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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初期 性理學 思想에 나타나는 佛敎의
影響
1) 韓愈·李고 思想에 나타나는 佛敎의 影響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韓愈(한뮤)는 당시의 누구보다도 佛敎를 배척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도 당시 思潮(사조)의 영향권 안에 있었던 사람이므로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佛敎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그의 사상에서, '李고'나 宋代의 性理學者들의 경우처럼 많지는
않지만 佛敎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볼 수가 있다. 그의 사상에서 佛敎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는 먼저 '道統說(도통설)'을 들 수 있다.
道統이라는 것은 韓愈 이전의 儒家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던 개념이었다. 그러나 韓愈는 古代의 堯(요)임금에서 시작하는 道의 授受(수수)를 말하여
儒家의 道統論을 제기하였다. 그는 [原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내가 소위 道라고 하는 것은 老子와 佛敎에서 道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
堯(요)는 이것을 舜(순)에게 전했고, 舜은 禹(우)에게 전했으며,
禹는 이것을 湯(탕)에게, 湯은文(문) · 武(무) · 周公(주공)에게 전했고, 文
· 武 · 周公은 이것을 孔子에게 전했으며, 孔子는 이것을 孟子에게 전했다. 孟子가
죽고 나서는 이 道가 전해지지 못하였다.
韓愈가 이러한 道統說을 들고 나온 것은, 佛敎는 고도의 形而上學的(형이상학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반면, 道라든가 性이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던 당시의 儒學界의 상황을 自覺(자각)한 데서 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당시 法統(법통)을 중시하던 佛敎에만 道나 道의 授受(수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儒學에도 면면히 내려오는 固有의 道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道統說은 佛敎로부터의
자극과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 하나 韓愈의 사상 가운데 佛敎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그의 性論(성론)이다. 儒家에서는 孟子와 荀子 이후 인간의 性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었다. 그러나 佛敎측에서 性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것에 자극받아 韓愈는 性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性을
논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修養(수양)의 문제도 언급되는 것이다. 그가 儒學에서의 修養書(수양서)로 내세운 것은 [大學(대학)]이었다.
韓愈(한유)의 사상에는 이렇게 곳곳에 佛敎의 영향이 보이는데, 이러한 佛敎의 영향은 그가 佛敎思想을 직접 수용한 것은 아니며, 佛敎의
자극을 받아 佛敎에 대응할 수 있는 사상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佛敎의 論理와 비슷한 것을 儒學에서 찾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佛敎에 대한 이해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깊은 敎理的(교리적)인 문제를 받아들이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러한 사상은 儒學에 새로운 문제를 던져 주어 性理學(성리학)을 탄생시키는 기초가 되었다.
다음으로 韓愈의 제자인 '李고'가 받아들인 佛敎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李고도 韓愈와 마찬가지로 佛
· 老를 막고 儒學을 闡明(천명)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佛敎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韓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고, 승려들과의 교류 또한 매우 빈번하였다.
禪僧들과의 問答 내용을 보면 '李고'가 禪思想에 대하여 깊이 感服(감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外的인 交流나 佛敎 쪽의 기록
외에, 그의 대표적인 著書인 [復性書(복성서)]에도 佛敎로부터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 있다.
'李고'는 [復性書]에서 표면적으로는 排佛(배불)의 입장을
취했지만 그와 같은 排佛은 주로 政治 經濟的인 입장이었고, 內面的으로는 佛敎의 사상을 수용하여 자신의 이론을 재구성하였다.
그는
情을, 性을 미혹시키는 삿된 것, 없애야 할 것으로 보고, 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인간의 本性이 回復[회복(復性;복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復性論은 佛敎의 見性論(견성론)을 연상시킨다. 다음에 [復性書] 중의 몇 구절을 인용해 보겠다.
-
사람의 性을 迷惑(미혹)시키는 것은 情이다. ··· 情이 혼탁해지면 性이 숨어서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性의 잘못이 아니다. ··· 물이
혼탁하면 그 흐름이 맑지 않으며, 불이 연기를 내면 그 빛이 밝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물이 맑지 않거나 불이 밝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모래가 물을 흐리지 않으면 그 흐름은 맑아질 것이며, 연기가 끼지 않으면 불은 밝아질 것이다. 또한 情이 일어나지 않으면
性은 충만해질 것이다.
위의 구절은 [復性書]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 여기서의 '情이 일어나지 않으면 性이 충만해진다'는, 性과 情을 대비시키는 것은
圓覺經(원각경)의 '幻妄(환망)을 떠나는 것이 곧 깨달음(離幻卽覺;이환즉각)’이라는 구절과 그 논리가 흡사하고,
또한 大乘起信論(대승기신론)에서 智性(지성)과 無明(무명)을
바다와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에 비유한 것과도 같은 논리이다. [復性書]에서는 또
-
性과 情은 서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性이 없으면 情이 생길 데가 없다.
情은 性으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情은 스스로 情이
될 수 없고 性으로 인해 情이 된다. 性은 스스로 性이 될 수 없고, 情으로 말미암아 밝아진다. 性이란 하늘의 命이다.
聖人은 그것을
얻어 迷惑(미혹)되지 않는 자이다. 情은 性의 움직임으로, 百姓(백성)은 그것에 빠져 그 본래의 性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라고 하여
性과 情이 서로 의지하여야만 性과 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였는데, 이는 大乘起信論에서 "깨달음〔覺〕에 의지해
있으므로 미혹됨이 있다. 만약 覺性을 떠나면 不覺도 없다"라고 하여 覺과 不覺이 서로 의지해 있음을 말한 것과 그 용어만 다를
뿐이다.
이 외에도 [復性書(복성서)]의 많은 구절에서 佛敎思想의 영향이 보인다. 이러한 '李고'의 佛敎思想의 흡수는 止觀統例(지관통례)를 지은
梁敬之(양경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梁敬之는 荊溪湛然(형계담연) 禪師에게서 圓覺經과 大乘起信論을 傳受(전수)받은 사람이다.
'李고'는 梁敬之(양경지)가
죽었을 때 [感知己賦(감지기부)]를 써서 그를 哀悼(애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살펴보면 李고의 '復性(복성)' 사상의 연원을 알 수가 있다. 高觀如(고관여)와
같은 사람은 '李고'의 사상을 '겉은 儒學이지만 속은 佛敎(儒表佛裏;유표불리)'라고까지 평하고 있다.
韓愈와 李고의 사상은 佛敎의 자극과 영향 아래서 생겨날 수 있었다. 당시 極盛(극성)을 누리던 佛敎에 비해 매우 위축되어 있던 儒學(유학)에
滋養分(자양분)을 제공한 것은 결국 儒學者들이 그토록 배척하고자 했던 佛敎였다.
이러한 현상은 現實(현실)과 人間(인간)의 倫理(윤리)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儒學은, 그 자체에서만은 佛敎의 敎理(교리)에 대항할 수 있는 本體論(본체론)이나 人性論(인성론)을 形成(형성)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性理學의
先驅者(선구자)라고 불리는 韓愈와 '李고'마저 佛敎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으므로, 宋代(송대)에 이르러서도 性理學은 많은 佛敎的인 요소를 내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점은 새로운 사상 형성을 위한 儒 ·
佛의 융합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2) 周濂溪 思想과 佛敎
宋代 性理學의 체계를 세운 사람으로 추앙받는 周濂溪(주렴계)는 다른 性理學者들과는 달리 佛敎를 배척하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著書는
性理學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太極圖(태극도)]에 대한 해설인 [太極圖說]과 [易通(역통)]이라고도 불리는 [通書] 이외에 短文(단문) 몇 편과 詩들을
남겼는데, 여기에는 佛敎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다.
그는 또한 佛敎와 관련된 많은 행적을 남기고 있다. 즉 그는 壽涯(수애)나 常聰(상총)과 같은
승려들과 교류하였고, 그들의 가르침을 받기도 하였다는 佛敎측의 기록이 있다.
그의 [太極圖說]이 儒
· 佛 · 道 三家 思想(사상)의 融合(융합)이라는
것은 淸代(청대)의 毛奇齡(모기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毛奇齡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이 그림(太極圖)이 두 사람에게 근본을 두었음을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근근이 希夷(희이)와 壽涯(수애)에 그것을 해당시켰을 뿐이다.
어제
黃山(황산) 中州和尙(중주화상)이 太極은 본래 禪宗에 근본을 두었다고 말한 說을 보았다. 그가 만든 太極圖는 즉 唐나라 승려인 圭峯(규봉)의 十重圖(십중도)인
것이다.
[太極圖]와 [太極圖說]의 이러한 佛
· 道 由來說(유래설)은 현대의 學界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학설이다. [太極圖說]이 佛敎의 영향을 담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太極圖]의 근원 말고도 그 圖說 속에 있는 '主靜(주정)'과 '無欲(무욕)'이라는 단어를 보아도 알 수 있다. 濂溪(염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聖人이 中正仁義(중정인의)로써 定하고, 靜을 主로 하여[欲心(욕심)이 없으므로 고요하다 : 自註] 人極(인극)을 세웠다.
여기서 周濂溪(주렴계)는 '靜을 主로 한다'는 佛敎的인 修養論을 제출하여, 뒤의 二程(이정)이나 晦庵(회암)에 와서는 修養方法으로 '靜坐(정좌)'를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또 '欲心이 없어야 고요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를 이어받은 性理學이 禁慾主義的(금욕주의적)인 경향으로 나아가도록 한
사람이다. 濂溪(염계)는 또 다른 단문인 [養心亭說(양심정설)]에서도 無欲說을 주장하고 있다.
-
孟子는 "마음을 기르는 데는 寡慾(과욕)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 사람됨이 慾心(욕심)이 적으면 비록 있지 않은 것이 있더라도 적으며, 그
사람됨이 慾心이 많으면 비록 있는 것이라도 적다"(孟子 [盡心(진심)] 下)라고 말했다.
마음을 기르는 데는 慾心을 적게 하여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慾心이 적은 데서 없는 데 이르면 진실함이 서게 되고 밝게 통하게 된다.
濂溪의 이러한 無欲說(무욕설)은 본래 孔孟(공맹)의 先秦儒學(선진유학)에는 없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儒學에서는 節欲(절욕)을 주장하였지 無欲(무욕)을 말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때에 와서 無欲을 주장한 것은 佛敎의 영향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이밖에 周濂溪는 [愛蓮說(애련설)]이라고 하는 短文(단문)을 지어 그의 佛敎 性向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연꽃의 德에 기대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理想的인 人間性을 표현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연꽃은 진흙 속에서 나왔으나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에 맑게 씻겨 있으나 요염하지 않고, (줄기의) 가운데는 비어 있으나
겉모습은 곧고, 넝쿨이나 가지가 뻗어 있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맑으며,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으로, 멀리서 볼 수는 있으나 가까이
두고 완상할 수는 없다.
이 글은 濂溪(염계)가 濂溪에 書堂을 지어 '愛蓮書堂(애련서당)'이라고 이름 붙인 후 지어 石壁(석벽)에 새긴 것이다. 이 글을 보면 濂溪가 생각하고
있는 理想的인 人間性이 佛敎의 佛性과 상통함을 알 수 있다.
위에서 性理學(성리학)의 開山祖(개산조)라 불리는 周濂溪(주렴계)의 佛敎와의 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性理學의 '靜(정)'을 중시하는
修養方法(수양방법)이나, 先秦儒家(선진유가)와는 다른 禁慾主義的(금욕주의적)인 성격이 周濂溪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濂溪의 이러한 사상은 또 佛敎에 그 淵源(연원)을 두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3) 二程 思想에 나타나는 佛敎의 영향
程이 ;周敦이 >(臣+頁)
앞 章에서도 말했듯이 宋代의 性理學者들 대부분이 佛敎와 관련을 가지고 승려들과 교류하고 있었고, 佛敎의 敎理를 연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은 二程子(이정자)도 예외가 아니다. [宋史(송사)] [道學傳(도학전)]에는 明道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
15, 6세 때부터 동생 程(정)이와 함께 周敦(주돈)이(濂溪;염계)가 學問을 論하는 것을 들었는데, 科擧공부에 싫증을 내고 慨然(개연)히 求道(구도)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諸家(제가)가 泛濫(범남)하는 가운데 道家와 佛敎에 出入한 것이 幾十年이었으나 돌아와서 六經에서 道를 구한 이후에 그것을
얻었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당시의 性理學者들이 佛敎思想과 道家思想을 연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二程子(이정자)가
어린 시절 수업한 周濂溪(주렴계) 또한 앞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佛敎와 道家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性理學者들의 佛 · 道 出入이 단시일간의 현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明道(명도)의 사상에 佛敎의 영향이
보이는 것으로는 [定性書(정성서)]가 있다. 이 글의 핵심은 '定'에 있는데, 그는 '定'을 다음과 같이 풀어 말한다.
-
이른바 定이라는 것은 움직이는 것도 定이고, 고요한 것도 定이며, 맞이하고 보내는 것도 없고, 內外도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明道가 말하는 '定'이라는 것이 大學에서 말하는 '무엇을 확고히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明道가 여기서 말하는 '定'이라는 것은 佛敎에서 말하는 '禪定'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중국 禪宗의 六祖인 慧能(혜능)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明道의 '定性'이 禪宗의 禪定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
마음에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일러 坐라 하고, 안으로 自性을 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일러 禪이라 한다. ··· 밖으로 相을
떠나는 것이 禪이요, 안으로 어지럽지 않은 것이 定이다. ··· 밖으로 禪을 하고 안으로 定을 하는 것, 이것이 禪定이다.
明道는 또
天地間(천지간)에 사람만이 홀로 지극히 神靈(신령)스러운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은 곧 草木禽獸(초목금수)의 마음이기도 하다.
라고 하여 性(성)의 普遍性(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思想은 佛敎의 '萬物一切가 모두 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사상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 외에 그의 修養方法상에서도 佛敎의 영향이 나타나는데, 그가 謝上蔡(사상채)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은 그의 佛敎 性向을
잘 나타내 준다.
-
謝顯道[사현도; 謝上蔡(사상채)]가 明道先生(명도선생)을 따라 扶溝(부구)에서 배웠다.
明道先生이 어느날 그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나를 따르면서 나의 말만을
배웠기에 너희의 학문은 마음과 입이 서로 응하지 못하니 어찌 이를 시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제자들이 이에 대하여 물으니
'먼저 靜坐(정좌)를 하라'고 하였다.
이러한 靜坐의 방법 역시 본래 孔孟의 儒學에는 없던 것으로, 禪宗(선종)의 默照禪(묵조선)을 연상시키는 修養法(수양법)이다. 이렇게 明道가 修養의
방법으로 중시하던 靜坐의 방법이 아무런 연유도 없이 갑자기 나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程明道(정명도)는 排佛(배불)에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周濂溪와 같이 드러내 놓고 佛敎的인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또한 십수 년 간 佛敎에서 道를 구할 뜻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으로 佛敎 사상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는
程伊川(정이천)의 사상에 나타나는 佛敎의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伊川 또한 學問을 하는 과정에서 佛敎와 禪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佛敎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華嚴經의 말이
옳지 않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하며 佛敎 敎理의 일부를 인정하기도 하였다.
그의 사상 가운데 佛敎의 영향은 修養論(수양론)과 [周易(주역)]에 대한
해석에 잘 나타나 있다. 먼저 그가 學者의 마음을 닦는 데 가장 좋은 것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坐禪入靜(좌선입정)'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學者가 먼저 힘써야 할 것은 心志(심지)에 있다. 見聞(견문)과 知思(지사)를 버리고자 하면 絶聖棄智(절성기지)하고, 思慮(사려)를 버리고자 하는데 어지러운 마음이
근심된다면 모름지기 坐禪入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程明道의 靜坐와 같은 의미를 가진 것인데, 伊川(이천)은 더욱 직접적으로 佛敎 용어를 쓰고 있다. 그는 이어서 말한다.
-
만일 이것(交感과 생각)을 없애려고 한다면 이는 오직 사람에 主로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敬(경)이 있을
뿐이다. ··· 이른바 敬이란 主一(주일)의 敬을 말하며, 이른바 一(일)이란 가는 바가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 이를 가지고 오랫동안
涵養(함양)하면 자연히 天理가 밝아질 것이다.
여기에서 程伊川이 主敬(주경)을 坐禪入靜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伊川은 자신의 사상의 요점인 天理를 이
主敬, 즉 坐禪入靜을 통하여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天理는 佛敎에서의 佛性으로, 天理를 깨닫는다는 것은 곧 佛敎의
見性, 또는 覺과도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는데, 伊川의 이러한 이론은 儒學(유학)의 見性論(견성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伊川이 '理'를 가지고 [周易]을 해석한 것은 華嚴經(화엄경) 事理說(사리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伊川은
[伊川易傳序(윤이천역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지극히 微微(미미)한 것은 理요, 지극히 드러나는 것은 象이다. 體用(체용)은 하나를 근원으로 하고 있으므로, 드러나는 것과 微微한 것은
사이가 없다.
여기서 伊川은 象(상)이란 理가 드러난 것이고, 또 體用은 하나이므로 결국 理와 象은 사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說은 伊川
자신이 '萬物은 하나의 理에서 나온다'라고 개괄했던 華嚴經의 要諦(요체)와 별 다름이 없는 것이다.
다만 華嚴經에서는 理까지도 障碍(장애)로
보고 있지만, 伊川은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理 하나에 귀결시킨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결국 伊川이 伊川易傳(이천역전)의 序文(서문)에서 천명한 이
理는 朱晦庵(주회암)에 의해 再闡明(재천명)되어,
性理學(성리학)의 本體論(본체론)이나 人性論(인성론)에서도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性理學'이라는 이름으로까지
불리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程明道와 程伊川 두 사람은 초기 性理學의 기틀을 완전히 다진 사람으로 평가되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韓愈에서부터 내려오는
排佛의 전통을 이어받아 佛敎를 적극 배척하면서도, 本體論에서부터 修養論에 이르기까지 佛敎의 사상에서 取捨選擇(취사선택)하여 儒學의 입장에서
재구성하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의 이러한 사상은 그대로 性理學의 集大成者(집대성자)인 朱晦庵(주회암)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Ⅳ. 結 論
이상에서 性理學이 형성되는 데 있어서 佛敎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性理學이 일어날 당시의 佛敎界와 儒學界의 상황을
살펴보고, 韓愈(한유)에서부터 二程子(이정자)까지의 性理學의 先驅者와 初期 性理學者들의 排佛論과 그들의 사상에 나타나는 佛敎의 영향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살펴 보았다.
性理學의 先驅者로 불리는 韓愈와 '李고'가 排佛과 함께 새로운 儒學의 자리를 잡아 나갈 당시의 思想界는, 儒學은 秦(진)의 焚書坑儒(분서갱유)로
인한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經學에 치중한 결과로 思想的인 면에서는 오랫동안의 침체기에 있었고,
佛敎는 오랜 中國化의 과정을 거친
이후 성립된 禪宗이 세상을 풍미하고 있던 시기로서, 당시 대다수의 儒學者들이 佛敎에 심취해 있던 때였다.
한편 佛敎의 과도한 성장으로
인해 지나친 佛事나 寺院 經濟의 비대화, 현실 회피 등의 문제점들이 노출되기도 하였다.
당시를 政治
· 社會的으로 보면 佛敎를 배경으로
하는 舊貴族(구귀족)과 儒學을 부흥시키고자 하는 新興 士大夫들이 지배계급의 위치를 교체하는 시기였고, 그로 인해 新興(신흥) 士大夫들은 자신들을
뒷받침하는 이론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內的 · 外的인 조건들은 당시의 일부 儒學者, 즉 新興 士大夫(사대부)들에게 자극을 주어 새로운
사상의 탄생을 촉진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士大夫들은 적극적인 排佛論을 내세우며, 儒學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사상을 형성시켜 나갔다.
이들이 佛敎를
배척한 思想外的인 이유는 세 가지로 개괄할 수 있다.
첫째는 華夷論(화이론)을 앞세운 民族主義的인 입장이고,
둘째는 佛敎의 出家 등의
修養方法과 出世間的인 世界觀에 따른 倫理的인 이유,
셋째는 당시 佛敎 성장의 否定的 현상인 寺院 經濟의 비대화 등으로 인한 經濟的인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때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었고, 또 世俗의 倫理로 宗敎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 것이다. 경제적인 부작용에 대한 비판은 일면 타당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外的인 현상으로 佛敎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들의 排佛論은 자신들의 새로운 儒學의 타당성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排佛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性理學者들이 새로운 儒學을 형성해 내는 데는 佛敎의 영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즉 秦의 焚書坑儒(분서갱유) 이후 사상적인 축적이 거의 없었던 儒學에는 佛敎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을 형성해 낼 이론적인 근거가
부족하였던 것이다.
또한 佛敎측의 적극적인 中國化 노력으로 佛敎는 이미 사회 전반 전 계층에 걸쳐 깊숙이 침투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적인 축적이 이루어져 있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이들 性理學者들도 은연중 佛敎思想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대부분이 한때는
불교사상에서 道를 구해 보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사상에 佛敎의 사상이 融合(융합)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韓愈의
道統說에서 시작하여 '李고'의 復性論, 周濂溪의 無欲과 主靜論, 程明道의 主敬論, 程伊川의 性理論까지가 佛敎의 영향 아래 성립된 것이다.
그리하여 學界 일부에서는 性理學을 '儒表佛裏(유표불리)'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므로 性理學은 佛敎의 자극과 영향이 아니었으면
형성될 수 없었던 사상이었다. 그렇지만 性理學者들은 항상 자신이 儒學者라는 의식을 가지고 儒學의 입장에서 佛敎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筆者는 性理學의 형성은 儒·佛 交涉의 결과물, 넓게는 儒
· 佛 · 道 三敎 交涉(교섭)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사상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性理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參 考 文 獻
原典類 [昌黎集], [宋元學案], [宋史], [李文公集], [周子全書], [新唐書], [二程全書],
[舊唐書], [二程遺書], [近思錄], [景德傳燈錄], [論語], [六祖壇經], [孟子], [大乘起信論疏·別記],
[大學],
[華嚴經}, [中庸], [弘明集] 單行本類
張永儁, [二程學管見], 臺灣, 東大圖書公司印行, 1988.
張曼濤 編, [佛敎與中國文化], 臺灣,
大乘文化出版社, 民國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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