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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깨달음의 실현 과정과 證果(증과)
1. 의지처〔所依〕의 전환(..소의..)
집착과 갈등 속에서 번민하고 결함이 많은 범부들이 인격의 원만성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불이며, 그것은 覺(각)으로 성취된 진여 無分別智(무분별지)의 경지이다.
유식학에서는 覺(각)을 성취하는 원리를
轉識得智(전식득지), 즉 현상계의 허망된 識(식)을 진여의 무분별지혜로 전환시키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전식득지는 轉依(전의)로써 이루어진다.
전의는 자기 존재의 基體(기체)를 허망한 상태[변계소집성]에서 진실한 상태[원성실성]로 질적으로 변혁시키는 과정,
또는 그 과정의
결과로 증득된 열반과 보리를 가리킨다.
轉依(전의)에 관한 내용은 解深密經(해심밀경) 제
3 · 5권, 瑜伽師地論(유가사지론) 제2 ·
26 · 28 · 51 · 52권,
攝大乘論(섭대승론) 하권, 唯識三十論頌(유식삼십론송), 成唯識論(성유식론) 제9권 등 유식경론의 여러 곳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轉依(전의;
àsraya-par v tti)는 '의지처[所依(소의)]를 전환시켜서 얻어진 것'이란 뜻이다.
여기서 전환과 依(의)의 개념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 전환은 구체적으로 轉捨轉得(전사전득)의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轉依(전의)에서 '轉(전)'은 轉捨轉得(전사전득), 즉 번뇌장
· 소지장의 종자를
轉捨(전사)하고, 菩提(보리)와 열반을 轉得(전득)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의지처( raya)란 어떤 사물이 성립하기 위한 근거
· 基體(기체)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지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가 ? 전의의 개념은 부파불교에서도 사용되었다. 부파불교에서 所依(소의)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육근)]
· 心身(심신) · 오온을 가리켰다.
유가사지론의 [섭결택분]에서 소의는 아뢰야식을 가리킨다.
아뢰야식은 모든 잡염법의 근본이라는 입장에서 전의는 아뢰야식을
단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유가사지론 제28권에서 말하기를
"소의의 滅(멸)과 소의의 轉(전)이란 무엇인가
? 유가작의(瑜伽作意; 유가작의)를 부지런히
닦아 익힘으로써 모든 유루종자[추重(추중)]가 함께 작용하는 所依(소의)[아뢰야식]가 점차 멸함을 말한다"고 한다.
대승아비달마집론에서는 전의를 心轉依(심전의)
· 道轉依(도전의) · 추重轉依(추중전의)로 구분하여 소의를 心(심)
· 道(도) · 유루종자[추重(추중)]로 나누어 그 변화를 고찰한다.
전의는 객관적으로는 진여가 現成하고 주관적으로는 마음이 진여로 변모하는 것이다.
[대승장엄경론송]에서는 소의를 아뢰야식에만 한정짓지 않고 팔식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널리 외부 대상까지도 포함한다. 이것은
전의에 의해 개인의 마음뿐 아니라 외적인 사물의 변화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전의는 자기의 마음과 신체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까지도 완전히 청정하게 한다.
전의는 곧 '일체의 淨化(정화)' '전 우주의 청정화'라고 할 수 있다.
전의에서 '依(의)'는 轉捨轉得(전사전득)의 所依(소의), 즉 의타기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 성유식론 제9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십지 중의 무분별지혜)으로써 능히 저 두 가지 추重(추중)을 버림으로써 문득 광대한 轉依(전의)를 증득할 수 있다. 依(의)는
의지처[所依(소의)]로서 곧 의타기성을 말한다. 잡염법과 청정법의 의지처가 되기 때문이다. 잡염법은 허망된 변계소집성을 말한다.
청정법은
진실된 원성실성을 말한다. 轉(전)은 二分(이분)을 전환해서 버리고[轉捨(전사)]
전환해서 얻는 것[轉得(전득)]을 말한다.
무분별지혜를 거듭 닦아 익혀서 근본식
중의 두 가지 장애의 추중을 끊음으로써, 능히 의타기성 위의 변계소집성을 전환해서 버리고 의타기성 위의 원성실성을 전환해서 증득한다.
번뇌장을 전환함으로써 대열반을 얻고 소지장을 전환해서는 최고의 깨달음을 증득한다.
즉 전의는 의타기성인 팔식을 변혁시켜서, 번뇌장과 보리장의 종자를 소멸시키고 보리와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번뇌에
오염된 팔식이 네 가지 지혜, 즉 아뢰야식은 大圓境智(대원경지), 말나식은 평등성지, 의식은 묘관찰지, 오식은 성소작지로 전환된다.
십지의 수행 단계에서 무분별지혜를 닦고, 십바라밀이라는 뛰어난 행을 실천함으로써 번뇌장과 소지장의 추중을 끊어야 한다.
무분별지혜는 대립적 개념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기와 우주의 참모습[無我(무아)]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우주와 하나가 된 지혜이다.
형상(nimitta)이 아닌, 진여(tathat )를 인식대상으로 하는 지혜이다.
십지의 각 단계에서 이러한 무분별지혜를 반복적으로
일으켜 진실을 관조함으로써 유루종자를 소멸시킨다. 이에 관하여 [성유식론] 제9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이 두 가지 전의를 증득함인가
? 십지 중에서 열 가지 뛰어난 수행[十勝行(십승행)]을 닦고 열 가지 무거운 장애를 끊어서 열 가지
진여를 증득한다. 이것에 의거해서 두 가지 전의를 증득한다.
여기서 열 가지 뛰어난 수행이란 곧 열 가지 바라밀(보시
· 지계 · 인욕 · 정진 ·.선정
· 반야 · 방편 · 서원 · 힘
· 지혜의 바라밀)을 가리킨다.
십바라밀을 십지에서 실제로 모두 수행하긴 하지만 양상의 증성함에 따라 각 地(지)마다 하나의 바라밀을 닦는 것으로 말한다고 밝힌다.
십지에서 각각 무거운 장애[十重障(십중장)], 각각 두 가지 어리석음과 그것의 추중[二十二愚(이십이우)]을 끊고 열 가지 진여를 증득한다고 한다.
제1 환희지에서는 보시바라밀을 행함으로써 중생성품의 장애를 끊고 변행의 진여를 증득한다.
제2 離垢地(이구지)에서는 지계바라밀을 행함으로써
삿된 행의 장애를 끊고 가장 뛰어난 진여를 증득한다.
제3 發光地(발광지)에서는 인욕바라밀을 닦음으로써 우둔함의 장애를 끊고, 뛰어나게
흘러나오는 진여를 증득한다.
제4 焰慧地(염혜지)에서는 정진바라밀을 행함으로써 미세한 번뇌가 현행하는 장애를 끊고, 섭수됨이 없는 진여를
증득한다.
제5 極難勝地(극난승지)에서는 선정바라밀을 닦음으로써 하위의 교법에서 반열반하고자 하는 장애를 끊고 종류의 차별이 없는 진여를
증득한다.
제6 現前地(현전지)에서는 반야바라밀에 의해 구체적인 모습이 현행하는 장애를 끊고 잡염과 청정이 없는 진여를 증득한다.
제7
遠行地(원행지)에서는 방편바라밀에 의해 미세한 모습이 현행하는 장애를 끊고 법의 차이가 없는 진여를 증득한다.
제8 不動地(부동지)에서는 서원바라밀에
의해 형상이 없는 관법 속에서 가행을 짓게 하는 장애를 끊고 증감이 없는 진여를 증득함으로써, 형상을 나타내고 국토를 변현하는 데
모두 자재하게 된다.
제9 善慧地(선혜지)에서는 힘바라밀[力波羅密(역바라밀)]에 의해 남을 이롭게 하려는 가운데 실천하려고 하지 않는 장애를 끊는다.
지혜의 자재함이 의지처로 하는 진여를 증득함으로써 걸림 없는 지해에 대해서 자재함을 얻는다.
제10 法雲地(법운지)에서는
지혜바라밀[智波羅密(지바라밀)]에 의해 모든 법 속에서 아직 자재함을 얻지 못하게 하는 장애를 끊는다. 큰 신통의 어리석음, 미세하고 비밀한
것을 깨달아 들어가는 어리석음과 그것의 추중을 끊는다.
업의 자재 등이 의지처로 하는 진여를 증득함으로써, 널리 모든 신통스러운
작업과 摠持(총지)와 여러 선정에 대해 모두 자재하게 된다.
2. 五位의 수행단계
유식학에서는 自覺覺他(자각각타)의 길을 가는 보살의 수행 位階(위계)를 41단계로 인정하고, 이를
자량위 · 가행위 · 통달위 · 수습위 · 구경위의 五位(오위)에 배대한다.
참고
41단계 >: 十住(십주) ·
十行(십행) · 十回向(십회향) · 十地(십지)
· 佛地(불지)를
말한다. 유식학에서는 十信(십신)을 십주 중의 第一住(제일주)에 포섭시킨다.
① 資糧位(자량위) : 자량위는 길고 긴 수행의 도정에서 재산이 될 양식을 저장하는 단계이다.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출발에서
善友(선우) · 作意(작의) · 資糧(자량) · 信解(신해)가 중시된다. 여기서 자량이란 복덕과 지혜를 가리킨다.
37보리분법과 육바라밀을 닦는 과정이다. 十住(십주)
· 十行(십행) · 十廻向(십회향)
등 삼십위의 단계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지말적인 번뇌는 정화할 수 있어도 근본번뇌는 정화되지 않으며, 能取(능취)와 所取(소취)가 남아
있다.
② 加行位(가행위) : 가행위는 수행심을 더욱 경책하여 정진을 가행하도록 하는 단계이다.
네 가지 선근(난위
· 정위 · 인위 · 세제일위)을
닦는다. 煖位(난위)에서는 대상이 공함을 관찰하고[下品(하품)의 尋思觀(심사관)],
頂位(정위)에서는 대상이 공함을 관찰한다[上品(상품)의 尋思觀(심사관)].
忍位(인위)에서는 대상이
공함을 인가하고, 인식주체도 공함을 관찰하여 인가하고[下品(하품)의 如實智觀(여실지관)], 世第一位(세제일위)에서는 대상과 주체가 공함을 雙(쌍)으로 인가한다.
집착심과 차별심을 발생하는 능취와 소취의 번뇌가 없어진다. 후천적인 번뇌만을 정화한다.
③ 通達位(통달위) : 통달위는 見道位(견도위)라고도 하며, 이 지위에 오르면 진여성을 관찰하게 된다.
十地(십지) 중에서 初地(초지)[환희지]의 入心(입심)의
수행위이다. 무루의 지혜가 생겨나서 비로소 진여의 一分(일분)을 見照(견조)한다.
분별심이 없어지지만, 아직 반연하는 작용이 남아 있어서 진여를
완전히 증득한 것은 아니다. 分別起(분별기)의 번뇌는 한꺼번에 소멸되지만, 俱生起(구생기)의 번뇌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제6 의식과 제7 말나식의
一分(일분)이 각각 묘관찰지와 평등성지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견도의 지혜에 正體智(정체지)와 後得智(후득지)가 있다. 정체지, 즉 근본무분별지는 무차별을 관조하는 참다운 지혜[實智(실지)]이고, 후득지는
차별을 관조하는 權智(권지)이다.
참다운 지혜가 먼저 진여를 관조하고, 권지가 이에 일어난다. 참다운 근본무루지를 眞見道(진견도)라 하고, 권지를
相見道(상견도)라고 한다. 진견도에서 무분별의 정체지가 아공과 법공에서 나타난 진여의 도리를 인식대상으로 하여,
갖가지 희론의 모습을 전혀
취하지 않고 유식의 참다운 勝義(승의)의 성품에 계합한다. 그리하여 인식대상인 진여와 인식주체인 지혜가 평등하고 평등해서 모두 所取(소취)와 能取(능취)의
모습을 떠난다.
비록 진여를 인식대상으로 한다 하더라도 상분을 띠고 반연하는 것이 아니라 진여의 체상을 띠고서 반연한다.
진여의 體(체)를
떠나지 않으므로 인식대상의 모습이 없고, 인식주체인 견분도 또한 분별이 없다.
진여와 무분별지가 완전히 계합하여 평등하다.
진견도 이후에 분별지혜로써 唯識相(유식상)을 반연한다. 여기서는 상분과 견분이 있기 때문에, 진견도의 무분별지가 직접 唯識性(유식성)을 반연하는
것과는 다르다.
상견도에서는 二空眞如(이공진여)를 반연하는 비안립제의 觀(관)과 사성제를 반연하는 안립제의 관의 두 가지가 있다.
④ 修習位(수습위) : 수습위는 修道位(수도위)라고도 하며, 초지의 住心(주심)부터 제10지 끝까지의 지위로서 견도에서 일부 증득된 진여의 도리를
반복적으로 닦아 익힌다.
번뇌장과 소지장을 정화해 나가는 지위이다.
多聞薰習(다문훈습)과 聞慧(문혜)
· 思慧(사혜) · 修慧(수혜)의 三慧(삼혜)에 의해, 아집과 법집을 정화하는
아공과 법공을 닦아 진여의 경지에 진입하는 수행을 한다.
번뇌장과 소지장이 정화되면서 그동안 장애를 받아 발휘되지 못했던 지혜가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다. 초지부터 제10지에 이르기까지의 수행인데,
번뇌장과 소지장이 초지부터 점차 정화되기 시작하여, 제7지에서 번뇌장이 정화되어
아집이 단절되고, 제10지에서 금강유정을 수행하여 소지장을 정화함으로서 법집이 단절된다.
⑤ 究竟位(구경위) : 구경위는 모든 번뇌를 정화하고 성불의 지위에 오른 果位(과위)이다. 대보리(네 가지 지혜)와 대열반(무주상열반)을
증득한다.
3. 轉依의 증과(전의...)
1)
대열반·청정법계
대열반은 眞解脫(진해탈)이라고도 한다. 이에 本來自性淸淨涅槃(본래자성청정열반)
· 有餘依涅槃(유여의열반) · 無餘依涅槃(무여의열반)
· 無住處涅槃(무주처열반)을
든다.
본래자성청정열반은 일체법의 實相(실상)인 진여의 理(이)를 말한다. 본래자성청정열반에 대하여 성유식론 제10권에서 설명하기를, 비록
객진번뇌에 오염되긴 했지만 본성이 청정하고, 한량없는 미묘한 공덕을 갖추고, 생겨남도 없고 멸함도 없으며,
湛然(담연)하기가 허공과 같고,
모든 유정에게 평등히 공통적으로 있으며, 모든 법과 하나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며, 오직 참다운 성자만이
스스로 내면적으로 증득한다. 그 성품이 본래부터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 이름한다.
유여의열반은 진여가 번뇌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미세한 괴로움의 의지처[依身(의신)]를 아직 멸하지는 않았지만, 장애를 영원히
고요하게 하기 때문에 열반이라 이름한다. 여기서 依(의)는 의지처인 신체[依身(의신)]를 말한다.
고통세계의 원인인 번뇌는 끊었으나, 아직 과거의
업보로 받은 異熟苦果(이숙고과)의 신체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대승에서는 괴로움의 과보의 주체인 제8식을 나머지 의지처[餘依(여의)]라고 한다.
이미
열반을 증득하긴 했지만, 아직 이숙의 의지처인 유루의 제8식을 멸하지 않았으므로 유여의열반이라 이름한다. 아라한의 最後身(최후신)인 灰身滅智(회신멸지)의
기간이다.
무여의열반은 진여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번뇌를 이미 모두 없애고 餘依(여의)도 역시 멸하여 많은 괴로움을 영원히
고요하게 하기 때문에 열반이라 이름한다.
무주처열반은 진여가 소지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大智(대지)이므로 생사에 머물지 않고 大悲(대비)이므로 열반에 안주하지 않는다. 유정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는 일을 미래세가 다할 때까지 하더라도 항상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 이름한다.
모든 유정에게는 본래자성청정열반만이 있고, 二乘(이승)의 無學(무학)에게는 자성열반
· 유여의열반 · 무여의열반이 있으며, 오직 붓다만이 네 가지를
갖춘다.
2) 대보리·네 가지
지혜
팔식은 현상일 뿐 그 본성은 결코 실체가 없는 공성(空性)이며, 전의에 의해 번뇌로
오염된 識(식)이 청정하고 분별이 없는 지혜로 전환된다.
우선 大圓鏡智(대원경지; dar aj na)는 유루의 제8식을 전환하여 얻는 지혜이다. 이 지혜에 대해서 성유식론
제10권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심품(대원경지상응심품)은 모든 분별을 떠나고, 인식대상도 인식작용도 미세하여 알기 어렵다. 모든 대상에 대해서
현전하고[不忘(불망)]미혹함이 없으며, 체성도 체상도 청정하고, 모든 잡염을 버린다.
순수하고 청정하며 원만함의 덕이 있고, 현행(현행의
공덕)과 종자(종자의 공덕)의 의지처이다.
신체 · 국토(자수용신의 신체와 국토)
· 지혜(나머지 세 가지 지혜)의 영상을 능히 현현하고
생겨나게 하며,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단됨이 없고 끊어짐이 없다. 마치 크고 원만한 거울에 많은 사물의 영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아뢰야식 안의 모든 잡염법이 소멸되어, 한 점의 티끌도 없는 大圓鏡(대원경)처럼 된 상태이다.
자신과 진여법계가 하나가 됨으로써, 우주
전체가 대원경처럼 변화되어 모든 사물이 있는 그대로 비추어지듯이, 時空(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아는 원만한 지혜이다. 佛果(불과)에서 처음으로
얻는다.
平等性智(평등성지;
samat j na)는 유루의 제7식을 전환하여 얻는 무루의 지혜이다. 여기서 平等性(평등성)은 진여를 말한다.
진여는 체성이 평등하여 일체법에 두루하므로 평등성이라 한다.
또한 지혜가 그것을 반연하므로 평등성지라고 한다. 말나식에서 자아
집착작용에 의한 모든 차별심이 소멸되어 일체를 평등하게 보며, 대자비심을 일으켜서 중생 제도활동을 하게 된다.
妙觀察智(묘관찰지;
pratyavek j na)는 유루의 제6식을 전환하여 얻는 무루의 지혜이다. 통달위에서 그
一分(일분)을 얻고 불과에서 全分(전분)을 성취한다. 妙(묘)는 불가사의한 힘의 자재를 말하고, 관찰은 모든 법을 관찰하여 정통하는 것이다.
의식에서
개별적이고 개념적인 인식상태가 변화되어, 모든 사물의 자체상[自相(자상)]과 보편적인 특질[共相공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묘관찰지의 작용에
관하여
성유식론 제10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많은 다라니와 선정의 방법 및 생겨난 공덕(육바라밀·십력 등)의 보배를 거두어 관찰한다. 대중의 집회에서 능히 한량없는 갖가지
작용을 나타나는 데 모두 자재하다. 큰 법의 비를 내리고 모든 의심을 끊고 많은 유정들로 하여금 다 이익과 안락함을 얻게 한다.
이처럼 묘관찰지는 중생의 근기를 알아서 불가사의한 힘을 나타내고 훌륭하게 법을 설하여 모든 의심을 끊게 한다.
成所作智(성소작지;
k ty nu h naj na)는 佛果(불과)에 이르러 유루의 五食(오식)을 전환하여 얻는 무루의 지혜이다.
本願(본원)의 해야 할 일을 해마치는 지혜로서, 五識(오식)의 감각작용적인 상태가 변화되며, 三業(삼업)으로 여러 변화신을 보여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한다.
4. 전식득지와 頓悟頓修(돈오돈수)
그러면 이 네 가지 지혜는 수행에 의해 점진적으로 증득되는가, 단박에 성취되는가,
아니면 지혜의 종류에 따라 다른가 ?
이것은 유식학의 轉識得智(전식득지)가 선종에서 말하는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설 가운데 어떤 입장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능변계성인 의식과 말나식이 각각 묘관찰지와 평등성지로 전환되는 것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現量性(현량성)인 아뢰야식과
오식이 각각 대원경지와 성소작지로 전환되는 것은 성불할 무렵에 단박에 이루어진다.
즉 묘관찰지와 평등성지는 통달위[견도; 初地(초지)의
入心(입심)]에서 一分(일분)을 증득하고, 이후의 십지 중에서 점차 닦아서 佛果(불과)에 이르러 그 全分(전분)을 증득한다.
대원경지는 해탈도의 시기, 즉
성불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일어나게 된다.
金剛喩定(금강유정)이 현전할 때는 이숙식의 종자를 아직 단박에 버리지 못한다.
有漏善(유루선)과 이숙식은 장애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유루법이고, 10지에서의 무루는 불지에 비해 열등한 무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金剛喩定(금강유정)에서 훈습을 받는 식이
없다면, 무루가 증성해지지 않고서 성불하게 된다는 모순이 따르기 때문이다. 성소작지 역시 성불할 때에 무루의 감각기관에 의지해서
비로소 일어나게 된다.
선종에서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논쟁이 있는데, 물론 頓悟(돈오)의 개념을 解悟(해오)와 證悟(증오)로 구분하여, 돈오돈수설에서의 돈오는 증오를,
돈오점수설에서의 돈오는 해오를 가리킨다고 보면 결국 두 이론은 회통된다. 그런데 돈오점수는 敎家(교가)를 위해서 방편으로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유식학의 전식득지는 분명히 돈오돈수의 입장이다.
頓悟(돈오)에서 悟(오)는 識(식)이 반야의 무분별지혜로 전환됨을 가리킨다. 통달위에서
아공관과 법공관에 의해 의식이 묘관찰지로, 말나식이 평등성지로 一分(일분)이 전환된다는 것은 곧 '解悟(해오)'를 가리킨다.
또한 성불할 무렵에
아뢰야식이 대원경지로, 오식이 성소작지로 전환되는 것은 곧 '證悟(증오)'를 말한다. 이때는 이미 제8식 안에 유루종자가 완전 소멸된
상태이므로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는 그야말로 '頓修(돈수)'이다.
Ⅴ. 맺음말
팔만대장경을 한 손에 쥐었다가 펴보면 손바닥에 마음 心(심)자 하나 남는다는 말이 있다.
또한 達摩觀心論(달마관심론)에서 慧可(혜가)스님이 달마대사에게 묻기를 "지성으로 불도를 구하고자 하면 마땅히 무슨 법을 닦는 것을 가장 중요한 요체로
삼습니까?" 하니, 달마대사가 "마음을 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법을 다 포섭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깨달음을 향한 수행은 곧 修心(수심)이고, 만법유식의 입장에서 말하면 轉依(전의), 즉 식이 반야의 무분별지혜로 전환되는 것[轉識得智(전식득지)]을 의미한다.
중생의 정신세계는 八識(팔식)과 51가지 심소 및 종자의 상호 인과관계의 역동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제6 의식과 제7 말나식에
의해서 아집과 법집이 생겨난다. 아집에 의해서 번뇌장이 형성되어 생사고해에 윤회하게 하고, 법집에 의해 소지장이 생겨나서 사물의
실상을 보지 못하게 한다. 이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집과 법집이 생겨나는 근본원인은, 범부의 識(식;
vij na)이 붓다의 智(지; jñàna)와 달리, 실제
인식상황에서 식이 주관[見分(견분)]과 객관[相分(상분)]으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이 二分(이분)으로 인한 似我(사아)와 似法(사법)에 대하여 實我(실아)와 實法(실법)으로
집착함으로써 아집과 법집이 일어난다.
둘째,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는 근거는, 佛性(불성)의 존재이면서 三性(삼성)의 전환적 구조로 되어 있으며, 또한 아뢰야식 안에 本有無漏種子(본유무루종자)와
신훈에 의한 무루의 문훈습종자를 들 수 있다.
셋째, 유식학의 轉識得智(전식득지)는 선종에서 말하는 돈오돈수의 입장이라는 점이다.
통달위에서 묘관찰지와 성소작지의 一分(일분) 증득은 곧
解悟(해오)이고, 대원경지와 성소작지의 증득은 성불할 무렵에 이루어지므로 곧 證悟(증오)이며, 이 무렵에는 제8식에는 모든 유루종자가 소멸된
상태이므로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는 頓修(돈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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