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론
단경의 선법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주요한 사상들은 북종의 선법에 대한 비판의 입장이 불가결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 비판은 주로 坐禪(좌선)과 入定(입정)의 방편을 중시하는 靜態的(정태적) 선법에
대한 것이다.
[단경]에서 북종은 그 대표자로서 神秀(신수)를 거론하지만 사실은
종래의 선법 전체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통하여 남종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선법을 표면화하려는 의도로 제시되는 것이다.
단경이 표방하는 頓悟見性(돈오견성)의
사상에도 이러한 비판이 중요한 배경을 이룬다.
단경의 북종비판은 定慧義(정혜의)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 이루어진다. 定慧義는
頓悟見性(돈오견성)의 본질적인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비판은 올바른 定慧義(정혜의)의
실현 즉, 頓悟見性(돈오견성)과 연관된다.
단경을 통해 본 慧能(혜능)의 정혜사상은
定慧(정혜)의 雙修(쌍수) · 一體不二(일체불이) · 等持(등지)로 요약된다.
定(정)과 慧(혜) 양자의 불가분성 및 평등성에 기반을 둠에도 불구하고,
定보다
慧의 作用(慧用)에 중점을 두는 것이 [단경]의 사상적 특징이다. 좌선비판이
지향하는 목적은 이 慧用(혜용)을 부각시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좌선비판은 주로 入定(입정)의 폐단에 집중되어 있다. 북종 신수의
대표적 선법이라 할 수 있는 心不起(심불기), 看心看淨(간심간정) 등이 入定에 편중되어
慧用을 상실한 좌선법으로 제시되어 비판의 대상이 된다. 북종비판의
선봉장인 神會(신회)의 비판취지도 이와 같다.
그가 북종의 선법으로 요약한
'凝心入定(응심입정), 住心看淨(주심간정), 起心外照(기심외조), 攝心內證(섭심내증)'의 4구는 모두 定慧雙修(정혜쌍수)에
근거하여 좌선 중심의 入定의 폐단을 비판한 것이다.
단경의 비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定慧의 선후관계에
입각한 先定發慧(선정발혜)나 先慧發定(선혜발정)의 선법에 대한 것이다. 특히 定을 우선으로
수행한 이후에 慧를 발휘하는 先定發慧의 방법에 대한 비판이 주가 된다.
북종신수의 從定發慧(종정발혜)의 방편이 이 비판의 주된 대상이다. 이 사상은
여타의 선법과 서로 긴밀한 연관을 갖으면서 단경의 비판사상의 토대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入定에 치우친 坐禪(좌선)에 대한 비판이다. 先定發慧와 坐禪의
비판이 지향하는 목적은 동일하다. 모두 구체적인 사물경계와 단절된
入定과 坐禪으로부터 벗어나 그것과 적극적으로 교섭되는 慧用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事(사)에 卽(즉)하여 본질을 현시하는 것을 깨달음으로 간주하는
경향은 雜錄(잡록)에서 제시된 達磨禪(달마선)으로부터의 주제 가운데 하나다.
이 글은 단경의 사상적 실마리를 이 두 가지 비판을 통하여 그
타당성과 한계를 중심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다. 북종비판을 개시한 神會(신회)나
[단경]은 坐禪을 비판하는 전거로 維摩經(유마경)의 宴坐批判(연좌비판)을 들고 있다.
이것은 구체적인 事의 경계에 응접해 가는 것을 중시하는 [단경]의 관점에
매우 적절한 내용으로 수용된다. 따라서, 단경의 좌선비판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하여 宴坐批判(연좌비판)에 대한 諸家(제가)의 견해도 참고하기로 한다.
2. 先定發慧의 批判(선정발혜의
비판)
定慧雙修(정혜쌍수)의 선법은 달마에서부터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혜능 계열의 禪脈(선맥)에서 제기되는
定慧思想(정혜사상)은 入定(입정)의 폐단과 先定發慧(선정발혜)의 비판을 통하여 慧用 중심으로
선법을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다르다.
참고>
달마와
慧思(혜사)의 禪(선)의 주장은 講授(강수)에 치우쳤던 남북조의 불교에서
불교 본래의 禪慧雙修(선혜쌍수)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운동이다.
柳田聖山(유전성산)은
"北宗禪の思想"에서도 달마 당시의 北魏佛敎(북위불교)가
분리되어서는 안 될 講學과 習禪(습선)이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라 본다.
즉, 修定(수정)에 치우선 선법을 定慧一體(정혜일체)에 근거하여 타파하고 慧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던 배경에서 이 선법은 전면에 드러난다. 이것은 [단경]의
근본사상인 見性(견성)의 핵심적인 의미가 되는 것이다.
선지식이여, 나의 이 法門은 定慧(정혜)로써 근본을 삼는다. 무엇보다 어리석게
定慧가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定慧(정혜)는 一體(일체)요 不二(불이)다. 定은 慧의 體이며,
慧는 定의 用이다.
慧가 발휘되고 있을 때 定은 慧 속에 있고, 定에
들어 있을 때 慧는 定 속에 있다. 선지식이여, 이 의미는 定慧가 동등하다는
것이다.
道(도)를 배우는 사람은 作意(작의)하여 定에 든 다음에 慧가 발휘된다거나[先定發慧(선정발혜)]
慧가 먼저 있고서 定을 발한다거나 [先慧發定(선혜발정)] 하여 定慧가 서로 다르다고
말하지 말라.
이 견해를 조작하지 않는 것이니 慧와 定이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과 입이 모두 善하면 내외가 한 가지가 되어 定慧가 동등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스스로 깨달아 수행할 것이며, 말싸움에 휘말리지
말라. 만약 先後(선후)의 문제로 다투면 승부가 끊이지 않아서 法과 我의 집착을
생하게 되고, 四相(사상)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이상에서 定慧의 관계는 一體不二(일체불이), 體用相卽(체용상즉), 無先後(무선후의)의 同等性(동등) 등으로
요약되고, 그것이 先定發慧(선정발혜)와 先慧發定(선정발혜)의 방법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坐禪(좌선) 중심의 入定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단경의
관점에서 보면 先定發慧(선정발혜)가 주된 비판대상이 된다. 이 비판에 준하여
보면
당시의 선법이 定慧에 근거한다 해도 그 내적 맥락을 보면 定을
우선으로 하는 '先定發慧(선정발혜)'의 방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파악한 것이다.
즉, 慧의 발휘(發慧)가 定을 선결 조건으로 한다는 것[先定]이 비판의
대상이다. 단경에서 주장하는 漸修(점수)와 頓悟(돈오)의 차이도 이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先定은 東山法門 이래의 전총인 看心(간심), 攝心(섭심), 守心(수심)
등의 다양한 漸修法(점수법)을 요구한다.(↓) 단경에서 견성이란 定慧一體의 체험이다.
이것은 깨달음이란 先定을 조건으로 하지 않으며, 定慧(정혜)의 無先後(무선후)
· 一體(일체)로서
定慧가 동시에 구비되는 頓悟見性(돈오견성)을 가리킨다.
참고>東山法門까지의
선풍은 守一(수일), 攝心,守心 등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동산법문의
任運(임운), 一行三昧(일행삼매) 등의 선법은 남종선의 頓悟, 慧用 사상의
선구라 할 만하다. 이것이 동산법문의 양면성이다.
이에 대하여 木村靜雄은
"六祖禪の近代性"에서 '4조 5조의 가르침 중에는 일체의 방편을
부정하는 [任運]과 함께 다양한 方便門 즉, 禪觀의 法이나 坐禪이
있었다'고 평한다.
단경에서 창안한 혜능과 신수의 유명한 傳法偈(전법게)도 단지 남종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평가에 한정해서 보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 偈는 南北 兩宗(남북 양종)의 선법을 남종의 입장에서 대조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신수의 '時時勤拂拭(시시근불식)'은 妄念(망념)을 제거하는
漸修(점수)와 先定(선정)의 입장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妄念의 '不起(불기)'를
지향하는 坐禪修行(좌선수행)의 요점을 가리킨다.
즉, 그 부분적 효용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定慧가 완비된 온전한 깨달음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로 본 것이다.
따라서, 단경은 이 心偈(심게)를 五祖(오조)의 입을 통하여 비판한다.
宗密(종밀)도 妄念(망념)은 본래 空이고, 心性(심성)은 본래 청정하다는 점에 근거하여
신수의 이 게는 깨달음과 수행 양면에서 모두 불완전한 것으로 비판한다.
이에 대하여 혜능의 偈(게)는 온전한 깨달음으로서 見性의 경지를 드러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수행이 필요하지 않은 까닭에 神秀(신수)의
'莫使有塵埃(막사유진애)'에 대하여 '何處有塵埃(하처유진애)'라는 頓(돈)의 방식으로 대조시킨 것이다.
'佛性常淸淨(불성상청정)'이나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은 心性은 본래 청정하고, 妄念의
본래성도 空이기 때문에 時時로 修行할 대상이 없다는 것으로 涅槃經(열반경)의
佛性論(불성론)과 般若經(반야경)의 空觀(공관)에 입각한 頓悟(돈오)의 방식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수도 大乘無生方便門(대승무생방편문)에서 단경과 같이 佛性論과 般若空觀(반야공관)을 근거로
'無一物'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傳法偈(전법게)의 비교에 의한 평가가 치우쳐
있는 듯이 보인다.
佛은 무엇인가
? 佛心은 淸淨(청정)하여 有 · 無를 떠난다[離有離無(이유이무)].
身·心에 대한 망념을 일으키지 않고[不起(불기)], 항상 眞心을 지킨다.
眞如란 무엇인가? 心이 不起하면 心眞如요, 色이 不起하면 色眞如다.
心眞如이므로 心解脫이요, 色眞如이므로 色解脫이며, 心 · 色을
모두 떠나면 곧 無一物의 경계가 열리니 이것이 大菩提樹(대보리수)다.
즉, 신수 역시 심성이 청정함과 有
· 無 양변을 떠나는 空義(공의)에
근거하여 無一物의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여기에 도달하는 과정이
단경과 다르다. 신수는 실천적 지표로서 '離(이)'와 '不起(불기)' 그리고 '守眞心(수진심)'의
방법을 통하여 이 경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단경에서
'時時勤拂(시시근불)'이라 표현하는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단경에서
비판하고 있는 대상은 이 心不起 등의 先定을 염두에 둔 수행이다.
단경은
'本來(본래)' 無一物의 空에 근거하여 방편의 매개가 없이 定慧一體를 구현하는
頓悟의 맥락인 것이다. 반면에 신수의 선법은 先定發慧의 방법으로서
不起, 守心 등은 入定과 관련된 수행을 우선한다. 단경의 頓悟 선법은
定慧에 있어서 先後 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無先後(무선후) ·
等(등)의 입장이다.
傳燈錄(전등록)에 나오는 혜능과 신회의 문답에도 定慧等(정혜등)
· 雙修(쌍수)를
기본으로 하고 정혜의 선후를 구분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통하여 이것을
지시하고 있다.
문 : 定이 먼저 있고 慧가 후에 있다거나, 慧가 먼저 있고
定이 후에 있다고 하는데, 定과 慧의 선후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바른
것입니까 ?
답 : 항상 청정심을 일으키는 것은 定
가운데 있으면서 慧가 있음이며, 경계 속에서 집착하는 마음이 없는
것[無心]은 慧 가운데 있으면서 定이 있음이다. 定慧는 동등하여 앞서는
것이 없으니 동등하게 함께 닦으면[雙修(쌍수)] 자연히 마음이 바르게 된다.
항상 경계 속에서 응용·발휘되면서도 그에 대한 집착이 없는
것이 정혜일체의 온전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신회는 이러한 기본적
논조에 의하여 先定發慧(선정발혜)의 방법을 비판한다.
즉, 신회는 南陽和尙問答雜徵義(남양화상문답잡징의)에서 修定이 우선적 조건으로 되는
先須(선수)의 사항이라거나, 入定 이후에 定으로 인하여 慧를 발휘하는[因定發慧,
因內外照(이내외조)] 좌선 중심의 선법을 비판한다.
이 맥락의 修定은 見性의 길이
아니라 妄心이라 하고, 역시 維摩經(유마경)의 宴坐(연좌)비판을 전거로 들고 있다.
凝心入定(응심입정), 起心外照(기심외조)의 비판도 이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다. 신회의
定慧사상은 修定 중심의 좌선비판을 통하여 이루어진 점에서 단경의
그것과 발상이 같은 것이다.
그 근거는 定慧一體(정혜일체), 定慧雙修(정혜쌍수)이며, 상용의
비판은 慧用 중심의 선법을 전개하는 계기가 된다. 한편, 神秀(신수)의 定慧사상의 요점은 從定發慧이며, 從定(종정)보다 發慧가
중심이 된다.
心이 不動(부동)함이 定이요, 智요, 理다. 耳根(이근)이 不動함은 色, 事, 慧다.
이 不動은 定으로부터 慧를 발하는(從定發慧; 종정발혜) 방편이며, 慧門을 여는
것이다. 心不動은 定의 뜻에 해당되고. 耳根으로 대표되는 六根의 감각기관이
不動한 것은 구체적인 事에 접하는 慧에 해당된다.
여기서 신수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心의 不動을 통하여 六根의 不動이라는 慧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즉, 六根이 事에 접하면서도 染著(염저)되지 않는 것이 不動의 뜻이다.
定慧는 世間에서 발휘되지만 世間에 물들지 않는다……. 見聞覺知(견문각지)가
自在(자재)로이 작용하면서 대상경계에 물들지 않는다.
이 점으로 보면 그의 定慧사상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慧用을 발휘하는
發慧에 주안점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 不動의 방편은 비단 慧를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正定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신수의 방편문은 지혜의 작용을 핵심적 의미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방편을 얻음으로써 正定은 慧의 작용과 분리되지 않는
일체가 되며, 圓寂(원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결국은 定慧一體로써 위대한
깨달음 大涅槃(대열반)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단경에도 圓寂이란 慧用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體用이 함께 갖추어져
如如한 상태를 말한다. 즉, '定에 들어 있을 때 慧는 定 속에 있다'는
단경의 定이 뜻하는 것은 圓寂과 통한다. 모든 상황에 응용되어도
집착과 걸림이 없는 慧用의 발휘는 圓寂의 定과 일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만 마음을 허공과 같이 비우고 空(공)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을 應用(응용)하는 데 걸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動·靜이나
凡·聖 등 (二相)에 집착하는 생각이 없어지고, 能·所가
모두 끊어져 性과 相이 如如하면 定하지 않을 때가 없다.
마음이 二相의 경계에서 집착없이 응용되면서도 항상 定을 유지하는
것이 圓寂(원적)의 바른 뜻이며, 空性의 실현을 가리킨다. 대상경계에서 慧의
발휘를 강조하는 定慧사상은 혜능과 신수에게 공통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수의 '從定發慧(종정발혜)'와 단경에서 비판하는 '先定發慧(선정발혜)' 중
'從定'과 '先定'이 일치하는 의미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경의
先定發慧는 그 비판에 미루어 보면 定에 들었을 때, 즉 先定의 상태에서는
慧가 없어서 定과 慧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신수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수는 定에 들었을 때 慧가 없고, 定에서
빠져나와[出定] 비로소 見聞覺知(견문각지)의 慧를 발휘하는 二乘人(이승인)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수의 '從定'은 慧에 앞서서 별개로 성립되는
의미를 가진 '先定'과 다르다.
신수는 從定發慧(종정발혜)와 더불어 從慧發定(종혜발정)을 말한다. 전자는 마음 안으로부터
밖의 경계로 향하는 것이며, 후자는 밖의 경계로부터 마음 안으로 향하는
방법상의 차이에 불과하며 각각 寂照(적조), 照寂(조적)이 相卽(상즉)되는 법문인 것이다.
寂과 照는 각각 照의 寂, 寂의 照라는 상보적 관계로서 定慧一體의 의미와
다를 것이 없다. 즉, 신수의 定慧사상은 단경과 마찬가지로 定慧 무선후의
동등성에 입각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단경에서 先定發慧(선정발혜), 先慧發定(선혜발정)으로
비판하는 것과 신수의 從定發慧, 從慧發定을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다.
남북 양종의 선사상을 통일한 것으로 평가되는 頓悟要門(돈오요문)의 定慧義(정혜의)
중에는 신수의 從定發慧, 從慧發定과 일치하는 사상이 나온다.
문 : 定慧等學(정혜등학)이란 무엇입니까?
답 : 定은 體요, 慧는 用이다. 定으로부터
慧를 일으키고[從定起慧(종정기혜)], 慧로부터 定으로 되돌아 간다[從慧歸定(종혜귀정)].
마치 물과 물결이 一體인 것과 같으니 前도 없고 後도 없다. 이것을
이름하여 定慧等學이라 한다.
그 근거는 定慧等(정혜등)
· 一體(일체) · 無前後(무전후)의 [단경]을 따르고
있지만 북종 신수의 定慧사상과 같은 해석을 내리고 있다. 즉, 신수의
從定發慧와 대응되는 從定起慧, 從慧發定에 대응되는 從慧歸定의 사상이
모두 定慧 양자의 한편에 우선 권을 줄 수 없는 평등성에 입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단경의 이 비판은 신수에 관한 한 온당하지
못하다 할 수 있다.
胡適(호적)은 남북 양종의 차이를 "북종은 定으로 말미암아 慧를 발하는
것[由定發慧(유정발혜)]에 중점을 두고, 남종은 慧로써 定을 통일시키는 것[以慧攝定(이혜섭정)]에
중점을 둔다.(↓)"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신수의 從定發慧와 단경의
慧用 사상에 대한 적절한 평가라 할 수 있다. 양자가 모두 이전의 선법에
비하여 慧를 중시하는 점에서 사상적 연계성을 가지는 것이다.
참고>"神會和上遺集",p.51참조.
저자의 '以慧攝定(이혜섭정)'이라는 남종사상의 평가는 慧用을 중시하는
남종선법의 진수를 가르키는 탁견이라 생각하지만 뒤이어 "慧能(혜능)과
神秀(신수)는 입으로는 定慧合一을 말 하면서 실은 慧를 인정할 뿐이며,
定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경에서 신수의 定慧사상을 先定發慧라고 비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남종의 종지라 할 수 있는 頓敎(돈교)에 따르기 때문이다.
단경에는 신수가 사람들의 입에 혜능의 頓敎法(돈교법)이 오르는 것을 듣고
제자 志誠(지성)을 시켜 혜능의 견해를 살피고 오라는 기사가 나온다.
단경에서는
戒定慧(계정혜)의 三學이 自性의 의미로 귀일된다는 점을 북종 신수와 구별되는
혜능의 선법으로 내세운다. 이 自性三學이 頓悟(돈오)와 漸修(점수)의 차이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혜능대사가 지성에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 너의 禪師[신수]는
오직 戒定慧의 가르침만 전한다는데, 그 戒定慧의 가르침이 어떠한지
나에게 말해봐라."
지성이 답했다. "신수화상이 말하는 戒定慧는
다음과 같습니다. 諸惡莫作(제악막작)을 戒(계)라 하고, 諸善奉行(제선봉행)을 慧(혜)라 하며, 自淨其意(자정기의)를
定(정)이라 합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戒定慧라 하는 것이 그분이 설하는
것입니다.
화상의 소견은 어떠한지 듣고 싶습니다."
혜능화상이
답했다. "이 설은 불가사의하니 나의 소견과 다르다."
"어떻게
다릅니까 ?" "깨달음에 더디고 빠름이 다른 것이다."
志誠(지성)이 혜능의 戒定慧에 대한 소견을 설하여 주기를 청했다. "心地에
의심이 없음이 自性戒요, 心地에 어지러움이 없음이 自性定이요, 心地에
어리석음이 없음은 自性慧다.
너의 戒定慧(계정혜)는 小根諸人(소근제인)에게 권하는 것이며,
나의 戒定慧는 上人에게 권하는 것이다. 自性을 깨달으면 戒定慧도 세우지
않는다."
"대사께서 세우지 않는다[不立]는 말의 뜻이 무엇입니까?"
"自性이 無非(무비)
· 無亂(무란) · 無癡(무치)하여 念念이 般若로 관조하고
法相을 떠나 있으니 무엇을 세우겠는가. 自性이 頓修(돈수)되어 있어서 漸次(점차)로
닦을 것이 없음이 세우지 않는 이유다."
혜능의 견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다음장으로 ->>> 계속 ->>(2/3)
|
