖(단애)·中峯(중봉)에 이르기까지
한 차례 흥성하였다.
元朝(원조)로부터 명초에 이르기까지 元수(원嫂-女)·寂照(적조)·笑隱(소은)·楚石(초석)·蒲菴(포암)·季潭(계담) 등에 의하여 다시 한번 흥성하였다.
이백
년 이래로 佛法의 전해짐이 소멸하자 자백존자께서 동쪽의 오지방에서 걸출하게 나왔는데,
임금과 같은 도량을 가지고 천하를 마음대로
휘어잡았다. … 자백존자가 태어난 때(만력 연간)는 바로 국가가 한창 부강함을 구가하던 시기였으나, 환관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만주족이
변방을 침범하여 국난의 조짐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대사께서는 자비의 바람과 계율의 힘을 가지고 王舍城(왕사성)에 살면서 불법을
설파하였다. 그는 慈聖(자성) 皇太后(황태후)의 은혜를 널리 선양하고 신종의 지혜를 환하게 열어 놓음으로써, 광稅(石+廣세)의 폐지, 동림당의 복권, 양심 인사의 석방, 살인을
피하는 일 등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소인의 무리는 서로 한 패로 결탁하여 妖書(요서)사건의 음모를 일으켰다. 대사께서는 이에 대하여
幻有(환유)의 육신을 버림으로써 淸流(청류)의 禍(화)를 그치게 하였다.
敍其後曰 ; 禪門五燈, 自有宋南渡已後, 石門, 妙喜至高峯, 斷崖, 中峯爲一盛.
由元以흘我國初, 元수, 寂照, 笑隱至楚石, 蒲菴, 季潭爲再盛. 二百年來, 傳燈寂蔑, 尊者挺生東吳, 氣宇如王, 蹴踏天下. …
尊者出世萬曆中, 正國家日中豫泰之候, 貂寺氈구, 얼牙盤互. 師以慈願戒力, 住王舍城而爲說法, 溥聖母之慈雲, 開明主之智日, 庶幾광稅可罷,
黨禁可除, 戎索可淸, 殺運可挽. 군小張羅鉤黨, 推刃妖書, 師於是변幻有之軀, 息淸流之禍.
서기후왈
; 선문오등, 자유송남도이후, 석문, 묘희지고봉, 단애, 중봉위일성.
유원이흘아국초, 원수, 적조, 소은지초석, 포암, 계담위재성. 이백년래,
전등적멸, 존자정생동오, 기우여왕, 축답천하. … 존자출세만력중, 정국가일중예태지후,
초사전구, 얼아반호. 사이자원계력, 주왕사성이위설법, 부성모지자운,
개명주지지일, 서기광세가파, 당금가제, 융삭가청, 살운가만. 군소장라구당,
추인요서, 사어시변환유지구, 식청류지화.
라고 하였다.
여기서 전겸익은 먼저 남송 이래의 선종의 흥성을 세 차례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는데, 즉 첫번째는 石門(석문)[宋人(송인), 慧洪(혜홍)]·妙喜(묘희)[宋人(송인),
宗고(종고)]에서 高峯(고봉)[元人(원인), 原妙(원묘)]·斷崖(단애)[元人(원인), 了義(요의)]·中峯(중봉)[元人(원인), 明本(명본)]에 이르는 기간 동안이다.
묘희는 話頭禪(화두선)을 창도하여 남송의 선종을
크게 일으켰다. 원대의 선종은 임제종의 고봉과 중봉에 의하여 이끌어졌는데, 고봉은 看話禪의 三要說(삼요설)을 주장하였고, 중봉은 스승인 고봉의
간화선 수행을 계승하여 마음의 영묘한 작용, 즉 神光(신광)을 중시하였다.
또한 元朝(원조)로부터 명초에 이르기까지 元수(원수)[元人(원인), 行端(행단)]·寂照(적조)[元人, 宗照(종조)]·笑隱(소은)[元人, 大흔(대흔)]·楚石(초석)[明人, 梵琦(범기)]·蒲菴(포암)[明人,
來復(내복)]·季潭(계담) 등에 의하여 선종은 다시 한번 흥성했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원말 명초 초석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지는데, 그는 이른바
'禪淨雙修(선정쌍수)'의 전통 선법을 계승 발전시켜 명대 사대 선사의 앞길을 열어 주었다.
이상에서 전겸익이 언급한 남송 이래 두 차례의 선종의 흥성은 임제종 계열의 여러 선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고명은 "중국
불교는 송대 영명연수 대사 이후로부터 일종의 선과 정을 함께 수양하는 풍조를 이루었다. 선은 선종을 가리키고, 정은 정토를 가리킨다.
좌선을 공부하는 사람은 서방의 극락세계를 자기의 이상적인 귀착점으로 삼는 것이 곧 선과 정을 함께 수양하는 주요한 내용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곧 명대의 선종이 수양방법에 있어서 '禪淨雙修(선정쌍수)' 위주로 발전하였음을 뜻한다. 전겸익은 선종은 두 차례의 흥성이
있었지만 200년 간의 공백기를 거쳐 자백에 의하여 다시 한번 흥기했다고 말함으로써 자백을 선종 흥성의 또 다른 정점으로 간주한
것이다.
자백은 백성을 위하여 '광稅(石+廣세)'의 폐지를 주장하였고, 엄당에 대항하여 당시의 양심 세력인 동림당 인사를 보호하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선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자백이 비록 엄당 일파의 음모에 희생되었지만, 불승으로서 뛰어난 수양과 현실의 폐단을 혁파하고자 했던
열정은, 당시 불문에서뿐만 아니라 양식 있는 사대부들의 깊은 존경을 받고 추모되었다.
전겸익은 위의 문장에서 바로 자백의 이러한 점을 높이 찬양한 것이다.
자백이 입적하고 난 뒤, 오직 감산만이 그의 숭고한 이상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감산은 墓碑銘(묘비명)을 지어 자백을 추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전겸익의 "끝없이 넓은 이 세상에서 오직 감산 노인만이 자백의 일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백의 묘비명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묘비명의 내용은 마치 입 안에서 쓴 채소를 씹고 초를 먹으면서 삼키지 못하는 것과 같다."라는 표현대로, 감산이
지은 비명의 내용이 자백의 진면목을 완전히 표현할 수는 없었다.
이런 까닭에 전겸익은 감산의 뒤를 이어 자백의 두 번째 묘비명을
지어서 자백의 숭고한 이상이 진정으로 실현되기를 바란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헤아려 볼 때, 감산 노인의 뒤를 따르고자 원하므로 자백존자의 두 번째 墓碑銘(묘비명)을 지으니, 이로 인하여
僧史(승사)를 계속 잇고 감산대사의 塔銘(탑명) 중에서 광명을 다하지 못한 것을 환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자 재앙의 기운은 전국을 어둠에
휩싸이게 했는데, 육십 년 동안 줄곧 과거 꿈속에서 눈물 흘리며 슬퍼하는 세상이어서 붓을 빨아 글쓰기를 멈추었지만 여러 해가 지나자
자백과 감산에게 감히 식언을 할 수 없었다.
매번 스스로 지난 일을 두루 반성해 보면, 젊었을 적에는 서생이었기 때문에 佛法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무슨 인연이었는지 모른 채 꿈속에서 자백의 가르침을 받게 된 것이다. … 자백존자의 別集(별집)이 완성되자, 나는 삼가
별집 뒤에 서문을 지음으로써 참회하였고,
또 내 자신의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자백존자의 문장을 아주 짧은 말로 표현하자면 心性(심성)에
맞게 나온 것으로, 이는 마치 수은이 땅에 뿌려져 알갱이가 모두 둥근 것과 같아서, 내가 쉽사리 그의 문장을 간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별집 중에서 흩어져 없어진 것도 적지 않은데, 예를 들어 [乙未送감老渡嶺作(을미송감노도령작)]·[逐客說(축객설)] 및 顧仲恭(고중공)이 직접 본 [澹居鎧公本論담거개공본론)]과
[卓吾誠所(탁오성소)] 등 여러 편은 모두 法門의 안목이 된다.
하늘에 떠 있는 별 사이에 상서로운 빛이 있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데, 아마
그것은 자백의 이러한 문장의 상서로움인가? 내가 비록 80세 노인이나 아직도 그것들을 얻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私心擬議,
願踵감老之後, 撰第二碑, 用以續僧史, 發輝塔銘未盡光明. 日月逾邁, 분침晦蒙, 六十年來, 一往是昔夢中涕淚悲泣世界, 연豪閣筆, 多歷年所,
非敢食言於二老也. 每自循省往昔, 年少書生, 不通佛法, 不知以何等因緣, 夢中得受記별. … 別集旣成, 謹書其後以自懺, 抑或以有待焉.
尊者之文, 一言半偈, 稱性流出, 如水銀撒地, 顆顆皆圓, 余不敢輕爲揀別. 然集中散落者不少, 如乙未送감老渡嶺作,
逐客說及顧仲恭所見澹居鎧公本論, 卓吾誠所諸篇, 皆法門眼目也. 斗間紫氣, 久而不沒, 殆斯文之祥乎? 余雖질矣, 猶願得而見之.
사심의의,
원종감노지후, 찬제이비, 용이속승사, 발휘탑명미진광명. 일월유매,
분침회몽, 육십년래, 일왕시석몽중체누비읍세계, 연호각필, 다력년소,
비감식언어이로야. 매자순성왕석, 연소서생, 불통불법, 부지이하등인연,
몽중득수기별. … 별집기성, 근서기후이자참, 억혹이유대언. 존자지문,
일언반게, 칭성류출, 여수은살지, 과과개원, 여불감경위간별. 연집중산락자불소,
여을미송감노도령작, 축객설급고중공소견담거개공본론, 탁오성소제편,
개법문안목야. 두간자기, 구이불몰, 태사문지상호? 여수질의, 유원득이견지.
전겸익은 두 가지 이유에서 자백의 묘비명을 짓고자 했다.
첫째, 감산이 지은 묘비명의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여 자백의 숭고한
이상을 기리고자 했다.
둘째, 중국 禪師의 유구한 역사를 잇고자 하는 바람이다.
전겸익은 인생 말년에 자백의 사상에 심취하여 그의 유문을 수집해서 책으로 출판하였다. 사실 전겸익처럼 인생의 기복이 심했던
문인도 많지는 않다.
그는 한평생 立身揚名(입신양면)과 經國濟民(경국제민)의 원대한 포부를 실현시키고자 했지만 번번이 좌절하였으며, 또 명말 청초의 격변기
속에서 굴욕과 참회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둘 수 있었던 곳은 다름아닌 불교였다.
불교는
그에게 진정한 위안처이자 그의 사상을 한 차원 더 높이 승화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까닭에 전겸익은 진정으로 자백의 유문을
수집하여 별집으로 완성함으로써, 자백의 위대한 사상과 행적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전겸익은 자백과 감산을 항상 동등한 반열 위에서 평가하고 추종하였기 때문에,
감산대사와 자백존자는 모두 영웅 불세출의 자질을 가지고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이 끊어져 전해지지 않았을 때 몸을 버려 법으로
삼았으니, 이 두 선사는 한 수레의 두 바퀴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자백의 문장은 웅건하면서도 분명히 끊어지는 맛이 있고,
감산대사의 문장은 완만하면서도 비원에 차 있는데, 두 선사가 암흑 속에 길을 안내하는 횃불이 됨은 한 가지이다.
옛사람은 中峯(중봉)이
法席(법석)을 방치해서 어느 곳에서 은거해야 하는지를 모르게 되었다고 탄식한 적이 있었다.
또한 楚石(초석)과 季潭(계담) 이후, 부처님이 설파하신 진리가
이심전심으로 내려오던 전통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볼 때, 자백과 감산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大師與紫柏尊者皆以英雄不世出之資, 當獅絃絶響之後, 捨身爲法, 一車兩輪. 紫柏之文雄健而斬截, 大師之文紆徐而悲완,
其爲昏塗之炬火則一也. 昔人歎中峯輟席, 不知道隱何方. 又言楚石, 季潭而後, 拈花一枝幾熄. 由今觀之, 不歸於紫柏, 감山而誰歸乎?
대사여자백존자개이영웅불세출지자,
당사현절향지후, 사신위법, 일차량륜. 자백지문웅건이참절, 대사지문우서이비완,
기위혼도지거화칙일야. 석인탄중봉철석, 부지도은하방. 우언초석, 계담이후,
염화일지기식. 유금관지, 불귀어자백, 감산이수귀호?
라고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선종은 오직 감산과 자백을 추종해야만 佛門(불문)의 쇠퇴를 극복하고 다시 서방정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전겸익은 자백에 대하여 "자백대사께서는 인상이 좋고 바르고 엄한 성격으로 용모가 빼어나, 이른바 儀表(의표)가 당당하며 임금과
같은 도량을 가지고 있었다. 계율이 엄정함은 마치 銀山(은산)이나 鐵壁(철별)과 같아서 기어올라갈 수 없었다.
그가 중생을 서방정토로 인도함은 마치
푸른 매가 토끼를 잡을 때, 한 번 보면 즉시 산 채로 사로잡는 것과 같았다.
그는 중생을 인도하면서 마음은 더욱 자비로운 반면 손은 더욱 매서웠으니, 그에게 인도되어 佛門에 들어간 자는 처연함과 완연함을
번갈아 느끼면서 환골탈태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가 正法을 지키고 마외를 굴복시키는 데 있어서는, 賢人(현인)과 사대부 모두 향을 피우고
그에게 예를 갖추면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으니, 그는 과연 人天(인천)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그는 白衣弟子(백의제자)로서 자백을
人天(인천)의 스승으로 추존한 것이다.
Ⅴ. 結語
불교의 成佛論(성불론)은 우리에게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佛性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의 마음속에 내재된
불성을 일깨울 수 있다면 일체의 객관적 조건, 예컨대 피아의 구별이나 신분의 고하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성불론이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하나의 절대 원칙으로 삼고 있음도 유의해야 될 것이다.
만명 시기의 선종은 당시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사상적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남송 이래로
사상계를 지배했던 정주이학은 이른바 '存天理(존천리), 滅人欲(멸인욕)'이라는 미명 아래 사회 전반을 정체의 질곡으로 몰아넣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명
중엽 이래로부터 왕수인과 그의 제자들은 마음의 자각을 통한 개인의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는데, 기실 그들의 이른바 심학은 선종의
만민평등사상에서 계발된 것이다.
만명 시기에 문단과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겸익은, 그 자신이 유가 전형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종에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선종에 심취한 까닭은 유가사상의 한계를 선종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선종에
대한 애착은, 먼저 당시 선종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표현된다.
그는 당시의 선종, 특히 임제종 일파가 경전의 聖敎(성교)를 소홀히
한 채 오직 공안과 방할로써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수양 태도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임제종의 이러한 수양 태도를
이른바 禪病(선병)으로 규정하였고, 그것에 대한 처방책으로서 경전의 聖敎(성교)에 충실하자는 '反經(반경)'사상을 제시하였다. 물론 그도 참선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참선과 교리 공부의 병행을 주장하였다.
그는 불교와 유교의 공통점 찾기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 점은 유종원 이래 본격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논의된 전통적인
삼교관계론의 한 부분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전겸익의 불학사상은 감산과 자백, 특히 감산에 의하여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겸익이 감산과 자백을 거의 맹목적으로 추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전겸익의 불학사상이 이 두 선사의 사상에서
기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오로지 감산과 자백의 사상을 받들어야만 쇠락해진 佛門(불문)을 다시 한번 흥성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전겸익과 감산, 그리고 자백의 불교사상적 공통점은 '禪敎一致(선교일치)'論으로 결론 지을 수 있다.
이 삼인이 진정으로 성불하는 과정에서 참선과
경전의 교리를 함께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한 것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겠다고 하겠다.
그런데 전겸익이 감산과 자백을 평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당시의 선종, 즉 임제종 일파에 대하여 지나치게 매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던 점이다.
사실 만명 시기에 불교가 흥성할 수 있었던 여러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임제종의 선사들이 기존의 여러
종파의 이론을 융합 발전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겸익은 선종을 통하여 자신의 사유 영역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으며, 결국 불문에 귀의함으로써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끝으로, 오늘날 서구 민주주의사상의 일방적인 독주와, 그것만이 지고의 선이라고 간주하는 편견 속에서 선종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만민이 평등하다는 측면에서 이른바 동아시아적 가치를 더욱 살찌울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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