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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
계속 ↙
종밀의 돈오점수의 돈오는 先悟(선오)이다. 이 돈오 선오는 解悟(해오)이다. 종밀의 解悟(해오)에는 두 갈래의 뜻이 들어 있다.
첫째, 解悟(해오) : '증悟', 즉 '解증'의 일체성
둘째, 解悟(해오) : 依言敎而生解(의언교이생해) 敎學상의 知解(지해)·信解(신해)·悟解(오해)·初悟(초오)
종밀의 돈오점수의 점수는 수행한 연후에 悟(오)하는 것이 아니라, 修(수)하는 그 자체가 이미 悟(오)의 분상에 의한 수행이다.
이론적으로는 처음에 먼저 깨달았다고 하는 그 깨달음의 내용이 점수하여 성불하더라도, 또다시 깨달을 이치가 따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론 면에서는 修증一如(수증일여)의 修증觀(수증관)이다. 성불의 位(위)가 돈오의 初機(解悟)요, 성불이 '증悟'이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解悟卽증悟(해오즉증오)이다.
그런데 종밀의 저서 속에 나오는 解 · 信解
· 悟解 · 信悟(해·신해·오해·신오)는 依言敎而生解(의언교이생해)한 敎學(교학)상의 知解(지해), 즉 알음알이다.
종밀의 解悟, 즉
信解 · 悟解 · 信悟이다. 이론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치를 언어문자 분별지식선상에서만이 몰록 이해하였다손치더라도,
이는 단지
단순한 느낌만으로 그치지 않고
법을 깨달은 法悅(법열) · 法味(법미)가 강도 깊이 신심 속에 확고히 뿌리를 내려 자신의 종교적 인생관, 인생에
있어서의 종교적 근본이념이 확립된 자세, 결단력 있는 마음가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解悟(해오)란 말로 나투었다.
그리하여 성불의
位(돈오의 初機 · 解悟)와 성불(증悟) 사이에는 오직 번뇌의 습기를 제거하는 일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예1. 初因解悟 依悟而修 行滿功圓 卽得증悟 此爲眞正(圓覺經大疏초
V.3 下 卍續藏經 1, 14, 280右下).
예1.
초인해오 의오이수 행만공원 즉득증오
차위진정(원각경대소초 V.3 下 만속장경
예2. 謂雖圓頓悟解李多劫己來 顚倒妄執 習己性成 難爲頓盡 故須皆習修行契合本性(同上 V.6 335, 左下 4行).
예2.
위수원돈오해이다겁기래 전도망집
습기성성 난위돈진 고수개습수행계합본성(동상
위의 예문은 這間(저간)의 사정을 여실히 입증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종밀의 입장에서는 돈오점수의 점수야말로 일체중생에게 성불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최상의 선방편문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차원이 높아서 극소수의 최상근기만이 필요로 하는 돈오돈수나,
그렇다고 해서 入門之初(입문지초)에 解悟(해오)할 수 없는 하근기를 제외한 中(중),
中上(중상)의 근기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수행문 悟(오)와 修(수)와의 어느 한편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중생의 근기에 잘 어울리는 가장 보편타당성
있는 수행문은 오직 돈오점수뿐이라는 신념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치로는 解증一體(해증일체), 修증一如(수증일여)이지만 성불의 位(위)에서 성불[증悟]로 나아가는 시간적인 步幅(보폭)에는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歷劫數(역겁수)'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돈오점수론은 하택종 [화엄경] 및 교선일치주의자인 규봉 종밀에 한한 문제가 아니라, 이는 당대의 선계에 있어서 견성성불을
지향하는 悟入的(오입적) 주체성 확립의 체험적 수행양식을 보인 것인데,
종밀의 교선일치 돈오점수의 주장도 돈오점수 돈오돈수의 양문을 오가는
많은 선승들에 의하여 찬성과 비방의 소용돌이 속에서 논란을 거듭해 왔지만, 당시의 선계의 추세는 돈오돈수로 기울어 마침내 하택선은
점차로 쇠퇴하여 그 실세를 잃어가게 되었다.
돈오돈수에 언급할 경우 馬祖 道一(마조
도일: 709∼788)의 선법을 피해갈 수는 없다. 馬祖집단의 교단 구성원의 양적 규모는 입실제자
88 내지 139, 大寂(대적)문하 800여인, 玄徒(현도) 1000여 인이다.
마조 선법은 '平常心是道(평상심시도)'
· '卽心是佛(즉심시불)'에 뿌리를 내리고 한편으로는 '大機大用(대기대용)'의 선풍을 드높이 현양하였다. 또 마조의 활달한
기우도량, 기이한 풍모, 그리고 馬祖系(마조계)의 수많은 어록의 술작과 行用(행용)의 일반화 등을 그 특징으로서 들어볼 수 있다.
평상시에 먹는 일,
일하는 일, 자는 일 등의 의식주 생활, 행 · 주 · 좌 ·
와 등의 일체의 예사로운 일상생활, 일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실 그 자체, 생활
속에 생겨나는 이야기, 일체의 起心動念(기심동념) 揚眉動靜(양미동정) 등의 일상생활 모두가 불성의 기능임에 틀림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선사상의 기반 위에 마조선이 조사선을 대신하여 인간의 일상의 대화를 그대로 問話(문화)로 삼고 格外(격외)의 玄機(현기)로 學人接得(학인접득)의 기능을
발휘하였다. 여기에서 柳田聖山(유전성산)씨의 [馬祖禪の諸問題(제문제)] [印度學佛敎學硏究(인도학불교학연구) 17의1]에 실려 있는 말을 인용하면
'지난날의 전통이나
경전의 권위, 부처의 말을 존중하고 계율을 규범으로 삼아 온 종풍을 배제하고 새로운 불교에 의한 인간상의 확립, 버젓이 살아 있는
인간의 말을 가치삼아 현실의 일상생활을 第一義(제일의)로 삼는 실천적인 종교개혁이다'라고 하였다.
종밀이 馬祖系의 洪州宗(홍주종)과는 같은 돈오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洪州는 돈오하였을 때 이미 모든 것은 원만히 끝났으며 깨달은 후에
따로 닦을 필요가 없으며 오후수를 필요로 하는 그 자체가 마음으로써 마음을 닦으려 하고 선과 악과를 구분하여 악도 마음인 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비난하였다.
安祿山(안록산)의 亂(난) 후 중앙권력 귀족층은 이미 지난날의 지배세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사회의 실력은 地方官僚(지방관료)의 수증으로 옮겨갔는데,
洪州宗(홍주종)이라 불리우는 馬祖系 祖師禪(조사선)이 이들 新興官僚(신흥관료)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였기 때문에
會昌(회창)의 破佛(파불:
845∼847) 사건 이후 隋(수)로부터
中唐(중당)에 걸쳐 불교 각파는 거의 소멸되었는데도 祖師禪(주사선) 일파만이 성행하여 晩唐 五代(만당
오대)에 이르기까지 종세를 확보하였다.
馬祖 문하는 후세의 선종에서는 正系(정계)인데, 하택종의 선을 계승한 종밀에 의하여 傍系(방계)로 격하되었다.
宋代(송대) 이후의 선계의 주류를 이룬 靑原(청원) ·
石頭(석두)계의 선승들은 일반적으로는 돈오돈수의 입장에 서서 종밀의 돈오점수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柳田聖山氏(유전성산씨)도 그의 논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마조의 선법은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 즉 한반도나 일본에서는 수용되지 않았다.
우리 나라에도 보조 이전에 마조선 같은 것이 얼핏 보이는 듯했으나,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마조의 돈오돈수 대기대용의 活作略(활작략), 이러한 선풍이 한반도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이유는 고사하고 여기에서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십수년래 종밀과 보조의 돈오점수와 또 돈오돈수의 이론상의 문제의 정립에
골몰한 나머지, 모르는 사이에 이는 선을 논한다기 보다 오히려 敎相佛敎(교상불교)의 범주에 머물러 마치 돈·점의 교판론을 벌려 놓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九品(구품)중생의 기근이 저마다 다르고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능력의 한계선상에 그대로 주저앉기를
본능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성불자가 역사적 사실로서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와 내가 본래로 평등함을 자각하여
不歷階梯(불역계제)하고 本來人(본래인)의 면목을 되찾아 本증妙修(본증묘수)의 경지에서 불조를 안중에 두지 않고 살불살조의 기백을 지닌 一類의 돈오돈수적 최상근기자가
선종사 속에 뚜렷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듯 중국 선종게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돈오돈수를 한국 불교사의 흐름 속에서는 그 존재가 뚜렷하지 않고 우리의 선풍 속에
수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만의 이유로 이를 소원하거나, 그 우열을 따진다면 이는 본질적 해석을 여의고 지역적 환경론에 墮在(타재)한 느낌이
없지 않다.
민족사 발행(1992년)의 [돈오점수인가 돈오돈수인가]를 일람하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고 생각하기를,
이는 얼핏보아 양자택일의 뜻이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양자 중에 어느 하나는 선문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라면 잘못이다.
양자는 선문에 있어서의 수행상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따라서 그 제목은 [돈오점수와 돈오돈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조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혜능선의 성격을 단적으로 들어 보면, '정혜불이
· 돈오묘수의 선이다.
정은 혜의 체요, 혜는
정의 용이며, 혜에 즉했을 때 정은 혜에 있고, 정에 즉했을 때 혜는 정에 있기 때문이다. 반야로서 일체를 관조하고 제법에 있어
不取不捨(불취불사)하는 것이 곧 견성성불이다.
본각진성이 相互 融卽(상호
융즉)하는 혜와 정과에 現成(현성)하는 그것이야말로 혜능의 선이다. 돈오는 바로 자신의 妙心(묘심)에 입각하여 번뇌망념이 본래로
공함을 증득하는 것을 이름이다. 따라서 그 수행도 迷情(미정)을 불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른바 깨달은 분상에서의 妙修(묘수)인 것이다.
得道(득도)한
속에서의 수행이므로 돈오묘수라 이름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혜능의 오후 16년의 수행은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하였다.
돈오묘수와 돈오점수, 해오점수, 依悟而修(의오이수)는 무엇이 어떤 점이 같고 다른가, 혜능의 선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없지 않은 듯하다.
중국 선종제파 간에서도 돈오점수 돈오돈수의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法眼 文益(법안
문익: 885∼958), 위山 靈祐(위산 영우: 771∼853), 德洪 覺範(덕홍 각범) 등은 돈오점수의 주창자로서 敎論에도 유념하도록 권장하기도
하였다.
宋(송)의 永明 延壽(영명 연수: 904∼975)는 돈오점수만이 견성성불로 나아가는 최선의 法門(법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돈오점수와
돈오돈수의 두 법문의 건립을 모두 인정하였으며, 돈수 · 점수 저마다의 對機的(대기적) 의미를 인정하고, 양자가 궁극적으로는 함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것을 주장하였다.
永明(영명)은 돈오점수 돈오돈수의 兩門(양문)병립의 필요성을 頓漸四句(돈점사구)를 설하는 속에서 강조하였다. 그는 敎禪一致(교선일치) 주의자에
그치지 않고 유 · 불 조화 사상론자였으며, 따라서 종밀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저서 [종경록]과 [만선동귀집]의
논술의 흐름을 개관하면 저서의 명제가 벌써 예고하고 있듯이 모든 것에 대하여 융합일변의 사상을 도처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을
그의 저서의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天目中峰(천목중봉) 北宋(북송)의 晦心(회심:
?∼1100) 그리고 黃龍 慧南(황용 회남: 1002∼1069) · 眞淨 克文(진정
극문: ?∼1102) · 萬松 行秀(만송 행수) 등은 돈오돈수의
선관을 내세웠다.
2) 본분종사와 교외별전
선은 敎家(교가)에서 경전을 所依宗旨(소의종지)로 삼는 것과는 달라서 선법에 투철한 宗師(종사)의 존재, 즉
인간중심이다. 그리하여 法燈(법등)을 사람에게 사람으로, 이른바 法嗣(법사)에게 전지전승하게 된다. 선종에 있어서의 최고의 존재는
本分宗師(본분종사)이다.
본분종사다운 인물을 五家七宗(오가칠종)을 통해 상당수 찾아볼 수 있지만, 예컨대 마조 도일·임제 의현·대혜 종고 등에서 이러한 면목과
풍격을 엿볼 수 있다. 일정한 궤칙에서 벗어나서 허공을 나는 새와 같이 걸림 없고 자취를 남기지 않으며,
情識分別(정식분별)을 여의고 구하는 마음 없이
자연그대로에 떠맡겨 作爲(작위) 없는 天眞(천진) 그대로로서 時處(시처)에 즉하여 무아의 妙用(묘용)을 나타낸다.
조사의 學人(학인)을 接化(접화)하는 活殺自在(활살자재)한 기량이 목전에
나타날 때에는 그 조사의 어묵동정 일거수일투족 그 자체가 곧 諸法實相(제법실상)이며 道(도)이므로,
그것이 저절로 軌則條例(궤칙조례)로서 現成(현성)한다.
義解(의해)를 초탈하여 교외별전의 심법을 증득한 본분종사의 입장에서는 信(신)은 불조를 초월하고 일체의 敎迹(교적)을 초월한 동시에 증오를 증오로
안중에 두지 않는 무애자재한 본래적 자기로서의 本證(본증)이다.
이리하여 본래성의 理를 벗어나 주객의 대립분별에 집착하지 않고, 능소를
泯絶(민절)한 자유로운 경지에서 무한한 活作略(활작략)을 전개하고 있다.
본분종사는 利根(이근)이나 鈍根(둔근)자 할 것 없이 각자의 능력에 따르는 문제의식을 발판으로 현실적 일상생활에 즉해서 동
· 정 · 어 · 묵 간에
살아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수시 · 즉시에 應機應變(응기응변)하여 체질개혁
· 心術(심술)전환을 위한 근기상응의 活作略(활작략)을 자재하게
拈弄(염롱)하는 天衣無縫(천의무봉)한 대자재인이다.
이러한 본분종사의 분상에는 돈
· 점 · 오 · 수의 선후를 云云(운운)하는 종종의 法門(법문)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임제 의현의 몸에서는 교가적 선종적 승려로서의 체취도 감지할 수 없다. 그는 불조도 부처의 교설도
필요로 하지 않는 無事人(무사인)이다.
우리들의 인생생활 속에서 버젓이 活作用(활작용)을 하고 있는 眞人(진인)은 다름아닌 임제 자신의 活佛格(활불격)적 인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禪의 眞髓(진수)가 祖師禪(조사선)이요, 祖師禪(조사선)은 敎外別傳(교외별전) 格外(격외)선도리이니, 敎(교)가 禪(선)을 포납할 수 없으며 禪(선)을 敎相判釋(교상판석) 頓漸敎判論(돈점교판론)의 틀 속에
조립하여 그 테두리 속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달마를 필두로 한 오가칠종은 경
· 율 · 론 삼장보다도 오히려 중국 고유의 문화, 즉 儒
· 道(유·도)를 기반으로 생사초탈의 선리를 개발하고
중국 민족이 중국의 문화를 의식하면서 중국인 특유의 사유방법을 드날려서 창출한 중국화한 불교이다.
바꿔 말해서 이는 노장적 도가사상의
기반 위에 배양되었고, 이에서 금자탑을 쌓아 올린 선불교이다. 또 조사문 중에 있어서의
話頭公案禪(화두공안선)
· 機關禪(기관선)이라 일컫는 선풍은 古則公案(고칙공안)의
拈弄 竪起拂子(염롱 수기불자)의 問話 拂拳棒喝(문화 불권봉갈)의 禪機 人境自在(선기
인경자재)한 活眼宗師(활안종사)의 作略 棒頭(작략
봉두)상에 禪者(선자)의 근기의 適否(적부)를 판별하여
순간적 機悟(기오)를 절대시하는데,
여기에는 교선일치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종밀의 교선일치적 선이론의 전개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교가 어찌 선을 포섭할 수 있단 말인가. 억지로 표현한다면 禪主敎從(선주교종)의 입장에서 선이 교를 포납한다고나 할까.
조사선의 진면목은 어디까지나 교외별전에서 그 진수를 찾아볼 수 있을 따름이다.
돈점의 교판론은 교외별전 격외선도리를 표방하는
조사선에서는 부질없는 일이다.
理(이)와 事(사)에 걸림 없는 活佛格(할불격)적 宗師(종사)는 本分田地(본분전지)에서 곧바로 모든 事象(사상)을 직관할 때 이러한 경지에서는 萬境(만경)의 差別相(차별상)이 一味一如(일미일여)로
일체의 機 · 境(기·경)을 뒤바뀌는 자재력고 운용의 묘가 발휘된다.
禪(선)의 悟(오)는 교학적 해석이나 聖解(성해)를 두지 않는 심오한 선체험에서 불경에 의한 開悟에 구애됨이 없이 시공을 초월하여 교학의 둘레를
벗어나서 도처에 '眞(진)'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본래성을 중생에게 열어 보인다는 것은 종종의 敎相(교상)불교를 禪門(선문)에
결합시키는 곳에 올바른 방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眞心(진심)의 본체를 생생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재발견하는데 그 참면목이 드러나게 된다.
眞性(진성) 그 자체를 徹見(철견)하는 데도 그것을 대상으로 단지 覺知(각지)하려는 것이 아니다. 직하에 진성 그 자체에 계합하여 스스로 진성을 얻기
위하여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진성의 전면을 承當(승당)한 卽處(즉처)에 저절로 일어나는 실천인 것이다. 이를 本증妙修(본증묘수) 또는 修증不二(수증불이)라고
한다.
六祖 이후 남돈북점으로 대립하게 되자 漸敎(점교)와 頓敎(돈교), 敎意(교의)와 祖意(조의)와의 同異(동이)우열을 비교하여 마침내 敎外禪(교외선)의 사상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五家七宗의 여러 조사는 종래의 佛說佛語(불설불어)를 쓰지 않고 新機(신기)의 言行(언행)을 창안하여 저마다 특이한 가풍을 세웠다.
즉
'不立文字(불립문자)·敎外別傳(교외별전)'의 기치를 계양하여 이로써 불교의 진수, 선의 第一義諦(제일의제)를 삼고 오가칠종의 공통적 기본사상을 형성하였다.
4. 맺음말
여기에서 다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로 되돌아와서 자기 소견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한다. 1981년도에 {선문정로}가 출판된 이후 약 10여 년 간 보조선을 중심으로 한 학계의 논란은 점차 고조화하고, 언제 定論(정론)이
확립되려는 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런데 지난날의 연구경향과 그 실적을 더듬어 보면,
첫째, 문헌적으로는 청량 징관과 이통현 장자, 규봉 종밀 및 보조의 저술이라고 하는 연구범위에서 시종 설왕설래 하여온 느낌이
든다.
둘째, 선주교종적 보조선 형성에 있어서의 선사상의 논리적 구조상의 문제점을 해명할 수 있는 실마리는 '해오'에 대한 보조의
견해와 다른 선승들의 그것과를 對比(대비)하여 보조의 독자성을 밝히는 데 있다고 본다.
셋째, 무사자오라고 하는 독학의 길을 걸어 온 보조로서는 선사상을 정립하는 데는 육조 혜능과 규봉 종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으며,
특히 종밀과 보조와의 선사상에 있어서의 이론적 차이점 여부를 먼저 밝혀놓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일 것이다.
넷째, 10여 년 간 돈점 문제에 몰두해오면서도 연구범위를 주로 첫째의 내용에 국한시켜 왔다.
그런데 돈점 문제는 우리 국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것도 근년에 이르러서야 논란의 단서를 발하였다. 중국 선종 남돈문에서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돈오로
끝나느냐, 돈오 후의 점수를 필요로 하느냐 하는 문제는
일찍부터 각 선파 간에서 불꽃튀는 논쟁을 벌려 왔었다. 그 분야에로 시야를
돌려 연구발표의 실적을 쌓아올리므로써 이 문제 해결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儒佛道 三敎에 依用된 頓悟思想에 대한 논평
: 강건기(전북대 교수)
[儒佛道 三敎에 依用된 頓悟思想(유불도
삼교에 의용된 돈오사상)]을 읽으면서 評者(평자)는 솔직히 말해 무력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것은 평자가 논문의 論旨(논지)를 잘 이해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평자는 논평에 앞서 스스로 滅識(멸식)을
통감하면서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첫째, 이 논문을 읽으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논문의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다. '유불도 삼교에 의용된
돈오사상'이란 표현은 말대로라면 돈오사상이 유불도 삼교에 어떻게 依用(의용)되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으로 오해를 줄 소지가 크다.
그런데
논문의 내용은 선의 頓宗家風(돈종가풍) 속에 유·도가의 外典(외전)이 많이 의용되었다는 것인 듯싶다.
뿐만 아니라 그 제목은 논문의 중심 내용과도 잘 부합되지 않는다.
이 논문은 1, 2, 3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1.
돈오사상 속에 依用(의용)된 外典(외전)은 논제와 부합되지만 2와 3의 내용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에서는 돈오점수와 돈오돈수의 문제를 다루고,
3에서는 지눌사상을 중심으로 한 연구동향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문제목이 내용에 맞게 조정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논자는 중국의 선, 나아가서는 頓悟思想(돈오사상)이 전적으로 중국적 영향, 즉 儒
· 道家(유·도가)의 영향으로 발달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논자의 입장을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통해서 볼 수 있다.
老
· 莊(노·장)의 서는 老莊禪(노장선)의 어록이라 할 수 있다. 노장의 사상을 교량으로 하여 바로 남돈선에 나아가게 된다. 선가의 법어나 어록
속의 말은 중국 고전에서 옮겨 실은 것이 허다한데, 그 속에는 원문의 본래대로의 뜻에서 비약하여 선사상을 새롭게 가미하였으므로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매우 난해하다.
달마를 필두로 한 오가칠종은 경·율·론 삼장보다도 오히려 중국 고유의 문화, 즉 儒
· 道(유·도)를 기반으로 생사초탈의 선리를 개발하고
중국민족이 중국의 문화를 의식하면서 중국인 특유의 사유방법을 드날려서 창출한 중국화 한 불교이다.
선이 중국화된 불교라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도적 연원, 특히 선의 사상적 연원이 된 경전적 연원을
간과해도 될까? 이 부분에 대하여 대만의 세계적인 석학이었던 吳經態(오경태)은 그의 名著(명저) [禪學의 萬金時代(선학의
만금시대)]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나의 견해로는, 선종의 형성은 그 원초적 자극이 풍부한 大乘佛敎(대승불교)의 충동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이와 같이
생기발랄하고 역동적인 정신활동은 비록 老子(노자), 莊子(장자) 같은 根本道家思想(근본도가사상)이 부흥하였다 하더라도 발생하지 못했을 것이다(禪學의 萬金時代
徐燉珏(서돈각), 李楠永(이남영) 譯(역), 三一堂, 1972. p.59).
[유마경]의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서도 선의 대승불교적 연원은 확인될 수 있다.
앉아 있다고 해서 그것을 坐禪(좌선)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삼계에 있으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마음과
그 작용이 쉬어버린 무심한 경지에 있으면서도 온갖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진리에 나아가는 길을 버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범부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좌선입니다.
·
· ·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유마경, [제자품])
뿐만 아니라 금강경, 능가경 등의 경전들이 달마나 혜가, 홍인, 혜능 등의 조사들로부터 소중히 여겨졌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선종의 형성을 논하면서 노 · 장적 요소 등 중국적 영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동시에 인도적 연원 또한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셋째, 論者(논자)는 普照 知訥(보조
지눌)에 대한 관심을 논문 군데 군데에서 보이고 있다. 특히 맺음말에서는 1981년 禪門正路(선문정로) 출간 이후
보조사상에 대한 학계의 연구 동향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대로 이 부분은 논문의 제목과 동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학계가 귀를 기울여야 할 제안도 보인다. 즉 보조선의 연구가 중국 선종 남돈문에서 있었던 논의에도 시선을 돌려야 하며,
특히 보조의 '해오'가 종밀 등 다른 선승들의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논자의 견해이다.
보조사상의 연구가 혜능,
신회, 종밀, 대혜, 통현 등 관련 중국측 인물들의 사상과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 지의 심도있는 연구는 필요한 과제라 생각된다.
그러나 보조사상과 관련해서 논자는 대혜 종고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논자는
셋째, 무사자오라고 하는 독학의 길을 걸어온 보조로서는 선사상을 정립하는 데는 육조 혜능과 규봉 종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으며,
특히 종밀과 보조와의 선사상에 있어서의 이론적 차이점 여부를 먼저 밝혀 놓은 것이 문제 해결의 첩경일 것이다.
라고 하고 있다.
혜능과 종밀의 영향과 함께 보조선에 있어서 대혜의 영향은 빼놓을 수가 없다고 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지눌사상에서 '看話徑截門(간화경절문)'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즉 지눌은 大慧語錄(대혜어록)을 통해서 크게 깨쳤을 뿐만 아니라, 화두를 들어
직접 깨쳐들어가는 徑截門(경절문)의 지도 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절문의 체계는 지눌이 우리나라에 간화선을 수용한 최초의 인물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돈오돈수의 사상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되어야 한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평자는 종정스님의 지도체제와 지눌의 그것이 만날 수 있는 광장을 경절문을 통해 보게
된다. 論者(논자)는 [大慧의 書狀과 普照禪(대혜의
서장과 보조선)]이라는 논문을 보조사상연구원 제2차 학술회의(1988)에서 이미 발표한 바가 있다.
그러기에
보조선 형성을 언급하면서 대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기왕 보조선에 대해 언급을 시도했으면, 그의 경절문 사상과
[선문정로]의 돈오돈수를 연계해서 논의했었으면 주제와 더욱 가까워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논평에 대한 답변
: 채정수
조사선의 진수를 교외별전 격외선 도리에서 본다면 언제까지 이 돈점 논쟁에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교외별전을 이 돈점론에 적용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진면목이 어디 있는가를 생각할 때 본분종사가
선자를 앞두고 여러 가지 활자장을 베풀면서 실천수행에 나아가는 기풍이 충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면에서,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와
이 논쟁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저는 규봉 종밀의 사상을 규명하고 나서 보조사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그런데 보조의 해오가 문제시 되는데, 저는
그의 저서가 중근기나 중상근기를 가진 사람을 지도하기 위한 선학개론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보조가 돈오점수는 해오와 같다고 한 것은
중근기나 중상근기를 가진 사람이 도에 들어가는 길을 가르치기 위해 생겨난 용어이지, 그의 굵직한 깨달음의 단초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조 도일과 같은 돈오돈수의 선풍이 한반도에 있었느냐 없었느냐하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9산 선문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겠는데,
마조 도일이나 임제 의현 모두 실생활에 나타난 온작 예사로운 것들을 선으로 다루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한 본분종사가 선자를 앞에 두고
여러 가지 활자작을 베풀 때에 구체성이 있는 것을 담고 있는 저서를 아직 볼 수가 없습니다. 역시 이론적으로 엮은 것은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엮은 것은 돈오돈수의 진면목은 아닐 것입니다.
방망이를 놓고 할을 하고 즉시즉시의 기호를 격발해가는
순간에 무슨 이론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분들은 수다스럽게 돈점교판론을 벌이지 않았습니다. 돈점론이 교외별전 이상의 것이라면
몰라도, 교외별전이 극진한 것이라면 돈점론은 그 이하의 것입니다.
그러니 진정한 선수행을 하는 데에는 이 분위기에서 진일보하여
그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본래 조사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외별전에서는 돈점의 필요성이 없다고 하는데도 장자의
사상, 주역의 사상 등 온갖 것을 가지고 와서 돈오사상에 활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규봉스님이나 화엄가인 청량스님이 하는 말대로 그것이
되겠습니까?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은 저의 고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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