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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大師(대사)는 儒佛無二(유불무이)를 다음의
詩(시)로 喝破(갈파)한다.
"物(물)이 여기 있으니 渾然(혼연)히 今昔(금석)을 꿰뚫었도다.
體(체)는 텅 비었으나 절로 神通(신통)하며,
用(용)은 꽉 찼으나 그 자취가 없네.
살펴봐도 숨겨진 理(이)는 玄玄(현현)하나,
보고 듣는 것은 밝기가 曆曆(역력)하도다.
陰陽(음양)과 四時(사시)가 잠시도 쉼없이 운행하니,
儒(유)는 이를 太初(태초)라 하고, 佛(불)은 이를 圓寂(원적)이라 하네.
잠기면 못의 고기요, 움직이면 하늘을 나는 학이라."
실로 道(도)는 하나
하나 用語(용어)가 다를 뿐이다. 栗谷先生(율곡선생)이 楓嶽(풍악)의 小庵(소암)에서 老僧(노승)을 만나 지어 준 詩(시) 한 편을 소개한다.
"고기뛰고 솔개날아 위 아래가 같으니,
이것은 色(색)도 아니고 또 空(공)도 아니네.
등한히 빙긋 웃고 내 身世(신세) 돌아보니,
지는 해 숲속에 홀로 섰어라."
詩經(시경)의 "솔개는 날아 하늘에 이르는데,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논다[鳶飛태天(연비태천), 魚躍于淵(어약우연)]"라는 말은 化育(화육)이 流行(유행)하여 上下(상하)에 밝게
드러남이 理(이)의 用(용) 아님이 없음을 밝혀
道(도)가 생동감 넘치게 顯現(현현)함을 표현한 것으로, 이를 色(색)과 空(공)을 여윈 非色非空(비색비공)의 中道實相(중도실상)으로 파악한
栗谷(율곡)의 道眼(도안)도 大師(대사)의 無二觀(무이관)과 같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두 先賢(선현)이 그 옛날 慧遠法師(혜원법사)가 陶淵明(도연명), 陸修靜(육수정)과 만나 서로의 道(도)를
이야기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虎溪(호계)를 건너며 크게 웃었던 虎溪三笑(호계삼소)
할 수 있었을까 ?
그러나 율곡은 大師(대사)의 無二觀(무이관)을 몰라 주고 배척하는
上訴(상소)를 올렸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普雨大師(보우대사)는 玉師(옥사)의 詩軸(시축)에 次韻(차운)하는 글의 序文(서문)에서 문답형식으로 論旨(논지)를 전개하며 儒佛同異(유불동이)를
論(논)하고 있다.
어떤 客(객)이 詩軸(시축)을 가지고 와서 교열을 봐 달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이상한 質問(질문)을 한다.
"孔子(공자)와 釋迦(석가)를 모두
大聖(대성)이라 칭하는데 天下(천하)를 구제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優劣(우열)이 있지 않겠습니까
?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옛말을 인용하여
"大虛(대허)를
그리고자 하는 자는 붓을 대자마자 像(상)을 끊는데서 어긋나고, 푸른 바다를 움켜쥐려 하는 자는 병에 물을 담자마자 그 無涯(무애)함을 잃는
법인데, 하물며 大聖人(대성인)의 드러나지 않는 德(덕)을 어떻게 언어로 형용하여 그 높고 깊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라고 답변하고,
이어
"先人(선인)들이 儒釋(유석)에 대하여 辯論(변론)한 護法論(호법론), 顯正論(현정론), 理惑論(이혹론), 辯正論(변정론) 등을 구해서 공부하지 왜 나에게 와서 묻는가
?"라고 하자,
客(객)은
"여러 先賢(선현)들의 說(설)을 다 열람하였으나 의심을 決斷(결단)하지 못하였는데, 大師(대사)께서 二家(이가)의 理致(이치)를 깊이 體得(체득)하심을 전부터 듣고 있어서 특별히
여쭙는 것이니 거절하지 말아 달라"하고 자신의 二家(이)에 대한 見解(견해)를 피력하였다.
그러자 大師(대사)는 40字의 詩(시)로 二家(이가)의 同異(동이)를 말하여
주었다.
"손잡이 없는 둥근 물건이 있으니, 누가 두 끝을 나눌 수 있는가
?
물과 파도는 원래 같은 濕氣(습기)요, 얼음과 눈은 본래 같은
寒氣(한기)로다.
道(도)가 어찌 儒釋(유석)으로 나뉘겠는가 ?
사람들이 창과 방패를 세운 것이리. 슬프도다, 미친 후배들이여
!
그림자만 보고 서로 잡으려
다투는구나."
大師(대사)는 五言律(오언율)詩로 客(객)이 儒佛(유불)의 우열을 질문하는 것을 그림자만 보고 서로 다투는 미친 짓으로 깨우쳐 주고 있다.
사람들은 道(도)가
하나인 줄 알지 못하고 둘로 나뉜 그림자만 보고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니 大師(대사)의 道眼(도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大師(대사)는 '儒釋(유석)의 權道(권도)와 常道(상도)가 一致(일치)함'이라는 詩(시)에서,
"孔子(공자)는 常道(상도)를 말하고 부처는 權道(권도)를 말했으니, 이는 한 손을
펴면 손바닥이요, 쥐면 주먹이 되는 것과 같다.
집에 居處(거처)함에 禮(예)가 있어 남녀가 친히 주고받지 않으나,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에
무심함이 어찌 본연의 마음이겠는가?
바름으로 邪(사)됨을 除去(제거)함은 금으로 만든 그릇이요, 허공을 타고 망념됨을 쫒음은 잎으로 된 돈이다.
두 仙人(선인)이 모두 옳아 같이 도우니, 처지를 바꾸어 어찌 앞뒤를 따지리요
?" 라고 읊고 있다.
세상일은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게 되면
모순에 빠지는 경우가 초래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常道(상도)와 權道(권도)는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공자는 時中之道(시중지도)를 말하여고
부처는 善權方便(선권방편)을 설하였다.
대사는 二敎(이교)를 서로 도우며 올바른 길로 한 수레바퀴를 굴려 나가는, 즉 세상의 교화를 위하여 함께 이끄는
가르침으로 보고 마치 한 손이 펴면 손바닥이고 쥐면 주먹이 되는 것과 같이 二敎(이교)의 常道(상도)와 權道(권도)가 一致(일치)함을 말하고 있다.
4. 排佛에 대한 反論(배불에
대한 반론)
前章(전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中興佛事(중흥불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자, 儒生(유생)과 大臣(대신)들은 빗발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그 量的(양적)인 面(면)에 있어서는 가히 놀랄만한 것이었으나 排佛(배불)의 論理的(논리적)인 面(면)에 있어서는 매우 빈약했다.
實錄資料(실록자료)에
의하면 그 내용은 中宗朝(중종조)의 抑佛定策(억불정책)을 지속할 것과 大師(대사)에 대한 各種謀略(각종모략), 그리고 無父無君(무부무군) 虛無寂滅(허무적멸)의 異端(이단)이 흥하면 儒敎(유교)가 쇠하며,
禍福說(화복설)로 백성을 현혹한다는 막연한 排佛理論(배불이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당시 儒生(유생)들이 지속된 척불정책으로 인해서 佛敎理論(불교이론)에 대하여 심도있게
반박할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反證(반증)하는 것이다. 大師(대사)는 이러한 排佛論理(배불론리)에 대하여 歷史的(역사적)인 事實(사실)과 周易(주역)의 論理(논리)에 근거하여
反論(반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어떤 한 儒士(유사)가 와서 兩宗(양종)의 興(흥)함을 매우 시기하며 長篇(장편)의 詩(시)를 지어 주면서 佛敎(불교)의 通塞(통새)를 매우 간절하게
묻기에 마지못해 붓을 잡아 韻(운)을 따라 답해주다'라는 글에서 佛敎(불교)가 흥하면 儒敎(유교)가 쇠한다는 배불논리에 대한 반론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淨法界身[정법계신;
佛法(불법)]과 乾元[건원; 儒學(유학)]이 淺·深(천·심)도 없으며, 可·不可(가·불가)도 없거늘 ·
· · 지극한
道(도)에 어찌 두 경계가 있으리요 ?
큰 안목으로 보면 사람의 형상과 의복도 서로 다른 것이 아니거늘 마구 떠들어대며 서로를 배척하는구나.
儒道(유도)가 성하고 佛道(불도)가 성하는 것은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으니 그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옛 자취를 살펴보라.[三代 이래로 문장과
선비의 성함이 실로 唐宋代(당송대) 만할 때가 없었으며, 佛道(불도)와 禪僧(선승)의 성함도 또한 唐宋代(당송대) 같은 적이 없었다.
이로써 본다면 같이 성함을 알
수 있다.]
佛道(불도)가 쇠하고 儒道(유도)가 쇠하는 것도 메아리가 소리를 응하는 것과 같으니 古今(고금)을 자세히 미루어 보면 누워서도 알 수
있다.[佛法(불법)이 중국에 들어온 후 僧道(승도)의 쇠함은 三武의 때보다 심한 적이 없었는데 또한 이 때에 儒道(유도)가 성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 이유를 자세히 미루어 보면 함께 쇠함을 알 수 있다.
참고>:
三代
-- 夏(하), 殷(은), 周(주) 三武 --
魏武帝(위무제), 周武帝(주무제), 君武宗(군무종)
儒敎(유교)가 흥하면 佛敎(불교)가 망한다는 天理(천리)는 없으며, 서쪽은 밝은데
동쪽이 어두울 수는 없는 법이다. 심함으로 인해서 성하고 쇠하는 이치는 이와 같으며, 오랑캐와 中夏(중하)는 원래 하나의 太極(태극)이다.
그대는
"불교가 성하기 때문에 儒敎(유교)가 쇠하며, 儒敎(유교)가 성하는 것이 佛學(불학)을 흥하게 할 수 없다"라고 하지만 이 說(설)은 지금 그대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요, 옛부터 老儒(노유)들이 항상하는 소리이다.
· ·
· 만일 佛道(불도)가 성하여 儒道(유도)가 쇠한다고 한다면 古今(고금)에 있어 훌륭한 儒者(유사)들이 어찌 그리
많을 수 있으며, 또 유도가 흥하여 불교가 망한다면 三武(삼무)의 신하 중에 훌륭한 文臣(문신)이 몇 명이나 있는가
?
佛道(불도)가 과연 儒道(유도)를 밝지
못하게 했다면 부처가 영험이 있다고 해도 놀랄 것이 없을 것이다. 청컨대 그대가 한 말을 신중히 再三(재삼) 생각해 보라.
꾸며대는
말로 욕됨을 自招(자초)하지 말라. 스스로 욕됨은 그래도 한 번은 참을 수 있지만 남을 욕되게 한다면 잘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 · 나는
佛道(불도)와 儒道(유도)가 세상의 흥망을 따라 함께 흥하고 쇠함을 아노라.
그대가 佛道(불도)를 행해지지 못하게 하려면 반드시 天地(천지)를 변화시키고 天理(천리)의
運行(운행)을 바꾸어야 한다. 이 論理(논리)는 前人(전인)들이 논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만 알고 본다면 반드시 크게 깨우치리라."
大師(대사)는, 至極(지극)한 道(도)는 서로 경계가 없음을 모르고, 배척하기만을 일삼는 자들에게 이를 설명해 주기
위해서 歷史的(역사적)인 考察(고찰)을 통하여 儒·佛(유·불)의 興亡(흥망)은 결코 상대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여 배불논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실로 한
宗敎(종교)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相對 宗敎(상대 종교)의 盛衰(성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요, 그 宗敎(종교)가 처한 情致(정치), 社會的(사회적)인 與件(여건)과 종교 自體內(자체내)의 問題(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宗敎(종교)의 自由(자유)가 인정되는 체제하에서는 後者(후자)의 경우가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대사는 이를
명철하게 看破(간파)하고 있다. 또 대사는 兩宗復立(양종복립)에 대한 儒生(유생)들의 상소가 빗발치자, 易(역)의 論理(논리)에 의거하여 中興佛事(중흥불사)가 常道(상도)임을 말하고
있다.
"消息盈虛(소식영허)를 누가 주장하는가
? 성하고 쇠하며, 마치고 시작함은 道(도)의 떳떳함(常;
상)이다. 가을이 오면 잠깐 사이에 천 숲이
파리해 지며, 봄이 오면 다시 온갖 풀의 향내가 들리거늘, 마치면 시작되고 시작하면 마침이 끝내 다하지 않으며, 성하면 쇠하고 쇠하면
성함이 다함이 없도다.
근본을 大觀(대관)하면 興亡事(흥망사)라, 天地人(천지인) 三才(삼재)가 옛법을 지었도다."
歷史的(역사적)인 事例(사례)와 儒道(유도)의 根本原理(근본원리)인 易(역)의 常道(상도)에 의거하여, 배불에 대한 반론을 주장하였으니 어느 儒者(유자)가 이를 반박하겠는가
?
5. 人天合一(인천합일)
大師(대사)가 어떤 相國(상국)에게 지어준 敬庵銘(경암명)의 서문에서
"대저 사람이 하늘로부터 얻어 나에게
있어 性(성)이 된 것은 그 體(체)가 신령스럽고 밝아 어둡지 아니하고, 그 用(용)은 빛나고 크며 걸림이 없어 마치 바로 보배로운 거울이 비칠 때
그 사이에 터럭만큼이라도 人僞(인위)가 끼지 않아,
하나 하나의 動靜語默(동정어묵)이 혼연히 天理(천리)의 本然(본연)이듯이,
天(천)은 일찍이 사람이 아닌 적이 없었으며,
사람은 일찍이 하늘이 아닌 적이 없었도다"라고
人性(인성))을 말하며 이것이 바로 天理(천리)임을 논하고 있다.
또 어떤 이에게 一正(일정)이라는 號(호)를 지어주며 論(논)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人天合一論(인천합일론)을 전개하고 있다.
"一(일)이란 둘도 셋도 아니어서 誠實無妄(성실무망)함을 말하는 것이다.
天理(천리)는 그 이치가 깊고 아득하여 아무 조짐이 없으나 萬象(만상)을 벌려놓아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그 體(체)는 하나뿐이어서 본래 둘이니 셋이니 하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 · · 이것이 天理(천리)가 常一(상일)하여
誠實無妄(성실무망)하다고 하는 까닭이다.
正(정)이란 치우치지 않고 邪(사)되지 않아서 純粹無雜(순수무잡)함을 말하는 것이다. 人心(인심)은 그 마음이 고요하여
사려함이 없어도 天地萬物(천지만물)의 이치를 갖추지 않은 것이 없으며 신령하고 어둡지 않아 천지만물의 일에 응하지 않는 바가 없어서 본래 一念(일념)의
사사로움으로 치우치거나 邪(사)됨이 없는 것이다. · · ·
이것이 人心(인심)이 本正(본정)하여 純粹無雜(순수무잡)하다고 하는 까닭이다.
理(이)라고 하고 心(심)이라고 하여
이름과 말은 다르지만 天人(천인)의 理致(이치)나 一正(일정)의 뜻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天이 곧 人(인)이요, 人(인)이 곧 天(천)이며 一(일)이 곧 正(정)이요, 正이 곧
一이며, 人의 體(체)가 바로 天地(천지)의 體(체)요, 人心(인심)이 바로 天地(천지)의 心(심)이며, 人(인)의 氣(기)가 바로 天地(천지)의 氣(기)이다.
천지의 상서로운 오색 구름과 별,
비 개인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모두 人心(인심)과 人氣(인기)에서 나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天地萬物(천지만물)이 나와 한 몸이며 내 마음이
바르면 天地(천지)의 마음도 바르고 나의 氣(기)가 순조로우면 천지의 氣運(기운)도 순조롭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大師(대사)의 人天合論(인천합론)은 그야말로 나와 森羅萬象(삼라만상)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大自然(대자연)의 交響樂(교향악)을 듣는 것 같이 그대로 혼연한 느낌을
얻게 한다. 誠實無妄(성실무망)한 天理(천리)와 純粹無雜(순수무잡)한 인심이 둘이 아니므로 天이 곧 人이요, 人이 곧 天이다.
대사는 儒者(유자)들이 번거롭게 논의하던
心·氣·理·性·情(심·기·이·성·정)의 모든 관념을 꿰뚫어 초탈하였으며, 거기에 또 天人(천인)과의 완전한 合一(합일)을 이루어 낸 것이다.
人心(인심)과 人氣(인기)의 發現(발현)이
그대로 大自然(대자연)의 境地(경지)가 된 것이니 어떤 언어로 이를 다시 구구하게 설명하겠는가
?
그러면 이러한 人天合一思想(인천합일사상)의 근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한 마음을 밝혀 萬法(만법)을 통합하는[明一心(명일심), 通萬法(통만법)] 一乘圓敎(일승원교)인 華嚴思想(화엄사상)이다. 대사는 이 一心(일심)을 통하여
禪·敎(선·교)는 물론 儒·佛·道(유·불·도) 三敎(삼교)를 圓融無碍(원융무애)하게 會通(회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華嚴(화엄)의 無上玄門(무상현문)에서는 眞如(진여)인 一心(일심)이 宇宙萬有(우주만유)의 法界(법계)와
一如平等(일여평등)하여 無碍自在(무애자재)하므로 그 眞理(진리)가 참으로 不可思議(불가사의)하다.
大師(대사)는 華嚴經後跋(화엄경후발)에서 다음과 같이 이를 말하고 있다.
"크도다, 華嚴(화엄)의 頓敎(돈교)여
! 體(체)는 본래 生(생)한 것이 아니니 始終(시종)이 없고, 用(용)은 실로 멸하지 않으니 成壞(성괴)가 없도다. 이는 모든 敎(교)의
根本(근본)이요, 萬法(만법)의 禪宗(선종)이다.
이로써 말미암아 하늘은 맑고 땅은 편안하며, 三光(삼광;日, 月, 星)은 밝고 四時(사시)는 運行(운행)하며, 산과 내는
흐르고 솟았으며 새와 짐승은 날고 달리며, 초목과 곤충까지도 이로써 움직이고 쉬니 이것이 이른바 萬物(만물)의 體(체)가 되며 一切(일체)의 性(성)을 버리지
않아 어긋남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부처님이 설하신 것도 이것을 설하신 것이요, 五十三 善知識(오십삼
선지식)이 사람들에게 보인 것도 이것을
보인 것이며, 福城童子(복성동자)가 남방에 가서 구한 것도 바로 이것을 구한 것이다.
저 堯(요)임금의 孝(효)와 孔孟(공맹)이 萬世(만세)의 스승된 것과 老莊(노장)이 萬物(만물)에
傲慢(오만)하여 세상을 가벼이 여긴 것과 나아가서는 임금의 仁(인)과 신하의 忠誠(충성), 아버지의 慈愛(자애)와 자식의 孝道(효도), 형의 友愛(우애)와 아우의 敬恭(경공),
夫婦(부부)의 和順(화순)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것을 얻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확충하면 만물이 다 毘盧舍那(비로사나)의 眞體(진체)요, 이것을
미루어 행하면 걸음마다 모두 普賢(보현)의 妙行(묘행)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듣는자는 다 부처가 되며, 凡夫(범부)도 능히 기뻐 따르면 곧
범부를 뛰어넘게 될 것이니, 천하의 모든 事相(사상)이 모두 이 經(경)의 大本(대본)과 大用(대용) 아닌 것이 없도다."
Ⅳ. 結語(결어)
여기서 筆者(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나름대로 看過(간과)할 수 없었던 점과 大師(대사)에 대한 견해를
整理(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大師(대사)에 대한 朝廷大臣(조정대신)과 儒生(유생)들의 排斥(배척)에 있어서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그것은 明宗卽位(명종즉위) 직후 大尹(대윤), 小尹(소윤)의 두 外戚(외척)이 王位繼承(왕위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싸우다
乙巳土禍(을사사화)를 일으켰고, 당시 儒林(유림)들은 이로 인해 두 파벌로 나뉘어 있었던 점이다.
土禍(토화)로 인해서 大尹(대윤)일파는 숙청당하였고 조정의 실권은
文定王后(문정왕후)와 그를 政治的(정치적) 배경으로 하는 小尹(소윤)일파에게 돌아갔다. 정권을 잃은 大尹(대윤)일파는 小尹(소윤)일파의 정책을 반대하는 名分(명분)으로 당시
문정왕후의 信佛(신불)로 興佛(흥불)의 계기를 마련한 대사를 배척하였으리라 생각된다.
대사가 당시의 大臣(대신), 名儒(명유)들과 交遊(교유)한 사실로 미루어보면 儒林(유림)
전체가 배척하고 모함하지는 않았으리라 판단되므로, 이 점은 추후 관련 史料(사료)의 면밀한 조사를 통하여 규명해야 할 과제이다.
또
당시 大師(대사)와 같이 선두에서 불교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단이나 교계에서 적극 지원하고 옹호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물론 政治體制(정치체제)의 여건에 의해 크게 불교가 위축되어 왔으므로 결집된 힘이 없었으리라 판단되지만, 佛敎(불교) 自體內(자체내)의
지도적 역량과 山中佛敎(산중불교)의 특성상 대중의 지지기반이 부족했었다는 점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본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사는
20년도 채 못되는 기간이지만 佛敎(불교)를 中興(중흥)시켜 양조과 선과를 복립시키고 僧團(승단)의 체제를 정비하여 스러져 가던 佛敎(불교)에 새 생명력을 불어
넣었으며, 西山(서산), 四溟(사명)과 같은 훌륭한 人材(인재)를 발굴하여 朝鮮佛敎(조선불교)의 맥을 잇게 한 점은 후세에 길이 칭송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글에서는 言及(언급)하지 못했지만 대사의 지대한 憂國忠情(우국충정)은 후대에 계승되어 儒家(유가)의 온갖 배척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佛敎人(불교인)이 國難克服(국난극복)의 선두에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佛敎(불교)의 異敎(이교)에 대한 態度(태도)는 항상
合理的(합리적)인 사고와 대화를 통하여 그 대립을 해소하여 왔으며, 朝鮮佛敎(조선불교)의 경우도 배척이 아닌 교섭과 조화의 가풍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大師(대사)는 당시의 빗발치는 모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相對(상대) 宗敎(종교)와 宗敎人(종교인)에 대하여 존중할 것을 가르치며 몸소 실천하는 참 宗敎人(종교인)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他敎(타교)에 대한 겸양과 존중으로 일관된 大師(대사)의 도량은 당대의 名儒(명유)들과 진정한 道友(도우)관계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모든 종교인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大師(대사)의 儒佛思想(유불사상)은 宇宙萬法(우주만법)을 一心(일심)으로 통합한 華嚴(화엄)의 無上玄門(무상현문)에
토대한 것으로 思想體系(사상체계)에 대한 상호 比較(비교) 내지 調和(조화)의 차원을 뛰어 넘는 것이다.
이는 '儒佛無二(유불무이)'라는 한 단어가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또한 三敎(삼교)의 差別相(차별상)을 타파함은 물론 人天妙合(인천묘합)의 경지까지 승화시킨 大師(대사)의 哲學思想(철학사상)은 실로 古今(고금)에 뛰어난 것이라 하겠다.
亂世(난세)에 佛敎中興(불교중흥)을 위해 앞장서다 妖僧(요승)의 누명을 덮어쓰고 마지막까지도 悲運(비운)에 가신 大師(대사)의 一生(일생)은 진정한 佛子(불자)요, 求道者(구도자)이며
先驅者(선구자)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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