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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白月山의 彌陀成佛 설화(백월산의
미타성불 설화)
仇史郡(구사군;
창원)의 白月山(白月山) 동남쪽 선천촌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청년이 살았다. 부득의 아버지는 月藏(월장), 어머니는
味勝(미승)이었으며, 박박의 아버지는 修梵(수범), 어머니는 梵摩(범마)라 하였다.
두 사람은 風骨(풍골)이 비범하고, 세상밖에 놀려는 높은 생각이 있어 서로
좋은 친구가 되었다. 나이가 20살이 되자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부득은 懷眞庵(회진암)에 거주하고 박박은 瑠璃光寺(유리광사)에 거주했다.
두 사람
다 같이 처자와 함께 살면서 생계를 이어갔지만, 몸을 닦고 마음을 평안히 하여 속세를 떠나려고 하는 생각을 잠시도 버리지
않았다. 드디어 두 사람은 이 세상의 무상함을 보고 서로 말하기를
'기름진 밭과 풍년든 해가 참으로 좋지만, 衣食(의식)이 마음대로 생겨서
자연히 배부르고 따뜻한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또 婦女(부녀)와 家宅(가택)이 마음에 들지만 蓮也華藏(연야화장;
극락정토)에서 千聖(천성; 여러 부처님)이
'앵무 · 공작'과 서로 즐거워하는 것만 같지는 못하다.
하물며 佛(불)을 배우면 마땅히 佛(불)이 되고, 眞(진;
佛道:불도)을 닦으면 반드시 眞(진)을 얻어여 함에
있어서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이미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으므로 마땅히 얽힌 것을 벗어버리고 無上(무상)의 道(도)를 이루어야
한다.
어찌 세속의 일에 골몰하여 세속의 무리와 같아서야 되겠는가' 하고는 드디어 속세를 버리고 백월산의 無等谷(무등곡)으로 은거하였다. 각각
다른 암자에 거주하면서 부득은 부지런히 미륵을 찾고, 박박은 미타를 禮念(예념)했다.
3년이 채 되지 못한 성덕광 8년(709년)의 어느 날,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 가고 있을 때 20살 정도의 아리따운 낭자가
토하는 입김에 난향의 냄새를 풍기면서 갑자기 박박이 있는 곳으로 와서 하루 밤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박박은 "사찰이란 청정을
지키는 것을 의무로 하는 곳이므로 당신이 근접할 곳이 아닙니다. 머뭇거리지 말고 빨리 가시오"
라고 하면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낭자는 이번에는 부득이 있는 곳을 찾아가, 역시 같은 방법으로 부탁하였다.
그러자 부득은 "이곳은 낭자가 더럽힐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중생에게 隨順(수순)하는 것도 또한 보살행의 하나입니다. 마침 계곡이 깊고 밤이 어두웠으니 어찌 소홀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 하고는
그녀를 암자로 맞아 들였다.
밤이 되자, 부득은 마음을 맑게 하고 지조를 굳게하여 벽의 등불을 희미하게 한 후 끊임없이 염불을 계속했다. 밤이 깊어졌을 때,
낭자는 부득을 불러 "저는 마침 불행하게도 産氣(산기)가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목욕물을 준비해 주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부득은 낭자를
가엾게 생각하여 조용히 불을 밝히니 마침내 해산하였다. 또한 목욕시켜 주기를 원하므로 부득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솟아올랐지만,
그것보다는 가엾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 욕탕을 준비하여 처녀를 그 속에 앉히고 더운 물로 목욕시켰다.
그러자 욕조의 더운 물에서
향기가 나며 더운 물은 금색으로 변하였다. 부득은 놀라자, 처녀는 "저의 스승님도 여기에 목욕하시지요"
하므로 부득은 할 수 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고 피부가 금색으로 변했으며, 그 곁을 보니 홀연히 蓮臺(연대)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처녀는
거기에 앉을 것을 권하면서 "저는 관세음보살입니다. 大師(대사)를 도와서 大菩提(대보리)를 성취시키기 위해 온 것입니다"라 하고는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한편, 박박은 부득이 오늘 밤 틀림없이 破戒(파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놀려주려고 그곳에 가 보니, 부득은 蓮臺(연대)에 앉아 미륵상이 되어
광명을 발하면서 몸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박박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예배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가를 물었더니, 부득은 이유를
상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박박은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마음에 장애가 있어 요행히 大聖(대성)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냉대해
버려,
大德至仁(대덕지인)이 나보다 먼저 되었구나. 원하건대 옛날의 언약을 잊지
말고 일을 함께 하세"라고 하였다.
부득은 욕조에 아직 물이 남아 있으니 거기에 목욕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박박이 목욕을 하자, 무량수불이 되어 두 부처님은 엄연히
서로 마주보게 앉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서로 앞을 다투어 달려와 예배하고 감탄하면서, "희귀한 일이다. 희귀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두 부처님은 法要(법요)를 설하고는 구름을 타고 가
버렸다.
경덕왕 14년(755년), 이 사건에 관해 전해들은 왕은, 同王(동왕) 16년에 사람을 보내어 대가람을 창건하고, 백월산 南寺(남사)라고
이름붙였다. 同王 23년(764년)에 절을 완성시켜 다시금 미륵존상을 조성하여 금당에 안치하고 額號(액호)를
'現身成道彌勒之殿(현신성도미륵지전)'이라
하였으며, 또한 미타상을 조성하여 강당에 안치하고 그 額號(액호)를 '現身成道無量壽之殿(현신성도무량수지전)'이라 하였다.[삼국유사 권3, 南白月二聖(남백월이성)
努혜夫得달달朴朴(노혜부득달달박박)]
이 이야기는 성덕왕 8년(709년)의 사건이다. 내용적으로는 앞의 설화와 마찬가지로 신라의 계율에 대한 견해에 근거하여, 박박의
행동에 의탁하여 구도자의 위선적인 수행태도를 풍자하면서, 특히 보살행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즉, 부득이 낭자를 도와줄 때
"중생에 隨順(수순)하는 것도 또한 보살행의 하나이다"라고 한 것과, 박박이 "나는 마음에 장애가 있어 요행히 大聖(대성)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냉대해 버려 大德至仁(대덕지인)이 나보다 먼저 되었구나"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부득이 박박보다 먼저 道(도)를 얻게 된 이유를 보살의 大悲行(대비행)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기백교수는 "이들의 왕생은 낭자의 해산을 도와준 功德(공덕)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그 낭자는
觀音菩薩(관음보살)의 변신인 것으로 되어 있고, 阿彌陀佛(아미타불)의 脇侍佛(협시불)인 관음보살은 淨土往生(정토왕생)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관음보살이 아닌
낭자의 해산을 도운 것이며, 말하자면 功德(공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정토왕생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은, 그 낭자의
투숙을 거절한 달달박박이, 낭자를 도운 노힐부득의 덕으로 같이 왕생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이를 알 수가 있다"라고 하여 결국은 낭자를
도운 공덕이 두 사람을 현신왕생케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이교수의 해석은 대승불교의 기본정신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위의 설화의 요지는 낭자를 도운 공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음보살이 부득과 박박이 성불할 때가 되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낭자로 변신하여 그들의 수행정도를 시험해 본 것이다.
이 시험에서 부득은 거리낌 없이 낭자를 목욕시켜 줄 수 있었으므로
관음보살은 부득의 수행정도가 이미 보살수행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고 성불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박은 많은
수행을 쌓기는 했지만 아직도 마음의 장애가 남아 있었으므로 결국 이것을 뉘우친 후에야 부득의 도움으로 성불하게 되었다.
大聖(대성)들의
이러한 시험은 [삼국유사] 곳곳에서 散見(산견)되는데, 특히 박박이 관음보살을 알아보지 못한 것과 같은 사례는, 元曉(원효)가 觀音菩薩(관음보살)의 眞身(진신)을 못
알아 본 것이나, 憬興(경흥)이 文殊菩薩(문수보살)의 眞身(진신)을 알아보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 사문의 출신 신분에 대해, 이기백교수는 "지방의 세력가인 村主 家門(촌주
가문)의 출신"으로 보며, 그 이유로서
① 仇史郡(구사군; 昌原:창원)의
백월산 동남쪽에 있었다는 仙川村(선천촌) 사람으로 되어 있으므로 지방의 인물이 분명하고,
② 그들 부모의 이름까지 기록에 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신분이 낮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며,
③ [무량수경] 혹은 [아미타경]에 설해진 극락세계의
수승함을 알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은 이들 경전을 읽었음직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교수의 견해에 대해 필자도 의견을 같이 한다.
한편
이 두 사람이 승려가 되어 정토를 구하게 된 동기는,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은 이
세상을 穢土(예토)라고까지는 간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생을 무상한 것이라고 보고, 무상한 인생을 버리고 常住(상주)의 정토세계로 왕생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 이교수는 "聖德王(성덕왕) 때라면 신라의 專制主義(전제주의)가 절정기에 이르렀을 시기였다.
이러한 중앙집권적인 전제주의 체제 속에서 지방의 村主(촌주) 계층 출신의 유능한 인물들이 느낀 현실적인 좌절감이 그들을 厭世的(염세적)인 경향으로
흐르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별로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필자도 이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왕생의 實例(실례)에 관해서는, 두 사람은 現身(현신)으로 成佛(성불)했으며, 法要(법요)를 설하고 구름을 타고 갔다고 되어 있으므로, 앞의 '광덕·엄장'의
설화에서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現身往生(현신왕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수행방법으로서는 "부득은 부지런히 彌勒(미륵)을 찾고, 박박은 彌陀(미타)를 禮念(예념)했다"는 것과, "밤이 되자 부득은
(중략) 끊임없이
염불을 계속했다"고 하는 것에서 두 사람은 왕생의 수단으로써 口稱念佛(구칭념불)에 전념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기백교수는 부득이 성불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낭자를 도와준 공덕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같은 現身往生(현신왕생)이라도 염불에만 의지하여 왕생할 수 있었던 郁面婢(욱면비)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하여,
郁面婢(욱면비)의 설화를 '念佛(염불)에 의한 現身往生信仰(현신왕생신앙)', 본 설화를 '功德(공덕)에 의한 現身往生信仰(현신왕생신앙)'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이교수의 견해에 대해, 본 설화의 주인공이 낭자를 도와 준 공덕에 의해 현신왕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밝혔으므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은, 이교수는 "육면비를 대표로 하는
現身往生信仰(현신왕생신앙)은 念佛(염불)에 의하여 往生(왕생)을 기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功德(공덕)이 개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라고 하여
'念佛(염불)'과
'功德(공덕)'을 대응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욱면비 설화와 부득·박박의 설화를 각각 '염불에 의한 현신왕생신앙' '공덕에 의한
현신왕생신앙'이라는 소제목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덕'이란 일반적으로 좋은 행위의 결과로서 얻어지는 과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염불하는 행위도 하나의 공덕이다. 그러므로 念佛(염불)과 功德(공덕)을 대응개념으로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있으며, 굳이 구분한다면
'염불공덕에 의한…' '염불 이외의 공덕에 의한…'이라 해야 될 것 같다.
덧붙여서, 관음보살의 등장에 의해 두 사람이 차례로 각각 미륵과 미타로 성불했다고 하는 것은, 당시는 적어도 이후에서는
미륵·미타·관음의 세 신앙이 밀착된 형태로서 신앙되고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덕왕이 이 사실을 듣고 대가람을 창건함과 동시에 미륵·미타존상을 조성하여 각각 금당과 강당에 안치하고, 또한 그곳에
각각 '現身成道彌勒之殿(현신성도미륵지전)' '現身成道無量壽之殿(현신성도무량수지전)'이라는 額號(액호)를 내렸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경덕왕대에는 정토신앙이 그 절정에 달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은 다음의 '布川山(포천산)의 五比丘(오비구)'의 설화에 의해 더욱 분명해진다.
③ 布川山 五比丘의 서방왕생(포천산
오비구의 서방왕생)
경덕왕대 삽良州(삽양주;
경상남도 양산)의 동남쪽에 있는 포천산의 한 석굴에 성도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섯 비구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미타를 念(염)하며 西方(서방)을 구한 지 수십년이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聖衆(성중)들이 서방에서 그들을 모시러 왔다. 이에 다섯 비구는 각각 蓮臺(연대)에
앉아 하늘을 날아서 通度寺(통도사)의 문 밖에 이르러 머무르니 하늘의 음악이 간간이 연주되었다.
그 절의 스님이 나가보니 다섯 비구는
無常·苦·空(무상·고·공)의 도리를 설하고는 유해를 벗어버리고 광명을 발하며 서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 유해를 버린 곳에 통도사의 스님은 정자를
지어 '置樓(치루)'라 이름붙였다고 한다.[삼국유사 권5, 布川山五比丘(포천산오비구)]
경덕왕대(742~764)의 이 이야기는 앞의 문무왕대나 성덕왕대의 이야기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왕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다섯 비구가 집단으로 미타를 念(염)했다고 하는 것에서 생각해 보면, 이 시대에는 아직 '염불결사'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것과 비슷한 조직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수행태도에 비해서 수행의 방법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다섯 비구의 출신은 확실하지 않지만, 성도 이름도 알 수 없다는 것과, 또한 시대적으로 서민들 사이에 미타신앙이 만연되어
있었던 경덕왕대의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다섯 비구의 출신계층은 서민이라고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또한 왕생의 모습에 관해서, 聖衆(성중)이 모시러오자 다섯 비구는 각각 蓮臺(연대)에 앉아 왕생했다고 한다. 이것은 정토경전에 설해져 있는
왕생의 모습에 상당히 충실하다. 또한 왕생할 때 다섯 비구는 無常·苦·空(무상·고·공)의 도리를 설하고, 유해를 벗어버리고 대광명을 발하면서 現身(현신)
그대로 왕생했다고 한다.
여기서 현신 그대로 왕생했다고 하는 것은, 앞의 '노힐부득·달달박박'의 경우와 같다.
그러나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상·고·공'의 도리를 설했다고 하는 것은 無常·苦·空(무상·고·공)의 도리가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이기 때문에 5비구가 중생구제의
本分(본분)을 잊지 않고 불교의 기본교리를 설하고 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역시 그것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민중의 염세적
경향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신라사회에는 '厭離穢土(염리예토), 欣求淨土(흔구정토)'를 기치로 하는 정토교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④ 念佛師 이야기(염불사 이야기)
경주 남산의 동쪽 피리촌에 避理寺(피리사)가 있는데, 거기에는 성도 이름도 모르는 스님 한 분이 살고 있었다. 항상 彌陀(미타)를 念(염)하고
있었으며, 그 염불소리는 경주 성내의 360坊(방) 10만戶(호)에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소리는 낭랑하여 음율에 굴곡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이상히 여겨 그 스님을 念佛師(염불사)라고 부르며 존경했다. 그가 죽은 후에는 진흙으로 그의 조상을 만들어 敏藏寺(민장사)에 모셨으며, 그가
원래 살고 있던 피리사는 그 후 염불사로 이름을 고쳤다.[삼국유사 권5, 念佛師(염불사)]
이 설화는 앞의 '五比丘(오비구)'와 함께 신라의 口稱念佛(구칭념불)의 양상을 나타내주는 것이 주목된다. 설화의 연대는 알 수 없지만, 一心不亂(일심불난)한
염불의 소리가 경주 성내의 집집마다 들려 사람들의 마음을 감화시켰다고 하는 것에서, 앞의 '5비구'와 마찬가지로 미타신앙이 절정에
달한 경덕왕대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염불사의 신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성도 이름도 모르는
스님'이라는 것과 죽은 후에는 金(금)이나 銅(동)이 아닌 진흙으로 그의 조상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5비구'와 마찬가지로 출신계층은 서민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⑤ 僧兪의 정토감응 설화(승유의
정토감응 설화)
신라의 僧兪(승유)는 어렸을 때 출가하여 마음을 정토의 가르침에 귀의했다. 소승인 아함경을 독송하고 수지하는 자를 보면 꾸짖고는 버리게
했따. 어느날 꿈에 극락의 동쪽문에 이르러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무수한 하늘의 동자들이 문 밖에 서 있는 그를
보배방망이로 때리면서 그를 쫓아내며 "小道(소도)가 滅汲(멸급)하는 것을, 즉 大敎(대교)의 滅相(멸상)이다. 小法(소법)을 사닥다리로 해서 大道(대도)에 오르는 것, 이것이
너의 나라의 방식이다. 아함경을 경시하여 독송하지 않고 버린다면 대승의 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승유는 꿈에서 깨어나
울면서 지난 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고는 이후로는 아함경도 함께 수지 독송하여 정토에 왕생하였다. 그 후 그 제자가 꿈을
꾸었는데, 스승(승유)은 연꽃을 타고 와서는 "나는 사바세계에서 아함경도 독송하면서 근본인 정토수행에 전념했기 때문에, 먼저 小道(소도)를
얻은 후 얼마 안되어서 大(道)로 들어갔다"라고 말했다.[三寶感應要略錄(삼보감응요략록)]
三寶感應要略錄(삼보감응요략록)은 遼(요)의 사문 非濁(비탁;?~1063)이 集錄(집록)한 것이다. 비탁이 신라의 미타감응에 관한 事例(사례)를 수록한 것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遼朝(요조)의 지배하로 들어간 山西(산서)와 河北(하북)지방은 서방정토신앙으로 유명했던 곳이기 때문에 遼(요)의 미타정토신앙이 고려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것이 추측된다.
그런데 이 설화에는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는 신라의 불교가 대승사상에 편중되어 있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즉, 승유가 소승경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경시했다고 하는 것은, 자신은 대승만을 공부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승중시의 경향은 신라시대의 불교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서, 본 설화는 그러한 신라의 불교계 전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설화에 나타난 왕생사상, 즉 소승의 경전을 함께 공부한 결과 정토에 왕생하여, 먼저 小道(소도)를 얻은 후, 얼마 안되어
大道(대도)에 들어갔다고 하는 사상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이 설화가 중국 所傳(소전)의 것이라는 것에서 생각해 보면, 적어도 그 하나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는 二乘(이승)의 성불을 인정하는 [대지도론]의 교설이라고 생각되며, 또한 원효도 二乘(이승)의 成佛(성불)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지도론]에 설해진 二乘(이승)의 성불사상이란, 이승의 聲聞(성문)은 원래 小乘(소승)이기 때문에 大乘(대승)으로 들어갈 수가 없지만, 만약 그 가운데서 현명한
사람이 있어 菩提心(보리심)을 발하면 왕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정토에서는 前世(전세)에서 소승을 배운 공덕이 있기 때문에 먼저 소승의 阿羅漢果(아라한과)를
깨달으며, 그 후 [법화경]을 듣고 廻心(회심)하여 대승으로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은 이 설화에 의해서 정토교의 本流(본류)에 역행하여 [아함경]의 修學(수학)을 필수로 하는 一群(일군)의 정토교신자가 신라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 沙門(사문)에 관한 왕생설화를 고찰해 보았다. 다음은 서민, 특히 婢女(비녀)왕생의 양상에 관해 고찰해 보기로 하자.
2. 欣求淨土에 의한 婢女의 왕생(흔구정토에
의한 비녀의 왕생)
① 郁面婢의 念佛西昇(욱면비의 염불서승)
경덕왕대 康州(강주;
혹은 剛州)의 남자 신도 수십명이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를 희구하여, 강주의 변두리에 미타사를 창건하고 萬日(만일)을
기약하는 契(계;會)를 조직하였다. 그 때, 阿干(아간)의 직위에 있던 貴珍(귀진)의 집에 郁面(욱면)이라고 하는 한 婢(비)가 있었다.
주인을 따라 절에 가면 앞
마당에 서서 스님들을 따라 염불하였다. 주인은 이와 같은 그녀의 행동이 분에 넘치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미워하여 매일 곡식 2섬을 주어
하루 밤 사이에 찧어놓게 하였다.
욱면은 초저녁에 그 일을 끝내고 절에 가서 염불하기를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당 좌우에 긴
말뚝을 세워놓고 양 손바닥을 뚫어 거기에 밧줄을 꿰어 말뚝에 묶어서 합장하니, 좌우에 노닐던 사람들이(그녀를) 격려하였다. 그 때
공중에서 "욱면 낭자는 법당에 들어가 염불하라"하는 하늘의 소리가 들려왔다.
절의 대중들은 그것을 듣고 욱면을 법당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정진하게 했다. 잠시 후 서쪽에서 하늘의 음악이 들려오더니 욱면은 법당의 들보를 뚫고 나가 서쪽으로 가다가
교외에 이르자 유해를 버리고 眞身(진신)으로 변하여 蓮臺(연대)에 앉아 대광명을 발하면서 천천히 사라지니, 음악소리가 공중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
법당에는 지금도 구멍이 뚫어진 곳이 있다.[삼국유사 권5, 郁面婢念佛西昇(욱면비념불서승)]
위의 설화는 경덕왕대(742~764), 康州(강주;
혹은 剛州)의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연대 및 장소의 고증에 의해
哀莊王代(애장왕대; 800~808) 혹은 憲德王代(헌덕왕대; 809~825), 剛州(강주;
지금의 榮州)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서는 먼저 남자
신도 수십명이 萬日(만일)을 기약하는 契(계)를 조직하였다고 하는 것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앞의 '五비구'의 설화에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햇던 結社(결사)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에서 애장왕(혹은 헌덕왕)대에 왕생을 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다음에 본 설화의 주인공인 욱면은 婢(비)의 신분이었지만, 염불에 의해 生身(생신)그대로 왕생하고 있다.
여기서 여자이면서 더구나 천민의
신분인 욱면이 왕생할 수 있다고 하는 사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사상의 계보로서는 원효의 女人·根缺(여인·근결) 및 一闡提(일천제)의 왕생을 인정하는 사상
등에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당시의 미타신앙이 대중의 생활 가운데 깊이 침투되어 있던 시대적 상황에 상응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상하의 계급제도가 엄격했던 신라사회에서 이와 같은 천인왕생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의의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래적인 신앙의 평등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신라의 하층계급의 억압된 願望(원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음에 욱면의 왕생의 양상에 관해서는 "법당의 들보를 뚫고 나가 서쪽으로 가다가 교외에 이르자 유해를 버리고 眞身(진신)으로 변하여,
蓮臺(연대)에 앉아 대광명을 발하면서 천천히 사라져갔다"고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왕생상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性(성)이 婢(비)이기 때문에 사람의 눈을 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왕생을 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현실의 비참상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3. 追善에 의한 死者往生(추선에
의한 사자왕생)
① 仁容寺 彌陀道場의 연기설화(인용사 미타도장의 연기설화)
文武王(문무왕)의 동생 金仁問(김인문)이 唐(당)나라에 붙잡혀가 옥중에 있을 때, 신라에서는 그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해 仁容寺(인용사)를
세워서 관음도량을 개설했다. 그런데 김인문이 귀국 도중 해상에서 죽었으므로 그것을 미타도량이라 고쳤다.[삼국유사 권2,
文虎王法敏(문호왕법민)]
이 연기설화에서는 死者(사자)의 명복을 비는 미타신앙의 특징이 보인다. 여기서 미타도량이 국가적 차원에서 개설되었다고 하는 것은,
문무왕대에 미타신앙은 死者(사자)의 追善回向(추선회향)의 의례로 하나의 국가적 행사로서 행해지고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경우 미타정토는
자기가 왕생해야 할 곳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가게되는 곳으로, 아미타불은 구원자나 觀想(관상)의 대상이 아니라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哀訴(애소)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현세적인 기원을 위해서는 관음도량을 짓고, 사후의 왕생극락을 위해서는 미타도량을 개설하였다고 하는 것에서, 귀족계급의
現世(현세)와 來世(내세)에 대한 '二世安樂(이세안락)'사상이 엿보인다.
② 甘山寺 阿彌陀佛造像記(감산사
아미타불조상기)
경덕왕18년(719년), 重阿찬(중아찬)의 직위에 있던 金志全(김지전;誠)은 國主大王(국주대왕), 伊찬(이찬)의 직위에 있던 愷元(개원), 一吉干(일길간)의 직위에 있던 돌아가신
아버지 仁章(인장), 돌아가신 어머니, 小舍(소사)의 직위에 있던 죽은 동생 梁誠(양성), 沙門(사문)인 玄度(현도), 죽은 부인 古路里(고로리), 죽은 여동생 古巴里(고파리)를 위하고,
또 아내 阿好里(아호리)를 위해 감산에 있는 莊田(장전)을 희사하여 이 가람을 건립하였으며, 또한 彌陀石像(미타석상) 1구를 조성하여 一吉干(일길간)의 직위에 있던
돌아가신 아버지 仁章(인장)을 예배하였다.[삼국유사 권3, 南月山(남월산)]
이것은 아미타불의 '火光後記(화광후기)'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앞의 '인용사의 연기설화'가 국가적인 미타신앙을 나타내는 것인데
반하여, 여기서는 귀족이나 개인의 신앙에 대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구제되는 대상이 죽은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으며, 더구나 구원방법이 재물의 보시에 의한 造像(조상)이나 사찰의 건립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말하자면, 二世安樂(이세안락)의 願(원)을 가지고
있던 신라의 귀족들에게는 현세에서 행해지는 모든 보시의 공덕이, 동시에 왕생의 인연이 되어질 것을 기원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③ 무藏寺의 阿彌陀像造成 설화(무장사의
아미타상조성 설화)
경주 암곡촌의 북쪽에 무장사가 있는데, 그 위쪽에 彌陀殿(미타전)이 있었다.
昭成大王(소성대왕)의 부인 桂花(계화)왕후는 대왕이 먼저 붕어하셨으므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비통해 했다. 피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대왕의 생전의 덕을 찬양하고, 명복을 빌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때 서방에는 미타라고 하는 大聖(대성)이 있어 지성으로 귀의하면 잘 구원해 주며, 또한 죽을 때 맞이하러 온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말이리요.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라고 하고는, 이에 6종류의 화려한 옷을 희사하고, 아홉 官府(관부)에 저장해
두었던 재물을 다 내어 名匠(명장)을 불러 미타상 1구를 조성시키고 또한 神衆(신중)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삼국유사 권3,
무藏寺彌陀殿(무장사미타전)]
이 연기설화는 소성왕대(799~800)의 무장사 아미타불조상 碑文(비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앞의 '감산사 아미타불조상기'와
마찬가지로 귀족이나 개인이 보시의 공덕에 의해 죽은 사람의 追善(추선)을 기원하기 위해 아미타불을 조상한 하나의 예이다.
다만 앞의 기사는
아미타불의 '火光後記(화광후기)'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미타불상을 조성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본 설화에서는 '仁容寺
彌陀度量(인용사 미타도량)의 연기설화'와 마찬가지로 아미타불을 조성하는 그 자체가 죽은 사람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한 조성자의 哀訴()의 대상이 되어 있음이
분명히 나타나 있다.
④ 明月師의 祭亡妹歌(명월사의 제망매가)
明月師(명월사)는 죽은 여동생을 위해 齋會(재회)를 열고 향가를 지어 예배할 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紙錢[지전;
齋(재)를 지낼 때 귀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종이 돈]을 서방으로 날려 보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生死(생사)의 길은 이에 있으매 두려워하고
나는 갑니다
하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
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낳아
가지고 가는 곳 모르누나.
아아 彌陀刹(미타찰)에서 만나볼 나는
道(도) 닦아 기다리련다.
['삼국유사' 권5, 月明師 兜率歌;
월명사 두솔까]
이 설화는 경덕왕대(742~765)의 것으로서, 죽은 사람을 위해 齋會(재회)를 연 사례를 전하고 있다. 鄕歌(향가)의 作家(작가)로서 유명한 승려
명월사가 죽은 여동생을 위해 향가(일명 祭亡妹歌; 제망매가)를 만들어 재회를 열었을 때, 그는 죽은 여동생의 정토왕생을 기원함과 동시에 자신과
죽은 동생이 미타정토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道(도)를 닦고 싶다고 하는 願(원))을 토로하고 있다.
이 '제망매가'에서는 범부로서의 自覺的(자각적)인
측면은 발견하기 어렵지만, 죽은 여동생을 그리워하여 정토에서 재회하기를 기원하는 명월사의 인간미가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케
함으로써, 염불의 공덕을 대중들의 마음 속에 심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Ⅳ. 신라미타신앙의 특질
이상에서 [삼국유사]와 [삼보감응요략록]에 수록되어 있는 신라의 미타관계설화를
유형별, 시대순으로 고찰해 보았다. 이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의 [미타관계 설화의 분석표] (A) (B)와 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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