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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度僧, 僧科制 施行과 지속된 謀陷
(도승,
승과제 시행과 지속된 모함)
普雨大師(보우대사)는 敎團(교단)의 中興(중흥)을 위해서 우선 度僧制(도승제)부터 實施(실시)하였다. 明宗(명종) 6年 11月에
經國大典(경국대전)의 度僧法(도승법)에 의거하여 禪宗(선종)에서 406명을 선발하여 예曹(예조)에 보고하였으나 禮曹(예조)에서는 그 眞僞(진위)를 의심하여 再試(재시)할 것을 진언하였다.
그러나 儒生(유생)의 講經(강경)과 다르다고 하여 允許(윤허)를 받지 못하자, 예조에서는 不適格者(부적격자)를 가려낸다는 구실로 한 사람도 度牒(도첩)을 발급하여 주지
않다가, 同 7年 8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462名의 僧侶(승려)에게 처음으로 도첩을 주었다.
그러나 지속된 반대와 예조의 지나친 간섭에도
불구하고 度僧制(도승제)는 자리를 잡아 明宗(명종) 8年 1月에는 兩宗(양종)의 試經僧(시경승) 2천6백명 중에 度牒(도첩)을 발급받은 자가 2천5백8십명에 달하게
되었다.
이어서 明宗(명종) 7年 4月에는 비로소 兩宗 僧科(양종 승과)가 經國大典(경국대전)의 度僧法(도승법)에 의거하여 奉恩, 奉先(봉은,
봉선) 兩寺(양사)에서 禮曹 正郞(예조 정랑)의 감독하에
시행되었으며, 이 科擧(과거)에서 禪宗(선종) 21人과 敎宗(교종) 12人이 선발되었다.
이 부활된 僧科(승과)를 통하여 후대의 朝鮮 佛敎(조선
불교)를 이끌 人材(인재)를 발굴하게
되었으니, 休靜(휴정)은 1回 僧科[승과; 明宗(명종) 7年, 1552]에서, 惟政(유정)은 4回 僧科[승과;
明宗 16年, 1561]에서 中科(중과)하였던 것이다.
한편
度僧(도승)과 僧科制(승과제)가 시행되며 아울러 사찰도 정비되어 同 7年 1月에는 持音(지음)과 住持(주지)가 있는 절이 99寺에서 395寺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兩宗(양종)이 복립되고 度僧制(도승제)와 僧科(승과)가 施行(시행)되어 佛敎界(불교계)는 改革(개혁)의 바람이 불어 一新(일신)되었으나, 普雨大師(보우대사) 한 개인에 대한
모함은 더욱 더 심화되었다.
明宗(명종) 7年 9月에 吏曹判書(이조판서) 宋世珩(송세형)은 普雨大師(보우대사)가 봉은사 기신재에 쓰는 임금의 방석을 가져다가 자기 방에서
쓰는 참람한 행위를 한다고 모함하였고, 同 8年 6月에는 僧一觀(승일관)이라는 자가 大師(대사)를 헐뜯는 呈訴(정소)를 사헌부에 올리는 일까지 일어났으며,
또 사헌부는 "禪宗判事(선종판사) 普雨(보우)는 사찰의 주지를 차출할 때와 禪科(선과)를 試經(시경)할 때에는 뇌물을 많이 받고 제마음대로 뽑거나 물리친다"라고
무고하였다.
同年(동년) 9月 성균관 生員 柳濤(생원 유도)등은 正闕(정궐)이 불탄 것은 異敎(이교)를 숭신하여 兩宗(양종)을 창립하였기 때문이라고 上疏(상소)하였으며, 同 9年
10月에는 심지어 仙氣(선기)라는 僧(승)이 大師(대사)의 罪狀(죄상)을 알리는 訴狀(소상)을 들고 성균관에 들어가는 변고까지 생길 정도였다.
문정왕후는 이같이
빗발치는 모략과 상소에도 불구하고 中興佛事(중흥불사)를 계속 지원하였으며, 모두 간사한 술책을 부리는자들이 大師(대사)를 모함하고자 하여 헛된 말을
조작한 것이라고 일축하였다.
본 논문에 언급한 내용은 大師(대사)에 대한 謀陷上疏(모함상소) 중 대표적인 것만을 추려 기록한 것이며, 이 期間中(기간중) 實錄(실녹)에
언급된 횟수는 每月 10여 차례 이상이다. 그러나 普雨大師(보우대사)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자신에 대한 모함에 처하여서도 의연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음을 다음 두 편의 시로 짐작할 수 있다.
'병으로 누워 마군들이 나를 참소한다는 말을 듣고 억지로 병든 붓으로
씀.'
"마군과 외도가 연달아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해서, 가만히 앉아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한편 슬프기도 하도다. 내가 덕이 적음을
참소한다면 하늘도 응당 들을 것이나, 내가 욕심이 많다고 누가 감히 의심하리요?
대중에 임하는 것은 옛 훌륭한 분들 보다 못하지만,
마음 수양하는 것은 그래도 옛 선사들을 따를 수 있도다. 줄이 끊어져 거문고를 탈 수는 없지만, 내 죽은 후 나를 알아줄 鍾子期(종자기)*가
있으리라 公言(공언)하노라."
참고>: 楚(초)나라 때에 거문고의
명수인 伯牙(백아)를 알아주던 유일한 사람.
어떤 벗이 바른 말로 나를 타일러 주며 말하기를
… "某僧(모승)은 요사스럽기가 심한자로 대사를 儒(유)에 일러바쳐
죽이려고 할 뿐이 아니거늘, 대사는 이를 원수로 여겨 곧바로 갚으려는 마음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山僧(산승)들은 대사를 道(도)를 아는
분이라고 指目(지목)하는데 도를 아는 사람은 이러한 것입니까?"라고 하기에 나는 웃으며 一律(일율)을 읊어 객에게 보이노라.
"지금 그대의
말을 들으니 서글퍼서 붓을 휘둘러 一聯詩(일연시)를 힘서 짓노라.
구름이 푸르고 흰 것을 하늘이 어찌 관리하리요. 사람들이 옳고 그른 것을
나는 알지 못하노라.
거울은 먼지를 닦아내야 비로소 물건을 비추고, 마음도 자기 생각을 떠나고서야 사심이 없어지노라.
저 미워하고
사랑함을 그대로 맡겨두고 空(공)을 觀(관)하며 누웠노라면, 원통하게 여기는 빛의 유래가 바로 부처님이네."
4. 大師의 悲運과 儒家의 破佛(대사의
비운과 유가의 파불)
兩宗(양종)의 復立(복립)과 度僧(도승), 僧科制(승과제)를 시행하여 일단 佛敎(불교)를 中興(중흥)시킨 大師(대사)는 明宗(명종) 10年
9月에 병으로 禪宗判事(선종판사)와 奉恩寺(봉은사) 住持(주지)의 직책을 사임하고 淸平寺(청평사)에 거처하였다.
大師(대사)는 이곳에서 儒釋(유석)의 모든 是非(시비)를 떠나 靑山(청산)과 함께
高閑(고한)과 幽興(유흥)을 즐기며 병을 조리하고 일생을 보내리라 결심하고 있다. 淸平寺(청평사) 隱退後(은퇴후) 약 7년간 實錄(실록)에는 대사를 탄핵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이후 明宗 17年 4月 丙戌條(병술조)에 다시 大師(대사)를 탄핵하는 내용이 보임]
그러나 대사는 문정왕후의 遷陵役事(천릉역사)로 인하여 간절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승단의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또 다시 탄핵을 한 몸에 받아야 했으니 참으로 비운이 아닐 수 없다.
明宗
17年 7月에는 雲浮寺(운부사)사건으로 인하여 都大禪官敎(도대선관교)의 직위를 削奪(삭탈)당하였으며, 同 9月에 병으로 禪宗判事職(선종판사직)을 遞任(체임)하고, 同 12月에는 다시
職牒(직첩)을 환급받았다.
明宗(명종) 20年 4月에 興佛(흥불)의 主役(주역)이요, 大師(대사)의 後援人(후원인)이었던 文定王后(문정왕후)가 승하하자마자 바로 온갖 모함이
재개되었으며, 대사가 모든 죄를 덮어쓰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사헌부에서는 "보우는 흉패하고 간교한 자로 오래도록 승려의 괴수가 되어
죄복의 설을 널리 떠벌려 뭇사람의 귀를 미혹시켜 온 세상이 휩쓸려 몰려들게 하였고,
거처와 의복의 참람함이 임금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모든 일을 宮禁(궁금)에 바로 아뢴다 하니 그 방자하고 음흉한 것은 낱낱이 들 수 없으며,
· · ·
대행대왕비의 편치못하심이 재를 베풀어
素(소)를 행함으로 인하여 망극의 변고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나라 백성과 신하의 아픔이 이에 이르러 더욱 극심하거늘 어찌 이같은 죄인을
하루인들 천지간에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아뢰었고,
이어 홍문관 부제학 金貴榮(김귀영) 등이 차자를 올리고, 또 성균관 진사 李宏(이굉) 등이
상소하기를 한 달 넘게 하였으나, 明宗(명종)은 佛事(불사)를 위해 素食(소식)을 들고 재계하시다 병을 얻어 승하하신 것이 아니라고 하여 允許(윤허)하지 않았다.
그러나 三政丞(삼정승)이 재차 大師(대사)의 治罪(치죄)를 아뢰자, 普雨(보우)의 僧職(승직)을 削奪(삭탈)하여 서울 근처의 사찰에는 출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責罰(책벌)의 뜻을
보이라고 命(명)하였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儒生(유생)들은 더욱 격렬하게 대사를 죽이라고 계속해서 상소를 올렸으며 마침내 성균관 유생들은 館(관)을 비우고
나가버리는 사태로까지 치닫고, 병조에서는 심지어 역말을 빼앗아 타고 다닌다고 아뢰자, 明宗은 하는 수 없이 同 20年 6月에 대사를
제주에 귀양보냈다.
栗谷(율곡)은 同年 "妖僧 普雨(요승 보우)를 論(논)하는 疏(소)"에서 당시 유가의 배척 상황을 "온 나라가 한결같이 분하게 여기어 그 고기를
저며 내고자 한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임금과 윗 사람을 속였으며 궁내의 재정을 고갈시키고 백성들에게 환란을 끼쳤으며 교만하고
뽐내어 스스로 잘하는 체 하며 자신을 높여 사치하고 참람하니
이 중에 한가지만 있어도 죄는 용서할 수 없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후 변방으로 귀양보낼 것을 주장하였는데, 明宗은 栗谷(율곡)의 上疏(상소)를 따랐던 것 같다.
그러나 이후에도 全國 儒生(전국
유생)들의 請誅疏(청주소)가 同年(동년) 7月
28日부터 10月 13日까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빗발쳤으니 이루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大師(대사)는 그해 9월 淸州牧師(청주목사)에
임명된 邊協(변협)에 의해 비참하게 殺害(살해)되었고, 이듬해인 明宗 21年 4月에 兩宗(양종)과 禪科(선과)가 마침내 廢止(폐지)되니, 이로써 50년만에 대사에 의해
中興(중흥)된 佛敎(불교)는 다시 암울한 시기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대사가 한 번 크게 일으킨 佛事(불사)는 朝鮮佛敎(조선불교)의 命脈(명맥)을 이어나가는 밑거름이 되었고
훌륭한 人材(인재)들을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國難打開(국난타개)에 있어서도 크게 공헌하는 결과를 낳았으니,
大師(대사)의 殺身成佛(살신성불)은 그 어떤 문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사는 다음의 臨終偈(임종게)를 남겼다.
허깨비로 허깨비 고을에 들어와
오십여 년 희롱하는 미치광이가 되었네.
인간의 영화롭고 욕된 일 농삼아 다하고
허수아비 僧(승) 벗고 푸른 하늘 오르네.
Ⅲ. 普雨大師의 儒佛觀(보우대사의
유불관)
1. 儒佛에의 解通(유불에의
해통)
大師(대사)가 儒學(유학)에 어느 정도 造詣(조예)가 있었는지는 文集(문집)에 수록된 글들이 잘 말해주고 있다.
大師(대사)는 大藏經(대장경) 뿐 아니라 儒學 經典(유학 경전)에도 거의 解通(해통)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大師(대사)는 장편의 시를 지어와 佛敎(불교)를 이론적으로 배척하려는 한
儒生(유생)에게 주는 글에서 일찍이 大藏經(대장경)을 다 보았고 지금은 바로 맑은 창가에 앉아 주역을 읽고 있으며 비록 內外書(내외서)에 精通(정통)하지는 못했으나
섭렵항여 대략을 아는 데는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선종판사직을 사임하고 청평사에 거처할 때에는 中庸(중용)을 읽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洗心亭(세심정)에 머물 때에는 "한가로이 周易 繫辭(주역
계사)를 읽으며 孔子(공자)를 스승하고 莊子齊物(장자제물)을 읽으며 莊周(장주)를 벗한다"라고 述懷(술회)하고 있으며,
'山居雜詠(산거잡영)' 중에서 "南華(남화) 읽기를 그만두고 포도를 손으로 따서 숲을 나와 절에 오니 夕陽(석양)이 지는 무렵이라네"라고 읊고 있음을 보면,
大師(대사)는 佛敎(불교)는 물론 儒學(유학)과 老莊學(노장학)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著述(저술)에 수록된 詩文(시문)은 佛敎(불교)를 근저로 하여 儒敎(유교),
道敎(도교)의 思想(사상)이 깔려있다. 이는 대사가 三敎(삼교)를 하나로 꿰뚫어 회통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며, 추후 논의되는 내용이 이를 증명하여
주고 있다.
우선 개괄적으로 본다면 대사의 사상은 불교의 華嚴思想(화엄사상)을 근간으로 유교의 周易(주역)과 中庸(중용), 그리고 도교의 莊子思想(장자사상)을 종합하여
圓融無碍(원융무애)하게 會通(회통)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三敎(삼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장은 차츰 세상에 알려져 여러 文士(문사)들과 交友(교우)하게 되었고, 또한 찾아와 배우고자 하는
儒生(유생)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大師(대사)는 "어떤 客(객)이 病僧(병승)인 내가 儒書(유서)에 解通(해통)하다고 잘못 듣고 와서 배우기를 청하여 詩(시)로 물리쳤다"라는
詩(시)에서 다음과 같이 그를 대하고 있다.
"近來(근래) 절에 僧(승)이 없은 지가 오래니 나 같은 자도 소문이 멀리 났네. 佛經(불경)도 아직 반
偈頌(게송)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儒書(유서)를 어찌 모두 알겠는가?
다만 며칠간 자네와의 대화는 받아들이겠네만, 장시간 세상의 분분함은
허락하지 않으리. 그러나 經(경)을 배우고자 하니 내 어찌 그만 두리오. 그대를 위해 종일토록 은근하게 말해주리라."
또 '어떤 객이
배우기를 구하여 산에 이르다'라는 詩(시)에서,
"인간 富貴榮門(부귀영문)의 客(객)이 책 보따리 짊어지고 산에 오른 뜻은 이해할만 하나, 선비가 어찌 스님의 제자가 되겠는가
? 病僧(병승)인 나도
남의 스승되기를 부끄럽게 여기노라.
선비를 찾은 스님은 詩語(시어)를 구해야 합당하고, 스님을 찾은 선비는 응당 부처님의 말씀을 물어야
하나니. 나의 禪(선)을 떨어뜨리지 말고 돌아감이 좋겠네. 내 어찌 그대에게 시끄러운 얘기를 하겠는가
?"
라고 하며 儒生(유생)을 물리치고
있다. 단편적인 例(예)이지만 대사의 높은 학문의 경지를 알지 못하고는 당시의 같이 排佛(배불)이 극심할 때에 더구나 儒生(유생)들이 찾아와 배움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2. 儒士에 대한 態度와 交遊(유사에
대한 태도와 교유)
大師(대사)는 儒佛(유불) 兩 敎人(양 교인)이 서로 대하는 態度(태도)에 있어서 상호의 差別相(차별상)을 초탈한 理解(이해)와 尊敬(존경)을
강조하며, 몸소 實踐(실천)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詩(시) 두 편을 다음에 소개한다.
기다리고 있던 儒士(유사)와 여러 禪師(선사)들에게
보임
"도시의 온갖 소리는 길이 다르며 선비와 서민도 층이 나뉘거늘, 하물며 유교와 불교에 있어서랴. 품계가 각기 차이나는 것은
金(금)과 石(석)같이 다르며, 도가 서로 모순됨은 숯과 얼음같이 다르다.
그러나 서로 만날 때에는 공경심을 일으켜 모름지기 먼저 인사하며,
길을 갈 때에는 어진 이를 추대하여 뒤따름이 합당하다. 내가 이미 상대를 존중한다면 상대가 어찌 나를 거스르겠는가
? 평상시 대할 때에
자기 몸을 다 잊으라."
어떤 한 儒士(유사)가 절에 와서 排佛(배불)을 매우 진지하게 하고 僧(승) 무시하기를 흙같이 여기며, 모든 봉사하는 불자들이 마음이 모두 해이하여
공경하고 받들려 하지 않아서 게송으로 보여주다.
"지극한 道(도)는 유래가 오직 하나이거늘, 사람들이 오랑캐와 中夏(중하)를 나누고 東(동)과
西(서)를 한정하였도다.
임금을 위해서 불교를 배척하는 것이 참된 선비의 일이라고 하지만, 부처님을 받들고 유교도 높이는 것이 바로 우리
부처님의 가풍이도다.
하물며 주인의 입장에서 저 객을 공손히 대한다면 어떤 손이 함부로 나의 몸을 훼손하리요
?
원컨대 불자들은
부지런히 힘써 차 끓이고 절을 빛내시오."
당시 儒士(유사)와 禪師(선사)들이 서로의 道(도)를 비방하고 참되게 交友(교우)하지 못함을 보고 이를 깨우치기 위하여, 大師(대사)는 道(도)가 서로 다르나[당시
대상인 유사와 선사들의 안목] 각기 서로 공경하며 존중할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道(도)가 圓熟(원숙)한 자는 현상적인 萬物(만물)의 差別相(차별상)을 꿰뚫고
있는 道(도)의 本體(본체)를 깨달아 無碍(무애)한 경지에 이를 수 있으나, 아직 깨치지 못하여 我慢(아만)에 사로잡힌 자에 있어서는 差別相(차별상)만을 보고 서로를
배척하므로 우선 서로의 是非(시비)를 없애기 위하여 尊敬心(존경심)을 일으켜 상호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상대를 恭敬(공경)하고 어진
이를 추대하는 것은 儒敎(유교)의 道(도)이며, 자기에 대한 집착 즉 我慢(아만)을 버리는 것은 佛敎(불교)의 道(도)이다.
孟子(맹자)도 "남을 사랑하는 자는 남이 항상
그를 사랑해 주고, 남을 공경하는 자는 남이 항상 공경해 준다"고 하였듯이, 대사는 항상 상대를 공경하는 겸양의 미덕을 가르쳤으며,
몸소 실천하였다. 대사의 對人態度(대인태도)는 다음 한 글귀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항상 삼가하며 정성과 공경을 다해 남을 대하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
儒佛無碍(유불무애)한 대사의 학식과 도량은 훌륭한 시문을 낳게 하였고, 이로써 대사는 당대의 名儒(명유) 大臣(대신)들과 교우하며 친교할 수 있었다.
허응당집에는 鄭萬鍾(정만종), 尹春年(윤춘년)을 비롯하여 尙震(상진), 宋寅(송인), 黃汝獻(황여헌) 등 30여 명에 달하는 儒者(유자)들과 交遊(교유)한 시가 실려 있다.
대사는
鄭萬鍾(정만종)에게 보내는 시에서 "儒釋(유석)이 비록 나뉘었으나 道는 다르지 않으며, 옛부터 僧(승)의 벗은 모두 유명한 儒士(유사)였다"고 하였고, 또
尹春年(윤춘년)에게 주는 시에서는 "儒者(유자)와 佛子(불자)가 교제함은 옛 풍습이다"라고 하며,
韓退之(한퇴지)와 大顚禪師(대전선사), 陶淵明(도연명)과 慧遠法師(혜원법사)의 경우를 들면서
격의없이 儒士(유사)들과 서로를 존중하며 흉금을 열고 청아한 시구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도를 초월하여 交遊(교유)하고 있다.
그래서 대사는 당대의
名儒(명유), 大臣(대신)들과 진정한 道友(도우)의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그들도 불교를 이해하며 대사에 대한 우정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 實錄(실록)을 편찬한 史臣(사신)들은 대사와 名儒(명유)간의 交遊(교유)를 評하여,
"아아, 정만종은 재상인데도 한번 요승을 만나자 賓禮(빈례)로 대하여 베개를
같이 베고 자리를 함께 하면서 친척처럼 환대하였으며, 비상한 그릇으로 허여 해 매양 탄복하는 말을 연발하였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또
"이름 있다는 선비 尹春年(윤춘년), 朴民獻(박민헌)도 서로 왕래하였으니, 異端(이단)이 왕성해지는 것을 이루 탄식할 수 있겠는가
?"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 하겠다.
3. 儒佛無二(유불무이)
普雨大師(보우대사)는 그가 '천년 만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마음을 알아주는 벗'으로 표현한
華法師(화법사)의 詩軸(시축)에 次韻(차운)하는 글의 序文(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儒佛無二(유불무이)를 論(논)하고 있다.
"대저 세상에서 老(노)와 佛(불)에 빠져 君臣(군신)과 父子(부자)의 윤리를 저버린 자는 다만 虛無(허무)만을 일삼고 그 君臣(군신)
· 父子(부자)의 道(도)가 바로 大本(대본)의
大用(대용)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孔孟(공맹)을 스승으로 하고 仁義(인의)를 근본으로 하는 자는 다만 忠(충)
만을 존중할 뿐이고 그 眞空寂滅(진공적멸)의 理(이)가 大用(대용)의
大本(대본)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저 二者(이자)들은 모두 道(도)의 體用(체용)에 미혹한 것이며, 또 聖人(성인)이 혹은 權道(권도)로 혹은 常道(상도)로 발자취를 이어 서로
일어나서 저 至正至大(지정지대)한 無二(무이)의 大原(대원)을 부지하는 까닭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無二(무이)의 道(도)가 나뉘어 一儒(일유), 一釋(일석)이 된 것이며,
優劣(우열)의 聖人(성인)이 없건만 先後(선후)를 두어 夷(이)라 하고 夏(하)라 하니, 이에 佛子(불자)들은 인륜의 愛情(애정)을 원수로 여겨 각자 막고 금하며,
儒士(유자)들은 이를
인륜이 없다고 禽獸(금수)로 여겨 힘써 항상 배척한다.
情(정)에 따라 자신은 지키고 남은 공격하여 밀어 떨어뜨리며, 法(법)의 同異(동이)를 따져서
(人倫; 인륜의) 有無(유무)로 하나는 옳고 하나는 그르다고 하니, 누가 저 無二(무이)를 알겠는가
?"
이 글에서 大師(대사)는 佛敎(불교)의 眞空寂滅(진공적멸)을 大用(대용)의 大本(대본)으로, 儒敎(유교)의 人倫之道(인륜지도)를 大本(대본)의 大用(대용)이라고 하여, 佛子(불자)가 君臣父子(군신부자)의 道(도)를 알지
못하는 것과 儒者(유자)들이 眞空寂滅(진공적멸)의 理致(이치)를 모르는 것은
모두 道(도)의 體用(체용)과 權(권), 常(상)의 道(도)에 미혹하여 至正至大(지정지대)한 無二(무이)의 大源(대원)을 모르고 둘로
나누고 우열을 두며 옳고 그르다하여 자기는 지키고 남을 공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論(논)하고 있다.
이와 같은 大師(대사)의 儒佛無二觀(유불무이관)은 斷常(단상)
二見(이견)을 여읜 中道(중도)의 要諦(요체)와 守經行權(수경행권)의 善權方便(선권방편)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할 점은 普雨大師(보우대사)는 다른 護法論者(호법론자)들과는
달리 儒家(유가)의 배불에 대하여 佛家(불가)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辯論(변론)하지 않고,
당시 佛子(불자)들의 폐단도 지적하여 단지 空(공)만을 지키는 자를
痴禪(치선)으로, 人倫(인륜)을 등진 자를 狂釋(광석)으로 표현하여 이들이 모두 道(도)의 大用(대용)에 미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大師(대사)는 儒佛無二(유불무이)를 다음의
詩(시)로 喝破(갈파)한다. ▶다음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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