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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理一分殊 ː기운의 稟賦
이런 기본적 시각을 가지고 이제 주희는 자기 나름의 社會構造와 家族構造(가족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주희는,
"이미 만물이 있으면 그 만물이 형성될 수 있는 데에는 각각 당연한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모든 존재는 '所以然之故(소이연지고)'와
'所當然之則(소당연지칙)'으로 있는 것이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주희에 의하면, 모든 사물에는 심장(마음)이 있다. 그리고 심장은 반드시 그 속이 비어 있다. 닭의 심장, 돼지의 심장을 잘라
열어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심장의 빈 곳에 천지를 두루 다스리고 옛날과 지금을 모두 총괄하는 많은 도리가
간직되어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인간의 내부에 신체적·물질적 존재자로서의 구체적인 理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理가 구체적인 물질이나 존재자, 혹은 사람으로서 置換(치환)될 가능성을 주희 자신이 제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그에 의하면, 性은 곧 理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과 사물의 성은 원래는 같은데, 단지 기의 품수받은 바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과 사물로 나누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오직 인간만이 처음부터 성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으며, 그때 인간의 성이란 구체적으로
인의예지이다.
성은 원래는 사람마다 모두 같아야 하지만, 그 구체적인 情(정)과 才(재)가 다르다. 주희는 그 이유를, "어떤 사람의 품부받은
기가 두터운 것은 복이 두텁고, 기가 엷은 것은 복이 엷다.
품부받아 얻은 기가 빛나고 아름다운 것은 풍성하고, 쇠하고 약한 것은
비천하다. 기가 오래가는 것은 장수이고 기가 짧은 것은 요절이니, 이런 것이 필연의 理이다."라고 못박아 버린다.
인간이 품부받은
기에 어떤 차이를 부여한 것은, 현상계에 존재하는 인간들 사이에 단계나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 사회의 윤리적 질서의 당연함과 그 논리적 당위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복선이다.
주희에 의하면, 예는 타고난 인간 본성의 自然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상하의 분수는 천지의 자연이고, 원래부터 스승과 제자,
상하의 명분이 있다.
따라서 주희는 "아버지는 앉으나 자식은 서 있어야 하며, 임금은 높고 신하는 낮게 있어야 하는 것을 안다면
편안하고 태평하다."라고 하고, 또한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으며 큰아들이 있고 집안 어른이 있으니, 이것이 곧 分殊이다."라고
한다.
결국 이것은 사람의 가문에도 자연히 等級(등급)의 구별이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아버지가 설사 자식을 죽이려 해도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효성을 그쳐서는 안 된다는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는 또 말한다.
"음양 두 가지 중에서 본래 음은 없다. 단지 양이 지극한 곳만이 음이다." 따라서 陰體(음체)는 충분하지 않아 항상
부족하게 된다. 즉, 여자는 독립적인 인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확대되면,
주희의 이론 자체 내에서 아버지와 남자는
이제 그 윤리적 우산을 빠져 나갈 구멍을 얻게 된다. 나쁜 자식과 나쁜 여자는 있어도 나쁜 부모와 나쁜 남자는 없다는 사회구조
안에서, 윤리가 어느 한쪽으로만 열리게 되고 어느 한쪽 편만 들게 되는 것이다.
즉, 주희는 이제 한 가족 안에서 여자에 대한 남자의
우월성과,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우월성을 上下의 縱的(종적) 倫理(윤리)로써 설명하고 그것을 禮라고 이름하며, 그 근거를 理를 稟賦(품수)받은 氣의
當然(당연)함에 두고 있다.
주희의 논의는 가족과 남녀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전개되어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천하의 '理'는 하나지만[理一], 그 '分'은 다르다[分殊]. 이것은 자연의 형세이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 태어나면 천지의
기를 품부받는다. 사람의 몸은 천지의 몸이고, 사람의 마음은 천지의 마음이다. 理의 측면에서 말하면 어찌 (사람과 천지가) 두 가지
物이겠는가?
그러므로 대개 천하의 일은 비록 사람이 한 일이라도 그 작용의 근거에서 보면 천지가 한 바임에 틀림이 없다.
하물며
성인은 의리에 순일하고 人慾(인욕)의 사사로움이 없으니, 성인이 하늘을 대신해서 사물을 다스리는 근거는 천지의 마음으로써 천지의 화육을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인과 천지 사이에 간격은 더욱 있을 수 없다. 만약 그 '分'의 측면에서 말하면, 천지의 작용은 원래
사람이 미칠 바가 아니지만, 사람의 작용 또한 천지가 미치지 못할 바가 있다. 천지와 사람은 그 작용에 있어서 각각 동일하지 않다.
다만, '分殊'는 사람이 알지 못할 것이 없지만, '理一'의 측면은 혹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하여, 聖人이 天理의
대행자이고, 더 나아가 곧 천리 그 자체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리고 이때 인간이 품수받은 성이 孝悌忠信(효제충신)과 仁義禮智(인의예지)라고 한다.
즉,
그에 의하면, 효제충신은 바로 인간의 일상적 행위이다. 만약 여기에 말미암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가르침이 효제충신을 앞세우지 않은 때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天理와 聖人과 孝悌忠信(효제충신)은 동일선상에 있게 되는
것이다.
주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君主를 天理와 聖人에다 덧붙인다. 주희는 "陛下(폐하)의 마음으로 천하의 대본을 삼는 것은 무엇입니까?
천하의 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그 단서가 무궁하지만 어느 하나도 人主의 마음에 근원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것(군주의
절대성)이 自然의 理입니다."라고 하여, 天理는 곧 현상계에서 군주라는 구체적인 인물을 매개로 해서 드러남을 시사하고, 군주는 성인이
되어야 함[內聖外王(내성외왕)]을 묵시적으로 촉구한다.
그에 의하면, 백성들은 품부받은 기가 편벽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법칙을 파악할 만한 知的 土壤(토양)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몸을 수고롭게 하는 자'들은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들의 다스림을 받아야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君主가 聖人이며 天理를
代行해서 세상을 다스리는 그러한 理想世界가 상정되고, 그 사회의 규제는 仁義禮智와 孝悌忠信과 禮樂刑政(예악형정)이 담당하게 된다. 백성, 즉
'몸을 수고롭게 하는 자'들이 군주와 그를 둘러싼 계층의 지배를 받는 것은 정당화된다.
그리고 그것을 天理의 當然(당연)함이 보증한다.
이제 주희의 이론 자체 내에서, 아버지와 남자에 더하여 군주와 성인과 군주를 보필하는 사대부 계층이 仁義禮智와 孝悌忠信과
禮樂刑政을 도구로 하여 윤리적 우산을 빠져 나갈 구멍을 얻게 된다.
이것이 주희가 꿈꾸는 이상세계의 설계도이다. 그리고 주희에
의하면, 이러한 이상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 곧 '멸륜해국'하는 불교이다.
그렇다면, 멸륜해국을 들어 불교를 비판하는 주희의 논리는 自體的(자체적) 論理體系(논리체계) 내에서의 整合性(정합성)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다시
말해서, 주희 철학의 시작은 사회적·윤리적 각성에서부터 비롯되었고, 그의 방대한 이론들이 그 사유의 결과라면, 그때 현상계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본 체계를 요청하는 그의 철학은 과연 정당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불교는 과연
'멸륜해국'을 부추기는 종교인가 하는 것이다.
6. 本體와 現象의 고리 ː要請
앞서 기술한 대로 주희의 주장에 의하면, 理는 형이상의 존재이고 기는 형이하의 존재이다. 하지만 "理는 淨潔空豁(정결공활)한 세계로서
형체도 없고 자취도 없는 것이므로 아무것도 造作할 수 없다." 理는 언제나 단지 기에 부착될 뿐이고, 능동작용도 하지 않는다.
理는
단순히 기를 타고 있을 뿐이다. 기는 그 스스로 이루어지는 작용에 의해서 하늘과 땅 및 만물을 형성한다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희
철학에서는 理가 없어도 이론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희는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에 먼저 理가 있고, 理가 있고 난 후에
하늘과 땅이 있다.
만약 理가 없으면, 하늘과 땅이나 사람과 사물은 없다."고 강조한다. 理가 情意(정의)도 있고 計度(계탁)도 있고 造作(조작)도 있다고
한다면, 그런 문제점들은 사라진다. 그 경우 理는 기의 세계에 질서를 가져다 주는 원동력으로서, 기 속에 물론 존재하는 것이 된다.
그렇지만 理의 이런 內在性(내재성)은 주희가 부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 혹은 에너지인 기운[氣]에 붙어 존재하면서 기운에 대해
어떤 능동성도 같지 않는 지각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가 바로 이치[理]이다.
주희가 존재 개념으로는 아무런 성격도 없는 理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에는 질서 내지 조직의 원리가 있다고 말해 버리면 되는 것을, 도대체 왜 기 외에 理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존재론의 범위 내에서는 결코 분명하지 않다.
이것은 理는 다른 어떤 요청에 근거하여 바깥으로부터 존재론
속으로 도입된 개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다시 말하면, 윤리적인 당위를 먼저 설정한 다음에 그러한 당위를 보증해 주는 어떤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것을 집요하게 추궁해 가는 과정에서 理라는 개념이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주희가 형이상계의 존재형식을 하나의 양식으로 정립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그것은 참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가설로서는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의미가 있다는 것이 참이라는 것은 아니다. 주희가 형이상계의 존재형식을 하나의 양식으로 정립한 것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우주 존재의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 하나인 그것만을 유일한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으로 인간의 삶의 세계를 절대적으로 규정하고 간섭하는 것은 전지전능자인 신을 전제하는 시각에서라면 몰라도 학문의
영역에서는 곤란하다.
더 나아가서, 形而上界(형이상계)에 대한 理解가 자기가 바라는 人間世界에 대한 하나의 當爲(당위)가 먼저 설정된 다음에
그것으로부터 거꾸로 要請(요청)되어서 論해지고, 그렇게 해서 파악된 것을 다시 하나의 當爲的(당위적)인 存在(존재)로 절대시 한 다음 인간 세상을 겨냥하는
것은 의도적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가 없다.
물론 주희가 형이상계와 형이하계를 貫通(관통)하는 하나의 理에 대해서 논구한 것은, 특히 가장
접근하기 용이하면서도 유혹적이고 쉬운 방식인 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排除(배제)한 것은,
본 체계와 현상계를 포함해서 세상에 존재하리라고
여겨지는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에서 가장 뛰어난 가설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理가 형이하계로 전용될 때 주희는 어떤 强迫觀念(강박관념)을 가지고 强辯(강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아마 그에게
어떤 강박관념을 준 당사자는 도가와 불교일 것이다.
異端(이단) 思想으로서의 도가와 불교에 대한 강렬한 正統意識(정통의식)이, 거기에 대항하여 이론을
구축하려고 하는 鮮明(선명)한 志向性(지향성)이, 그에게는 일관된다.
주희에 의하면, 공부하는 이는 먼저 사물에 대한 추구를 거쳐서 漸次的(점차적)인 蓄積(축척)을 쌓아가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사물에 대한
통찰력, 즉 우주의 본체인 理一을 飛躍的(비약적)으로 忽然貫通(홀연관통)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때의 깨달음은 本體世界의 同一한 原理와
現象世界의 多樣性(다양성)을 한꺼번에 묶어서 豁然貫通(활연관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理를 體得(체득)하는 것이다.
만일 이때 체득했다고 하는 것이
현상세계의 다양성 속에서 歸納的(귀납적)으로 만들어진 齊一性(제일성)이라는 의미에서의 법칙적인 理라면, 그것은 나름대로의 蓋然的(개연적)인 진리성을 가지게
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깨침의 세계' 혹은 '경지의 세계'는 참이든 거짓이든 간에 살아가면서 논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짓임이 판정되면 고치면 된다.
하지만 본체세계가 개입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본체세계는 '깨달음'의 대상이 아니다.
그 세계는 '信仰(신앙)'의 대상이다. 우러러보고
믿는 것이지, 깨달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세계가 아닌 것이다. 물론 불교에도 '신앙'은 있다.
하지만 블교의 신앙은 方便信仰이다.
불교는 神的인 存在의, 그것이 서양의 全知全能者이든 혹은 성리학에서 이야기하는 理的인 存在든, 필요성을 인정치 않는다.
'自性淸淨心(자성청정심)'에 의해서 생기는 一體法(일체법)을 신이 창조한 일체법과 동등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대상을 고정시켜서 '신앙'하는 것은 집착을
낳을 뿐이므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 불교의 신앙체계인 것이다.
따라서 주희가 '신앙'을 媒介(매개)로 해서 도달해야 할
本體世界를 이야기할 때, '깨달음[體得(체득)]'을 媒介(매개)로 하여 現象世界에서 本體世界를 '類推(유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整合性을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우러러보고 믿게 되면 固定되고, 固定되면 '自己 反省의 메커니즘'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닫히게 되고,
닫히면 다시 고정되며, 그 惡循環(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희 이론에서 본체세계와 현상세계를 연결시키는 고리로서의 '理'의 성격과 역할, 그리고 본체세계의 동일한 원리와
현상세계의 다양성을 한꺼번에 묶어서 비약적으로 豁然貫通(활연관통)하게 만드는 '類推(유추)'는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희는 자기가 살고 있던 시대가 모순되어 있다고 여기고 그 원인을 도가와 불교에 두어, 도가와 불교의 영향 아래 있는 사회를
구조적으로 뜯어고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理와 氣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그의 거대한 이론의 틀이다.
그
결과, 군주가 성인이며 천리를 대행해서 세상을 다스리는 그러한 이상세계가 상정되고, 그 사회의 규제는 孝悌忠信과 禮樂刑政(예악형정)이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보았을 때 그러한 이념들은 그 시대에는 절실한 대답이었는지 모르지만, 절실한 만큼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불변의 진리 내지는 규칙 혹은 법도는 아니다.
그러나 주희는 성인의 보증하에 當代(당대)의 倫理(윤리)에 불과한 孝悌忠信과 禮樂刑政(예악형정)을
절대시하고 당연시한다.
참고>'중국사회사상사'한길사,1988,宋榮培
著 : 저자는 이책에서 중국에 있어서 성인들은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후대의 유가들이 만들어낸 신화적인 가공 인물이라는 많은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주희가 말하는 소위 '聖人'은 모두 다 성리학자들이 道統論(도통론)의 입장에서 새롭게 윤색한 인물들이며, 동시에 그 중의 반 정도는
역사적으로도 그 신뢰도가 희박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주희가 상정한 聖人의 面面은 作爲的(작위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理 자체가 자기의
대리인으로서의 성인을 만들 의지가 전혀 없는데, 天理를 代行하는 성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성인은 어떻게 한 점의 오차도 없이
만세에 통용될 이치를 체득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성인을 누가 검증하고, 더 나아가서
현실적으로 주희가 當爲로 이야기하는
성인과는 별도로 실제로 그러한 이에 걸맞는 성인이 역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쨌든 실제의 인물에 가공을
덧붙여서
성인은 형이하계에서 창조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인물들은 역사적으로 자기 시대에 限定될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서
발전적으로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주희의 시대까지만 한정된다.
따라서 그 결과로 專制君主時代(전통군주시대)를 정당화하는 '理的 人物'인 '聖人'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주희가 제시한 이론에서는 대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먼저, 천지에는 과연 理가 있는가?
경험적인 동일
· 보편 · 불변의 속성이 아닌 원래적 법칙으로서의
理는 있는가 ?
다시 말해서, 주희가 神이라고 표기하지는 않았지만 '無的 性格' 내지는 '無目的的(무목적적) 性格(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주희
이론체계 내에서 사실상 神的인 存在는 가능해지는데, 그것은 과연 가능한가? 다음으로,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理와
동일시되는가 ?
여기에 대한 불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우선, 實在로서의 理는 곤란하다. 그것은 檢證(검증) 不可能(불가능)하다. 하지만 理法이나 法則이 아닌 것으로서의 '理的인 世界'는 있을 수
있다. 同一 혹은 普遍(보편)의 속성을 지닌 것으로서, 언어의 표현을 꼭 빌려야만 한다면, 그것은 '緣起性空(연기성공)'이라고 억지로 설명될 수는
있다.
따라서 인간의 主宰的(주재적) 存在로서의 理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執着(집착)을 낳고, 동시에 인간의 삶을 固定시킨다. 하지만 인간이
노력한다면 '理的인 世界'를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理적인 세계'는 인간의 살아 움직이는 일상사에서 구해야 하는데, 이때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고정시켜서 집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그 '理적인 세계'는 인간의
삶이 진행됨에 따라 그 구체적인 대답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인 현상들에 대한 대답 같은 작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큰 이야기를 하고 그 안에
인간의 삶을 갖다 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 큰 이야기에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前提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主人이지 손님이
아니라는 점이다. 主人의 자리를 이른바 '神'이나 '理'에게 넘겨 줄 수는 없다.
여기에서 종교인 불교는
열려 있는 그 특성 때문에
오히려 絶對的(절대적)인 本體로부터 자유로운데, 종교를 피하고자 하는 주자학은 그 닫혀 있는 특성과, 本體에 耽溺(탐닉)하고 더 나아가 근거가 희박한
假定(가정)을 통하여
本體와 人間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무리한 시도 때문에, 절대적인 것을 要請(요청)하게 되며 상대적인 것을 排斥(배척)하게 되고,
獨善的(독선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종의 '理'라는 개념을 중간에 가진 理性 宗敎의 端初(단초)가 주희에게서 엿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성 종교가 그 안에 율법으로서 三綱五倫(삼강오륜)과 孝悌忠信(효제충신) 등을 가지고, 그 개념들이 절대적인 원리로서 탄력성을 상실한 채
우리에게 다가올 때, 그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며, 인간을 자유롭게 解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捕縛(포박)하는 樣相(양상)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선불교는 오히려 인간이 사람다운 삶에 가까이 가게끔 우리를 解體(해체)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주희가 그렇게 못마땅해 하던 선불교야말로 오히려 재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불교야말로 '열려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 역사적 과실이 있다면 다 모아서 쌓아둔다고 하더라도, 불교, 특히 선불교가 인간의 열려 있는 삶에 끊임없는
시도를 하여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
이것이 오늘날 왜 선불교가 歷史의 桎梏(질곡)을 貫通(관통)하여 다시금 선불교인가
하는 話頭(화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앞으로 선불교가 空間的으로 他者(타자)에 대해서, 그리고 時間的으로 未來(미래)에
대해서 열려 있지 못하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강변한다고 하겠다.
역사의 발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하든 간에,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사람으로서 살아갈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 주는 것을 역사의 발전이라고 본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모두들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주희가 理를 孝悌忠信으로 번역하여 설명하는 것이나, 氣를 인간 능력의 차이에 대한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분명히
진보는 아니다. 물론 인간의 능력을 설명할 때, 지금 이 순간까지도 타고난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가능성으로서의
인간은 평등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늘 꿈꾸는 세계가 아니던가? 만일 이 점을 무시해 버린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사태는 가공할 만한 것이다.
따라서 일급의 사상가는 인간 능력의 차이를 당연한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만일 어떤 사상이 그러한 빌미를 제공하면 그 빌미는
또 다른 빌미를 낳게 될 것이고, 그 사상이 탄력성을 상실하게 되는 수세기 이후에는, 그것은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데
사용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피지배층은 탄압을 받고, 가진 자는 정당화된다.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세계가 아니다.
일급의 사상가들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현실의 차별적인 모습의 당연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동등한 인간의 삶의 가능성에 대한 혜안이다.
물론 주희 이후에도 수백 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전제의 시대는 계속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주희가 자기의 시대를 뛰어넘는 사상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일급의 사상가는 그러해야 한다. 주희가 그 이후 동아시아에 끼친 사상적 영향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그에게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는 눈 앞의 사회를 개혁함으로써 인간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 따라서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없애는 방식을 채택하고자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명과 애욕 같은
번뇌이고, 그것은 어떤 시대든지 인간이 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미망을 없애는 데 막대한 관심을 쏟는다.
그에 비해서 유교의 정통적 철학 사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문제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즉, 불교는 문제 자체를 없애
버림으로써, 다시 말해서 문제를 문제삼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유학은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사용한다.
불교가 '轉迷開悟(전미개오)'를 중하게 여긴다면, 정통적인 유교는 '因事制宜(인사제의)'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주희는 出世間的(출세간적) 입장에서 제기한 불교의 방법을 現世間의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주희는 종교로 통하는 길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자학에서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종교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은 웬일인가? 그 원인을 주희에게서 찾아본다면, 자기 반성의 메커니즘의 결여와 더불어, 종교의
영역과 학문의 영역을 그가 무시로 넘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하면, 학문적인 영역에서 설명해야만 하는 핵심적인 개념들을 그가
종교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종교적인 영역 안에서만 설명이 가능한 것들을 그가 학문의 이름으로 설명하려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희의 방법, 즉 최고 원리인 理를 파악하고 그것에 의해서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理를 體得(체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고, 또 理를 얻은 뒤에
理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에 빠지게 됨으로써 후대인들이 이념인
理에다 현실세계인 事를 끼워 맞추는 機械的 模倣(모방)을 답습하게 되며, 다시 그것이 鼓舞(고무) 讚揚(찬양)됨으로써 그 결과
중국 사상의 가장 큰 특색
중 하나인 '生意(생의)', 다시 말해서 발랄한 行動과 創造的(창조적)인 衝動(충동)이 抑壓(억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윤리 혹은 도덕이란 사람의 욕망을
크게 성취시키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지, 욕망을 막기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 결과로 주희 이후의 유학에서는, 공맹유학의
현실주의적 사유 유형과, 당시의 선불교에서 볼 수 있던 '인간성의 해방'을 찾아보기는 힘들게 되었다.
따라서 주희의 불교 비판은 거의 1,00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보면 정당한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주희는 시대를
역진시킨 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불교가 자기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정당화시켜 주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불교가 열에 아홉 가지를 잘못하고, 주희가 그 아홉 가지를 통렬히 비판한다 하더라도 그 나머지 한 가지, 즉 '열려 있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불교, 특히 선불교의 인류 역사에 대한 공적을 주희가 뛰어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주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주자학은 그 이후의 역사에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닫혀 있는 인간'을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불교가 비판받는 점 가운데 가장 주요한 것은 '개인적 개안'에 그칠 뿐, '사회구조와 제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한계성이다.
사실 오늘날 모든 문제의 시작은 '사회구조와 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사회구조와 제도의 개선'이라는 명제는,
현대의 모든 철학의 화두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불교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더 큰 사회제도와 구조 개선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교가 사실세계에 대해서 담론하지 않고, 경지세계에 대해서 발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교의 특징은 역설적으로 불교가 사실세계에 대해 닫혀 있는 점을 지양하게 하고, 오히려 사실세계에 대해 열리는 것은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즉, 주희가 불교를 비판할 때 사용한 '멸륜해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해 본다면,
불교는 인간의 윤리를
고정시켜 절대시하지 않음으로써, 더 나아가 인간이 모여 사는 국가의 제도와 법규를 한정시키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세계의 윤리와
제도와 법규를 열려 있게 만들고,
그 결과 인간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 시대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며, 미래에
대해 열려 있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7. 맺는 말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우리가 주희를 이해하고자 할 때 주의깊게 보아야 할 用語가 있다면, 그것은 '要請(요청)', '類推(유추)',
'飛躍(비약)', '情緖的(정서적)인 衝動(충동)', 그리고 '正統性(정통성)에 대한 强迫觀念(강박관념)'일 것이다.
이미 앞에서 밝힌 대로 주희의 철학체계 내에서 '理'는
불필요한 느낌을 준다.
주희가 존재 개념으로서는 아무런 성격도 없는 理에 집요하게 매달린다는 것은, 곧 理가 '要請'되는 것을
의미한다. 理를 要請한 다음, 주희는 本體界의 同一한 原理와 現象界의 多樣性(다양성)을 '飛躍(비약)'과 '類推(유추)'라는 고리로써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고리를 이용하여 객관세계의 理라는 본체에 관한 원리와, 인의예지·효제충신이라는 현상계의 가치론적인 윤리 문제를 동일시하고, 인간의
가치인 윤리 아래 그 근거로서
우주 본체로서의 理를 둠으로써 인륜 질서의 확보를 심성론적인 토대 위에서 성립시켰으며, 더 나아가서
심성론을 천지만물 본연의 理에 근거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때 주희는 인간이 稟賦(품부)받은 氣에 差異(차이)를 부여하는데, 이것은 君主가 聖人이며 天理를 代行해서 세상을 다스리는 그러한
理想世界를 상정하고, 그 사회의 규제는 仁義禮智(인의예지)와 孝悌忠信(효제충신)과 禮樂刑政(예악형정)이 담당하게 되는 인간 사회의 윤리적 질서의 당연함과 그 논리적
당위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伏線(복선)이라고 보았다.
주희는 왜 理에 대하여 그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가? 그 이유는, 주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어떤 '構造的(구조적)인 矛盾(모순)' 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순의 제일차적인 원인이 불교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異端(이단)'에 대한
'正統意識(정통의식)'이 그의 철학 전체를 사로잡고 있는 '情緖的(정서적)인 衝動(충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그가 상정한 불교의 문제점은 단순히 학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은, 주희가 인정하기 싫을지는 몰라도, 오히려 '民族的(민족적)인 排他意識(배타의식)'과 '階級的(계급적)인 排他意識'에
가깝다.
그 결과로 실제로 적용되는 의미에서의 具體的(구체적)인 '주희의 理'는, 그가 말한 '이론으로서의 理'처럼 반드시 普遍的(보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문제의 해결을 '社會構造와 制度의 改善(개선)'을 통해서 가능하게 만들고자 한 그의 의도가 오히려 專制君主制(전제군주제)를 옹호하고 그것을
절대시하며, 더 나아가
전제군주사회의 維持(유지)와 그 사회에 附着(부착)되어 있는 階層(계층)을 위한 '集團(집단) 利己主義的(이기주의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그가 스스로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희는 이러한 '情緖的(정서적)인 衝動(충동)'과 '正統性(정통성)에 대한 强迫觀念(강박관념)'을 가지고 불교를 비판하기 때문에, 주희의 불교 비판은 그 눈길이
곱지 않다. 따라서 이미 언급한 바지만 그 결과는,
첫째, 주희는 불교를 비판하면서 논리적으로 공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불교를 해석함에 있어서 불교 자체의 논리 내에서 해석하고 있지 않다.
셋째, 의미의 다의성을 이용하여 뜻을 고의로 왜곡시킨다고 요약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에 주희는 자기 주장의 유리한, 부분적인 근거에 기초하여 불교에 대해서 부당한 귀결을 고의로 이끌어 내는 '거친
일반화'를 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성리학적 세계관과 불교적 세계관은 근본적으로 서로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성리학과 불교는 근본적으로
그 출발점과 귀착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며, 양자가 사용하는 개념들도 외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나 본질적으로는 차이를 지닌다.
따라서
주희가 불교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論理 構造의 고의성은 '게임의 법칙'에 맞지 않는다.
어쨌든, 논리의 측면에서 본다면 불교의 公案 探究(공안 탐구)나 유교의 格物(격물)이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주희가 보았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불교가 더불어 살아가는 현실세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깨친다'의 의미를 유교에서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깨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개안으로서의 깨침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는 '개인적인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논의한다. 그것은 불교가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 담론하지 않고, 마음의 세계에
대해서 발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교의 특징은 역설적으로 불교가 구체적인 사실세계에 대해서 닫혀 있는 것을 지양하게 하고, 오히려
사실세계에 대해 열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연구자는 주희의 시각을 빌려서 佛敎, 특히 禪佛敎를 살펴보았다. 논의를 전개하면서 가장 困惑(곤혹)스러웠던 점은, 주희의
사상체계가 그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엉켜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불교를 비판하고 제거해야 했으며,
거기에다가 성리학에 스며들어 있던 불교적 요소를 뽑아내고, 더 나아가서는 불교보다 더 나은 형이상학적 관념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평생을 일관했던 대철학자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던 점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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