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기불교의 인간 이해
The Understanding of Man in Early Chinese Buddhism
朴  海  당　(Pak, Hae-dang)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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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들어가는 글  ◁ 이전 페이지 (1/2) ↙
    Ⅱ. 신멸론, 신불멸론의 인간관   1.한위시대의 불교   2.신멸론의 인간관   3.신불멸론의 인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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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신불멸론의 인간관이 가지는 의미   1.인간에 대한 이해의 변화   2.인생관 및 윤리관   3.구원론
    Ⅳ. 맺는말          [ 참고 문헌 ]

 
.    Ⅲ. 신불멸론의 인간관이 가지는 의미
 
   1. 인간에 대한 이해의 변화
 
신불멸론의 '인간관'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未知生 焉知死(미지생 언지사)'라고 하는 유가적인 사생관과 '人之生 氣之聚(인지생 기지취)'라고 하는 도가적인 자연주의가 결합되어 나타난 신멸론의 인간관이 一回的(일회적)이고 現世的(현세적)인 인간만을 그 대상으로 하여 이해하는 데 반하여
 
신불멸론의 인간관은 본질적으로 영원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인과응보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 새로운 인간관의 출현은 다음과 같은 중국불교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부적인 원인으로는 불교의 無我論(무아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들 수 있다. 불교의 무아론은 인도라고 하는 사상적 · 문화적 맥락 안에서 정립된 것이었다.
 
그것은 전통적인 브라흐만교에서 주장하는 상주하는 존재로서의 아트만(atman)론과 이에 반대하는 자유사상가들의 斷滅論的(단멸론적) 인간관 사이에서 제출된 중도적인 이론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불교도들은 무아론이 발생하게 된 이러한 사상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단멸론적인 인간관만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중도적인 인간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의 자유사상가들이 상주하는 아트만에 반대하여 현세에서 끝나는 인간론을 제출한 것과는 반대로, 전통적인 단멸론적 인간관을 부정하는 입장이었던 중국의 불교도들은 윤회하는 존재로서 불경에 나타나는 인간을 당연히 상주하는 자아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의 바탕에는 초기 한역경전이 있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초기 한역경전들은 상주하는 자아를 주장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사용되는 용어들 또한 그러한 잘못된 이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예컨대 초기 한역경전에 보이는 '무아'에 대한 설명은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五蘊(오온)의 무아가 아니라 오직 물질적인 요소인 四大(사대)만의 무아를 말하여, '非身(비신)'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 중국 최초의 불경으로 간주되는 四十二章經(사십이장경)에서는 무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기술이 있다.
 
불타께서 말씀하셨다. 깊이 생각하여라. 몸의 사대는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모두 나는 아니다. 내가 이것들에 깃들어 사는 것 또한 오래지 않으니, 그 일은 마치 환상과 같다.
 
그리고 康僧會(강승회)는 陰持入經注(음지입경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몸은 사대로 되어 있어서 끝내는 모두 다 그 근본으로 돌아가니 영원한 나의 보물이 아니다. 이것을 일컬어 非身(비신)이라 한다.
 
이와 같이 초기 한역경전에는 정신적인 영원한 자아와 무상한 육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하에서 사람이 죽으면 혼신은 불멸하지만 몸은 분산되기 때문에 '非神(비신)'이라 하였다.
 
이러한 초기 한역경전의 영향 아래에서 당시의 중국불교인들은 '무아'를 '비신'으로만 이해하여, 무상한 육체와는 다른 영원한 정신적인 자아의 존재를 분명히 하였다. 그 좋은 예는 당시 중국인들의 불교에 대한 이해 수준을 대변하는 저작으로 평가받는 극超(극초)의 [奉法要(봉법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초는 무아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였다.
 
일체의 존재가 끝내는 無(무)로 돌아간다. 이것을 일컬어 空(공)이라 한다. 魂神(혼신)은 항상되게 머무는 곳이 없어서 옮겨다니며 변화하는 것이 끝이 없다. 이것을 일컬어 非身(비신)이라 한다.
 
여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혼신과 신체를 엄연히 다른 두 존재로서 구별하여 혼신은 영원하지만 신체는 무상한 것으로 보는 것이 무아에 대한 당시의 이해였다. 초기 한역경전에 보이는 무아에 대한 잘못된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불교도들의 이해는 필연적으로 신불멸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당시의 중국불교 내부에는 신불멸론은 제기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 중국불교도들이 신불멸론을 적극 주장하고 옹호하였으며, 반불교인들이 이를 그토록 반대하였던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내부적인 요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은 비록 불교가 새로운 인간관을 가지고 중국에 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별다른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전한말이나 후한초인 기원을 전후한 시기에 전래되었던 불교가 위진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대변해준다.
 
기존의 유교적인 세계관과 가치체계만으로 충분하였던 평온한 시대에는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였다. 그러나 위진시대에 들어와 중국의 사상계는 일대전환을 맞게 되었다.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하였던 후한의 멸망은 유교적 가치체계의 지배력 상실을 초래하였으며, 이에 따라 학문사상의 자유를 추구하는 새로운 사상운동의 야기 및 가속화 되었다. 그리하여 이른바 三玄學(삼현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학문조류가 탄생하였으며, 이것이 위진사상계를 지배하였다.
 
그러나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하여 비통하고 고통스러우며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이미 이성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 대하여 삼현학 역시 전통적인 유가와 마찬가지로 이를 설명해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중국문화의 중심부였던 洛陽(낙양)이 이민족에 의하여 함락된 이후 중국인들은 중화의식의 붕괴를 실감하였으며, 이미 힘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난 기존의 사상이 아닌 새로운 사상에서 힘을 얻고자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사대부들은 불교사상 가운데에서도 중국의 전통사상이 결여하고 있는 윤회응보의 사상에서 특히 신선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환영하였다. 그리고 위진시대에 들어와 일반대중 사이에 불교도의 수가 급증하게 된 주된 요인 또한 윤회와 응보의 사상이었다.
 
이것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필요로 하는 외적인 요인이 갖추어져 있었음을 뜻한다.
즉 계속적인 전쟁으로 인한 기존의 가치체계의 붕괴와, 이에 따른 새로운 사상의 요청이 있었다. 이러한 내적, 외적인 요인으로 말미암아 중국의 불교도들은 기존의 일회적이고 현세적이며, 운명 또는 천명의 지배를 받는 인간관을 대치하는 새로운 인간관,
 
즉 영원히 존재하면서 자신이 지은 업보에 따라 윤회하는 인간관을 제시하였으며, 신멸불멸논쟁을 통하여 이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관은 인생관과 윤리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 인생관 및 윤리관

유교적인 道德的(도덕적) 人生觀(인생관)이 그 지백력을 상실해버린 위진시대에는 개인주의와 자연주의에 기초하여

유교의 윤리관념과 예법제도를 비난하는 도가사상의 영향 아래 인생관이 정립되었다.

이전 시대까지 인간의 상벌을 주재하는 인격적인 존재로 상정되었던 天은 더 이상 그렇게 인식되지 않았으며, 天命(천명)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자연의 법칙으로 대채되었다. 이에따라 의지적인 人格天(인격천)과 天命(천명)에 기초하여 설립된 고유의 도덕과 인습적인 예법이 모두 폐물이 되었으며, 소극적 피세적인 인생관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회적이고 현세적인 인간관을 바탕으로 하여 한 번 뿐인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逍遙的(소요적) 人生觀(인생관), 養生的(양생적) 人生觀(인생관), 縱慾的(종욕적) 人生觀(인생관)이라는 대략 세 가지 형태의 인생관이 발달하였다.
 
服餌(복이)나 調息(조식) 등의 수행을 통하여 氣를 제어함으로써 不老長壽(불로장수)를 추구하는 양생적인 인생관은 현세적인 삶을 가능한 한 오래까지 연장해보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이고,
 
현세적인 삶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종욕적인 인생관은 일회적인 인생에 대한 절망을 이기지 못한 쾌락적 몸부림이며, 마음의 자유와 안정을 추구하는 소요적인 인생관은 운명지워진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념하여 정신적으로나마 위안을 얻고자 하는 태도이다.
 
이전 시대의 지배이념이었던 유교적인 윤리는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적인 것이었으며, 개인은 항상 집단의 일원으로 간주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역]에 보이는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복이 넘치고, 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칠 것이다
 
[積善之家必有餘慶 積不善之家必有餘殃(적선지가필유여경 적불선지가필유여앙)]'라는 언명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바와 같이, 개인이 행한 선하고 악한 행위들의 보응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후손들에게 돌아갔다.
 
행위의 주체인 개인이 현생 이외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선악의 과보가 개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는 현세적인 인간관에서 볼 때, 개인이 현세에 남기고 가는 자손이라고 하는 집단을 통한 과보의 설정은 인간이 윤리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질서가 그 뿌리에서부터 흔들리는 혼란의 시대에는 더 이상 가정을 통한 집단적인 도덕적 과보란 현실적이지도 못하였으며, 더 이상 설득력을 지니지도 못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이러한 집단주의에 기초한 윤리를 부정하고 개인적인 양생이나 욕망의 충족, 또는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만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세적이고, 윤리 부정적인 인생관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불교도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인간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윤리에 기초한 인생관을 제시하였다. 그것은 도교에서와 같이 현세적인 목숨의 연장을 꾀하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목숨을 늘여보아야 결국은 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개인의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도 집단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개인중심적인 것이었다. _[봉법요]에서는 '善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복이 넘치고, 不善(불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칠 것이다'라고 하는 가족 중심의 報應論(보응론)을 비판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러므로 涅槃經(열반경)에서 말하기를 '아버지가 지은 不善(불선)을 자식이 대신 받을 수 없고, 자신이 지은 不善(불선)을 아버지가 또한 대신 받을 수 없다. 선에 대해서는 스스로 복을 얻는 것이고, 악에 대해서는 스스로 재앙을 받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지당한 것이다.
 
불교적인 업보에 대한 [봉법요]의 이해는 매우 정확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당시의 이해수준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중국불교인들은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이러한 업보론이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응보론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가 가능했던 것은 영원한 윤회의 주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개인을 중심으로 한 인과응보론과 더불어 당시의 불교인들은 이 법칙이 보편적이며 필연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아무리 윤회의 주체가 있다고 할지라도 선악에 대한 과보가 보편적이지 않고 필연적이지 않다면, 인간에게 도덕적 행위를 요구할 아무런 근거가 없게 되기 때문에 보편성과 필연성을 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신멸론자들로 대표되는 자연주의자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윤회의 주체를 믿지도 않았을뿐더러, 인간이 그 운명에 대하여 어떠한 결정적인 역할도 할 수 없다는 운명론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인과응보의 법칙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범진의 인생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蕭子良(소자량)이 물었다. '그대가 因果(인과)를 믿지 않는데, 그렇다면 富貴(부귀)와 貧賤(빈천)은 어떻게 얻는 것인가?'
范縝(범진)이 답변하였다.
'인생이란 나무에서 꽃들이 같이 피어났다가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것은 우연히 주렴이나 휘장에 걸려서 방석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우연히 우라리나 담에 걸려서 더러운 오물 속에 덜어지기도 합니다. 방석에 떨어진 것은 바로 전하같은 사람이고, 더러운데 떨어진 것은 바로 저 같은 낮은 관리입니다.
귀천이 비록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어디에 인과가 있겠습니까?
 
자연계의 우연한 현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하여 이념적 정당화를 제공하는 業報(업보)의 이론을 가지고 가장 심각한 사상적 공백의 하나를 메우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운명론적인 태도에 관해서였다.
 
그리하여 세상은 우연히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인과가 있다는 것과, 선한 행위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르지는 않는 현실을 해명하기 위하여 혜원은 [三寶論(삼보론)] [明報應論(명보응론)] 등을 저술하여 인과의 법칙이 엄연히 작용함을 역설하였다.
 
특히 혜원은 당시의 자연주의적 인생관을 염두에 두고서 인과의 법칙이 곧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연의 법칙 자체의 내용을 변화시켰다.
 
마음이 선과 악으로써 모양과 소리를 일으키면, 과보는 죄와 복으로써 그림자나 메아리가 되어 따라온다. 본래 情(정)이 감응하여 보응이 스스로 오는 것이니 어찌 은밀히 맡아하는 존재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죄복의 보응은 오직 스스로 감응한 바일 뿐이며, 감응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自然(자연)이라 한다. 따라서 자연이라는 것은 나의 그림자나 메아리일 따름이다. 주재자가 있다고 한들 어디 공능이 있겠는가?
 
여기에서 혜원은 자연의 의미를 '주재자가 없이 인과의 법칙이 저절로 작용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은 더 이상 범진에게서와 같은 운명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내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증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신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당시의 불교도들은 응보에 의한 윤리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윤회하는 죄(업보)를 믿고 미래의 죄복으로써 사람들에게 선하게 살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현세적이고, 경험적인 입장에서 내생을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사유의 편협함을 지적하여 비판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顔之推(안지추)는 다음과 같은 비판을 제기하였다.
무릇 몽매하고 가리워진 사람들은 미래를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음 생과 今生(금생)이 하나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天眼(천안)을 가지고서, 그 생각 생각은 사라지지만 생명의 산출은 계속 끊임이 없음을 본다면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한편 利益(이익)과 仁義(인의)라고 하는 두 가지 행동 동기에 대한 명확한 구별을 앞세우는 유가적 입장에서 혜림은 불교의 이러한 보응론을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仁義(인의)로써 이끄는 것은 이치로써 복종시켜 이에 따라 교화하는 것이다. 戒律(계율)로써 이끄는 것은 이익을 쫒도록 하여 선으로 옮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달콤한 말은 욕심이 있는 데서 일어나고 이치를 깨닫는 데서 사라지며, 깨끗한 말은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행하여지고 탐욕과 거짓됨에서 그친다. 그러므로 내생을 보이는 것은 도를 가리고 어그러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불교도들은 그것이 실제적인 효과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으며, 불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욕심을 없애는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천당과 지옥은 모두 그림자나 메아리처럼 실제적인 것이다. … 묘행을 힘써서 천당을 바라고, 오계를 근실하게 지켜서 지옥을 멀리하여, 비록 바랄만한 것에 대하여 바라는 바가 있을지라도 날마다 덜고 또 더는 깨끗한 길을 실천한다면, 이것은 서쪽으로 가면서 ?땅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이니 어찌 이르지 못함을 걱정하겠는가?
 
이렇듯 불교의 인과응보설은 그 자체 사실에 기초한 것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천당이나 지옥 자체가 결국은 윤회의 도중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열반을 지향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인과적인 믿음은 현실적으로 큰 공효를 지니는 것이다. 중국불교도들은 이러한 현실적인 효과를 중시하여, 영원한 윤회의 주체와 필연적인 인과응보를 전제로 하는,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매우 윤리적인 인생관을 정립하였다.
 
   3. 구원론

불교는 단순히 윤리 도덕만을 내세우는 철학이 아니라 해탈이라고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종교이다.

따라서 해탈의 문제는 도외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위진남북조시대의 중국불교도들은 신불멸의 인간관을 전제로 하여 해탈, 열반론을 전개하였다.

'無爲(무위)' '泥洹(이원)' 등으로 한역되었던 '涅槃(열반)'은 전래될 당시부터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그리고 [후한기]에서 '그러므로 선을 행하고 도를 닦아 정신을 연마하기를 그치지 않아서 무위에 이르러 부처를 이루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한 것과, [위서] [석노지]에서 '뛰어난 업을 점점 쌓고, 거칠고 비루한 것을 도야하여 무수한 겁을 거치도록 신명을 끊임없이 닦아서 다시 태어남이 없는 데에 이르러 불도를 얻는다'고 한 것,
 
그리고 당대의 고승이었던 道安(도안)이 열반을 정의하여 '항상 맑고 시원하며 다시 나고 죽는 일이 없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열반의 특징을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열반을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보는 이러한 이해는 인도불교의 열반론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내용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는 열반 이후의 존재에 관하여는 확실한 언명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불타 자신이 그러한 물음에 대하여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모든 괴로움의 소멸'이라거나 '온갖 번뇌의 소멸'과 같은 표현만을 하였을 뿐, 이후에 주체가 남아 있는지 아닌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명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불교에서는 신불멸의 전제하에 열반에 대하여 다른 해석이 가해졌다.
혜원은 열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경에서 말하기를, '열반은 변화하지 않으며, 변화가 다한 것을 거쳐로 삼는다.
三界(삼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죄와 고통으로 그 장소를 삼는다'고 하였다. 변화가 다하면 인연이 영원히 그치며, 끊임없이 움직이면 고통을 받는것에 다함이 없다. 어찌하여 그러함을 아는가 ? 무릇 삶이라고 하는 것은 형체를 질곡으로 삼는다.
 
삶은 변화로 말미암아 있게 되며, 변화는 정 때문에 감응하게 된다. ··· 그러므로 궁극적인 것을 구하여 변화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은 삶으로써 그 혼신을 얽어매지 않으며, 세속의 영역을 초월한 사람은 정으로 그 삶을 얽어매지 않는다.
 
정으로 그 삶을 얽어매지 않으므로 삶을 없앨 수 있으며, 삶으로 그 혼신을 얽어매지 않으므로 혼신이 고요해질 수 있다. 고요한 혼신의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열반이라 한다.
 
혜원은 혼신을 정이라고 하는 우리의 감각적 기능의 근거로 규정하고 있다. 정은 대상과 접촉하는 기능을 하지만 혼신은 직접 대상과 접하지 않는다. 정은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존재이유와 가치가 있지만 혼신은 대상의 유무레 관계없이 존재한다.
 
정은 혼신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혼신은 정이 없이도 존재한다. 오히려 혼신 자체만의 존재가 더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열반이다. 그러므로 열반에 이른다는 것은 혼신만이 독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그는 자연에 순응하여 사는 것을 윤회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여 참된 열반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거슬러서 개인적인 수양을 해야함을 역설하고 있다.
 
출가자는 세속밖의 손님이요, 세상에 대하여 자취를 끊은 사람이다. 그 가르침은 환란과 걱정이 몸이 있음으로 말미암는다는 것을 통달하여, 몸을 존속시키지 않음으로서 환란을 그치게 하는 것이며, 끊임없이 삶이란 기를 품부받아 변화하는 것에서 말미암는다는 것을 알아서, 변화에 순종하지 않음으로써 궁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것에 대한 추구가 변화에 순종하는 것에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므로, 의지하여 살아나갈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며, 환란을 그치게 함이 몸을 존속시키는 것에서 말미암는 것이 아니므로, 풍요롭게 살아가는 이익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이 이치가 형체와는 어긋난다는 것이며, 도가 세속과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자연이 부여한 본성에 순응하자고 하는 앞의 범진이나 기타 자연주의자들의 견해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오히려 자연은 초월해야 할 그 무엇이며, 본성은 변화시키고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서 인간됨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것에 그냥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초월적 입장은 혜원 자신이 출가자를 '세속 밖의 손님'이라고 한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세속은 초월해야 할 것이고 궁극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열반을 추구하는 사람은 세속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한다는 超世間性(초세간성)을 강조하고 있다. 혜원의 이러한 열반론은 종병에게서 좀더 확실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거짓됨이 혼신을 얽어매어 정미하고 조잡한 식을 이룬다. 식은 혼신에 붙어있기 때문에 비록 죽는다고 하여도 멸하지 않는다. 다만 空으로써 점차로 없애나가면, 장차 반드시 점점 다 없어지는 데에 이르러 本神(본신)을 궁구할 수 있다. 이것을 열반이라고 한다.
 
식은 불멸하는 본체를 맑게 할 수 있으며, 날마다 덜어나가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바탕이 있다. 덜고 또 덜면 반드시 무위하고, 욕정에 대하여 무욕하게 되니, 오직 혼신의 홀로 비추는 데에 이르면 태어남을 당하지 않는다. 태어남이 없으면 몸이 없으며, 몸이 없으면서 혼신만 있는 것도 일컬어 法身(법신)이라 한다.
 
여기에서 종병은 열반이란 법신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으며, 법신과 혼신이 동일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것은 앞에서 정신의 근원을 형이상학적인 도에 두었다는 것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결국 열반이란 본래적으로 완전자인 혼신이 육체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홀로 존재하는 상태이다. 이 점에서 그는 인도 상키야철학에서 말하는 푸루샤의 독존과 같은 사유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유에서 혼신은 열반이 가능할 수 있는 형이상학적 근거로서 작용하게 된다. 현상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인간들이 열반에 이를 수 있는 것은 모두에게 영원한 존재로서 청정한 혼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혼신은 윤회를 담당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형이상학적 근거라고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열반에 이르는 방법은 무엇인가 ?
혜원이나 종병 모두 열반에 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법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덜고 또 던다'는 표현이나, '도는 세속과 상반된다'라고 하는 구절들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세속적인 길과는 다른 초세속적인 길을 따로 상정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당시의 주된 수행법이 인도적인 참선의 방법이었음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이 사용한 방법 또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후한기]에서는 '그러므로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선을 행하고 도를 닦아서 정신을 연마하기를 그치지 않아서 무위에 이르러 부처를 이루는 것이다'라고 하엿고,
 
'위서' [노다지]에서는 '뛰어난 업을 점점 쌓고, 거칠고 비루한 것을 도야하여, 무수한 겁을 거치도록 신명을 닦아서, 다시 태어남이 없는 데에 이르러 불도를 얻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顔延之(안연지)는 '불타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근본을 혼신의 가르침에 두고 있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앞세운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미루어 볼 때, 열반에 도달하는 길이란 참선을 통하여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고 선을 쌓으며, 마음을 점점 맑고 텅 비게 닦는 일 이었을 것이다. 열반에 이르는데 마음의 다스림과 함께 善(선)을 행할 것이 강조되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윤리적인 인생관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충이나 효라는 전통적인 윤리에 대하여 이를 직접 부정하지 않고, '출가하여 부처를 이루는 것이 더 큰 효이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초세속적인 수행자라 할지라도 보편적인 윤회로서의 오계나 전통적인 윤리 등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대 해탈론의 특징으로서 초세간성의 강조와 함께 강한 윤리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원시불교가 가지는 강한 윤리성과 일치되는 태도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영원한 개인적 존재로서의 혼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Ⅳ. 맺는 글
 
위진 남북조시대의 중국 초기불교가 지닌 인간관의 특징은 개인적인 자기 동일성을 가진 혼신의 불멸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혜원과 종병에 의하여 완성된 이러한 입장은 형이상석적 실재로서의 혼신을 먼저 윤회의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혼신을 해탈의 가능성을 보장해주는 형이상학적 근거로서, 법신과 같은 것으로 자리매김 함으로서, 이후에 나타나는 佛性論(불성론)과의 연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불멸의 인간관은 분명 인도불교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이 창출된 원인으로 불교내부적으로는 불교의 무아론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들 수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당시의 중국이 처하고 있던 시대적 요청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전자보다는 오히려 후자가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하여 형성된 신불멸의 인간관은 전통적인 일회적 현세적 인간이해를 영원하며 윤회는 내세적인 인간이해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의 가치가 무너져 가고 그것을 대치할 만한 새로운 사상이 아직 전통 안에서 도출되지 않고 있던 가치의 전환기에 새로운 가치체계의 확립에 기여하였다.
 
특히 인과응보의 필연성과 보편성의 강조를 통한 강한 윤리적인 인생관은 인간이 왜 윤리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개인의 지속적인 존재를 근거로 하여 설명함으로써,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주의적인 윤리관에서 영원한 존재로서의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적인 윤리관으로 바꾸어놓았다. 개인의 개별적인 혼신이 가지는 개별성을 어떻게 보편적으로 것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 신불멸의 인간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종병은 이를 법신과 동일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단초를 열어보였으며, 이는 불성에 관한 논의 속에서 폭넓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그리고 이후에

여래장사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불교가 형이상학적인 실재를 상정하는 입장을 강하게 유지하게 된 원인으로도 작용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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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집_5 (2/2) 중국 초기불교의 인간 이해 (b)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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